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서 읽은 세 낱말이 모두 기억할 만하다.
먼저, 연생이.
연생이 하면 드라마 <대장금>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등장한 궁녀의 이름이었단 것이 먼저 떠오른다. 드라마를 볼 때 무슨 뜻일까 했는데, 연생이란 “잔약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나 물건”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였다! 조선조에는 딸아이에게 개똥이, 분례처럼 연생이라는 이름도 많이 붙였다고 한다. 귀한 자식에게 마가 끼일까 봐 일부러 천한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지만, 딸아이인 경우에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으리라 본다. 딸은 말 그대로 길가에 쓸모없이 굴러다니는 개똥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쓰다.
두 번째, 텡쇠.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사실은 강단 없고 허약한 사람을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하던가, 허수아비라고 하던가? 허우대만 멀쩡하다고 하지. ^^;; 그런데 “겉으로는 튼튼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허약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따로 있었다. 텡쇠.
“텡쇠”의 “텡”은 속이 텅 비었다 할 때 쓰는 “텅”과 통하는 말이다. 텡쇠를 풀이하자면 “속이 텅 빈 놈”쯤 되겠다. ^^
고대에서 이 ‘-쇠’는 왕의 이름으로 쓰일 정도로 지체 높은 사람에게 쓰이는 말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쇠(철)는 아무나 가질 수 있었던 게 아니니까.
그러다가 조선 시대에 와서 ‘개똥쇠’ ‘무적쇠’처럼 주로 하인을 부르는 이름으로 쓰이게 되었고, 근래에 이르러서는 천한 사람의 이름으로 아예 굳어져 버린 것이다. 이처럼 ‘-쇠’의 쓰임이 크게 변한 것은 조선조 이후 우리말을 경시해온 사대주의 풍조 때문이었다.
음, 그렇군. 하지만 우리말을 경시해온 게 조선조 이후라고? 글쎄, 고구려 백제가 당나라의 율령 체제를 받아들이고 행정 조직을 중국식으로 개편하면서부터, 신라 지증왕 때 이사금을 왕이라 한 때부터, 고려 왕건이 공신에게 중국식 성과 이름을 내리면서부터, 한자식 이름이 더 귀하게 대접받지 않았을까나? 하긴 오늘날과 같은 한자식 두 글자 이름이 일반 백성에게까지 널리 퍼진 건 조선조부터였나 보다.
세 번째, 틀박이.
틀박이란 말 그대로 “틀에 박혀 변동이 없는 사람”. 생전 고향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나 먹어도 몸무게가 늘거나 줄지 않는 몸바탕을 뜻한다. 나도 틀박이 한 사람을 알고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