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에 관한 뉴스가 심심찮게 사회면을 오르내린다. 부작용에 대한 특정 기사와 반대의 목소리에 대한 기사들이 주류를 이룬다. 학생들의 머리 길이와 교육적 효과, 치마 길이와 성적, 체벌과 사제 간의 관계에 대한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 분석도 없다. 학생들의 인권에 대한 담론은 기대할 수도 없음은 물론이다. 영국의 토마스 페인은 조지 워싱턴과 벤자민 플랭클린 조차 독립에 반대하던 시대에 군주제에 반대하며 민주적 공화정이 ‘상식’임을 외쳤다. 『상식, 인권』(박홍규 옮김, 필맥)을 읽다가 우리에게 ‘상식’은 무엇일까 고민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체벌, 머리카락과 치마길이, 강제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적 특수성과 문화적 차이라고 말할 수 없는, 지극히 상식적인 변화에 딴지를 거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우리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한 줄로 서서 앞으로 나란히를 배운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질서와 규칙을 내면화한다는 명목으로 인권과 상식은 버려야하고 경쟁과 이기심은 극대화된다. 대한민국의 학교 ‘즐거운 곳’일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은 나의 오랜 의문이기도 하다. 방법적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우선 미성숙한 존재임을 인정하면서도 동등한 인격체로 학생들을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물론 학생들도 교사에 대한 예의와 존경을 전제해야 한다. 상급 학교 진학률과 취업률로 학교와 교사가 평가되는 한 상식도 인권도 멀어져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똑같은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마치 군사작전이나 전쟁을 방불케하는 교육과정이 실현될 뿐이다. 국영수 중심의 ‘개정 2009 교육과정’에 대해 사회적 관심과 문제제기가 부족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제 학교가 아니라 ‘효율성’과 ‘성과’의 기준으로 평가받고 실용적 목적으로 학문에 접근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전인격적 인간 육성’ 혹은 ‘글로벌 시대의 리더’가 되기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의 인성지도를 요구한다. 사회와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비판과 기대만큼 학생과 교사들을 위한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지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체로 학생들은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는 소홀히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스럽게 내면화된 논리일 수도 있고, 본능적으로 인간이 가진 속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정과 학교에서 진정한 ‘사람의 의무와 권리’에 대해 고민하게 하느냐를 돌아보자. ‘살아가면서 읽는 사회 교과서’라는 부제를 단 『너의 의무를 묻는다』는 권리가 인권(인간의 권리)이 아니라 ‘의무’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주어지는 투표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앞서 ‘정치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보편적인 의무는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고민해 보자는 책이다.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인간의 존엄성에서부터 시작되는 ‘진짜 의무’란 무엇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이익 추구나 강제성 때문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의무에 대해 설명한다. 사람은 수단이 아니라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의 진지함에서부터 ‘정의’에 대한 이론과 ‘시민 불복종’에 대한 기준 등 공동체 안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마땅한 의무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한다. 전체 7장에 걸쳐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낸 이 책은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사회교과서’라는 부제를 달아주고 싶다. 흔히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가 꽤나 고차원적인 철학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문제는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에서 출발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외부적인 영향이나 이기적인 욕심에서 벗어나 보편타당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상식에서 그 고민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자신의 의무와 권리를 완벽하게 이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상식(?)’을 벗어난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비판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가치 판단 능력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 타인의 보편적 권리를 침해하고 보편타당한 상식에서 벗어난 법과 제도를 만들어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없는 사회이다.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사람들이 누구인지 눈밝게 감시하고 다함께 ‘상식’의 힘을 믿어야 한다. 자신의 ‘의무’를 돌아보고 변화를 위한 실천의지가 필요하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이 중요한 것은 다수의 건강한 상식과 의무의 이행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 앞서 바로 당신의 ‘의무’는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그 근본적인 질문과 성찰로부터 우리들의 진정한 ‘권리’가 시작된다고 믿는다. 우리들의 ‘의무’와 ‘권리’는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01031-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