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해서 목걸이나 반지 같은 장신구를 잘 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할 적에 엄마가 해주신 실반지는 한참 하고 다녔는데, 가는 고리 세 개로 된 이 가락지를 툭하면 손가락에서 빼어 돌리다가 하나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다 잃어버릴까 봐 그냥 빼서 서랍에 간직했다. ^^ 시누이가 18금 목걸이를 선물했을 때도 한동안 걸고 다녔는데, 밤에 자기 전 그걸 푸는 게 여간 귀찮지 않아 얼마 안 가서 벗어버렸다. 그냥 목걸이를 건 채로 지내보려고도 했으나 세수할 때 걸리적거려서... -.- 이러니 보석으로 알을 박은 반지나 브로치는 아예 가진 적이 없다. 그런데 주위에서 보면, 오래된 반지나 브로치의 알이 빠진 채 화장대 서랍 따위에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진주나 다른 보석으로 박았던 알이 빠지면 그 알을 붙잡고 있었던, 가장자리가 삐죽삐죽 올라온 금속 받침이 드러난다. 그렇게 “보석이나 진주 따위 알을 고정하기 위해 물린 삐죽삐죽한 부분”을 거미발이라고 한단다. 거미발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란다. 오늘도 몰랐던 사물의 이름을 하나 알았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을 보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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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5-09-0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파란여우 2005-09-09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요 <설국>읽고 있는데 여인의 움직이는 입술을 거미 테두리로 비유하는 대목이 나온답니다. 세상에나..
우리의 거미발하고는 표현 차원이 너무 다르더군요

숨은아이 2005-09-09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그렇다는군요. ^^ 세상에 이름 있는 것들을 전 너무 몰라주고 살았어요.
파란여우님/거미 테두리는 또 뭘까요... 허참. ^^

플레져 2005-09-0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미발 스럽게 생겼어요. 사물의 생김새, 그 자체를 존중하는 이름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또한! 거미발을 이야기 하기위해 숨은아이님의 습관을 말씀해주신 것두...^^
저두 목걸이는 잘 안해요. 이유는 같습니다. 헤헤~ 추천은 저에요~ =3

숨은아이 2005-09-0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히힛, 추천 고맙습니다. 제 이야기 잘 들어주신 것은 더...

chika 2005-09-0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대학 졸업때 언니에게 받은 십자가 목걸이... 여행가서 온천욕할때 한번, 뺀거 빼고는 내 몸의 일부처럼 빼본적이 없다는 ;;;;;

어룸 2005-09-0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딱 어울리는 이름이어요^^

숨은아이 2005-09-0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저는 그게 안 되더라고요. 아무튼 이 글의 요점은 거미발! ^^
투풀님/거미를 뒤집어놓으면 딱 그처럼 생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