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정원 (16p 설정집) - 한국어 더빙 수록
신카이 마코토 감독, 이리노 미유 외 목소리 / 아트서비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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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세번째다. 그자리에 있어야 할 <언어의 정원> 디브이디가 보이지 않는다. 도서관 홈페이지에는 분명히 대출 가능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애니메이션 선반을 샅샅이 뒤진다. 없다. 사서에게 묻는다. 찾는 디브이디가 그 자리에 없는데요. 사사와 공익까지 동원되어 근처를 다 훑어본다. 결국 찾은 건 나였다. 다큐멘터리 칸에서. 누군가 숨겨놓은 거다. 이런 된장.

 

어렵게 접한 덕에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전작 <별의 목소리>와 <구름의 저쪽, 약속의 장소>를 재미있게는 봤지만 초보 티가 나는 설정과 과다한 묘사가 조금 거슬렸는데 과연 이번에는. 깜짝 놀랐다. 마코토는 드디어 자신만의 영상을 만들어냈다. 황당한 우주니 텔리파시니 하는 요소를 모두 빼고 순수하게 남녀의 만남에 초점을 맞추었다. 60분 조금 안되는 런닝타임도 아주 적절했다. 딱 그 정도가 좋다고. 더 스토리를 꼬기 전에.

 

구두 장인을 꿈꾸는 남자 고등학생과 불미스러운 일로 잠시 학교를 쉬게 된 여교사가 신주큐 공원에서 비가 올 때마다 마주친다. 둘은 서로의 속사정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알게 모르게 사랑의 감정을 이어나가는데.

 

사실 이야기보다 돋보이는 건 그림이다. 마치 실사판 배경에 만화 인물이 등장한 것처럼 묘사가 눈부시다. 영화 속에 등장한 신주쿠 공원에 당장 가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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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 브리 라슨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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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앞으로도 가도 뒤로도 가고 때로는 멈추기도 한다.

 

영화 <룸>은 납치 감금된 여자가 아들과 함께 탈출하는 이야기다. 시작하고 나서 48분이 지나서야 아들은 드디어 바깥 세상에 나가게 되고 곧이어 엄마도 아들과 만나게 된다. 자, 그럼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때우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태어나 자기 세상의 전부였던 방에서 벗어난 아들은 바깥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엄마 또한 가족 갈등으로 자살을 시도하기에까지 이른다. 과연 이 둘은 어떤 세상에서 행복했는가? 아니 덜 불행했는가? 혹은 더 불행했는가? 중요한건 이 둘이 함께일 때 행복과 불행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엄마에게도 아들에게도 전부는 상대방이었다. 방이나 바깥 세상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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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PD와의 대화 - 변화하는 예능의 풍경과 전문직의 초상 방송문화진흥총서 167
홍경수 지음 / 사람in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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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대담집이 드물다. 책이 아니라도 접하기 쉬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진솔하게 가감없이 드러내는 문화가 드물기 때문이다. 흔히 진짜 이야기는 가려서 한다고나 할까?

 

<예능 PD와의 대화>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다. 더우기 지금 시점에서 보면 불과 몇 년전 예능 환경은 완전히 옛날 이야기같이 느껴지기도 해서 썩 와닿지도 않는다. 그만큼 트랜드 변화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칭찬할 만한 부분은 적나라하지는 않지만 속사정을 어느 정도는 리얼로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히이킥> 팬이란 김영옥 피디의 인터뷰를 재미있게 읽었다. <순풍산부인과>로 히트를 친 그가 그야말로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며 연출을 해나가는 모습이 마치 무협소설을 읽는 기분을 주었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촬영현장으로 가면서도 자유로를 타고 끝까지 달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는 말에서 얼마나 큼 스트레스를 겪었는지 알 수 있다.

 

역설적으로 그가 고통을 겪으면 겪을수록 시청자들은 더욱 더 많은 쾌감을 느끼지 이런 모순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러고보니 자유로에서 겪은 그의 경험은 마지막 장면에 반영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공항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신세경이 털어놓는 사랑 고백에 최다니엘은 왜 하필이면 지금이라고 하면서 그대로 스톱. 과연 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여전히 미스테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이야말로 작가의 영혼이 관통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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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 독일 최고의 과학 저널리스트가 밝혀낸 휴식의 놀라운 효과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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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내기란 무척 힘들다. 외부의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곧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홀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혼자 멍 때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설령 명상에 빠져 있더라도 마음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가 강조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이란 이런 저런 잡다한 일에서 벗어나 호젓하게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테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을 하면서 생각에 잠기곤 한다. 팔과 다리, 그리고 심정은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머리는 고요해지는 것이다. 설마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수영을 하며 비슷한 경험을 하곤 하는 나는 이해가 된다. 팔과 다리를 힘차게 휘저으면서도 물살을 가르며 옛 집에 대한 추억을 계속 떠올렸다.

 

아마도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유일한 시간은 수면일 것이다. 적어도 잠을 자는 동안은 눈을 감고 휴식 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개운하게 잠을 자고 난 다음의 상쾌함은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가? 질 좋은 수면과 같은 시간을 많이 확보하면 할수록 사람의 몸과 마음은 되살아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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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하지 않는 연습 -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에 반응하지 않는 연습 시리즈
구사나기 류슌 지음, 류두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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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 철지난 다이어리를 사은품으로 준다는 공고가 떳길래 얼른 들아가 보았다. 세트로 구입하면 준다고 하는데 마땅히 살 책이 없어 고민하다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센티미터>와 <언어의 정원> 묶음을 일단 클릭하고 보관함에 넣어두었다. 다른 세트에 비해 값이 싸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틀이 지나 오늘 다시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내가 원했던 다이어리는 이미 매진되었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아쉽다는 마음과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교차한다. 만약 공고가 나온 것을 보고 바로 주문했다면 다이어리를 득템해서 기뻣겠지만 막상 주문을 하고 받고 나면 이미 디이어리가 다섯 종이 넘는데 또 하며 한숨을 쉬었을 테니 말이다.

 

이 모든 삼라만상은 내가 반응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인터넷 서점도 이 점을 알고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 가격을 낮추거나 사은품을 걸거나 재고를 싸게 팔아넘긴다. 소비자들은 내 지갑속 카드를 노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 기회를 놓치면 손해본다는 착각에 빠져 바삐 손가락을 움직인다.

 

반응이 없다면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문제는 그 반응이 나를 피곤하게 하느냐이다. 이틀동안 내게 일어난 해프닝을 돌이켜보면 큰 피해를 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피곤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이 피로는 발심, 곧 내 마음이 움직여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어떤 반응이 좋은 것인가? 다시 말해 좋은 반응과 나쁜 반응을 구분하여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반응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예를 들어 집에 불이 났거나 지진이 발생했다면 최대한 급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러나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쇼핑에서는. 나의 경우 사야할 목록을 미리 적어둔 다음 필요한 순서대로 지워가며 구매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처럼 즉각 반응과 나중 반응을 구별하여 행동하다 보면 자연스레 피곤함을 주는 반응을 줄이게 된다. 물론 완전하게는 힘들겠지만.

 

덧붙이는 말

 

이 글도 나중 반응을 적용하여 쓰고 있다. 한 주 동안 읽은 책 제목을 죽 쓰고 나서 감동을 받은 순서로 정리하여 하루에 쓸 분량을 정해 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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