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대한 강제추행죄 인정 판결 환영.... 2004/08/20 15:35

서울중앙지법은 2004.8.20. 지난 2000.9.경 아내를 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45살 김 모씨에 대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이혼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두 손을 움직이 못하게 하고 아내를 강제로 추행해 상해를 입힌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부부간에도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용인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대법원이 지난 70년 3월에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는 판례를 냈으나 이 사건은 부부간 강제 추행인 만큼 이 판결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설사 그 판결이 선례가 된다고 하더라도, '대법원 판결이 30년이나 경과한 점을 고려할때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이상은 YTN 보도 내용을 편집한 것임)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을 추행함으로서 성립하는 범죄"이다(형법 제298조).

대법원은 부부관계의 특수성(부부는 성을 서로 향유하는 「특수한」 관계이지 뺏고 뺏기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고려하여, 부부간 강간죄를 부정해 왔다. 지난 70년 대법원이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는 설령 남편이 폭력으로써 강제로 처를 간음했다 하더라도 강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판결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또한, 그 판례는 형법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와 일치한다고 한다.  그리고, 부부간 강제추행죄도 부부관계의 특수성이라는 같은 이유로 죄의 성립이 부정되어 왔다(김일수, 형법각론(제3판), 141쪽 이하 참조).

 

그러나, 「강간」「강제추행」은 단순한 「여성의 순결 박탈」이나 그에 준하는 행위가 아니라 「성적 자기 결정권의 침해」를 뜻하며, 혼인한 부부 사이라고 해서 이 같은 「자기 결정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을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첫째, 아내는 결혼과 동시에 남편에 대해 무조건적인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것.

 

둘째, 아내는 남편의 배타적인 소유물로 본다는 것.

 

이 모두가 남성 중심적, 가부장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부 간이라고 해서 강간죄의 예외로 보는 것은 기혼여성에 대한 차별로,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남편이 성욕을 가질 때마다, 아내는 남편의 완력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을 허용하는 셈이기 때문에 부부의 대등한 지위권에 반한다. 무엇보다 여성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할 우려도 있다.

 

(다만 부부관계는 내밀한 사생활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부강간」의 경우 일반 강간과는 달리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다든지 처벌을 달리하는 등 그 적용에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숙고할 만하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부부간에도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처벌 목적으로 하는 성범죄"에 대해, 명확한 원칙에 따른 매우 환영할 만한 판결이다.

 

결혼했다고 해서, 그래서 혼인증명서 한장을 뗄 수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기 때문이다(1984년 미국 뉴욕법정에서의 “혼인증명서가 남 편이 형사면책을 갖고 강간할 수 있는 자격으로 파악돼서는 안되 며 기혼여성도 미혼여성과 똑같이 자신의 신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판례는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결혼한 여성에게도 인정한 사례다)

 
    

   마주보며말하기 2004/08/20
글 중 별도의 인용 표시가 없는 부분 중 일부(특히, 아래 사례)는 인터넷 검색 자료에서 일부 인용된 후 다시 편집되거나 수정한 것이기도 하다는 점을 밝혀 둡니다.
   마주보며말하기 2004/08/20
또한, 세계적으로 형법상 부부사이에 강간이나 강제추행치상 혐의는 인 정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77년 이래 대부분의 주에서 ‘아내강간’의 면책을 폐기했다(1976년까지는 부부 사이의 강간을 인정하지 않는 ‘결혼 강간 면제(marital rape exemption)’ 법조항이 있었으나, 이후 이 조항들을 폐기하기 시작해 96년까지 17개 주에서 완전 폐지했다. 대신 미국의 50개 주 모두에서 부부강간은 성폭행법에 따라 범죄로 다루고 있고, 피해자는 민사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마주보며말하기 2004/08/20
또 영국에서도 94년 부부강간을 인정하게 됐고 독일에서도 97년 형법을 개정하면서 혼인외 성교를 삭제, 법률상 아내가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서도 우리처럼 법으로 명 문화되지는 않았으나 ‘계속적인 성관계를 전제로 하는’ 부부관 계에서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혼인이 실질적으로 파탄난 경우 ‘아내강간’을 인정하고 있다.
   마주보며말하기 2004/08/20
프랑스에서 부부 간 강간죄가 인정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부부 간 강간을 처벌한 판례는 1981년부터 등장했다. 제3자를 동원해 아내를 바닥에 눕힌 뒤 강제로 성행위를 한 남편에게 강간죄가 적용됐다. 또한 이혼소송 진행 중 폭력을 사용해서 아내를 성추행한 남편에 대해서도 법원은 강간죄를 인정, 부인이 이혼 절차가 끝나기 전에 별거할 수 있도록 했다. 1910년까지만 해도 부부 간 강간은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었지만, 이제는 여성의 권리 보호 차원에서 부부간 강간이란 용어 자체가 일상적으로 통용된다고 한다(프랑스에서는 ‘부부간 강간’(Ie viol entre epoux)을 강간죄로 처벌한다. 형법은 강간을 ‘폭력·강요·위협·충격을 이용해 타인에게 가하는 모든 형태의 성적 삽입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어, 부부 간 강간을 별도로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은 “부부 사이에 강간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강간죄는 최고 15년형까지 처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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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8-21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어젯밤 뉴스에서 보고 혼자 놀라워했더랬는데...

호랑녀 2004-08-21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두 환영이에요. 혼인관계라고 해서 아무 때나 동의한다는 건 아닌데 말이죠.
다만 요즘은 하도 뒤집어져서, 이게 겨우 1심이니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구요, 그리고, 이번 건은 좀 특별한 경우라고, 폭력 뭐 이런 게 더해져서 그런 거라고 하더라구요. 평소에 그냥 적용되기엔 아직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숨은아이 2004-08-2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심에서 진보적인 판결이 나와도 2심, 3심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죠. --;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만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