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기록법 - 읽고 싶은 콘텐츠를 만드는 에디터 10인의 노트 자기만의 방
김지원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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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미술관에 가면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 전시를 볼 수 있고(~2025.07.06.),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를 감상할 수 있다.(~2025.08.31.) 올 봄에 두 전시를 보면서 세심한 기획과 전시의 효과를 다시 확인했다. 대개 큐레이터, 북코디네이터 등 분야별로 깊이와 넓이를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대상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정보는 기본이고 깊은 이해와 관찰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안목’과 ‘관점’이 재미와 스토리를 만들고 관객의 감동을 배가시킨다는 점에서 좋은 전시로 기억한다.

잡지와 출판 분야는 에디터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관련 분야의 정보를 수집, 축적하는 일보다 동일한 재료로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똑같은 재료로 맛이 다른 요리를 만드는 것처럼. Crtl+C와 Crtl+V, PrtScr 등 입력과정이나 사용하는 어플, 저장과 분류 방법이 아니라 연산과 출력 과정이었다. 당연하겠으나 자기만의 빛깔과 향을 내는 방법 말이다. 다양한 분야의 웹진 에디터부터 글을 쓰는 작가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콘텐츠를 만들고 전달하는 방법에 관한 노하우는 설명하거나 가르쳐주는게 쉽지 않다. 기껏해야 눈에 보이는 도구에 불과한 것들의 나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문장에 밑줄 치거나, 같은 문장에 감탄해도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반응하는 것처럼.

오래 전부터 책 표지에 편집자의 이름을 병기해야 한다는 생각했다. 엉성하고 조악한 초고에 생명과 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하는 편집자의 역할을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탈자나 비문을 잡아내는 교정교열의 기능적 역할이 아니라 책이라는 꼴을 갖출 수 있도록 선명한 주제와 방향을 설정해주고 때때로 결정적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편집자는 그만큼 중요하다. 결정적 오류를 잡아내고 경주마처럼 몰입하고 집중하느라 살피지 못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맹점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래서 에디터의 생각과 방법과 태도가 궁금했다. 직업인으로서 편집자의 어려움이나 노하우를 담은 책도 많지만 가끔 무심한 말 한마디에서 차이를 발견하는 즐거움 때문에 편집자의 글을 읽곤 한다. 이제 재무, 회계는 물론 디자인과 편집 분야에서도 AI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테지만 여전히 인간을 가장 잘 이해하고 뭣이 중헌지를 판단하는 건 인간의 몫이다. 기획서와 보고서, 레포트와 논문을 쓰는 사람이 AI를 피해갈 수는 없고 법률과 의학 분야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하여 지식과 정보의 생산보다 편집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대다.

열 명의 에디터가 풀어낸 업무와 일상 이야기 안에는 개성을 드러내는 습성과 디테일이 숨어 있다. 그걸 발견하고 이해하거나 적용하고 활용하는 일 또한 또 개별 독자의 몫이다. 이제 다시, 읽고 쓰고 걷는, 익숙하고 단순한 날들의 루틴 속으로 다시 걸어들어갈 수 있겠지.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다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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