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단편전집, 개정판 카프카 전집 1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주동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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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씨 친형 관련 뉴스를 보고 불현듯 변신이 다시 읽고 싶어졌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보니 벌레로 변해 있었다라는 충격적인 첫 문장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러나 결말은 어땠는지는 아리송하다. 벌레로 살다 죽었나 아니면 가족들이 살려주었나? 제대로 된 번역본을 보기 위해 솔 출판사에서 낸 변신 단편 전집을 골랐다.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얼추 비슷하다. 찬찬히 읽어나갈수록 내 기억과 달라 몹시 당황했다. 지금껏 나는 변신을 부조리한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글로 알았다. 그러나 사실은 가족 간 불화와 소외를 다루고 있었다. 곧 모든 생계를 잠자에게 맡긴 식구들이 그가 벌레로 변해 필요 없어지자 서서히 돌변한다. 이윽고 남은 식구들은 잠자를 버리고 또 다른 삶을 찾아 나선다.


아직은 내가 여기 있고, 식구를 저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명작이란 이런 것이다. 읽을 때마다 달리 읽힌다. 계속해서 곱씹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이번에는 잠자 스스로 벌레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새벽이면 출근하는 그에게 빨리 일어나라고 닦달이나 해대고 조금 늦었을 뿐인데 회사 지배인이 집까지 찾아와 신의성실을 내세운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꽉 막힌 상황에서,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해도 시원치 않을 가족이 잠자에게 도움을 받는 걸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환경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살림은 점차 줄어들었다


부디 박수홍씨가 지금이라도 자신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 물론 어려운 일임은 잘 안다. 그러나 가족들은 이미 이 사건이 터진 순간 아니 훨씬 오래전부터 당신을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배신자라고 욕할지도 모른다. 가족을 저버린. 그깟 돈 몇 푼 번다고 유세하냐? 다시 한 번 제발 벌레로 변하지 말고 소설에서처럼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지 마시기 바란다. 그리고 변신을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다음 그들은 함께 집을 나섰다


식구들에 대해서 그는 감동과 사랑으로 돌이켜보았다. 자기가 없어져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아마도 여동생의 생각보다 더 확고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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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블 맨 - 스탠 리, 상상력의 힘
밥 배철러 지음, 송근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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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마블 팬들이 꽤 많다. 극장 흥행을 보라. 그러나 얇은 만화책을 보며 꿈을 키운 이들은 극히 적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아무도 없다. 정식으로 출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은 일찌감치 소개되어 아는 이들이 좀 있었지만. 그러나 마블 코믹스가 디씨를 누르고 대세가 되면서 도대체 누가 이 어마어마한 세계를 창조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었다. 주인공은 스탠 리다. 안타깝게도 그는 2018년 생을 마감했다. 95년의 긴 여정이었다. 한국에서는 이제야 비로소 좀 제대로 알아보려던 찰나였는데. 걱정 마시라. 그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책이 나왔으니 이름하여 더 마블맨. 이 책은 그의 일대기를 자세하게 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글쓴이 스스로가 스탠 리의 광팬이었다. 디즈니가 사업가로 애니메이션의 신세계를 열었다면 스탠 리는 스토리 작가로 마블 유니버스를 개척했다. 나는 스탠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비즈니스맨은 아무나 될 수 있지만 작가는 누구나 할 수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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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6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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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나 공포는 편안한 시대에 더 잘 팔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질려해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삶에. 영국과 일본이 추리 강국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그런 시절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 현실이 괴롭고 힘들어 죽겠는데 굳이. 붉은 눈은 미쓰다 신조의 탄생을 알리는 단편집이다. 물론 미숙하고 어설픈 구석도 있지만 번뜩이는 감성은 이미 이때부터 빛이 나고 있다. 제목으로 쓰인 붉은 눈이 대표적이다. 어린 시절 겪은 기이한 괴담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판에 거대한 반전이 벌어진다. 직접 확인하시라. 이밖에도 집과 얽힌 기이한 이야기나 한밤중 걸려온 전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동은 읽고 나서 혼자 조용히 있다 보면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내용들이다. 중간 중간 양념처럼 실화인지 꾸민 건지 후기인지 부록처럼 써놓은 일화도 깨알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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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간의 글씨연습 - 악필 교정, 누구나 글씨를 잘 쓸 수 있다!
이해수 지음 / 좋은날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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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용도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보, 또 다른 하나는 감동. 이 둘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나라도 달성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30일간의 글씨연습은 전자에 해당한다. 이런 류의 책은 목적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쓸데없는 겉치레가 하나도 없어야 한다. 철저하게 실용적이어야 한다. 글씨연습은 이 기준에 합격이다. 우선 문장이 아름답다. 우리는 흔히 쉽게 읽히는 글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왠지 어려워야 있어 보인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글쟁이는 안다. 정확하고 바르게 쓰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무엇보다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초등학교에서는 왜 연필 글씨를 권장할까요? 바로 연필로 썼을 때 글씨가 가장 잘 써지기 때문입니다. 연필심은 종이와의 마찰력이 커서 쓰기가 수월합니다. 그에 비해 샤프펜슬은 심이 약해 글자를 또박또박 쓰기 어렵고, 볼펜은 미끄러워서 반듯한 선 긋기에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처럼 잘 써지는 연필이라도 어른에게는 권하기 어렵습니다. 글자가 흐릿해서입니다.(중략) 그러면 글자가 뚜렷하고 마찰력도 어느 정도 있어서 잘 써지는 펜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플러스펜(수성펜)과 중성펜입니다. 이 두 가지가 초보자의 글씨 교정과 연습에는 가장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명쾌하지 않은가?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울린다. 게다가 모르던 과학적 사실까지 알게 된다. 설령 이 책을 끝까지 읽고도 악필이 고쳐지지 않는다고 푸념하지 마시라. 글쓰기는 평생 습관처럼 개선해나가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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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 국내 최고 필적 전문가 구본진 박사가 들려주는 글씨와 운명
구본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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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씨를 잘 쓰지 못한다. 어렸을 적부터 그랬다. 다행히 워드 프로세서가 도입되면서 불편함이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필요하기는 하다. 뭔가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나 급하게 메모를 하게 될 때는 어쩔 수 없이 손 글씨를 쓰게 마련이다. 낭패는 급한 마음에 휘갈겨써놓고 나중에 알아보지 못할 때다. 실제로 종종 그런 일이 생긴다. 명필까지는 아니어도 정확하게는 쓰자, 라고 마음을 먹고 이 책을 골랐다. 국내 최고 필적 전문가 ooo 박사가 들려주는 글씨와 운명. 와,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글씨와 관련된 모든 고민이 사라지겠구나? 결론은 표지문구에 속지 말라다. 차라리 필적과 관련된 사건파일식으로 접근했다면 읽는 재미라도 있을 뻔 했는데 이 얘기 저 넋두리를 늘어놓느라 정작 도움이 되는 내용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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