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순이가 기다립니다 초승달문고 47
윤성은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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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금순이는 개다. 주인이었던 언니가 장미빌라 앞 놀이터에 금순이를 두고 기다리라고만 하고 떠났다.

금순이는 언니를 찾고 싶다.


사건: 빨간 새 한 마리가 보름달이 되면 나타나 개를 사람으로 만들어줬어요. 빨간 새는 버림받은 동물을 도와주는 마녀였다.  

단 하루 동안만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

여자 아이로 변신한 금순이는 사랑이를 만난다. 사랑이는 외동딸이고 부모님은 식당을 한다. 어린이날 혼자 놀게 된 사랑이는 놀이터에서 흙파는 놀이를 하는 금순이를 발견한다. 둘은 함께 공놀이, 미용실 놀이, 냄새 맡기, 고기 먹기를 하며 친해진다.


절정: 금순이 언니는 이사간 것을 알게 된다. 다시 개로 변한 금순이. 사랑이 식당으로 찾아간다. 금순이가 개라는 것을 깨달은 사랑이는 금순이를 입양하기로 한다. 금순이 언니가 올때까지만.


사랑이와 금순이는 지금 행복하답니다. 혼자 기다리는 건 쓸쓸하지만 함께 기다리는 건 꽤나 든든하거든요.




2020 <안녕, 내 사랑!> 사계 김장생 신인문학상

2021 불교신문 신춘문예 <내 이름은 콩떡이었지>

국립생태원 장려상 플라스틱 거인: https://www.nie.re.kr/nie/bbs/BMSR00028/view.do?boardId=50105017&menuNo=200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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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글쓰기 - 당신의 노동을 쓰는 나의 노동에 관하여
희정 지음 / 오월의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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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부쩍 관심이 생겼다. 

논픽션을 좋아하지만 내가 직접 기록을 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남의 쓴 기록을 읽는 건 좋아한다. 

르포, 인터뷰 집. 물론 르포보다 인터뷰 집이 단편적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건 몇 배로 더 힘들 것 같다.


희정 작가는 대학교 졸업 이후 학교의 청소 노동자들을 인터뷰 하면서 본격적으로 기록노동자의 길을 걸었다. 


나이대 별로 기록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꼼꼼이 알려주고 있다. 주로 싸우는 사람을 기록하는 저자. 


질문을 받은 사람은 침묵하거나 속에 담긴 것과 다른 말을 꺼낸다. 그렇게 말문이 막힌 사람들을 두고 세상은 '소외된 사람' '목소리가 없는 사람'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 명명한다. 그제야 기록자는 '그'를 만나러 간다. 가서 묻는다. 자신이 그에게 첫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그러다가 깨닫게 된다. 자신 또한 세상의 질문과 다를 바 없는 말을 쏟아내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33쪽)


저자는 솔직하게 망친 경험도 서술한다. 질문의 전제가 자신의 고정관념을 나타내서, 무지해서, 경험이 부족해서.  

당연함은 특권이다.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나의 보편적 경험은 달라진다. 


20대 때는 라포 형성을 위해 억지로 ㄹ웃기도 하고, '무난한 여자'인 척 한다. 나와 달라서 불편함을 느껴서 입을 열지 않은 경우도 있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의 217일 파업, 시그네틱스 여성 노동자들의 네 번째 해고, 퀴어 세 사람의 A/S 인터뷰, 대학 청소 노동자 노조 설립 등을 다루고 있다.

 A/S 인터뷰 집이 참 좋다. 그렇게 치열하게 산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들은 해고 통고 앞에 아쉬울 것도, 절망스러울 것도 없다. "해고한다면 겁낼 줄 아냐."  "쌓여온 게 폭발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아줌마'고 비정규직이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그게 있어, 울분이. 그 열기가 폭발력이 있었어요." (119쪽)


노화는 누구에게나 오는 것인데, 나이에 이런 비하가 따라붙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비하의 대상이 되는 일을 유예하려면 '돈'이 있거나 돈으로 형성한 절음(안티-에이징)이 있어야 한다. (122쪽)


"우리의 지나온 삶 자체가, 용역 히ㅗ사에 있으면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는 것을 본인(도로공사)들이 더 잘 알아요."

자리 한 켠, 설 곳 하나 마련하려고 치열하게 살아냈다. 그 전력으로 이들은 자신들을 단순무식으로 보는 시선, 자신들의 싸움을 막무가내로 보는 시선, 자신들의 노동을 아무나 할 수 있는 단순반복으로 보는 시선을 거부했다.

옆 사람과 함께 가는 일, 뭉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들이 치열하게 살아온 과정에서 획득한 교훈이다. 함께했고, 조직했고, 그러므로 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25쪽)


 

정확히 관찰되고 기록된 현실은 언제나 가장 대담한 작가의 상상력보다 더 상상력이 풍부하고 흥미진진하다. (귄터 발라프)



그의 인생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나와 나눈 한두 차례의 인터뷰가 아니었다. 나를 거쳐 세상에 쏟아낸 몇 마디 말도 아니다. 그가 말하고 움직이고 관계 맺어온 시간 사이에 나와의 만남도 놓여 있을 뿐이다. (105쪽)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온다. 아무래도 억울해서 목소리를 내다보면 그 목소리를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순간 사람이 홀로 사는 존재가 아님을 각성한다. 본인도 옆 사람을 위해 좀 더 버텨준다. 그렇게 서로를 버티게 해준 사람들의 행렬을 뒤쫓아 나도 녹음기와 노트북을 챙겨 들고 간다. 그제야, 그러니 내가 보게 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겪어내고 있는(또는 겪어낸) 사람이다.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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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undred Dresses (Paperback) - 『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원서, 1945 Newbery Odyssey Classics 16
엘레노어 에스테스 지음, 루이스 슬로보드킨 그림 / Harcourt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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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발음하기 어렵고 가난하다고 놀림을 당하는 완다. 치마가 한 벌 뿐이지만 완다는 집에 100벌이 옷장에 있다고 한다. 알고보니 100개 그림이다. 이를 알고 미안함을 느낀 매디. 다시는 약자를 놀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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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 축산업에서 공개구조 된 돼지 새벽이 이야기
향기.은영.섬나리 지음 / 호밀밭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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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에서, 다시 동물이 되어 갔다. (205)

혁명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인정하는 것이다. (177)


우리 사회가 얼마나 동물 혐오로 똘똘 뭉쳐진 사회인지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효율적으로 '고기'를 먹기 위해 차별을 발명했다. '짐승 취급'하는 존재들, 비인간 동물은 참혹하게 도살되고 끔찍하게 대상화된다. 동물을 가두고 학대하는 사회가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말할 수 있을까? 생명이 존엄하지 않은데, 인간만이 존엄할 수 있을까?


비질(vigil), 공개구조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비질은 육식주의 사회가 가리는 피해자들을 만나기 위해 농장, 도살장, 수산시장 등의 현장에 찾아가 폭력적인 현장 속 진실의 증인이 되는 활동이다. 비질은 서울 애니멀세이브에서 기획해 진행한다.


미국은 수많은 공개구조와 정책적인 압박을 통해 캘리포니아 버클리 시의회가 '구조할 권리'를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외에서 공개구조와 관련된 재판들이 진행중이다. DxE의 공동 설립자 웨인은 중범죄로 60년 형을 기소받고 맹렬하게 싸워나가고 있다고 한다. 활동가들은 절도죄의 재판을 기회 삼아 폭력적인 현실을 폭로하는 기회로 삼는다. 감금과 학대로 돈을 벌어들이는 축산업의 현실을 고발하고 '가축'이기 때문에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새벽이가 법의 영역에서 구조되지 못하고 불법의 영역에서 공개구조 되어야 하는 현실을 폭로한다. 


우리 사회는 육식이 자연스러운 욕구라고 강요한다. 절대 자연스럽지 않는 폭력과 감금의 체계에서 고기를 먹어야 할까? 그렇게 인간은 욕구를 절제할 수 없는 건가? 


학살을 당연시하는 체제가 합법인가? 합법이 곧 정의인가? 구조가 불법인가? 

한국은 1인당 육류 소비량 세계 14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세계 1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당연히 채식을 하고, 육류소비를 반대하는 것이다. DxE 후원도 하고, 비질도 참여하고, 공개구조를 응원하는 것일 것이다.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반려동물 중에 돼지도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반려돼지나 반려 소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살기 좋은 사회가 아닐까? 학교에서도 반려돼지를 한 마리씩 키우면 어떨까? 


[밑줄]


구조할 수 없는 구조, 나는 다름 아닌 가해자 대오에 서 있었다. 세월호 참사와 나, 나와 도살장, 그리고 나와 새벽이, 노을이, 별이. 이 만남과 연결들은 내가 동물 해방 운동을 시작한 계기이기도 하다.(211)


수십 명의 동물을 빽빽하게 가둔 2층 트럭도 있었고, 엄마돼지인지 덩치가 아주 큰 동물이 홀로 외롭게 갇혀 있는 작은 트럭도 지나갔다. 비명은 계속 들려왔고 곧 사이렌이 반짞이며 경찰차가 도착했다. 그러나 비명이 난무하는 현장 속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비명을 들은 우리가 가해자 취급을 받고 있었다. 

분명 그곳엔 고통에 몸부림치는 절규가 난무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게 복무하고 있었다. 내가,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것이 가짜가 아닌데....심지어 당신들의 귀에도 들릴 텐데. 직원, 경찰, 식당 주인 모두가 우리에게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게 복무하고 있었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순간 떠오르는 하나의 명령, "가만히 있으라", 이 사회가 어떻게 멀쩡히 굴러갈 수 있었던 건지, 순진한 내가 5년 만에 답을 얻는 순간이었다. 비명은 그렇게 은폐되고 있었다. (208)


노을이가 죽은 이유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슬프고 절망적인 현실을 마주하며 우리는 깨달은 것이다. 나와 당신이 그렇듯 아픈 이들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픈 이가 치료받는 것, 이것은 상식이다. 반면 아프다는 이유로 죽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다. 그러나 축산업의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판단 아래에서는 이 상식이 모두 헛소리가 되었다. "약한 자는 죽어라." 노을이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폭력적인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숨죽여 떨고 있었다. 비인간 동물들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굴러가는 사회를 만들고 묵인하는 우리 모두가 이들을 죽이고 있었다. 아픈 이들을 살리는 병원이 있는 것이 아닌, 도살 전, 즉 '죽이기 전까지만 겨우 죽지 않게' 관리하는 수의학만이 있는 사회, 축산업이라는 극단적인 학대를 용납하는 우리 사회가 '노을이들'을 죽이고 있었다. 또한 노을이의 죽음은 생추어리의 시작이기도 했다. (187)


서울 서초동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양재 시민의 숲,
마치 별이가 응답하듯 하늘에서 비가 뚝뚝 내렸다. 우리의 눈에서도 눈물이 비처럼 흘렀다.
2017년 한 해 돈사 화재 발생 건수는 189건

도살장의 계류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내게 토로하듯 말했다. 육질을 위해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도살공정의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돼지들을 끊임없이 퍽퍽 때려야 한다. 차라리 동물학대라고 하여 쓰지 말라고 하는 전기봉이 빠르다. 지금은 내 팔이 떨어질 정도로 돼지를 패야 한다. 그래도 도살장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할 때는 갈고리를 입천장에 걸어 돼지를 있는 힘껏 끌어당겨야 하는데, 갈고리가 살을 뚫고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생명의 존엄, 그런 게 내 안에서 사라지는 게 느껴진다. 이제는 운전을 하다가도 화나게 하는 운전자가 있으면, 저 새끼, 돼지 패듯이 패버려? 하는 충동이 자꾸 든다고.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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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노란 벤치 - 2021년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34
은영 지음, 메 그림 / 비룡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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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후는 외롭다. 유일하게 자신을 돌봤던 할머니는 갑자기 작년에 돌아가셨다. 

아빠는 외국에 계시고 엄마는 일 때문에 집에 거의 없다.

할머니와 늘 갔던 공원에 일곱 번째 노란 벤치를 찾아간다. 

우연히 얼굴에 까만 털이 있는 개를 만나게 된다. 해적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벤치에서 해나라는 여자아이도 만나게 된다. 해나는 중학교 형아들로부터 지후를 도와준다. 

지후는 거의 매일 벤치에서 해나와 해적을 만난다. 그리고 공원을 한 바퀴 도는 치와와 아줌마, 검정 모자 아저씨, 할머니를 알게 된다. 

어느 날 해적이 사실은 봉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가 봉수를 끌고 온 것이다. 실제로 할아버지도 버려진 봉수를 구하게 된 것이다. 친동생의 이름을 따 봉수라고 이름 지어줬다.

할아버지는 지후에게 봉수를 봐달라고 부탁한다. 그 때 지나가던 남자가 봉수를 뺐어가려 한다. 알고보니 개도둑이다. 지후는 온 몸을 다해 봉수를 지키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러자 공원에서 지나가던 사람들 - 검정 모자 아저씨, 치와와 아줌마, 유모차 할머니, 18층 아줌마(해나 담임), 해나 -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돕는다. 경찰을 부르고 남자는 끌려간다. 


지후야, 지후야, 라지후.

누군가가 예전부터 할머니와 나를 보고 있었다니....

할머니와 나는 여기 일곱 번째 노란 벤치에 매일같이 앉아 있었다. 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에도, 시장을 갔다 오는 길에도, 아무 할 일이 없을 때에도 우리는 여기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떨다가 꾸벅잠을 자기도 했다.


근데 넌 참 멋진데.
내 말을 듣자 해나는 펄쩍 뛰어오르듯 소리쳤다.
와아! 우리 선생님도 너처럼 말했어! 내가 멋지다고!

근데, 그 때 형이 내 이름을 불러 줘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지후야, 안녕. 이라고 말해 주는 순간 내 편이 생긴 것 같았거든요. 안 그랬으면 난 무서워서 울고만 있었을 거예요.
내 말에 형은 웃을 듯 말 듯, 한쪽 입꼬리를 피식 올렸다.
너 그때 정말 용감했어.
근데, 제 이름을 어떻게 알았어요? 지후야, 안녕. 할 때 깜짝 놀랐어요.
형은 망설이는 눈치였다. 말할까 말까 하다가 입을 열었다.
예전에...할머니랑 너랑 맨날 여기에 앉아 있었잖아. 그 때 너희 할머니가 ‘지후야, 지후야, 라지후. 하며 노래 부르듯 너를 불러 대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니?
아....
눈물이 핑 돌았다.
‘지후야, 지후야, 라지후.‘
할머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노래 부르듯 내 이름을 불러 주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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