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직동 보림 창작 그림책
한성옥 그림, 김서정 글 / 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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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직동에 간 적이 있었다. 중학생때였던 것 같은데 그 때는 물론 그곳이 사직동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한순간 길을 잘못들어섰던 것이다. 처음에는 출구를 찾으려고 헤매다녔지만, 나중에는 그 동네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아기자기한 골목길, 낮으막한 기와집, 동네 강아지, 잡화점 이런 것들이 생소하면서도 정감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후 몇차례인가 더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면서 그곳을 찾지 않았다. 그런던 차에 <나의 사직동>이라는 책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사직동이 사라져 과거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책이 나온 줄 알았다. 내용 또한 예전의 사직동에 대한 추억을 담뿓 담고 있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사직동은 일부나마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사라질 사직동의 모습을 담기 위해 미리 이런 책을 낸 것이었다. 내 고향같은 사직동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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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1 대산세계문학총서 21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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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는 삼국지만큼이나 우리에게 사랑받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삼국지가 여러번에 걸쳐 번역 혹은 창작된 것에 비해 서유기는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었다. 그저 어린이용 책자나 만화로만 소개되었을 뿐이다. 이 책은 본격적인 서유기의 번역서이다. 두툼한 분량에 질릴만도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이 책은 단숨에 읽히는 매력이 있다. 천도북숭아를 따먹은 손오공을 이를 꾸짖는 동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예 나무를 말려 죽인다거나, 벌을 받아 펄펄 끓는 가마솥에 들어간 손오공이 목욕을 하는 에피소드 들이 이 책에는 정말 재미나게 묘사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공은 이 책의 번역자인 임홍빈 선생에게 돌려애 한다. 우리말다운 자연스러운 번역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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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의 길 - 아톰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의 자서전
데즈카 오사무 지음, 김미영 옮김, 송락현 감수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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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도 만화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물론 과거에도 만화가 인기는 있었지만, 그 대부분은 대여소에서 빌려보는 만화거나 일본만화영화였던 것이 사실이다. 한마디로 만화는 심심풀이 땅콩이었을 뿐 돈 주고 사볼만한 책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만화는 comic book(웃기는 책)라고 불리며 시간때우기용 책에 불과했다.

이런 시각에서 예외한 유일한 나라가 있는데 그곳은 바로 일본이다. 우선 일본에는 만화대여소라는 것이 없다. 만화책은 사보는 책이지 빌려보는 책이 아니라는 확고한 인식이 자리잡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유명한 만화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는 관객들로 흘러넘친다. 매주 발간되는 만화책만 수천만부에 이른다.

그렇다면 일본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그 기원은 바로 데즈카 오사무이다. 의사출신 만화가라는 그의 이력도 그의 신화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가 만화이 신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가 철완 아톰을 창조했기 때문이었다. 아톰을 보고 자란 일본인들은 이제 할아버지가 되었고, 그 자식은 또다른 만화를 보며 중년이 되었으며, 그 자식의 아이들은 포켓몸에 빠져지낸다. 이른바 3대에 걸쳐 만화사랑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 일본이 부러우면서도 무엇이든 빠지면 일인자가 되고자 하는 그들이 무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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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 도시 . 공공성
하성규 외 지음 / 박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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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이 전공이니만큼(도시계획) 가끔은 이렇게 딱딱한 책도 읽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내 생각은 책을 읽어가면서 바뀌었다. 물론 문장투는 여전히 고지식한 글이 많았지만, 거기에 담겨있는 내용은 참신한 것이 꽤 있었다.

오늘날 우리 도시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원인이나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다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인구나 기능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은 이왕 이렇게 된 것 일부 지역을 초고밀로도 조성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주의주장만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는 잣대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잣대중 하나가 공공성이다. 즉 여럿이 몰려사는만큼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면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신을 실현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러한 기준은 한낱 사치에 불과했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구는 넘쳐나고, 그들을 수용하기 위해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무분별하게 지어온 곳이 우리 도시계획사인 것이다. 공공성을 운운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다르다. 즉 공공성이 적용될 단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도시에서 공공성을 실현시키기 위한 각 전문가들의 주장이 수록되어 있다. 글들중에는 매우 소박한 것들도 있지만(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썼다는 것이다), 그런 주장 자체가 드문 현실에서 이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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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찍은 사진 한 장 - 윤광준의 사진 이야기
윤광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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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윤관중 선생을 사진작가가 아닌 오디어 매니아로 만났다. 왜냐하면 그가 쓴 소리의 황홀이라는 책을 먼저 보았으니까. 오디오 기기에 대한 탁월한 그의 글을 보면서 나는 그가 음악계통일을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사진작가였다. 그것도 프로작가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또 놀랐다. 그는 사진직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문장가였다.

나는 사진을 다룬 여러 책중에서 사진에 대해 이렇게 명쾌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 글을 보지 못했다. 사진의 정의가 어떻고, 역사가 어떻고 하는 번역체가 듬뿍 담김 글이나 사진작가가 무순 예술가나 되는 것처럼 뻐기는 책은 많이 보았던 내게 이 책은 눈부심 그 자체였다.

저자는 사진기란 찍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진정한 사진가는 사진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관찰에 몰두해야 한다고 가조했다. 즉 일회용 싸구려 카메라라고 하여도 어린아이가 커서 성인이 될때까지의 기록이 다 담겨있다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무슨 무슨 사진대회라고 해서 무겁고 비싼 카메라 들고 사진찍으러 우루르 몰려다니는 사진가들에 질렸던 터라 나는 이 책을 아주 기쁘게 읽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 스냅사진기를 들고 밖에 나가 사진찍을 마음이 생겪으니, 이 책의 미덕은 한두가지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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