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이 전공이니만큼(도시계획) 가끔은 이렇게 딱딱한 책도 읽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내 생각은 책을 읽어가면서 바뀌었다. 물론 문장투는 여전히 고지식한 글이 많았지만, 거기에 담겨있는 내용은 참신한 것이 꽤 있었다. 오늘날 우리 도시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원인이나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다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인구나 기능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은 이왕 이렇게 된 것 일부 지역을 초고밀로도 조성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주의주장만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는 잣대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잣대중 하나가 공공성이다. 즉 여럿이 몰려사는만큼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면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신을 실현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러한 기준은 한낱 사치에 불과했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구는 넘쳐나고, 그들을 수용하기 위해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무분별하게 지어온 곳이 우리 도시계획사인 것이다. 공공성을 운운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다르다. 즉 공공성이 적용될 단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도시에서 공공성을 실현시키기 위한 각 전문가들의 주장이 수록되어 있다. 글들중에는 매우 소박한 것들도 있지만(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썼다는 것이다), 그런 주장 자체가 드문 현실에서 이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