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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라종일 외 지음 / 파람북 / 2020년 10월
평점 :
제목에 비해 책 두께가 얇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모든 대통령을 다룰려면 250쪽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텐데.
역시나 저자는 모든 대통령을 분석하지 않는다.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 특히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분석한다.
라종일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2001년 저자가 영국 대사로 일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귀국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저자는 귀국하기 전 송별회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대개 그 끝이 좋지 않고, 거의 예외 없이 비극적이기까지 하기 때문에 대사직을 계속 수행하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자는 그런 역사적인 사실을 알면서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솔직히 나도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하지 않았다면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솔직해 이후 이명박, 박근혜도 모두 끝이 좋지 않았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제발 안 그러길 바랄 뿐이다.

저자들은 이런 불행한 한국의 대통령은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스템의 문제에 주목한다. 우선 대통령 부근의 인물들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제왕적 대통령의 측근에는 '황태자'가 존재한다. 두 번째는 '실제 측근들'이 있다. 대통령의 현실적 혹은 상상된 권한을 행사하거나 행사한다는 평판만으로 근 영향력을 발휘한다. 세 번째는 '가신 측근들'이다. 이들은 공적이나 정치적이라기보다 사적으로 대통령과 오랜 인간적 관계가 있다. 네 번째는 '궁정 광대'로 특별한 역할이 없는 것 같아도 영향력과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갈등을 일으키고 대립을 빚는 권력의 중심부에서 인화의 모색 혹은 어색한 상황의 수습 등 나름의 중요할 수 있는 일정한 역할을 한다.
시스템의 문제를 외교, 언론, 정치 구조, 리더십의 문제로 분석한다. 또한 선거제도 자체가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다. 지금은 박정희 때보다 덜하긴 하지만 여전히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천억 단위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는 실제로 개인이 쓴 돈은 거의 없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개인이 돈 없이는 선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제발 이번 대통령부터는 행복한 말년을 보냈으면 좋겠다.

이 책은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