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바버라 스트로치 지음, 강수정 옮김 / 해나무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십대의 뇌가 여전히 진행 중인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연결 고리 수백만 개가 이어지고 또 제거된다. 신경화학물질이 십대의 머리를 씻어 내리면, 새로운 색깔, 새로운 모습, 인생의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십대의 뇌는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며, 안팎의 영향에 취약하다. 그들의 뇌는 여전히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 P. 26

“도대체 그 머리 속엔 뭐가 들었니?”

아이들 말로 ‘미친 존재감’이나 ‘폭풍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십대의 행동은 너무 많다. 십대는 오늘도 매일 부러지고 다치고 아프고 졸리다. 멀쩡하던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거나 상상도 해 본적이 없는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어른들은 십대를 보면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지 못한다. 아름다운 추억이나 일시적인 충동이었다고 포장하기 쉽지만 그것이 ‘십대’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선택적 기억으로 인해 어른들은 자신의 ‘십대’와 요즘 아이들을 비교하지 못한다. 물론 개인차가 있고 세대 차이도 나겠지만 ‘십대의 뇌’는 여전히 ‘십대’일 뿐이다.

저널리스트인 바버라 스트로치가 쓴 『십대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THE PRIMAL TEEN』은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우리가 ‘안다’라고 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상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십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십대의 뇌를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생각과 행동이 ‘뇌’에서 출발한다는 전제하에 우리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들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십대의 뇌는 성인의 뇌와 같은가? 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빨리 완성되는 것인가? 오랫동안 뇌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십대의 뇌는 끊임없이 변하며 성장하고 있다. 그러니 십대는 ‘예정된 광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김두식은 『불편해도 괜찮아』에서 이것을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사람은 한 번 태어나 죽을 때까지 자기 몫의 ‘지랄’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십대들의 예측 불가능한 혹은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단순히 ‘지랄’로만 볼 것인가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의 관점이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 길을 찾고 시행착오를 거치고 인생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충동적인 행동과 목숨을 건 무모한 행동, 위협적인 태도와 절도, 폭행 등 범죄자의 길로 들어설 만한 일들도 흔하지 않게 벌어진다. 이런 ‘지랄’들은 십대를 지나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도 그때는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춘기’라는 말로 그들을 이해한 척 넘어가버린다. 그때는 원래 다 그런거라고, 그럴 수도 있다고. 그러나 과연 그런가?

저자는 이 책에서 십대의 일반적인 행동 특성과 성향들을 일상생활을 통해 사례 중심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의 원인을 뇌에서 찾는다. 회백질,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편도핵과 해마, 에스트로겐과 세로토닌, 호르몬과 페르몬, 전두엽 등의 역할과 의미를 차근차근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여온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십대의 말과 행동 습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뇌’를 이해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책의 전체 구성은 사춘기의 특성을 제목으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사례와 분석을 시도하며 다양한 측면에서 십대를 살펴본다. 잠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카스케이던과 수많은 공동연구를 진행했던 심리학자 에이미 울프슨은 로드아일랜드의 고등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수가 적정량인 9시간에 턱없이 모자라는 6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울프슨과 카스케이던의 또다른 연구에서 수면시간이 9시간에 못 미치는 아이들은 오전에도 기회만 주어질 경우 바로 REM 수면에 들어가는 경향을 보엿는데, 이는 수면 부족이 심각한 상태라는 증거이다. 게다가 수면이 부족한 아이들은 학교 수업에도 뒤떨어지고, 슬픔이나 좌절감의 정도를 측정하는 테스트에서도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서 이들은 유쾌하지 못한 것이다. - P. 255

등교 시간을 30분만 늦추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 미국에서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인 뉴욕시 북쪽에 위치한 카토나라는 마을에서 수업시간을 30분 늦추자 출석률이 증가했고 짜증이 덜해 졌으며 정도에서 벗어난 확률도 적어졌다고 한다. 과학이 발달하고 우리 신체의 비밀을 알아가면서 상식처럼 믿어졌던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현상들에 대한 원인이 밝혀지면 대안을 마련하기도 쉬울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어쨌든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십대’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는 그들의 ‘뇌’를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수많은 비밀이 우리의 ‘뇌’에 숨어 있고 그 비밀은 아주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그 작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 십대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한다는 것도 결국은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시작이며 관계의 발전을 위한 밑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쏟아대며 ‘지랄’을 하고 있는 ‘십대’를 알고 싶을 때 우선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101105-1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