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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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러분에게 석달의 시간을 주고 어렸을 때 읽은 책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50권을 선정하여 다시 보고 짤막한 평을 써달라고 부탁한다면? 물론 월급에 해당하는 돈도 주고. 나는 무척 기쁠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그랬다.

 

이 책은 하야오가 이와나미 소년문고 가운데 인상깊었던 책을 다시 꼽아 자신의 평을 붙인 것이다. 한창 바쁠 때인데 가능할까 싶은 프로젝트였지만 결과는 대성공. 책을 낸 것은 물론이고 전시회까지 열었으니. 더욱 놀라운 사실은 3개월에 걸쳐 공들여 책을 다시 읽었다는 것. 그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억지로 떠올려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쓴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힘들 것이다. 우선 명맥을 잇고 있는 어린이 문고가 없다. 우리처럼 유행에 민간한 어린이 독서시장도 없다. 한동안 와이시리즈가 난리더니 이제는 역사만화다. 일본처럼 한권 한 권 정성들여 번역하거나 창작하여 책을 내는 문화는 없다. 물론 과거에는 있었다. 비록 일본판의 복사본에 불과했지만 계몽사나 학원공사가 비슷한 문고를 냈다. 이후 창비나 비룡소처럼 정식으로 판권을 계약하여 훌륭한 책을 계속 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아나미 문고의 권위나 정성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미야자키가 소개하는 책들 가운데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과 그렇지 않은 도서들이 섞여 있다. 굳이 그의 권유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어렸을 때 읽었던 책중 재미있었던 것들을 골라 짬짬이 보면 어떨까 싶다. 단지 글뿐만 아니라 인상적인 일러스트를 보며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나부터 실천으로 옮겨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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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만화 - 만화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10가지 비법
브라이언 맥라클란 지음, 아름드리미디어 편집부 옮김, 이우영 감수 / 아름드리미디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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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만화책을 그다지 즐기지도 않았다. 일찌감치 현실세계에 눈을 뜬 탓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만화든 실제 세계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차피 저건 가공의 이야기야.

 

그런 내가 <나의 첫 만화>를 읽은 까닭은 이야기를 잘 쓰고 싶어서다. 곧 만화란 스토리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소설을 집필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측은 맞았다. 기존의 애니메이션 책이 드로잉을 포함하여 기법에 치중하고 있다면 이 책은 스토리에 기반하여 만화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고 있다. 예를 들면 "한번에 한 순간씩만 포착하라"는 지침이다. 

 

실제로 최근 이런 저런 구상을 하면서 글을 장면이라고 가정하고 묘사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만화가를 꿈꾸는 분이거나 아니면 스토리 관련 일을 하고 싶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좋은 애니메이션을 구분하고 그 비일을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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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붕가붕가레코드 지음 / 푸른숲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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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열광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88만원세대를 대변하는 듯한 꾀죄죄한 외모에 노랜지 랩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읊조리는 듯한 가락이 낯설면서도 신기했기 때문이다. 더우기 노래 제목이 "싸구려 커피"라니 딱이지 않냐?

 

그런데 그가 서울대 출신이고 삼포세대와는 거리가 먼 어느정도 사는 집안 출신이라는 소식이 알려지고, 결정적으로 살을 빼고 삐죽삐죽 삐져나온 수염을 말끔하게 깎고 정장을 입고 나오면서 왠지 모를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아이유의 애인이었다는 경력이 붙은 것은 한참후의 일이지만.

 

이 책은 붕가붕가레코드의 흥망성쇠를 다룬 책이다. 이 땅에서 인디 그룹과 기획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렇다고 나도 한번 하면서 나서지는 말아라. 죄송하지만 이들은 죄다 서울대 출신이다. 딴따라도 설대가 하면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어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공연기획을 하다 망해도 다른 밥벌이 할 능력이 있으니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뚯이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절심함이 부족할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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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성심학교 야구부, 1승을 향하여 - 제4회 살림문학상 논픽션부문 당선작
윤미현.이소정 지음 / 살림Friends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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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글러브를 한 번이라도 끼고 운동장에 나서본 사람은 안다.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단점임을. 물론 눈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렇지만 희한하게도 야구는 약간의 장애를 가져도 프로 선수는 되지 못할지라도 충분히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심지어 한쪽 팔이 없어도 플레이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프로야구 선수중에는 외팔이도 있었다.

 

그러니 귀가 안들리는 것쯤이야,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정하다. 여기 1승을 향해 온 몸을 던지는 맹아학교 학생들이 있다. 그저 학교 수업의 일환 정도로 보기에 이들의 열정은 지나치게 위험하다. 이 책은 다큐로 먼저 제작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엮었다. 영상으로 볼 때도 감동적이었지만 책으로 읽어도 마음이 짠해진다. 부록으로 디브이디도 포함되어 있어 두배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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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출신입니다만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인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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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잠깐 머물 때 대학교 도서관을 자주 애용했다. 죄다 영어라 읽는게 힘이 들었지만 떠듬떠듬 필요한 자료를 찾아 보곤 했다. 특히 우리처럼 문과나 이과처럼 구별하지 않고 색다르게 배치해놓아 혼란스워웠다. 이를테면 지리관련 자료를 보려면 예술(Art) A로 가야하는 식이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얼마 지나고 보니 그게 더 적절한 분류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 지리는 문과나 이과의 특정한 한 부분이 아니라 예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문과 출신이다. 국어를 잘해서가 아니다. 수학을 못해서다. 대학 학과도 사회계열을 선택했다. 졸업후 이런 저런 직업을 거쳤지만 딱히 전공과 관련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정했을 뿐이다. 희한한 건 나이가 들수록 자연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험이나 입시라는 압박감을 벗으니 본래의 관심이 돌아온 셈이다.

 

이 책은 문과 출신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을 인터뷰한 것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인문계는 취업이 어렵다. 정확하게 말하면 전공을 살려 일하는 비율이 낮다.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다양한 일터에서 일하는 이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정직하게 말해 딱히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딱히 문과출신이라 어려웠다기 보다 전공과 상관없이 자신이 갈 길을 개착한 이들의 성공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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