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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가 온 날 - 치히로 아트북 1,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는 그림책
이와사키 치히로 글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와사키 치히로라는 작가의 그림을 처음 본 건 “창가의 토토”에서였지요. 참 예쁜 삽화로구나, 감탄했는데(사실 전, “창가의 토토”가 베스트셀러가 된 데는, 예쁜 표지 그림 덕이 매우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이들 삽화가 책의 내용에 맞춰 그려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는 놀랐어요. “창가의 토토”는 1981년 발표됐는데, 화가 이와사키 치히로는 1918년에 태어나 1974년에 세상을 떴거든요. 그러니까 이와사키 치히로가 이미 그려놓은 그림 중에서 “창가의 토토”라는 책에 어울릴 만한 걸 골라 넣은 것이었어요. “창가의 토토”를 쓴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바로 치히로 미술관(1977년 이와사키 치히로가 살던 집을 개조해서 문을 엶) 관장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그렇담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책에서 쓴 “토토”란 이름도, 바로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책에서 따온 게 아닐까요.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책의 주인공이 바로 “토토”거든요.
1972년 발표한 “작은 새가 온 날”은 연필이나 먹으로 스케치한 흔적 없이 오로지 수채화 붓질의 농담과 번짐으로만 화사하고 예쁘고 천진하게, 동무가 필요한 어린이와 작은 새를 그렸습니다. 엄마는 바쁘고, 곰돌이는 말을 않고, 어항에 살던 동무 금붕어는 먼 곳으로 가버렸어요. 작은 새가 찾아오면 좋겠어, 생각하는데, 정말로 작은 새가 날아옵니다. 하지만 주인공 어린이(이 책이는 “토토”란 이름이 나오지 않아요)는 날아가려는 새를 난폭하게 잡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곁에 두고 싶지만 새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엷은 먹으로 주저앉은 아이를 그렸을 뿐인데도, 어두워진 아이의 마음이 저릿 느껴집니다.
아, 내 것으로만 삼으려고, 소유하려고 잡아 가두면, 새는 내 노예나 장난감이 되겠지만, 진정 자유의사로 내 친구가 되어주진 않을 거예요. 친구는 기꺼운 마음으로, 자유의지로 찾아와 주는 것. 이야기 진행 자체는 수수하고 소박하게 하면서 이렇게 큰 사랑을 암시하다니.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죽고 다치게 한 일본 사람으로 태어난 걸 괴로워하며 평생을 반전 반핵 평화 운동에 힘썼다는 작가답습니다.
이 책에는 부록으로 작가의 그림 두 장이 끼어 있는데요. 한 장은 숨바꼭질하는 듯한 어린이의 뒷모습과 얼굴, 한 장은 벽에 낙서(?)하는 두 어린이 그림이에요. 목탄 아니면 파스텔로 그렸을 겁니다. (사실은 “이웃에 온 아이”의 두 장면임.)
원제는 ことりの くるひ라고 합니다. ことり(고도리)가 ‘작은 새’, くる(구루)가 ‘오다’란 뜻이고, ひ(히)는 '날(日)'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작은 새의 온 날", 곧 "작은 새가 온 날"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