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논증법 -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4가지 실전 논리
최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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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 많은 논증과 오류의 이름을 외우는 대신에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바로 자비로운 태도다. 그런 태도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내 머리가 나쁜 것을 탓할 필요가 없다. 착한 마음, 자비로운 마음만 가지면 누구나 논리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논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 - P. 13

“당신 계속 그렇게 말하면 이따 방송 끝나고 나하고 토론 좀 해야돼!”

이 멘트는 토론 프로그램에 나온 어느 정당의 국회위원이 한 말이다. 앞뒤 맥락을 잘라 잘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토론 프로에 나와 말문이 막히지 방송 끝나고 토론을 하자는 말을 하는 국회위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터넷에서 ‘어록’으로 떠돌던 토론 프로그램의 찌질이들이 여전히 국회위원 뺏지를 달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을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우리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의견이 대립되고 논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말싸움에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과 논쟁에서 이겼다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제압하는 게 논쟁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오류와 억지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은 이미 논쟁에서 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다.

우리 사회가 참된 민주주의 사회라면 건전한 토론 문화와 이성적인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질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내 생각도 수정될 수 있고 나의 주장도 철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별을 따기보다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내용과 형식 그리고 난이도 등 책을 권할 때는 수많은 생각들이 오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씩 부담없이 누구에게나 이 책 한번 읽어보라고 권할 만한 책을 만난다. 최훈의 『변호사 논증법』이 그렇다. 좀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싶은 통쾌하고 시원한 책을 만난 기쁨이 크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대로 모든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든 생각이 다른 사람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상대를 설득하고 내 주장을 펼치는 과정에서 보다 나은 문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닫힌 마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고집하고 절대 물러서지 않으며 항상 내가 옳다는 독선과 아집으로 가득 찬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과는 논쟁이 되지 않는다. 조롱과 풍자, 경멸과 욕설이 필요할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토론과 논쟁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이 부족했거나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저자는 ‘자비로운 태도’ 즉, 착한 마음이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역지사지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설득할 수 없으며 자신은 절대 설득당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과 같다.

이 책은 제목처럼 변호사의 논쟁 방법을 빌려 오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논리학의 범위 안에서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주의해야 하는 원칙들이기 때문에 어렵거나 난해한 방법이 아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변호사의 논증법 네 가지는 ‘자비로운 해석의 원칙 + 역지사지의 원칙’, ‘근거제시의 원칙 + 근거 확인의 원칙’, ‘입증 책임의 원칙 + 입증의 권리 원칙’, ‘논점 일탈 금지의 원칙’이다. 이 원칙들은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실전 논리와 방법들이 전제가 된다. 이 원칙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실제 생활에서 주의한다면 우리는 논쟁의 달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은 그런 목적을 가지고 쓰여졌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밌게 구성되어 있다.

입증의 책임이나 주장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 애매모호와 정의, 전문가의 견해, 논란이 되는 근거, 인신공격, 감정, 유비, 인과, 일반화 등 국어시간이나 철학, 논리 시간에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들을 실제 사례 중심으로 설명한다. 이 책은 말하자면 실전 논쟁에서 이길 수 있는 비법들이 속속들이 소개된 책이다. 훈련과 실전의 적용은 물론 독자들의 몫이겠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흔히 범하는 실수를 지적하고 왜 그것이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논쟁의 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논거를 통해 주장하고 오류를 줄여야 한다.

이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논리적인 사람이 되고 싶을 때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관련 분야의 지식을 많이 쌓는 것이고 둘째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라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마음가짐의 문제이고 태도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귀가 없는 사람과 논쟁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마찬가지로 귀를 막고 떠들어 봐야 당신은 어느새 말이 통하지 않는, 논쟁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저자의 목소리는 가장근본적인 마음 자세부터 바로 잡아야 함을 강조한다. 복잡한 논증이나 오류는 이러한 전제에서 출발해야 하는 기술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매일 전쟁 같은 일상을 견뎌낸다. 가족과 친구는 물론이고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논쟁에서 이기는 법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말은 뱉고 나면 주어 담을 수가 없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상대를 이기는 논쟁의 비법이 아니라 보다 겸손해지고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마음을 배웠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생긴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듣고 논리적 오류를 범하지 않는 정확한 어법으로 상대방에게 설득력 있게 말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또 하나의 개인적인 다짐이다. 자 이제, 잠시 침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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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나의 선택 실험실 - 선택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 100가지 심리실험
쉬나 아이엔가 지음, 오혜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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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피천득 옮김)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일요일 점심, 자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했을 많은 사람들에게 짬짜면이 추가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선택지가 세 개로 늘었을 뿐 사람들은 여전히 자장면, 짬뽕, 짬짜면 중에서 괴로워한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은 인생을 후회의 고통에 빠뜨린다. 그것은 음식뿐 만 아니라 대학의 전공, 직업, 결혼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반복된다. 어쩌면 삶이란 선택의 결과물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 그때 그걸 선택했다면……’하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 해 보았으리라.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도 많다.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에서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에게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보자. 내 인생길을 바꿔 놓은 ‘그것’은 무엇일까?

가장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판단력을 갖추고 있을 것 같은 우리 인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모순투성이임을 금방 깨닫게 된다. 이성적 판단에 근거해서 투자를 결정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 같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 조지 애커로프, 로버트 쉴러의 『야성적 충동』 등은 바로 이런 인간들의 경제 행위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심리학은 말할 것도 없다. 불완전한 인간의 심리를 다룬 『생각의 오류』, 『클루지』, 『거짓말의 진화』, 『가스등 이펙트』 등 수많은 책들이 넘친다. 인간의 마음은 그만큼 알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쉬나 아이엔가의 『쉬나의 선택 실험실』의 원제는 ‘선택의 예술The art of choosing’이다. ‘선택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 100가지 심리실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듯이 이 책은 실제 다양한 심리 실험을 통해 실제 사례를 보여준다. ‘선택’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선택의 과정과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재미있는 것은 경영학을 전공한 저자가 ‘선택’을 심리학자 이상의 수준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링크』,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나 『체크!체크리스트』의 저자 아툴 가완디가 언급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지도 모르지만 분야가 다른 저자들의 혜안이 빛난다.

이 책도 한국적인 교육풍토나 지적 토양에서는 나오기 힘든 저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문간 경계를 허물고 17살부터 문,이과를 나누는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인문학에 새로운 인식과 교양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최재천 교수가 통섭원을 설립하고 이런 학문적 풍토를 바꾸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결국 우리 사회도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닐까?

쉬나 아이엔가는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 내 선택의 심리, 선택의 기술, 선택의 함정, 선택의 역설을 통해 결국 ‘인생은 선택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선택하는 자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그의 에필로그는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주었던 ‘선택’에 관한 수많은 논의들에 대한 자연스런 결론이다.

선택한다는 것은 미래를 향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다음 시간, 다음 해, 또는 그 너머를 살짝 엿보고 거기서 보는 것에 근거해 결정을 내린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누구나 아마추어 점쟁이다. - P. 419

우리는 매일매일 선택의 연속인 인생을 산다. 선택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인생의 비밀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어떤 순간에 어떤 선택을 왜 하는지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자. 그 선택의 과정과 결과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으며 미래를 예측하고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의존적이고 게으른 천성 탓에 누군가 모든 것을 결정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근대 이전에는 운명론적 세계관이 지배했다. 모든 것은 신의 뜻이고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으며 모든 운명이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성이 발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선택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이 가장 불행하다는 데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누구보다도 즐거운 마음과 올바른 선택을 통해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다만 그 선택의 유혹에 대처하는 방식과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 자제는 개인과 몫이다.

이 책을 통해 사회적 선택이나 집단 선택의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개인의 선택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집단지성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목적에 대한 사회적 선택은 특정 위치에 있는 개인에게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양한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이 갖추어진 듯해도 우리가 신경 쓰고 감시하지 않으면 산으로 가는 배를 함께 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선택에서 시작해서 선택으로 끝나는 우리들의 인생을 성찰하고 싶다면 이 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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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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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슈퍼맨과 배트맨 중에서 누가 더 용감할까?

엉뚱한 상상이지만 현실은 영화나 소설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하루하루 시간을 견뎌내는 것 같은 삶이 있는 반면 즐겁고 유쾌하게 창조적으로 이끌어가는 삶이 있다. 반복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새로움을 찾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때로는 우울하고 만사가 귀찮기도 하며 때로는 하늘을 날 듯 기쁘고 행복하기도 하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천당과 지옥을 오고가는 예측 불가능한 삶의 비밀을 알고 싶지는 않다. 그저 이렇게 고민하고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소설은 인간 삶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서사의 힘은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개연성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독자들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한국 소설이 가진 정서와 세계관은 공감을 극대화할 수 있으나 새로움과 낯선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시간과 공간적 배경이 확장된다고 해도 독자들은 조금 더 새로운 이야기에 포섭되고 싶어 한다. 그런 측면에서 세계 문학은 세계를 확장하고 인간의 이해를 넓히며 우리 삶의 범위와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크레이그 실비는 우리가 접하기 힘든 오스트레일리아 작가다. 지구의 저쪽 반대편에 자리잡은 나라의 작가라는 사실이 먼저 흥미를 끈다.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아랍과 아프리카, 남미와 오스트레일리아 등 유럽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교류가 적은 지역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는 조금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앞서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자. 슈퍼맨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별다른 용기가 필요 없다. 일반인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슈퍼맨에게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트맨은 연약하고 평범한 보통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의 공포를 이겨낼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배트맨이 슈퍼맨보다 용감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엉뚱한 질문과 나름대로 일리 있는 논쟁을 통해 이 소설의 서술자인 찰리 벅틴은 베트남에서 이민 온 이방인 제프리 루와 코리건의 토착민 사이를 잇는다. 소설의 전면에 나타나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재스퍼 존스는 원주민과의 혼혈이다. 두 이방인은 전통적인 백인 거주 지역의 이방인으로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멸시와 천대를 이겨낸다.

1960년대 베트남전이 벌어지던 무렵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은 이 소설은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거나 인종차별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개성이 뚜렷한 세 소년을 중심으로 코리건 마을에서 벌어진 실종사건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추리 소설의 형태로 소년과 소녀들의 성장과정을 재치있고 유쾌한 문장으로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로라 위셔트의 실종으로 온 마을은 공포에 휩싸인다. 이 마을의 또 한명의 이방인 잭 라이어넬은 재스퍼 존스와 함께 세상의 편견과 루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보여주는 인물이다.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서술자인 찰리를 제외하고는 세상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힘없고 나약한 인물들이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차이와 차별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낸다. 비극은 나와 너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 피부색과 종교, 지식과 재산의 유무에 따라 사람은 다르게 취급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상상을 초월한 편견과 배태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머리와 가슴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은 최악의 상황에서 쉽게 드러난다.

백인의 마을에서 벌어진 백인소녀 실종 사건의 배후에 숨겨진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500여페이지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단숨에 읽히는 것은 복잡하고 정교한 소설적 장치 때문이 아니라 1인칭 서술자인 찰리의 솔직하고 실감나는 심리적 갈등과 모든 사람이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상황 설정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장정일도 지적했듯이 기존의 영미 문학과의 차별성이다. 무수히 많은 영미 소설 속 주인공을 차용하고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에 바치는 오마주라는 띠지를 둘렀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 특징과 개성을 읽어내지는 못했다. 우둔한 독자인 내가 부족한 탓이겠지만 인간의 위선과 증오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한 점도 있기 때문은 아닐까. 어쨌든 10대 소년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일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왜 재스퍼 존스가 문제인지 확인해 볼 일이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 상황을 얼마나 넓게 둘러볼 줄 아느냐가 어른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거야 -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237쪽


1009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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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 - 학벌없는 사회
학벌없는사회 외 지음 / 메이데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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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난 9월 2일(목)에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시행하는 수능 모의평가를 치렀다. 11월 18일에는 한국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인 수능이 기다리고 있다. 이십년의 삶과 남은 생에 대한 낙인이 되어버릴 단 한 번의 시험. 이 시험 성적이 대학과 전공을 결정하고 비이성적인 대한민국 학벌사회의 시작을 알린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수능이 정점이다. 수능이 중요한 이유는 대학의 서열화 때문이며 대학의 서열화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포기하고 학벌위주의 사회구조가 탄탄하게 기득권을 유지해 온 탓이다. OECD국가 중 유일하게 전국민의 85%가 대학에 진학하는 나라,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사회적 인식, 취업, 임금, 결혼 등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전 생애를 걸쳐 개인의 노력과 능력여하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학벌에 의해 인생의 상당부분이 결정되는 현상에 대해 이제 사람들은 무감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오로지 공부 또 공부를 외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한도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비교적 성적이 우수하여 작년에 모 여대 신방과에 입학해서 즐겁게 대학생활을 시작한 한 여학생이 수능원서를 쓰고 잠시 들렀다.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으며 이번에 수능을 다시 보는 이유가 학교를 바꾸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멍하니 해 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똑똑하고 밝은 성격이었던 그 아이는 반수를 하는 특별한 이유도 목적도 없다. 전공이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고 할 일도 많고 벌써 방송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즐겁게 한 학기를 마쳤다고 했다. 읽고 있던 ‘학벌없는사회’의 『‘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는 책을 가져와 보여주자. 손사레를 친다. ‘선생님 또 시작이세요’라며 웃는다. 그저 열심히 하라는 말을 뒤로 한 채 교무실을 떠나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억울하면 출세해라, 현실을 인정해라, 그래봐야 나만 손해다, 당신 자식 문제면 달라진다, 서울대 콤플렉스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학벌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과연 그런가. 국민들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학을 못나와서 무식하고 능력이 부족했다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플라톤의 말대로 이상국가를 실현할 수 있었던 서울대 철학과 출신의 김영삼 대통령은 우리에게 IMF를 선물했다. 논리의 비약일 수 있겠지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멍들게 하고 있는지 온몸으로 확인하면서 21세기를 맞았지만 현실은, 사람들의 의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근대 사회에서 출생이라는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인간의 신분이 정해지듯이, 현대 한국 사회는 수능이라는 단 한 번의 기제로 신분이 나뉜다. 신분의 형성이 일회적이지 다차多次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학벌문제는 상당히 전근대적인 양상을 띤다. - P. 186

김상봉 교수를 처음 만난 책 『도덕교육의 파시즘』은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대한민국의 학교 그리고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육자체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책이었다. 그가 주체가 되어 만든 ‘학벌없는사회’가 외치는 구호는 대충 사는 사회, 하향 평준화된 사회, 노력과 경쟁이 없는 무기력한 사회가 아니다. 과정과 절차, 능력과 기회에 따라 언제든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상식과 합리가 지배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68 혁명이후 대학에 번호를 붙여 대학의 서열화를 무너뜨린 장본인은 고등학생들이었다. 혁명적 변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대한민국의 카스트제도가 무너질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이 책은 제도권 학교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이고 황폐한 입시경쟁교육은 교육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학교를 그만두고 떠나는 아이들이 매년 7만명이 넘는 나라 대한민국. 그들은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오늘도 하루에 평균 1.8명의 청소년이 자살하는 나라 대한민국. 오늘은 또 누가 아파트 옥상이나 베란다에서 뛰어 내리는가.

지금 이대로의 ‘학교’를 버리고 점수와 가격 입시경쟁과 시장경쟁, 졸업장과 상표를 혼동하는 나라에서 교육의 시장화 정책을 거부해야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경쟁의 논리 위에 교육을 편입시키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 정상인가. 오로지 ‘내 자식’만 경쟁에서 이기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절대 아무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사교육의 천국, 공교육의 붕괴, 이 모두 문제의 정점에는 학벌주의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벌은 현대판 신분제이고, 학벌타파는 실제상 권력투쟁과도 통한다. 달리 말하면, 학벌은 특정 학벌의 인맥이 만들어낸 하나의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점수가 곧 인간의 능력’이라는 무지막지한 폭력적 허위의식을 간파할 필요가 있다. 점수, 그것도 수능 점수, 단순한 점수가 아니라 소수점까지도 환산되는, 그리고 그 점수의 공개 여부가 문제가 되는, 나아가 그것 때문에 법정공방이 벌어지는, 이런 해괴한 일들은 모두 학벌 이데올로기에 침윤해 있는 우리의 자화상인 것이다. - P. 195

교육은 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혹은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매일 반복되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의 미래이며 삶의 본질이고 목표이다. 학벌을 정점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간단히 풀릴 문제가 아니다. 대학의 서열화, 수능 점수 위주의 신입생 선발, 학벌위주의 채용관행 등 어그러진 자화상을 들여다보는 일은 가장 시급한 우리사회의 질병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꿈 꿀 권리조차 빼앗긴 것 같다. 아이들의 이기적인 욕망과 치열한 경쟁의식, 나눔과 배려가 결여된 성공에 대한 열망은 어른들의 자의식이 반영된 거울이다. 행복은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지만 행복해지는 법도 가르쳐주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주는 것이 우리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 이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 대한민국 1%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루저가 되어야 하는 무한 경쟁시대, ‘학벌없는사회’는 행복한 대한민국의 시작이다. 이것은 수월성 교육의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출발이고 지속적인 노력과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는 공정한 사회를 전제로 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 책은 즐겁고 행복한 공부,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할 것을 우리 모두에게 요구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명한 사람들은 저 먼 곳의 행복이 아니라 지금 이곳의 행복을 즐기고 누리라고 가르친다. 행복은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현재를 포기하고 있다. 권력을 잡아야, 돈을 많이 모아야 우리는 자신과 가족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정말 그럴까? OECD국가들 중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길지만 가장 불안하고 위험해서 교통사고율이나 암 발생률이 높고 자살율도 높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 P.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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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정신의 지도 - 당신이 지극히 정상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발칙한 정신분석학
만프레드 뤼츠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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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가 수술 방법을 배우려면 2년이 걸린다. 그리고 수술을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데에는 20년이 걸린다. - P. 9

인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특히 인간의 정신에 관한 한 아무도 정확히 들여다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은 누구나 육체와 영혼이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삶을 기대한다. 하지만 기계도 고장이 나듯이 나약한 인간의 몸과 마음은 때때로 이상이 생긴다. 워낙 정교하고 복잡하게 진화해 온 탓이기도 하고 문명이 발달하면서 점점 더 인간의 육체는 약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정신을 관장하는 뇌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예민하고 신비롭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를 뇌가 조정하는 과정에서 가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정신과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인 만프레드 뤼츠의 『위험한 정신의 지도』의 원제는 ‘Irre!(미쳤다!)’이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함께 내포한다. 정신이 나갔다는 의미로도 사용되기도 하지만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양극단을 모두 의미한다.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기 언어 유희적 성격을 띤 제목이다. 심리학 서적에 어울릴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이 한 마디 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미친’ 사람들보다 얼마나 더 위험한지 미쳤다는 것의 범위와 한계는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시대에 따라 그리고 과학과 의학의 발달에 따라 정신병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정상인이 더 문제가 아닐까? 이런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되는 만프레드 뤼츠의 정신병 이야기는 외람된 말이지만 재미있다. 정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결코 반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정상에서 벗어난 특별함을 원하기도 한다. 우리가 정신병으로 분류하는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무조건 위험하거나 나쁜 사람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신병에 대한 지나친 혐오가 공포를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몸이 아픈 것과 다른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인간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미래와 보이지 않는 세계 때문에 절망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한 권의 책에 담아내려는 대담한 시도를 한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되어온 분야가 바로 인간의 영혼이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세계는 실험과 관찰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만큼 발전 속도가 더디다. 저자는 이런 세계를 ‘웃음’으로 극복한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보면 우리 주변에는 골빈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주장이다. 극히 정상적인 정신박약자들을 비롯해서 수많은 편견과 아집, 극단적인 이기심을 가진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정말 문제는 정상인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스탠더드패스’ - 작가가 사이코패스를 빗대어 만들어낸 신조어), 골빈 사람들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고 우리의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사람들은 늘 비범한 인물을 기대하지만 언제나 평범한 인물을 얻을 뿐이다. - P. 61

이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특별한 영웅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미치도록 평범한 사람들 때문에 현실은 요지부동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치료법 즉, ‘만프레드식 치료법’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신병을 소개하거나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상식에 대한 도전을 시도한다. 유쾌한 문장과 발랄한 상상력 재치있는 표현으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볍고 즐겁게 만는 책이다. 후반에서 보여주는 자신만의 치료법은 특수한 비법을 내놓았다기 보다는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사람들이 가진 정신병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정상인가?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어느 부분이 얼만큼 잘못 됐는지도 모르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자신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자의 말대로 정신과의사들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점검하고 타인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위험한 정신’의 신호를 감지할 지도 모른다. 정상이다, 미쳤다라고 하는 말 속에 숨은 뜻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신분석학의 갖고 있는 모순과 위험을 포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신과의사들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독일 철학자 오도 마르크바르트의 말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인간이 무의미하다고 버린 것은 늘 의미가 있다.” 만약 전국의 조언자들과 삽화가들이 인간의 정신과 심리에 대해 멈추지 않고 중얼거린다면 언젠가는 이 영역에서도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가 전체 의학에 경고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질지도 모른다. “의학이 너무 발전해서 건강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 P. 269

인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극히 일부분이라도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인간의 생각과 행동은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의 고민과 연구 방법, 치료 방식은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얼마나 지치고 힘든 영혼을 달래가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미쳤다’는 말은 병으로 진단할 때 사용하는 의미를 이미 오래 전에 벗어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정상인이 문제라는 이 책의 명제에 당신도 동의한다면 바로 당신 때문에 인류는 희망이 있다. - P. 264

100902-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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