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 Secret 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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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이 깐느에서 상을 받았을 때는,
내가 ‘초록물고기’ 이창동감독님이 간만에 내놓은 영화니까 챙겨봐야지 라고 ‘밀양’을 메모해두었던 시기보다 한참 뒤였다.
전도연이 상을 탄 것은 축하할만한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기껏 메모해 둔 ‘밀양’을 ‘깐느에서 상까지 탄 영화래’ 라는 말을 하면서 몰려드는 관객과 함께 본다는게 왠지 달갑지 않은 것이, 묘한 낭패감을 주기도 했다.
상이란 항상 그렇다. 받는 사람은 무지 좋을텐데, 옆에서 보면 결국 씁쓸해진다, 이런 저런 이유로다가.

이래저래 미루다가 디비디로 보게 된 ‘밀양’.
씨크릿 선샤인은 송강호였나봐, 라고 단순한 결론을 지었는데 진짜루 맞나 안 맞나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전도연보다 더 대단해보이는 연기자는 아무래도 송강호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이야기에서도 영화 밖 이야기에서도 송강호는 그야말로 씨크릿한 선샤인인 거 같다는 거다.

사람이 많이 힘들고 그래서 극한이라는 자각조차 없는 상태로 극한이 오면,
무슨 짓을 할 지는 정말 아무도 모른다.
그 중에서 종교에 매달리거나 손목을 그어버리는 행위 정도는 어쩌면 너무 예상 가능하여 시시할 정도다.
나의 극한이 어디까지인가, 를 지난하게 가늠하려고 하는 이들의 목적은 어쩌면 그런 상황이 왔을 때를 미리 대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육체적인 고통의 극한을 시험하는 정도겠지만. 정신적인 고통의 극한에 대비하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지 않나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렇다면 어쩌냐. 그냥 살아야지. 좋으면 좋은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물 흐르듯 산다는건, 그래서 말처럼 쉬운건 아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꽤 긴 2시간반의 영화를 본 소감은, 그래도 참 잘 만들었구나 라는 것. 그런데도 다음에 저런 영화를 또 볼래 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거 같다.
힘든 거는 겪기도 싫지만 보기도 싫어졌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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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i 2009-02-0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브리핑에 치니님으로 도배가 되어있기에, 오잉? 하고 와봤더니..ㅎㅎ
알라딘 영화오픈 기념으로 다른데서 올리신거 여기로 옮기시나봐요. :)

치니님, 밀양 리뷰 보구선 전번에도 맞어, 밀양봐야되는데, 하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또 그러네요. ㅎㅎ 봐야지, 했는데 왠지 이 영화는 뒤로 밀려요.이창동감독 영화가 내는 분위기를 겪는게 꺼려진달지... 음. 역시나 오락물이 저한테는 딱인지도 모르죠.

치니 2009-02-06 10:23   좋아요 0 | URL
ㅋㅋ 맞아요 마하연님. 도배의 이유에는 알라딘 영화 오픈 기념 이벤트 (열 개 이상 올리면 추첨해서 적립금 1만원)가 유효했어요. 어차피 싸*월드 게시판에 따로 올리는 것도 좀 거시기하다 생각하고 있던 차에, 옮기기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닌 지라 딱 10개 하고 말았어요. ^-^;;

밀양의 내용을 미리 알았다면, 저도 안봤을 지도 몰라요. 제가 못 견뎌하는 소재가 아이가 어떻게 되는 소재거든요. 마하연님은 어찌 보시려나 음 썩 좋아하진 않으실수도 있겠다 싶은데...

웽스북스 2009-02-0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껏 메모해 둔 ‘밀양’을 ‘깐느에서 상까지 탄 영화래’ 라는 말을 하면서 몰려드는 관객과 함께 본다는게 왠지 달갑지 않은 것이, 묘한 낭패감을 주기도 했다.

아, 이 심정.....(너무 이해가 되는...)

치니 2009-02-06 10:25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도 그래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해가 되신다니 위로가 되네요. ^-^

니나 2009-02-0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엄니 영화보고나서 한마디 하셨죠 "그러니까, 용서한다는거 다 자기위선이라고!"
다만 그날 안경을 안가져가셔서 난시때문에 일주일동안 머리아파하셨다는, 근데 안경 가져가셨어도 머리 아팠을 거예요 울 엄니는. 흐흐.

치니 2009-02-06 19:05   좋아요 0 | URL
용서라는게 정말...아예 용서할 일, 용서 받을 일 자체가 없어야 하는데, 인간사 그렇지가 못하죠? ㅠㅠ
니나님 엄니는 따님과 친구처럼 지내시는 듯. ^-^
 
색, 계 - Lust, Ca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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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계를 보면 결국 당신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말 것이다.

 

영화의 힘은,
상상하고 지어낸 이야기와 만들어 꾸민 배경을 가지고도
충분히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을 누구에게나 선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안 감독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철저히 내면화해서 그 힘을 십분 발휘하는데에 온 신경을 쓰는 사람인 것 같다.
머리로 알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알고 본능과 이성을 적절히 조화시켜 자신의 영화를 완성할 모든 것들을 총동원 하는데 성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란 무지하게 어려운 일이란 건 말 안해도 알 만한 사실.
색.계는 그런 노고의 결실로써 충분하고, 당당하고 은은하되, 아주 촘촘히 빛난다.

 

양조위, 아무래도 이 사람만한 홍콩 배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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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2-05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안 보여요. 싸이에서 가져온 사진은 싸이를 로그인 하거나 아니면 거길 한 번 다녀와야 사진이 보일 거예요. 저처럼 싸이 안 하는 사람은 사진이 안 보여요ㅠ.ㅠ

치니 2009-02-06 10:31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 그런 사실을 모르고 걍 올렸군요.
제가 맥킨토시 사용자라 사진 수정하려면 좀 복잡해져서 (알라딘은 맥 유저에게 너무 신경 안써준답니다 흑), 걍 사진 지웠어요.
올렸던 사진은 뭐 특별한 건 아니었고, 양조위가 좀 멋지구리 하게 나온 사진이었어요. 아마 다른데서도 많이 보신 것일 듯.

니나 2009-02-06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조위 너무 좋죠! 양조위 때문에 이 영화가 살았어요. 양조위니까,,, 이해가 가요.
제 후배가 이 영화보고나와서 한마디(당시 후배나이 27이던가)
"언니, 나도 이제 어른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09-02-06 16:37   좋아요 0 | URL
역시 ~ 니나님과 저는 남성 취향 은근 통하는데가 있는 듯.
후배님 27세나 되는 나이에 저런 멘트, 너무 늦된 거 아닌감요? ㅋㅋㅋ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No Country for Old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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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 1

자고로 여자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 나온다. 남자들이여, 와이프 하라는대로 하면 적어도 비명에 가지는 않는다.

 

교훈 2

모르는 사람에게 쓸데없는 호기심이나 관심을 갖지 말라.

이상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것이 너무 이상하면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

모든 비극의 원천은 호기심이다.

 

교훈 3

돈은 쓸만큼만 가져라. 게다가 내가 몸 써서 번 돈 아니면 손 대지 말아라.

모든 비극의 또 하나의 원천은 욕심이다.

 

교훈 4

이런 영화를 보면서 심각해지지 말라.

이 개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희망이 눈꼽만치도 보이지 않게 된다.

 

교훈 5

아무리 좋은 소설도 영화로 재탄생되면 별로라는 공식을 믿지 말라.

이런 감독들이 만들면 그 공식은 뒤집어지기도 하니까.

 

교훈 6

영화에서 제목과 내용을 연결하려 하지 말라.

제목은 제목일 뿐. 자꾸 연결하려 하면 스스로 바보가 된 기분이 든다.

 

교훈 7

어메리칸 드림은 제발이지 버려라. 아직도 그러구 있다면. 미국은 인류가 만든 최악의 자본주의 블랙홀이다.

 

몇 일을 생각해야 제대로 된 감상이 나올 거 같은, 꽤 벅찬 영화다만, 몇가지 교훈은 하루가 지난 오늘에도 쏙쏙 나온다. 그래서 이런 영화는 잔혹한 장면들을 억지로 감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봐줘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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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2-05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핵심만 쏙쏙 얘기해 주셨어요! 끄덕끄덕이에요.

치니 2009-02-06 10:48   좋아요 0 | URL
더 멋있는 리뷰를 쓰고 싶었으나 필력이 딸리는 관계로. ㅠㅠ 쓰다보니 꼭 입시용 학습지 분위기가 되어버렸어요.

다락방 2009-02-05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영화 꽤 좋았는데 말이죠. 다 보고 나서 영화의 감상을 적으려고 하니 도대체 무얼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치니 2009-02-06 10:4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보셨구나. 제 주변엔 은근히 이거 본 사람 드물더라구요. 코엔 형제를 워낙 좋아해서 저는 챙겨요.
무얼 어떻게 적어야할 지 모르게 만드는 영화에요, 정말. 말을 하자치면 시각에 따라 할 이야기가 엄청 많을 것 같기도 하고.
 
은하해방전선 - Milky Way Liberation Fr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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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이미지  

집에서 5분만 열심히 걸으면 '상상마당'건물이 나오고, 거기서는 늘 재미있는 걸 해주는데도 게으름을 떠느라 이번에야말로 꼭! 이라는 각오를 하고 보러 간 영화.

 

배꼽 떨어지게 웃게 되진 않지만, 중간 중간 피식 웃음을 참기 힘든 이런 영화, 귀엽다.

발상도 귀엽고, 일부러 넣었다는 티가 나는 대사들도 귀엽고, 홍대 길거리에서 수없이 마주치는 얼굴들이랑 비슷한, 낯설지 않은 외모의 배우들도 귀엽다.

 

시간과 돈과 짱짱한 연기자들이 없어도, 이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같아서 괜히 내가 기쁘다.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 싶겠지만)

 

귀여워 귀여워 사랑스러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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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2-06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이 영화 귀여웠어요 ^_^ 은하 역할 맡은 배우도 은근 묘한 매력이.

치니 2009-02-06 10:51   좋아요 0 | URL
은하 역할 맡은 배우는 일찌감치 찍어 놓았던 배우인데 이 영화에 나와서 반가웠어요.인터뷰 한 걸 보니 당찬 아가씨더라구요. 매니저에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던지면서 매니저라면 이 정도 영화는 알아서 찾아와야 하는 거 아니냐며 딱 부러지게 출연을 결정했다고 하대요. ^-^

웽스북스 2009-02-09 10:33   좋아요 0 | URL
어이쿠 그 처자 정말 마음에 드네 ^_^

치니 2009-02-09 11:0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런 당찬 성격이랑 생김새(혹은 있을 거라 생각되는 좋은 영화에 대한 안목도) 가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가 기대 되어요.
 
존 레논 컨피덴셜 - The U.S. vs. John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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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고 있는 우석훈씨의 <직선들의 대한민국>에 보면,

시대 상황이나 흐름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제인이나 기업가, 정치가가 아니라,

예술가라고 하는 말이 나온다.

 

존레논 컨피덴셜을 보면, 우석훈씨가 한 말이 그냥 상상으로 한 말이 아니라, 진짜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니까, 정치 따위엔 관심이 없을거야 라고 단정하는 것도

예술을 하는 사람이니까, 정치를 하면 좀 아니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는 것도

너무 예술을 모르거나 예술가의 기질을 모르는데서 나온 이야기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핍박 받거나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것을 가장 못참는 사람들이 어쩌면 예술을 하는 사람들, 아닐까.

 

존레논, 영리하고 용감하고 순수하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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