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챈, 중국 앵무새 세계추리베스트 11
얼 데어 비거스 지음, 한동훈 옮김, 정태원 해설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2003. 6. 16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마니아"는 못 되는 것이, 만화도 그렇지만 꾸준히 신작을 보면서 경향을 파악하진 못하고 (게을러서도 그렇게 못해요), 그저 좋아하는 범위의 책만을 읽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활동하는 작가들은 전혀 모르고, 다만 고전스럽다고 생각되는 책은 모르는 작가의 것이라도 사 봅니다. 국일미디어에서 나온 <찰리 챈, 중국 앵무새>와 <찰리 챈, 열쇠 없는 집>도 그래서 읽게 되었어요. 찰리 챈이라는 하와이 거주 중국계 미국인이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로 등장합니다. 한 작가의 책을 읽을 때는 데뷔작부터 읽고 싶어지지요. 사실은 다른 작품이 눈에 띄어 그 작가를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눈에 띈 작품보다 데뷔작을 먼저 읽고 싶어요. (그래서 데뷔작에 실망해 정말 읽고 싶었던 작품을 안 읽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 데뷔작을 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먼저 발표한 작품부터 읽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같이 전집을 모으는 경우에는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아니면 전집의 번호순으로 읽지만.) 그래서 얼 데어 비거스Earl Derr Biggers(1884-1930)라는 미국 작가의 두 작품 중에서, 국일미디어의 세계추리베스트 시리즈 11인 <중국 앵무새 The Chinese Parrot>와 시리즈 12인 <열쇠 없는 집The House without a Key>을 한꺼번에 사고는 <열쇠 없는 집>을 먼저 읽었습니다. 1913년부터 소설을 발표한 얼 데어 비거스가 하와이의 중국계 형사인 장 아파나Chang Apana와 리 푹Lee Fook에 관한 신문기사를 보고 만들어낸 인물, 찰리 챈Charley Chan이 등장한 첫 작품이 1925년에 발표된 <열쇠 없는 집>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읽고 나서 국일미디어에서 왜 <열쇠 없는 집>보다 <중국 앵무새>를 앞세웠는지 짐작이 되었습니다. <중국 앵무새>가 훨씬 더 재미있고, 인물을 매력적으로 잘 표현했어요. <열쇠...>에서 기억에 남는 건 "하와이 찬미"와 "샌프란시스코 낭만" 정도. 주인공 찰리 챈의 활약도 두드러지지 않지요. 미국 소설에서 1920년대에 중국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란 매우 조심스러웠으리라는 게 뒤에 해설을 단 정태원 선생의 이야기입니다. 두 권 다 뒤에 정태원 선생이 해설을 썼는데, 작가와 작품의 배경을 잘 소개해서 유익해요. <열쇠...>에선 부록으로 "대표적인 추리작가와 탐정들"을 표로 정리해 놓기도 했고요. 1926년에 발표한 두 번째 찰리 챈 소설 <중국 앵무새>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고, 그들의 대화도 유머가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해설에선 전부 여섯 권인 찰리 챈 소설들의 제목과 그것들이 1930-1940년대에 어떤 과정으로 영화화되었는지 소개하기도 했어요. 해설에서는 이 작품 때문에 미국에서 동양인의 이미지가 매우 좋아졌다고 하는데,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대사로도 당시 미국의 백인들이 동양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볼 수 있습니다. 찰리 챈은 이른바 "동양의 신비"를 동경하고 또 경계하는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이지요. 진중하고 육감이 발달했으면서 명석하지만, "품위있는 미국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거든요. 미국 문화를 동경하고 영어를 잘하기 위해 애쓰는. 그리고 고전적인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들이 대개 그렇듯이 상류사회 인사들에게 호의적이에요. 하지만 <중국 앵무새>에 등장하는 폴라 웬델이라는 여성, "세상을 알지만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 때문에 웬만한 건 보아 넘길 수 있네요. 두 책의 번역은... 읽기에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난생 처음 만나는 친척끼리, 수인사 나누자마자 여자가 상대방 남자를 "존 오빠"라고 부르며 경어를 쓰고, 남자는 친여동생 대하는 말투를 쓰는 건... 우리 문화 방식으로 너무 심하게 번안한 게 아닐까. 사실 호칭이나 경어는 번역가들에게 골치 아픈 문제일 거예요. 그러나 <중국 앵무새>에서 찰리 챈이 이든에게 "자네"라고 했다가 "선생"이라고 했다가 하고, 그럼에도 말의 종결어미는 한결같이 "...소" "...오"로 처리하는 게 적절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번역소설을 보면 남녀 사이에 대화할 경우, 흔히 남자의 말은 무조건 "...소" "...다오"로 끝나고, 여자의 말은 "...요"로 끝나는데, 번역작가들이 이런 문체를 언제까지 고집할지 궁금합니다. 나는 남녀가 대화하면서 그런 말투를 쓰는 것을, 실생활에서는, 심지어 드라마에서도 전혀 듣지 못했는데. 두 책에는 소설의 배경으로 나오는 자연 환경을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와이나 사막의 나무, 동물 사진을 싣기도 했는데, 어디 인터넷에서 해상도 낮은 사진을 다운받아 썼는지 영 시원찮네요. 소설에 이런 사진이 있는 건 처음이라 우습기도 했지만 없는 것보단 낫겠지. 소설의 삽화는 원작의 것을 그대로 사용한 듯. 썩 잘 그린 삽화는 아닌 듯. 중국 복장 묘사도 엉성해요. 결론 삼아 말하면, 돈과 시간이 아까운 책은 아니고, 책을 읽으면서는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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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래 전에 절판되었기 때문에,

마이리뷰에 쓸 수가 없군요. 상품 검색이 안 되니.

그래서 마이페이퍼에 올립니다.

***

2003. 5. 1

 

네스또 파즈의 일지 <동지를 위하여>, 형성사, 1983


"볼리비아 한 젊은이의 사랑과 죽음"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형성사에서 1983년 3월에 펴낸 책입니다.
1983년이라. 제가 몸담았던 대학의 여성주의 교지도 그 해에 창간호가
나왔고, 그래서 며칠 뒤면 20주년 기념 모임을 연다더군요.
115쪽짜리 작은 책-B6 판형, 예전의 시집 크기입니다.
책값은 1500원이네요.

제가 이 책을 손에 넣은 것은 1998년 12월 마지막날.
대학로에 있는 대현서점의 점포 정리 50% 할인 판매 때입니다.
창고 어디쯤에 오래 처박혀 있었겠지요.
흰색 표지에 묻은, 지워지지도 않을 거무튀튀한 때와
누렇게 바랜 내지(아마 이런 종이를 서적지라고 할 텐데)가
이 책의 나이를 말해 줍니다.

헌책방이나 재고 서적 정리 행사 중에 남아메리카의 혁명운동에 관계된
책을 만나는 경우가 곧잘 있습니다. 70년대, 80년대에 사회의 변혁을
꿈꾸었던 사람들에게 그만큼 가깝고도 간절하게 읽혔을 역사.
현재 진행중이었을 혁명.
재작년쯤 전세계적으로 체게바라 선풍이 분 것도
30-40대들이 같은 시대를 살았던 혁명 영웅을 그리워했기 때문일 거예요.

요새 대학생들은 교재나 실용 지침서,
리포트 내기 위해 읽는 책말고
어떤 책을 읽나요?

철학이나 전공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그리고 교양을 높이기 위해 읽는 책말고는 또
어떤 책을 읽나요?

제가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나
<피어라 들꽃>, <전태일 평전> 같은 책을 읽었죠.

이 책, <동지를 위하여>는 저보다 10년쯤 일찍
세상에 태어난 분들이 읽었을 것입니다.
그다지 깊고 너르게 책을 읽지 못한 저는 잘 모르는 세계입니다.
제가 남미에 관해 아는 건 영화 <미션> 정도?
그것도 고등학교 다닐 적에 봤기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 책, 사랑하는 아내에게 썼다 해서 무조건 "...하오, 했소"로 끝나는
무미건조한 번역, 가끔 문장의 의미가 이해 안 되는 직역으로
독서를 불편하게 하지만,
1945년생으로 70년에 대학을 졸업했으며,
예수회 수사였던 번역자(김명식)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옮겼을지
생각하며 읽을 만합니다.

이 책은 바로 1945년 볼리비아에서 태어나,
1970년 볼리비아 민족해방군의 일원으로 게릴라 투쟁을 하다가
고립되어 굶어 죽은 가톨릭 신학도, 네스또 파즈Nestor Paz,
일명 프란치스꼬의 일지이기 때문입니다.

아내 쎄실리아 아빌라Cecilia Avila, 일명 쎄시Cecy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여 있는데, 두 사람은 1968년 4월 14일 결혼했고,
함께 볼리비아 군부 정권의 거대한 폭력에 맞서는 조직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1970년 7월 17일 프란치스꼬는 게릴라 부대에 참여하고,
쎄시는 가족과 함께 지원 활동을 벌입니다.
프란치스꼬는 그 해 10월 8일(체게바라가 죽은 지 꼭 3년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사망했고, 쎄시는 네스또가 죽은 지 2년이 채 안 되는
1972년 3월 23일 볼리비아 민족해방군의 집회에서
정부군의 포격을 받아 사망합니다.

1970년 8월 1일의 일지에는,
처음 두 번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고 이 사람이 느꼈을 '충격과 공포'를
전하는 글귀가 있습니다.
"나의 전반적인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했소. 아마 그것은 폭력,
임무 수행, 투쟁의 의미, 희생의 가치, 우리 부대의 효율성 등,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근저에 맴돌고 있는 당신의 부재에 관계된
것일 거요. 그것을 생각하면 내 마음은 비통에 잠기게 되오.
그렇지만 나는 성장했소. '옛 사람'의 모델을 버리고
그것을 '새로운 인간'의 모델로 전환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웠소.
모든 성장은 고통을 의미하오."

투쟁의 의지를 다지는 것과 실제 전투 상황에서 피를 튀기는 것,
내가 죽지 않기 위해 남을 죽이는 것은 천양지차일 거예요.
저는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그 길에 나섰다는 이 사람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었을까요.

하지만 이 사람은 이렇게 다짐하지요.
"우리는 역사와 진리의 한가운데에 있소. 주님께서는 당신의
얼굴을 내보이시고 있소. 아니 그렇다기보다 현실이 우리에게
주고 우리 스스로 직조한 실로 우리가 주님의 얼굴을
짜고 있소."(8월 6일)

8월 6일자 일지는 이렇게 끝납니다.
"양말과 옷을 말리면서 아침 식사를 짓는 석탄불 옆에 앉아 있소.
어제 나는 18일 만에 처음으로 목욕을 하고, 몸에 소독약을 뿌리고,
양말을 갈아신고, 할 수 있는 빨래를 했소.
이 모든 일들을 하면서 나는 당신의 매우 섬세한 충고를 기억했소."

자, 남반부의 볼리비아에서 7, 8월이면 한겨울이지요.
한겨울 안데스 산맥의 산악 지대에서 70여 명 되는 사람들이
마을을 피해 훈련과 행군을 합니다.
이 사람들에게 일상의 모든 것, 씻고 깨끗한 옷을 입고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10월 2일, 결국 패배한 후 해산을 결정하지요.
그날 프란치스꼬가 쓴 마지막 일지에는
"이제 쓰기가 어렵소. 내 자신을 표현하기조차 힘드오.
가족들, 형제 자매들을 생각하고 있소.
이제 곧 그들을 껴안게 될 거요.
무엇보다도 처음 며칠 동안은 먹고 먹고 또 먹고만 싶소."
라고 쓰여 있습니다.

싸우다 죽고 싶었던 그들,
그러나 결국 고립되어 영양 실조로 사망한 그들.
그들에게는 그게 가장 괴로운 일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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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5-24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05-24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4-05-2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께서 계속 들러주시는군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4-09-23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인 책이군요. 책값 천오백원이 무색한... ^^ 80년대에 출간됐던 책이 2000년대 재출간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려고 할까요...

숨은아이 2004-09-24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글인데 새로 봐주시니 쑥스럽습니다. ㅎㅎ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우주이야기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2
이지유 지음, 이시우 감수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3. 2. 18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


이지유 글·그림, 이시우 감수, 미래M&B,
2001년 3월 1판 1쇄 발행, 2002년 12월 1판 7쇄 발행. 1만 2000원.


어린이를 위한 지식 정보 책은 참 만들기 어렵습니다.
'좋은' 어린이 지식 정보 책은 더욱 그렇지요.

어린이를 위한 책은 먼저 재미있어야 합니다.
모든 책이 다 재미있어야 하지만 어린이를 위한 책은 더욱 그래요.
그래야 생명력이 유지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책을 쓰는 사람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 어른이에요.
어른은, 어린이가 느끼는 '재미'를 알기가 어렵지요.
그리고 정확해야 합니다. 특히 문학이 아니라
지식이나 정보, 창의성을 자극하려는 책은 시적 변용이 허용되지 않거든요.
여기다 '좋은' 어린이 지식 정보 책은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합니다.
즉문즉답과 같은 책, 외워야 할 교과서가 아니라
어린 독자가 이 책을 읽고 자극을 받아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책이 되어야 해요. 이러니 어려울 수밖에.

지식 정보 책을 만들려면 먼저 '글'이 있어야 하는데,
재미있게 어린이의 지식욕을 자극하고 또 채워 주면서
그 내용이 정확한 글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해당 분야를 잘 알며, 재미있게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를 찾기란.
게다가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
(어제의 정설이 오늘은 거짓으로 판명되기도 하는)의 흐름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틀린 지식'을 버젓이 책에 실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러한 어려운 과제에 도전한 책이랍니다,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는.

서울대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중학교 과학 교사로 활동하다가 천문학과 박사 과정을 밟았으며
현재 천문학자의 아내인 이지유 선생은,
천문학을 공부했으며, 아이들을 상대했으며,
또 어린 자녀를 키우며,
게다가 현재 천문학자랑 같이 살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 이 책에서 가장 좋은 부분
222쪽에서는 보현산 천문대가 있는 영천으로 도청이 옮겨지면
보현산 천문대가 무용지물이 되는 까닭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지역을 개발할 때 흔히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아주 중요한 문제를 짚어 준 점이 매우 좋습니다.
224쪽에서 프랑스에서 만든 망원경을
보현산 꼭대기까지 어떻게 옮겨야 했는지 말하고,
<등산가? 기술자? 천문학자?>라는 꼭지에서는 천문학자의 일상을 알려 줍니다.
어디서도 듣기 어려운 정말 살아 있는 이야기이지요.
이런 부분 때문에 이 책 한 권, 사서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책 뒤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가 볼 만한 인터넷 사이트와 천문대,
볼 만한 책과 영화도 소개해 놓고,
천문학의 역사도 보기 편하게 정리해 놓았어요.

 

*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의 글은

어린이신문 <굴렁쇠>에 연재를 시작할 당시,

미래M&B의 이수애 편집장이 섭외하여 책을 위한 원고를 구성하는 동시에

신문 연재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글쓴이 이지유 선생은 <...우주 이야기> 다음에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화산 이야기>를

굴렁쇠에 연재했고, 이 역시 최근 미래M&B에서 책으로 나왔습니다.

그 후 이지유 선생은 굴렁쇠에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몸 이야기"를

연재했습니다. 


* 어느 모임에서 이 책을 기획 편집한 이수애 편집장을 만났고,

그분을 통해 이지유 선생께 이 책에 대한 "딴지걸기"를 긴 메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하나 하나, 정말 성의 있게 답변해 주셔서 크게 감동했습니다.

정말 멋진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 있었던 옥의 티는 재쇄 찍을 때 수정한다 하셨고, 또 메일의 내용을 다 이야기하려면

너무 기니까 여기선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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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구멍 길벗어린이 과학그림책 5
이혜리 그림, 허은미 글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03. 1. 7

가끔씩, 어린이를 위해 만든 책을 삽니다.
예전엔 조카들에게 선물하려고 샀는데, 요샌 저를 위해 삽니다.
참, 새로운 자극을 주는 멋진 책들이 많아요.
우리 어릴 때는 왜 이런 책들이 없었을까요?

허은미가 글을 쓰고, 이혜리가 그림을 그리고, 문승연이 디자인해서
돌베개어린이에서 출판한 32쪽짜리 그림책 <우리 몸의 구멍>은
"구멍"이라는 기제로 우리 몸을 보여 줍니다.

만화체 그림이지만 명쾌하고 생동감 있어,
말로 하면 어려울 우리 몸의 구조를 쉽게 설명하지요.

우리 몸에 대한 지식만을 전달할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우리 몸에도!) 흔하게 널린 "구멍"의 의미에 대해
은연중 깨우치게 합니다. 구멍은 "소통"을 뜻하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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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열차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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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0. 1

 

해문의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시리즈


전부터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좋아해 해문에서 나온
80권짜리 문고판 전집을 계속 사들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64권을 모았으니 16권만 더 사면 시리즈를 전부 갖추게 됩니다.
한동안은 절판된 듯 헌책방이나 대여점 정리 판매 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2000년 들어 다시 나오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책값을 올린 채(4500원) 서점에 대거 등장했거든요.

제 책꽂이의 이 시리즈 책들 판권을 훑어보니,
1985년에 나오기 시작해(당시 책값 1500원)
80년대 말 중판을 내면서 1500원으로 유지하던 책값을
2500원으로 올리기 시작, 그리고 90년대를 거치면서
3000원, 3500원으로 값이 오르더니 2000년대에 4500원이 됩니다.

물가가 상승하고 제작비가 오른 만큼 책값이 오른 것은 당연합니다.
해문의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는 읽다 보면
번역의 문제가 많이 드러나긴 하지만,
한 작가의 전작을 모두 소개하려는 출판인의 의욕이 느껴져요.


이 시리즈는 명절 때 고속버스에서 읽기 딱 좋은데, 이번에 읽은
<푸른열차의 죽음The Mystery of the Blue Train>은 1928년 작품으로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1891-1976)의 여덟 번째 장편이며
아홉 번째 추리소설,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다섯 번째 장편이라네요.
(책 뒤의 작품해설에 이런 게 꼭 나와서 좋아요. ^^;)

1998년쯤 일신서적의 문고판 시리즈로 헌책방에서
한번 샀는데 파본이어서 올해 들어 해문 것으로 다시 산 책입니다.
파본인 책은 중요한 열차 안 장면이 통째로 없었으니
추리소설로서 생명이 없다고 하겠지요.

그런데 해문의 번역에 결정적인 오류가 있네요.
이것 때문에 끝까지 헷갈렸습니다.
이 책의 제10장은 푸른열차가 파리에 정차한 뒤
새벽에 리용 역에 멈추는 걸로 끝나는데,
파리에 정차하기 전에 리용 역에 한번 서는 걸로 나옵니다.
리용 역 앞뒤에 일어난 일들이 사건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 진짜 리용인지 알아야 독자가 소설의 진행 과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출판된 영어판을 보니
파리 앞에 정차한 것은 Gare de Lyon,
그리고 10장 맨 끝에 서는 역이 Lyon이더군요.
(외래어표기법에 맞게 하자면 리용이 아니라 리옹이라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등장인물 중 케터링Kettering과 나이튼Knighton의
이름 철자를 이들이 맨 처음 등장할 때쯤 써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는
보수적인 정치 성향이 곳곳에 드러나지만,
인간에 대한 유머 감각이 느껴져 좋습니다.
나약한 인간을 따스하게 이해하는 마음도 느껴지고요.
그리고 가슴 저리는 로맨스와 신비한 환상도 곧잘 보여 줍니다.


* 지금 검색해 보니 책값이 다시 5000원으로 올랐군요.

* 제 실수로(전에 산 적이 있는데 까먹고 다시 사는 바람에... ^^)
 <엔드하우스의 비극>(시리즈 16)과 <복수의 여신>(시리즈 72)이
두 권씩 있는데, 혹시 갖고 싶으신 분 있으면 한 권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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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나 2005-04-26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해문추리문고가 5000원이요? 정말 많이 올랐네요..쌀 때 잔뜩 사둘걸..-.-,

숨은아이 2004-05-1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동안 못 샀는데, 아쉽지만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