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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어제고 내일도 같은 날의 연속이라면
Today is tomorrow's yesterday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하면 ‘나 홀로 집에’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러브 액추얼리나 해리포터 시리즈도. 아니나 다를까 티브이를 켜니 시리즈로 나오고 있다. 혹시 색다른 게 없을까 채널을 돌리다 사랑의 블랙홀을 발견했다. 이미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지만 내심 반가웠다. 결말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다. 우리의 경칩에 해당하는 성축절. 여전히 겨울이지만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즐기는 축제다.
주인공은 지역방송의 앵커로 뉴스뿐만 아니라 일기예보까지 전한다. 인력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는 자기 같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회에 불만이 많다. 성축절 취재를 가서도 대충 방송을 하고 다시 피츠버그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어쩐 일인지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된다. 곧 오늘이 어제고 내일도 마찬가지다. 같은 하루를 끊임없이 보내게 되는 그는 온갖 짓을 시도해보는데 그중에는 자살도 포함된다. 그러나 소용이 없다. 죽어도 다음날이면 거뜬하게 눈을 뜨게 된다. 과연 주인공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까? 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에 딱 맞는 내용이다. 배경이 성탄절이 아님에도 자그마한 친절이 세상을 얼마나 살기 좋게 만드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올 한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시작해 끝을 맺고 있다. 어쩌면 내년도 똑같은 상황이 지속될 지도 모른다. 마치 영화에서처럼 오전이면 전날 발생한 확진자수를 확인하고 두려움과 불안에 떨며 나날을 보내는 일이 내내 반복되는. 그럼에도 희망을 갖는 이유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개인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른 이들에게 여유와 관용을 베풀고 범사에 감사하고 욕심 부리기를 줄인다면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큰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말
희한하게 이번에도 애매하다. 일부러 마지막 부분을 더욱 집중해서 보았는데 어떻게 성축절의 악몽에서 벗어나게 되었는지가 불분명하다. 아마 작가나 감독도 내내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일단 이야기는 저질러놨는데 수습은 어떻게 하지' 하면서. 어쩌면 그 덕에 또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