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논증법 -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4가지 실전 논리
최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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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 많은 논증과 오류의 이름을 외우는 대신에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바로 자비로운 태도다. 그런 태도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내 머리가 나쁜 것을 탓할 필요가 없다. 착한 마음, 자비로운 마음만 가지면 누구나 논리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논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 - P. 13

“당신 계속 그렇게 말하면 이따 방송 끝나고 나하고 토론 좀 해야돼!”

이 멘트는 토론 프로그램에 나온 어느 정당의 국회위원이 한 말이다. 앞뒤 맥락을 잘라 잘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토론 프로에 나와 말문이 막히지 방송 끝나고 토론을 하자는 말을 하는 국회위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터넷에서 ‘어록’으로 떠돌던 토론 프로그램의 찌질이들이 여전히 국회위원 뺏지를 달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을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우리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의견이 대립되고 논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말싸움에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과 논쟁에서 이겼다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제압하는 게 논쟁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오류와 억지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은 이미 논쟁에서 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다.

우리 사회가 참된 민주주의 사회라면 건전한 토론 문화와 이성적인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질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내 생각도 수정될 수 있고 나의 주장도 철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별을 따기보다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내용과 형식 그리고 난이도 등 책을 권할 때는 수많은 생각들이 오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씩 부담없이 누구에게나 이 책 한번 읽어보라고 권할 만한 책을 만난다. 최훈의 『변호사 논증법』이 그렇다. 좀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싶은 통쾌하고 시원한 책을 만난 기쁨이 크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대로 모든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든 생각이 다른 사람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상대를 설득하고 내 주장을 펼치는 과정에서 보다 나은 문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닫힌 마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고집하고 절대 물러서지 않으며 항상 내가 옳다는 독선과 아집으로 가득 찬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과는 논쟁이 되지 않는다. 조롱과 풍자, 경멸과 욕설이 필요할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토론과 논쟁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이 부족했거나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저자는 ‘자비로운 태도’ 즉, 착한 마음이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역지사지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설득할 수 없으며 자신은 절대 설득당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과 같다.

이 책은 제목처럼 변호사의 논쟁 방법을 빌려 오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논리학의 범위 안에서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주의해야 하는 원칙들이기 때문에 어렵거나 난해한 방법이 아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변호사의 논증법 네 가지는 ‘자비로운 해석의 원칙 + 역지사지의 원칙’, ‘근거제시의 원칙 + 근거 확인의 원칙’, ‘입증 책임의 원칙 + 입증의 권리 원칙’, ‘논점 일탈 금지의 원칙’이다. 이 원칙들은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실전 논리와 방법들이 전제가 된다. 이 원칙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실제 생활에서 주의한다면 우리는 논쟁의 달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은 그런 목적을 가지고 쓰여졌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밌게 구성되어 있다.

입증의 책임이나 주장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 애매모호와 정의, 전문가의 견해, 논란이 되는 근거, 인신공격, 감정, 유비, 인과, 일반화 등 국어시간이나 철학, 논리 시간에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들을 실제 사례 중심으로 설명한다. 이 책은 말하자면 실전 논쟁에서 이길 수 있는 비법들이 속속들이 소개된 책이다. 훈련과 실전의 적용은 물론 독자들의 몫이겠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흔히 범하는 실수를 지적하고 왜 그것이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논쟁의 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논거를 통해 주장하고 오류를 줄여야 한다.

이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논리적인 사람이 되고 싶을 때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관련 분야의 지식을 많이 쌓는 것이고 둘째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라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마음가짐의 문제이고 태도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귀가 없는 사람과 논쟁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마찬가지로 귀를 막고 떠들어 봐야 당신은 어느새 말이 통하지 않는, 논쟁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저자의 목소리는 가장근본적인 마음 자세부터 바로 잡아야 함을 강조한다. 복잡한 논증이나 오류는 이러한 전제에서 출발해야 하는 기술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매일 전쟁 같은 일상을 견뎌낸다. 가족과 친구는 물론이고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논쟁에서 이기는 법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말은 뱉고 나면 주어 담을 수가 없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상대를 이기는 논쟁의 비법이 아니라 보다 겸손해지고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마음을 배웠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생긴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듣고 논리적 오류를 범하지 않는 정확한 어법으로 상대방에게 설득력 있게 말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또 하나의 개인적인 다짐이다. 자 이제, 잠시 침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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