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세계 - 월간 산 별책시리즈 301
한동철 지음 / 조선일보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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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일주일에 한 차례씩 관악산에 오르고 있다. 관악산 근처에 살 때는 자주 산에 오르지 못하다가 인천으로 이사오고 나서 도리어 산에 가는 횟수가 늘었다. 무엇이든 가까이 있을 때는 귀하게 여기지 않다가도 멀어지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법. 그래서인가. 지하철 창 밖으로 관악산의 모습만 비쳐도 가슴이 설레곤 한다. 눈이라도 내리면 그 설렘은 더하다.

자주 등산을 하다보니 등산용품, 산행안내, 등산서적, 비디오등 산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최근 들어 '등산의 세계' 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등산의 기본은 걷기이며, 잘 걷기 위해서는 발 전체를 땅에 딛는 기분으로 걸어야 한다'라는 문장은 그 자체가 진리이다. 이밖에 '보폭은 짧게 해야 하며, 배낭에는 꼭 필요한 짐만 실어야 멀리 걸을 수 있으며, 덥더라도 바람을 막아주는 웃옷을 챙겨야 하고, 산에서 내려올 때는 시야를 멀리 확보하고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라는 내용은 산에 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기본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앞에 가고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앞질러 뛰어가거나,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땀을 헐떡이거나, 무거운 짐을 등에 매고 쩔쩔매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을 볼 때마다 어떤 생각으로 산에 왔는지 궁금해진다. 그들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별 부담 없이 그리고 별 준비 없이 산에 올랐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진다는데 있다. 즉 올바르게 걷고 적합한 복장을 착용하고. 그리고 남에 대해 배려를 갖춘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왜냐하면 등산경력이 15년이 넘는다고 자랑하면서도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고 산에 다니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운동화에 무거운 배낭을 매고(물론 대부분이 먹을 것이었지만, 게다가 책까지) 뛰다시피 산을 헤매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한 짓들이었다.

최근에는 이책에 쓰여 있는 대로 실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산행이 한결 즐거워졌다. 예전에는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에만 온 정신을 쏟아 부었다면 이제는 산의 경치나 하늘색, 물소리가 조금씩 눈과 귀에 들어온다. 산행의 묘미를 터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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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의 한국 경제
김흥기 / 매일경제신문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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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무현 정부는 그 어느 정부에 비해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 정부에서 가장 힘이 센 부처는 어디일까?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평가가 있겠지만 역시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재정경제부가 가장 힘이 세다고 볼 수 있다.

재정경제부가 가장 우위에 있는 이유는 그만큼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재경부의 전신이 바로 경제기획원이다. 경제기획원은 박정희가 쿠데타에 성공하자 마자 가장 먼저 설립한 기관이기도 하다. 당시 경제기획원은 국가의 모든 사업을 진두지휘했을 뿐만 아니라 예산권까지 갖고 있어 한마디로 부소불위의 기관이었다.

이 책은 경제기획원의 설립배경과 이 기관에 몸담았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이 기관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주의는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쳐 경제기획원의 후신이라고 할 재정경제부를 아직까지도 가장 중요한 부처로 인식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경제못지않게 중요한 부처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환경부나 문화공보부가 재경부에 비해 역할이 미미한 이유를 나는 알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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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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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박노자는 우리 학계의 주요한 논객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그의 뛰어난 우리 말과 글 실력도 한몫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여러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우리의 모습을 잘 잡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전작격인 '당신들의 대한민국'에서 그는 우리 사회의 패거리 문화의 폐단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이 책은 현재 저자가 몸담고 있는 노르웨이 사회를 소개하고 있다. 인종, 종교, 정치. 사회, 문화가 다른 두 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저자는 노르웨이가 적어도 인간다운 사회를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비인간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그 대표적인 예로 병역문제를 들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금기인 병역문제의 부당성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의례 나이가 들면 당연히 가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군대, 그리고 무슨 종교적 이유로 군대를 가지 않는 이들을 이상한 사람취급하는 우리 사회가 그에게는 이상한 눈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병역문제를 인권차원에서 접근하는 노력들이 시작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숱한 반발이 존재한다. 우리 사회의 특수성(분단상황)을 들먹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병역제도는 그 자체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태양 군에게 바쳐진 이 책이 이 땅의 양심적 병역 기피자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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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구더기 -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 현대의 지성 111
카를로 진즈부르그 지음, 김정하.유제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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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구더기는 그 명성만큼이나 많은 논란을 낳은 책이다. 마치 역사에 소설을 결합한 듯한 이 방식에 대한 찬사만큼 역사를왜곡 혹은 희화시킨다는 비난도 거셌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전공자들의 다툼일 뿐, 나같은 일개 독자는 그저 재미로 이 책을 읽을 뿐이다. 재미면에서 이 책은 사실 숱한 각주는 조금 귀찮았지만 뛰어나다. 특히 메노키오의 자기 의식 형성과정은 그 자체로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결국 메노키오는 몇차례의 사면에도 불구하고 사형에 처해진다. 그 사실여부를 떠나 나는 이 마지막 결말이 마음에 든다. 만약 그가 사형당하지 않았다면 그는 자신의 의사를 스스로 꺾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사형당함으로써 그의 정당함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그는 자신의 이단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의 생각은 고립과 독서를 통해 형성되었다.' 중세가 멸하고 근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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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열규 지음 / 궁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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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세상을 보는 관점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비록 자신이 의식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생명체는 탄생과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는 것도 세상을 보는 하나의 관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탄생에는 관심이 많지만 죽음은 애써 외면한다. 마치 남의 일처럼 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탄생 못지 않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죽을수밖에 없다는 운명은 사람을 겸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것이 내일이 되건 아니면 먼 훗날이 되건 말이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엄숙해진다.

그 엄숙함은 오늘의 나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돌이켜 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죽음을 통해 나와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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