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습니다.
칠검 七劍 (Seven Swords, 2005)
감독 서극(徐克) | 개봉 2005.09.29
저는 주로 영화를 혼자 보는 편인데, 옆지기가 무술 영화(무협 영화가 아니라 무술 영화!)를 좋아해 무술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는 같이 보곤 합니다.
평일 저녁 이른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시네코아 극장 저녁 6시 20분에 이 영화를 보러 온 사람은 저희 두 명 빼고 단 두 명. 그들 두 명 중 여자 분이 동행인 남자에게 이렇게 농담하더군요. “자기를 위해 내가 여기 빌렸어.” 흐음, 우리만 없었으면 딱 그렇게 될 뻔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 자막까지 다 보며 앉았는데, 다음 회를 보러 온 여성 관객 두 명이 들어와서는 똑같은 말을 하더군요. “뭐야, 우리 여기 전세 낸 거야?” ^^ 이 영화 인기가 그렇게 없었나 했는데, 집에 와서 TV를 켜니 축구를 하고 있더군요. 아하, 이란하고 월드컵 대표팀이 축구 경기를 하는 바람에 영화관에 사람이 없었구나.
하지만, 영화 보고 나서 느낀 바로는, 사람이 없을 만하다는 것이었어요. 축구 때문이 아니라도. 중국의 자연을 배경으로 잘 찍은 영화는 사실 배경만으로도 볼거리가 되긴 하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의 피가 난무했는데, 엄청난 살육이 자행되고 마을 사람들이라곤 촌장의 딸(이름이 생각 안 나네요. 무슨... ‘방’이었는데. 욱방?)과 아이들만 남았는데, 영화가 이렇게 허무하게 긍정적으로 끝나도 되는가요!
무엇보다, 칠검 하나하나의 개성이 살아나지 않았어요. 일곱 사형제 중 첫째 초소남(배우 견자단)과 둘째 양운총(배우 여명이 맡음)만 부각되었지요. 원래 천산에서 수련하던 사형제가 아니라 마을에서 구원을 청하러 천산에 갔다가 사형제가 된 다섯째 지방(배우가 최진영 닮았더군요 ^^)와 여섯째 원영(배우 양채니)은 많이 나오긴 했는데 검의 개성과는 잘 연결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초소남과 조선인 여자 녹주(김소연)의 로맨스는 그래도 그 절박함이 느껴지는데, 원영이 느닷없이 양운총에게 매달리는 건... -.- 원영은 씩씩하고 당찬 아가씨인데, 극 중의 비중에 비해 캐릭터의 성장 과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초소남 역할을 한 이 배우만 멋있었지요. *.*

싸울 때 긴 머리는 거추장스럽기만 할 텐데, 멋과 카리스마를 위해 그 불편을 감수하고 머리를 길러주시는 센스! 이 영화에서 생동감 있는 인물이라고는 이 사람뿐이었어요! 몸에서 서리서리 배어나는 고독!
견자단(甄子丹, Donnie Yen), 이란 이 배우는 그동안 <신용문객잔>이나 <영웅> 등 무협영화에 꽤 자주 나왔다는데, 지금까진 제가 얼굴을 제대로 못 봤네요. 1963년생이라니 중견 배우로군요. 영화 속에서 초소남과 녹주는 조선말(한국어)로 대화하는데, 초소남의 대사는 물론 성우가 더빙한 것이겠지요. 그래서 초소남이 조선말을 하는 장면에는 초소남의 얼굴 정면이 잘 안 나옵니다. ^^ 몇 번 나오는 장면에서는 대사와 입 모양이 잘 들어맞아서, 보기에 괜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