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건설 플랜트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행동을 탓하기 전에....그들이 외치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말에 귀를 기울이길.....
근로기준법은 일본의 노동기준법을 그대로 본따왔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그런데 노동이라는 단어는, 자본주의의 착취 구조를 적나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핵심적 단어이기에 그것을 근로라는 단어로 바꾸어 버렸다...노동자를 근로자로 바꾸어 놓았듯이 말이다...
아무튼 난, 근로기준법을 들여다보면서 아 ! 이 정도만 제대로 지켜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쳐야 할 부분에 대한 지적을 하면서도 말이다...
잠깐 근로기준법을 들여다 보자. 전근대적인 규정이라고 구분되기는 하지만, 예를 들어 때리지 마라, 국적이나 신앙, 성별로 차별하지 마라, 중간 착취하지 마라, 강제로 저축하게 해서 떼어먹지 마라, 블랙리스트 만들지 마라, 사용 증명서 떼주라면 떼주라...등등...그러나 현실을 보면 전근대적인 규정이기 때문에 삭제해도 될 규정이 아니라 여전히 유용한 규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외 각종 규정들은 최저 기준으로서 앞서 말한대로 제대로 지켜지기만 하면 괜찮은 것들이 많다....그러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문제다..임금 체불, 당사자의 동의 없이 시간외 근무나 휴일 근무 등 강제노동, 각종 휴가 미실시, 여성에 대한 차별 적용, 정당하지 않은 해고, 일방적 노동조건 변경 등등....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나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지만, 최저 기준을 담은 근로기준법이 생긴 것도 노동자와 사용자가 대등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만은, 노동현장에서는 여전히 뜬구름같은 얘기인 경우가 많다...(물론 국가권력과 자본권력이 그 정도의 기준마저도 지키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의 저항이 거세질 것을 염려하여 만든 것이 근로기준법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다른 법들의 존재 의의가 그렇듯이 말이다...)
근로기준법은 노사가 대등하게 노동조건을 결정하도록 원칙을 밝히고 있다...그러나 이 땅의 많은 노동자들이여 !!! 진정 노동자와 사용자가 대등하게 노동조건을 결정하고 대등하게 대우 받고 있는가 ?
그리고 근로기준법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노동자라면 보장받아야 할 최저 기준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최저 기준..그것을 지켜달라는 것이 울산 플랜트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요구다..그들은 스스로를 '노가다판'을 떠도는 '노가다'라고 한다..그 누구한테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지만 그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 나가는 노동자..노가다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자기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외치는 것이다..우리도 노동자다..근로기준법이라도 제대로 적용받고 싶다고 말이다..산업재해로 죽어가는 노동자가 없는 일터..햇빛 피하며 다리 쭉펴고 한번 길게 늘어지게 잘 수 있는 휴식 시간..그들의 요구는 무지 소박하기만 하다...
그들은 더이상 빼앗길 것도 없다고 한다...그렇다...빼앗길 것도 없는 사람들이 무엇이 두렵겠는가 ? 난, 그래서 그들의 행동을 이해한다...더 휘둘러라..더 던져라..더 부수고 다 무너뜨려라..그들을 더 빼앗길 것도 없는 사람들로 만든 이 세상을 뒤집어 엎어라..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회..그 사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우리가 어찌 그들을 욕할 수 있을까 ? 가질대로 가진 놈들인데 그런 놈들 중 어떤 놈이 권력을 잡든 하든 우리네야 무슨 상관이야 하는 말은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인데, 그저 정치적인 허무주의에 사로잡힌 말만을 아닐 것이다..어쩌면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 바로 우리네가 - 이 놈의 미친 세상을 정말 제대로 보고 하는 말이 아닐까 ? 그렇게 생각해 보니 이 세상이 뒤집어진다 한들 우리네야 손해볼 게 무언가 ?
그들의 행동을 비난하는 자들이 진정 폭력없는 평화로운 세상과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하는 사회를 갈구하는 자들일까 ? 구조적인 폭력에 눈감고 눈에 보이는 폭력(그런 자들이 보기에는)만을 비난하는 자들이 누구인지 지난 역사를 되돌아 보면 쉽게 알지니...그런 자들의 말에 아무 생각없이 동조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울산 건설 플랜트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행동을 탓하기 전에....그들이 외치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