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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버리기 연습 ㅣ 생각 버리기 연습 1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사람은 하루 종일 생각을 하며 지낸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사고하는 것은 인간의 훌륭한 특질이고, ‘인간은 동물과 달리 생각하기 때문에 위대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생각이 정말로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일까? - P. 14
홍길동처럼 나와 똑같은 복제 인간을 만들어 끊임없이 일하고 공부하고 진짜 나는 하루 종일 뒹굴면서 놀았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은 많고 해야 할 일은 줄어들지 않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고 생각하고 읽고 쓰는 날들이 반복된다. 여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임을 알지만 중독처럼 책에서 헤어나기 어렵거나 시간을 아까워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갑수처럼 『지구위의 작업실』을 가지고 있거나 머릿속에 커다란 상상의 공간을 마련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을 만났다. 첫 페이지를 열고 어깨위에 죽비가 떨어지는 것처럼 문장들이 들어와 박힌다. 매력적이다. ‘생각이 정말로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일까?’ 이 도발적인 질문에 잠시 가슴이 먹먹하다. 어느 순간부터 ‘멍’한 시간을 경멸하게 숨가쁘게 일상을 돌아본다. 치열하게, 열정적인 삶을 즐기던 모든 사람들에게 코이케 류노스케의 질문은 잠시 동작을 멈추게 한다. 깊게 심호흡을 하고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저자는 뇌 속에 틀어박히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말로 이 책을 시작한다. 분노와 탐욕과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마음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세상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본능적으로 탐욕스럽고 분노할 줄 알며 때때로 어리석은 인간에게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수많은 방법을 제시하는 책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오히려 절망스럽다. 생각에서 벗어나라는 역설적 발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
‘생각’이 병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공감과 깨달음을 주지만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경지를 요구한다. 몸과 마음을 조정하는 법을 통해 짜증과 불안을 없애라고 말한다. 말하기, 듣기, 보기, 쓰기와 읽기, 먹기, 버리기, 접촉하기, 기르기를 통해 저자는 인간이 진정한 행복에 도달하는 방법을 설파한다. 아주 쉽고 간결한 문장과 짧은 분량으로 장삼이사들에게 전하는 메시는 명료하다. 하지만 공감과 이해가 실천으로 옮겨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실천에 문제 앞에 또 한 번 좌절하지 않을까 싶다. 몰라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는데도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책이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원인은, 과거로부터 엄청나게 축적되어온 생각이라는 잡음이 현실의 오감을 통해 느끼는 정보를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 P. 23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간다. 그것이 굳어지는 과정이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생각은 복잡하고 많아지지만 그것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생각과 삶이 다를 수도 있고 과정과 목표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생각’이 흐르는 방향을 바꿔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물론 실천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말이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으며 얼마나 많은 근심과 걱정과 불안을 느꼈는지. 얼마나 많은 분노와 욕망을 표출했으며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들이었는지.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따라가는 무수한 생각의 편린들을 정리하는 일이 우리에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변화의 순간은 온다.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그 순간의 희열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너무나 원론적이고 어쩌면 따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산을 옮기는 것보다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만 그것이 불가능한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나의 변화된 모습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하나마나한 이야기로 흘려듣지 않고 마음과 정성을 다해 받아들이고 삶의 태도를 바꾸고 생각의 방향과 흐름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 독자라면 새롭게 시작하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책이 무수한 명상과 자기계발서의 범속한 세계를 동어반복하는 것으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열린 마음으로 듣지 않는다면 도움이 될 리 없다. 가볍게 읽고 무거운 실천을 통해 작은 변화를 이루어보자. 그 다음은 점점 더 쉬워진다. 모든 일이 그러하다. 반복적인 연습과 조금씩 달라지는 우리의 모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들의 생각을 얼마나 버릴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생각하는 버릇을 고쳐볼까?
무지라는 번뇌는 마음을 실제적인 현실에서 뇌 속의 생각으로 도피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한번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면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순간에도 생각에만 빠져들고 만다. 늘 자신만의 생각에 틀어박힌 꽉 막힌 성격이 되는 것이다. - P. 24
101007-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