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대한 강제추행죄 인정 판결 환영.... 2004/08/20 15:35

서울중앙지법은 2004.8.20. 지난 2000.9.경 아내를 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45살 김 모씨에 대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이혼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두 손을 움직이 못하게 하고 아내를 강제로 추행해 상해를 입힌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부부간에도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용인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대법원이 지난 70년 3월에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는 판례를 냈으나 이 사건은 부부간 강제 추행인 만큼 이 판결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설사 그 판결이 선례가 된다고 하더라도, '대법원 판결이 30년이나 경과한 점을 고려할때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이상은 YTN 보도 내용을 편집한 것임)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을 추행함으로서 성립하는 범죄"이다(형법 제298조).

대법원은 부부관계의 특수성(부부는 성을 서로 향유하는 「특수한」 관계이지 뺏고 뺏기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고려하여, 부부간 강간죄를 부정해 왔다. 지난 70년 대법원이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는 설령 남편이 폭력으로써 강제로 처를 간음했다 하더라도 강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판결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또한, 그 판례는 형법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와 일치한다고 한다.  그리고, 부부간 강제추행죄도 부부관계의 특수성이라는 같은 이유로 죄의 성립이 부정되어 왔다(김일수, 형법각론(제3판), 141쪽 이하 참조).

 

그러나, 「강간」「강제추행」은 단순한 「여성의 순결 박탈」이나 그에 준하는 행위가 아니라 「성적 자기 결정권의 침해」를 뜻하며, 혼인한 부부 사이라고 해서 이 같은 「자기 결정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을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첫째, 아내는 결혼과 동시에 남편에 대해 무조건적인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것.

 

둘째, 아내는 남편의 배타적인 소유물로 본다는 것.

 

이 모두가 남성 중심적, 가부장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부 간이라고 해서 강간죄의 예외로 보는 것은 기혼여성에 대한 차별로,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남편이 성욕을 가질 때마다, 아내는 남편의 완력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을 허용하는 셈이기 때문에 부부의 대등한 지위권에 반한다. 무엇보다 여성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할 우려도 있다.

 

(다만 부부관계는 내밀한 사생활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부강간」의 경우 일반 강간과는 달리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다든지 처벌을 달리하는 등 그 적용에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숙고할 만하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부부간에도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처벌 목적으로 하는 성범죄"에 대해, 명확한 원칙에 따른 매우 환영할 만한 판결이다.

 

결혼했다고 해서, 그래서 혼인증명서 한장을 뗄 수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기 때문이다(1984년 미국 뉴욕법정에서의 “혼인증명서가 남 편이 형사면책을 갖고 강간할 수 있는 자격으로 파악돼서는 안되 며 기혼여성도 미혼여성과 똑같이 자신의 신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판례는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결혼한 여성에게도 인정한 사례다)

 
    

   마주보며말하기 2004/08/20
글 중 별도의 인용 표시가 없는 부분 중 일부(특히, 아래 사례)는 인터넷 검색 자료에서 일부 인용된 후 다시 편집되거나 수정한 것이기도 하다는 점을 밝혀 둡니다.
   마주보며말하기 2004/08/20
또한, 세계적으로 형법상 부부사이에 강간이나 강제추행치상 혐의는 인 정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77년 이래 대부분의 주에서 ‘아내강간’의 면책을 폐기했다(1976년까지는 부부 사이의 강간을 인정하지 않는 ‘결혼 강간 면제(marital rape exemption)’ 법조항이 있었으나, 이후 이 조항들을 폐기하기 시작해 96년까지 17개 주에서 완전 폐지했다. 대신 미국의 50개 주 모두에서 부부강간은 성폭행법에 따라 범죄로 다루고 있고, 피해자는 민사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마주보며말하기 2004/08/20
또 영국에서도 94년 부부강간을 인정하게 됐고 독일에서도 97년 형법을 개정하면서 혼인외 성교를 삭제, 법률상 아내가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서도 우리처럼 법으로 명 문화되지는 않았으나 ‘계속적인 성관계를 전제로 하는’ 부부관 계에서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혼인이 실질적으로 파탄난 경우 ‘아내강간’을 인정하고 있다.
   마주보며말하기 2004/08/20
프랑스에서 부부 간 강간죄가 인정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부부 간 강간을 처벌한 판례는 1981년부터 등장했다. 제3자를 동원해 아내를 바닥에 눕힌 뒤 강제로 성행위를 한 남편에게 강간죄가 적용됐다. 또한 이혼소송 진행 중 폭력을 사용해서 아내를 성추행한 남편에 대해서도 법원은 강간죄를 인정, 부인이 이혼 절차가 끝나기 전에 별거할 수 있도록 했다. 1910년까지만 해도 부부 간 강간은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었지만, 이제는 여성의 권리 보호 차원에서 부부간 강간이란 용어 자체가 일상적으로 통용된다고 한다(프랑스에서는 ‘부부간 강간’(Ie viol entre epoux)을 강간죄로 처벌한다. 형법은 강간을 ‘폭력·강요·위협·충격을 이용해 타인에게 가하는 모든 형태의 성적 삽입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어, 부부 간 강간을 별도로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은 “부부 사이에 강간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강간죄는 최고 15년형까지 처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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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8-21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어젯밤 뉴스에서 보고 혼자 놀라워했더랬는데...

호랑녀 2004-08-21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두 환영이에요. 혼인관계라고 해서 아무 때나 동의한다는 건 아닌데 말이죠.
다만 요즘은 하도 뒤집어져서, 이게 겨우 1심이니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구요, 그리고, 이번 건은 좀 특별한 경우라고, 폭력 뭐 이런 게 더해져서 그런 거라고 하더라구요. 평소에 그냥 적용되기엔 아직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숨은아이 2004-08-2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심에서 진보적인 판결이 나와도 2심, 3심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죠. --;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만 해도...
 

잠수 끝 기념으루다가 오래 전에 복사해논 그림말들을 공개...

***

!난감 *(ㅡㅡ;)*
!뻘쭘 ((ι ̄∼ ̄)a 뻘쭘~
!스믈 へ( ̄ρ ̄へ))))....
!호곡 (ºдº ) 호곡
!웨엑 s( ̄ㅠ ̄)z 웨에엑
!흐느적 ζ(ºД º)η 흐느적
!미소 *(^ _ ^)*
!히히 (*∩_∩*)ノ
!하하 ( `∇´)∠))) 하하하하
!하하2 (≥∇≤)ノ)) 캬하하~~
!훗 s( ̄д ̄ )ノ)) 훗~
!눈물 ┭──┮_┭──┮
!눈물2 *(TTT_TTT)*
!쳇 s( ̄へ ̄)z
!쳇2 s(˘へ˘ㆀ)z 쳇~
!힘내 ( ^-^/(ㅠ_ㅠ) 힘내~~
!힘내2 ( ㅜ_ㅡ/(ㅠ_ㅠ) 힘내요~~
!브이 (´ρ`γ)...부우이......
!브이2 s('-⌒)v~♡
!죽어 ┏( + ̄ 皿 ̄)ノ) ´ Д`) 퍽퍽!! 죽어!! 크핫핫핫하!!-
!죽어2 (+,.( @=============( ̄∇  ̄)ㄱ =3=3=3 죽어~
!죽어3 ( `皿´)づ)x,.x) 철썩
!하이 (  ̄ ∇ ̄)づ ~ 하이
!바바 ~ ~ べ(ㅠ. ㅠ ) 바뱌
!폭탄 ( ㅡ_+)ノ ((((((((((,4●~* ,0"폭탄이돠!! 죽어!!"
!아아 (;´Д`)
!감사 (º∇º)v
!시러 └(`ε ´)┘~~
!룰룰 s(  ̄ 3 ̄)z 룰룰~
!굳 (*`д´)b good~~
!헉 ((ι º 0 º)ι 헉~~
!컴온 (  ̄ ∼ ̄)∂~ come on baby
!아아2 (ιごДご)ι
!샤샥 (ㆀ` 皿´))))))) =3 =3 샤샥
!샤샥2 (ㆀ''))))))) =3 =3 샤샥
!파닥 ☜(`O ´)☞ 파닥파닥~~
!시러2 ( `皿´)   <
!부끄 (/ㅁ\;)
!뽀뽀 (づ ̄ 3 ̄)づ     일롸~ 뽀뽀함 땡기자
!새 ~(  ̄∇ ̄)ㄱ 너만을 ┌( ̄∇ ̄ )~ 바라보던 ↖(  ̄∇ ̄)ㄱ 날차버렸어 ┌( ̄∇ ̄ )↗
난 완조니┌( ̄∇ ̄)ㄱ 새대써~
!에헴 v(˘∼˘=) 에헴
!짠 (/▽\)...짜잔...요기있징
\(ºεº)/..잠수끝
!헉2 (|| ̄ㄷ ̄)/~ 헉~!
!잠수 ㄴ( ̄∼ ̄ )ㄱ =3=3=3...텨텨텨~~
!잠수1 ㄴ( ºДºㆀ)ㄱ =3=3=3 텨텨텨
!잠수2 \( ˚ ▽ ˚ ) / 요깃땅 !! E=E=E=┌( ˚ ∇ ˚ )┘ 텨텨텨!!
!잠수3 ┏(;;━_━)┛.텨텨............┏(━_━;)┛
!잠수4 ┏(メ`皿´)┛개늠!자바랏!~...┏(˚_ ˚;┛헉!져땟다!텨텨
!곰 아빠곰 ~(´㉦ `)~,엄마곰 \(`㉦´\), 아기곰~ ┏(˚㉦˚;)┛
!스윽 ( ̄∼ ̄ )┐=3=3=3 스윽...
!악마 ζ(^ㅡ_-)Ψ
!나쁜놈 (ㅡ.ㅡ凸)
!나쁜놈1 凸- -凸
!나쁜놈2 (-.-凸)
!나쁜놈3 (凸 º皿º)ㄱ
!나쁜놈4 凸( ` 皿 ´)ㄱ
사랑의 후~ ( "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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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8-18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휴가는 잘 다녀오셨나요?

숨은아이 2004-08-18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등산엘 다녀왔지요. 곧 사진 올릴게요. 그리고 오늘 출근해 보니 조선인님께서 보내신 책이 와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은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 이 책을 쓴 루이스 세풀베다에 대해 글을 쓰고 싶은데, 요새 이 사람 책을 안 읽어서 가물가물합니다. 그래도 늘 기억하고 싶어, 예전에 어느 모임에 올렸던 글을 옮겨옵니다. 이 사람이 쓴 <파타고니아 특급 열차> <외면>은 사놓고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시아에서 나왔던 <세상 끝으로의 항해>는 열린책들에서 <지구 끝의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2003년에 다시 나왔는데,  두 책의 첫머리 번역이 판이해,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루이스 세풀베다Luis Sepulveda에 대해서는
제가 술자리에서 한두 번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 작가 좋아한다고 이곳에서 한 마디 하고 싶어서
집에서 사무실로 책을 가져다 놓은 게 벌써 몇 달인데,
오늘 지겨운 교정을 끝마치고 짬이 난 김에
모니터 옆에 쌓여 있는 세풀베다의 책들을 보고는
그렇잖아도 지저분한 내 자리 오늘 좀 치워 보자 하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그런데 몇 달 전엔 이 작가에 대해 뭔가 써 보자는
열정이 있었는데 역시 무슨 일이든 마음 먹었을 때 해야지
지금 뭐라도 하려니 반짝하니 떠오르는 말도 없고
쑥스럽군요. 허허...

편집인 선후배 여러분께 특별히 영양가 있는 글이 되진 않겠고,
그냥 저 혼자 게시판을 즐기는 의미에서 적습니다.

제가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Un viejo que leia novelas de amor]
이란 책을 알게 된 건 1996년이군요.
천리안의 한 얌전한 동호회(얌전하다는 건 전혀 활발하지
못하다는 이야깁니다. ^^;)에 누군가 이 책을 읽어 보라고
추천하는 글을 짤막하게 올렸습니다.

제목이 마음에 든 저는 이 책을 사러 장백(고대 정대 후문의
장백은 드디어 완전히 망하게 된 모양입니다. 올해 다시 조합운동을
추진했는데, 학생인 후배들의 몸부림은 그저 몸부림으로 남고...)
에 갔습니다. 책꽂이 한 구석에 간신히 한 권 꽂혀 있더군요.

세풀베다가 1989년에 쓰고 예하에서 1993년에 낸 그 책은
제가 그 후에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려고
교보에서 한번 더 샀을 때도 초판이었습니다.
제가 제목만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다른 내용이었지요.

남아메리카와 아마존의 슬픈 생명력이 넘치는 책,
보잘것없으되 오만하고 포악한 인간에 대한 회의를
아주 인상 깊게 가르쳐 준 책입니다.
소설에서 '노인'은 연애소설(우리가 흔히 로맨스소설이라고 하는
겁니다)을 읽는 게 유일한 낙인데, 그건 그 소설들이
"때때로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줄 정도의 아름다운 말로
사랑을 이야기"하기 때문이지요.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을 읽고 세풀베다에 반해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혹 번역되어 나온 게 없을까
찾다가 시아출판에서 95년에
[세상 끝으로의 항해]가 나온 것을 찾았어요.
원제 Mundo del fin del Mundo를 직역하자면
'세상 끝의 세상', '지구 끝의 세계'쯤 된다는군요.
역시 1989년 작품입니다.

칠레라는 나라, 솔직히 초등학교 시절 "세계에서 권투를 제일 잘하는 나라"
"칠레" 따위 우스갯소리로만 알았던 나라, 이 나라에서 남미 혁명운동에
참여했고, 그 덕분에 망명한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는
그 긴 나라 남쪽에 남극 바다가 있다는 걸 가르쳐 주었어요. 

번역과 책 장정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힘 있는 소설을 쓰는 세풀베다의 면모를 한편으로
잘 보여주어 기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마 절판되었을 겁니다.
작가 이름은 '세뿔베다'로 표기했더군요.

그리고 작년에 바다출판사에서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1996)가 나왔습니다.
환경동화, 혹은 철학동화로 소개되었는데...
'행동하는 지성'이라는 그다운 동화이지만
사실 좀 손을 편하게 놀린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 책도 작가 이름을 '세뿔베다'로 표기했습니다.

저는 세풀베다의 책이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데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던 차라, 바다는 장사를 잘하는 출판사로 알고 있기에
이 [갈매기...]는 어떻게 좀 널리 알려질까 싶었는데
그렇게 크게 성공한 것 같진 않아요.

그리고 올해 열린책들에서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
[귀향] [감상적 킬러의 고백]이 한꺼번에 나오더군요.
아, 이제야 세풀베다의 책이 한국에서 제대로 출판사를 찾았는가...
뭐, 열린책들에서 국내에서 최초로 소개되는 작가라고
잘못 알리는 바람에(열린책들의 담당자가 일부러 그랬을지는 모르겠어요.
정말 그 사람 본인도 몰랐던 건 아닐까?
하지만 예하에서도 시아출판, 바다에서도 모두 정식 계약해 출간했던 건데)
또 국내 유수한 일간지 출판 담당 기자들이
열린책들의 말 그대로 기사를 써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지만,
전 사실 그 논란을 보면서
세풀베다를 아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있었구나 싶어
오히려 반가웠답니다.

열린책들의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은 사 보지 않아서
예하의 책과 번역을 비교해 보진 못했어요.

1994년 작품 [귀향]은 원제가 '투우사의 이름Nombre de Torero'라는군요.
책 읽는 과정은 좋았지만 남미 혁명사에 제가 얼마나 무식한가
실감했어요. 그렇다고 혁명사를 알아야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오히려 독일과 칠레의 오늘을,
마치 고슴도치가 새끼를 안듯 아프게 포용하는 소설입니다.

무엇보다 한 사람에게 자기 자신의 순수를 걸고
집착하면서도 정작 그 사람 옆에 있지는 않으려고 도피하던
인간의 약함이... 그리고 그 약함을 극복해 보려고
한 걸음 내딛는 가냘픈 용기가... 
아, 이 사람은 인생을 알겠지요.

[감상적 킬러의 고백]은 좀 낯설었어요.
(원제는 '감상적인 킬러의 일기'라네요. 1996년 작품.)
'흑색소설'이란 게... 뭔진 잘 몰라도 암튼 그 어법을 채택했다나
뭐라나... 이 책에선 이 표제작보다 뒤에 실린 [악어](1997)가
제겐 더 좋았어요. 원제는 '야카레'라고...본문에 나오는 악어 종류의 이름이에요.

'당신 역시 부르주아를 죽도록 증오하는 또 하나의 부르주아일 뿐'이라는 콘트레라스의 말.
모처럼 아프게 찔러 주는 글귀였습니다.

여기까지예요. 그런데 역시 첫정이 무서운지,
세풀베다의 작품으로는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이 최고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네요.

하나 빼먹었는데, [귀향]의 말미 부분에 기막힌 글귀가 하나 있네요.

"우리는 삶 앞에서 왜 죽음의 황금빛 섬광만 바라보았는지."

귀향의 주인공, 후안 벨몬테가 새로이 출발하는,
아니 도리어 자기 본연의 사랑에게 돌아가는 발걸음에 담은 생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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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茶母], 장성백, 길 2004/08/11 15:25

1. 드라마 [다모]

 

내가 처음으로 이 드라마 괜찮다 싶다 말한 게 [다모]였다. 또 처음으로 관련되는 카페에 가입했으며, 또 처음으로 OST에다가 DVD를 샀으며, 또 처음으로 만화(방학기, 드라마와는 많이 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까지 샀다. 또 처음으로 같은 드라마를 세번 보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책을 읽기 시작했으며, 처음으로 손에 잡은 책이 [장길산]이다.

 

14부로 짧게 만들어진 것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간혹 들 정도로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솔직히 그리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연기를 잘하는 조연 배우들은 빼고, 주연 배우들 중에서는 하지원이 제일 나은 듯 싶다).

 

[다모]는 매회마다 한장면 한장면,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하는 수많은 글들을 매일 쏟아낼 만큼, 매우 흥미로운 드라마였다. 나는 그 글들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졌었다.

 

제목은 [다모](조선여형사)인데, 내용에는 [다모]는 없는 드라마였다(방학기의 만화는 다모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그려져 있다). 그 내용을 그저 세남녀간의 사랑 다툼 정도로만 본다면, 그저 그런 멜로 드라마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볼 수 있겠다.

 

 

2. 장성백

 

 

작가(감독이었을 지도)는 특히, 장성백이라는 인물에 대해 심혈을 기울이려 한 흔적은 엿보인다. 작가가 체게바라와 장길산을 한데 섞은 인물이 장성백이라 말한 적이 있었고, 무삭제 DVD판을 내놓을 때도 역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장성백에 대한 관심에 비해서 드라마 속의 장성백은 체게바라도 장길산도 아니었다. 엉성하기 그지 없는, 머리 속에 든 것은 별로 없는, 그렇다고 머리 속에 뭘 집어 넣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별로 없는, 그저 그런 화적패 두령(그러나, 말은 좀 멋있게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 나마 장성백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은, 작가가 둘에 관한 책을 읽었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을 갖게는 했으나 체게바라의 무엇을, 장길산의 무엇을 그가 가지고 있었는지가 의문스럽다. 

 

그럼에도 장성백에게 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그가 꿈꾸는 세상은 아름답지 않는가 ?

 

 

3. 길

 

 

조세옥(좌포청 포도대장)이 벼랑끝에 몰린 장성백에게 “네놈의 길은 길이 아닌 길을 걸어온 게다”하자 장성백이 “길이라는 것이 어찌 처음부터 있단 말이오, 한사람이 다니고 두사람이 다니고 많은 사람이 다니면 그 것이 길이 되는 법, 이 썩은 세상에 나 또한 새로운 길을 내고자 달려왔을 뿐이오”라고 말한다. 

 

아무튼, 그는 패배자로 죽었고, 그의 머리는 저잣거리에 반역죄 괴수로 효수되었을 것이나, 그를 죽인 승리자는 그 후로도 계속, 그리고 지금도 어쩌면 앞으로도 그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또 다른 장성백을 죽이고 승리자가 되었으며, 될 지도 모른다.

 

장성백이 간 길...그리고 또 다른 장성백이 가야 할 길....

 

그리고,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뭘까 ?


   마주보며말하기 2004/08/11
장성백의 말의 원전은 루쉰의 소설 [고향]이라고 합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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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8-1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구나... 그 말 기가 막히게 멋있어서, 어딘가에서 얻어왔을 거라는 생각은 했죠.
한때는 만화책을 보면서, 소설책을 보면서 좋은 글들을 베껴두기도 했는데, 아마 그 작가도 그러다 써먹었나봐요 ^^

숨은아이 2004-08-12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장성백은 정말 말만 멋있게 하는 두령이었죠. ^^
 
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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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978년 작, 아니면 1982년 작. <빵굽는 타자기>에 이 책을 썼을 때의 정황과 이 책의 출판 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처음 쓰고 나서 4년 만에야 출판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1978년에 쓴 것을 1982년에 출간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열린책들에서 나온 이 책 <스퀴즈 플레이(Squeeze Play)>는 그 초판본을 가지고 만든 게 아니고, 1997년 <빵굽는 타자기(원제 hand to Mouth)> 속에 묶여 재출간된 것을 번역한 것입니다.

<빵굽는 타자기>  독후감에도 썼듯이, 그 책을 읽고는 이 사람의 소설이 땡겨서 이 사람의 책을 사 모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빵굽는 타자기>를 읽은 지 거의 1년이 지나서야 이 책을 읽었네요. 폴 오스터의 많은 작품 중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이것이 그가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작가가 땡긴다 싶으면, 그 사람의 작품들을 되도록 발표 순서(아니면 집필 순서)에 따라 읽습니다. 그 사람이 작가로서 성장한 과정을 따라가고 싶어서예요.

<빵굽는 타자기>를 읽을 때도 재치 있는 문체에 탄복했는데, <스퀴즈 플레이>, 이 책은 재기가 넘쳐 농담으로 가득한 듯합니다. 탐정소설로서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읽은 추리소설이나 탐정소설의 폭이 좁아, 비교 대상이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느낌만을 말하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작년에 케이블TV에서 스포츠 도박에 관한 영화 <Big Shot>(2002)을 봤기 때문에 그다지 충격적이진 않았지만요. 하지만 이 소설은 1980년대 초반에 발표됐으니까, 2002년의 영화를 미리 신경 쓸 수 없었겠지요.

그런데 그 재기 발랄함보다, <빵굽는 타자기>에서 엿볼 수 있었던 그의 20대, 그의 20대가 낳았으리라 짐작되는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더 은근하게 파고듭니다. 그리고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인 탐정과 전처 사이의 일, 아버지에 대한 브라이언 콘티니의 애증과 슬픔을 보면, 이 소설의 집필과 출간 사이에 작가에게 일어났던 일-힘겨운 생활고, 이혼, 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이 떠오릅니다. 소설 속 탐정에게 이토록 감정 이입이 되는 탐정소설이 또 있나요.

이를테면, 사회에서 남과 상대하다 보면, 나 자신을 위해 남을 압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나 자신은 어떤 기분일까요.

"한 사람의 목숨이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대화가 피냐토에게 나쁜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나 자신이 싫어졌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밀고 나갔다."-88쪽  

"내 인생이 실로 난장판이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비로소 내 인생을 바꿀 수 있기라도 한 듯이, 어떤 면에서는 나 스스로 결혼 생활을 파괴하려고 남몰래 애쓰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나 자신을 가엾게 여기고 싶었고, 결국은 멋지게 소원을 이룬 셈이다."-93쪽

"내 인생에 넌더리가 났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 나 자신에게 한 모든 일에 넌더리가 났다. 나는 파괴자가 되었고, 내가 누군지도 더 이상 알 수가 없었다."-175쪽

그리고 폴 오스터는 영상으로 구현될 수도 있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나중에 그가 영화 작업에 뛰어든 것도 이런 능력 때문이 아닐까요. 소설을 읽다 보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르는 문단이 있어요. 하나를 들어보죠.

"내가 지나갈 때는 투수가 막 공을 던진 참이었고, 그 공을 치려고 타자가 방망이를 뒤로 빼고 있었지만,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보기도 전에 그곳을 지나쳐 버렸다. 학교의 벽돌담이 내 시야를 가로막았다. 그것은 시간 속에 얼어붙은 한순간이었고, 공중에 떠 있는 하얀 공의 형상은 영원한 기대의 환상처럼 내 마음속에 남았다."-85쪽

이 사람의 소설을 계속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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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08-08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글 올리고 오타 고치기도 전에 벌써 보시다니... (전에는 오타가 거의 없었는데 2, 3년 전부터는 영... --;) <폐허의 도시>, 제가 사논 책 중에 있군요. 기억할게요. 고맙습니다. ^^

내가없는 이 안 2004-08-1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빵굽는 타자기 리뷰를 보고 얼른 폴 오스터 작품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며칠 지나 이렇게 또 그의 작품을 올리시니 참... 그의 작품을 하나쯤 읽고 코멘트를 달고 싶었는데 아직 시간이 여의치 않으니 미리 코멘트 답니다. 강력추천이란 게 있음 제가 클릭할 텐데요... ^^

숨은아이 2004-08-1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의 "강력추천"이란 말씀에 힘이 불끈 솟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