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주
최수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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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하고 철이 없던 한 때(이렇게 썼다고 해서 지금은 안 무지하고 철이 들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때는 지금보다 그 정도가 더했다는 뜻), 나는 진지한 삶 따위는 나에게 맞지도 않고 그런 식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 촌스럽기까지 하다고 생각했다. 성찰은 골치가 아팠고 음습한 내면은 들여다보기 싫었으며 진지하게 그런 것들에 대해 떠들어 대는 사람들은 가볍게 팔랑이는 사람들보다 더 대책이 없는 부류라고 생각했었다. 문학에 대해서는 그런 식의 어설픈 취향이 걸림돌이 되기도 했는데, 잘은 몰라도 문학에 있어서 진정성이라던지 진지함이 결여된 표현을 마주하자면 왠지 작가보다 내가 더 굴욕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어울리지 않게 세태에 대한 한탄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문학을 다른 예술에 비해 우월하게 대하는 것도 내키지는 않는 태도인지라, 역시 나에게 진지함이란 사족일 뿐, 이라고 편의적으로 생각해버렸다. 사는 건 농담 같은 거지 뭘 그러면서. 그런데 조금씩, 내가 매료될 수 있는 진짜 농담은 말 장난에 불과한 유희로써의 농담이 아니라, 기실 대단히 엄격하고 고집스러운 사람이 투철하게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지고 수없는 고민 끝에 나온 절제된 표현으로서의 농담, 철딱서니 없는 내 머리를 조용히 숙이게 하는 맛이 있는 그런 농담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본인은 제대로 요리할 줄 아는 음식 하나 없으면서, 입맛만 고급이 된 허영심 많은 주부인 것이다. 최수철의 몽타쥬를 읽으면서 줄곧 머릿속이 묵직했고 시대에 걸맞는(?) 명랑함이나 산뜻한 가벼움은 완전히 배제된 이 책이 불편하지만 부당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내가 그나마 진지함에 대한 생각을 바꾼 뒤라 가능했을 것이다. 우습지만, 이제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니 청춘의 소치라고 우길만한 자신도 없고, 나도 생각 좀 하고 살자 라는 홍상수 영화 속의 김상경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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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9-03-02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하고, 흐흐흐.

치니 2009-03-02 09:17   좋아요 0 | URL
읽어보시라고 하고 싶어요. 어떤 면에서는 자의식 과잉처럼 보여서 아슬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수긍이 가는 글들이었어요. 아마 니나님이 저보다 이해를 잘 하실 거라는 추측은 왜 드는 걸까요. ^-^;;

토니 2009-10-1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파크 중고서점에서 드뎌 구입했어요. 사실 제목만 보고 범죄심리소설 정도로 생각했는데 ㅋㅋ (SVU, CSI 광팬이라.. 한심하죠? 전 늘 제목으로 책을 판단한답니다.) 초현실적이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작성한 글들이네요. 무겁긴한데 대부분 수긍이 가요. 신기하게. 어떤 부분은 제 삶을 엿보는 것처럼 정확하기도 하구요. 저도 일종의 강박증 같은게 있어서요. ^^ 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훗.

치니 2009-10-15 17:59   좋아요 0 | URL
네, 많이 무겁죠? 휴, 저는 지하철 타고 오가면서 읽느라 꽤 고생했던 기억이. ^-^;;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
캐롤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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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신의 개에 관한 이야기로 유명세를 떨친 책은 이미 <말리와 나>가 있고, 애견 키우기에 대한 정보 관련 책들은 이미 수도 없이 나와 있는데, 나는 그 많은 책들 중에 역시 <말리와 나>를 읽었고 정보 서적으로는 지금은 제목도 기억 나지 않는 만화 같은 형식의 책 한 권을 읽은 것이 전부다. 이 책은 그 두 책 뿐 아니라 대부분의 개를 모티브로 한 책과 분명히 차별되는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읽어볼만한 책이자 관계에 대한 성찰, 나아가 그 관계들을 어떻게 영위하면서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 역시 읽어보면 참 좋을 책이다. (써놓고 보니 마치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인 - 예의 말리와 같은 종이다 - 우리 '두리'에 대한 사랑이 누구보다 지극하다고 자부하면서도 막상 개에 대한 애착이 지나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은연 중에 싫어했던 것이 틀림 없다. 또 어느샌가 자신을 무엇에도 깊이 빠지지 못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개에 대한 관심 역시 그래주길 바랬을 지도 모른다. 그래야 편하니까. 빠지면 힘들어지니까.

책을 읽어가면서, 나 역시 작가 캐롤라인 냅처럼 인간에게 지나친 애착심을 표현했을 때, 분명히 넘어가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넘어간 경계선의 뒤를 밟아 버렸을 때, 그 결과가 꽤나 처참했던 기억들이 무의식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당당하지 못하게 내 개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구나 라는 자각이 드니 슬쩍 자기연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니까, 모두, 그랬다. 거의 모든 인간과의 사랑이 말이다. 

처음에는 분명히 서로가 반짝이는 순간이 있었고 둘만의 각별함을 둘만이 안다고 생각하여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혹은 물리적인 상황이 바뀜에 따라, 혹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찬란하던 색깔은 흐려지고 바래지고, 매일이다시피 만나야만 풀렸던 초반의 그리운 감정을 미련하게 오래 전달하면 '부담을 느낀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그런 부담이 생기지 않는 유일한 관계는 소위 '장애'가 있어서 포기할까 싶다가도 그 장애 덕분에 자꾸만 꺼져가는 불씨라도 활활 태우게 되는 관계 뿐이었다. 오래 사귄 친구 역시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하면 견딜 수 없어 했고 나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장담을 할 수 없었다. 애착이 싹 터 오르는 순간을 즐기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커진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하면 어줍잖은 자존심을 챙기기 바빴고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 지, 구차하지는 않은 지만 따지느라 정작 사랑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났다. 어떤 상황에서도 솔직하게 내 사랑을 마음껏 표현한다는 건 , 인간사에서 불가능해보였다. 남과의 관계 뿐 아니라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조차 , 우리 인간들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두리'를 만났다. 

이쯤에서 나는 작가가 자신의 개 루씰에 대해 표현한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내용의 이야기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 

두리는 따지지 않았다. 두리는 어디로도 가버리지 않았다. 두리는 내가 너무 지나치다 싶은 애정을 주어도 귀찮아하기는 커녕 더욱 더 나를 따랐다. 두리는 내가 바쁘고 기분이 안 좋아서 애정을 주지 않고 내버려둬도 잠깐 나를 귀찮게 할 망정 비난하지 않았다. 두리는 나를 판단하지 않았다. 외모로도 판단하지 않았고, 지성을 가늠하려 하지도 않았고, 성격이 좋네 나쁘네 라고 평가하지도 않았다. 두리는 그냥, 나를 좋아하고 내가 자신을 그냥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우리가 함께 있는 시간에 나는 모든 것을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는 깨끗한 마음을 선사 받는다. 우리 둘의 포근한 교감을 훼손할 나쁜 생각이나 골치 아픈 생각 따위는 그 순간 만큼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도 매번! 이것을 경험한 이상, 개를 키우는 행위가 '외로움에 대한 대안' 정도로 요약 되기에는 또 다르게 표현되어야 할 - 딱히 표현할 길이 마땅치 않은, 그러나 이 작가는 그 표현들을 너무나도 잘해주고 있어서 신기한 - 정서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걸 깨달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개를 안 키우는 사람들이 그 부분을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책을 읽고 무한 공감을 하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섣불리 두리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만, 사진 한 장 올리고픈 마음은 억제하기 어렵다. ^-^; 



  눈이 펑펑 온 날에 신나게 뛰어 다니고 눈 뭉치를 먹던 두리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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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4 1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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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4 14: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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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4 2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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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5 19: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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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i 2009-02-25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태그는 대G군, H군 보신용이군요...ㅎㅎ
두리는 겨울이 좀 행복해보여요. 털이 있어서 따뜻해도 보이고요. ^^ 사진 귀여워요.

치니 2009-02-25 19:18   좋아요 0 | URL
저 털이 사람에게는 옷 같은 작용을 하는지, 더워진다 싶으면 털 갈이를 해서 털을 숭숭 뽑아내요. 그게 옆에 있는 우리에겐 죽을 맛이지만 개 입장에서는 옷 갈아 입는 거죠. ㅎㅎ
태그가 그렇게도 읽히겠구나, 후후, 안 그래도 G군이 이 책의 제목에 아주 강한 불만을 표시했었죠. ㅋㅋ

2009-02-25 16: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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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5 19: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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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3 1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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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3 13: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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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롬이 2009-12-25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리뷰글 보고 마음에 남아 인사남기고 갑니다.
두리 예뻐요. ^-^

치니 2009-12-26 10:54   좋아요 0 | URL
새롬이님, 반갑습니다. ^-^
두리 예쁘죠 ~ 헤헤.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한강 지음 / 비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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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에게는 굳이 표현하자면, 락 스피릿이 있는 모양이다.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가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만가만 듣고 있자니 어느덧 숨이 조여져 오는 것 같았으니. 어쩌면 마음이 먼저 답답해 있으니 노래가 괜히 말썽이었을 거다. 미세한 바람에 파르르 떠는 작은 잎 같다가 폭풍우를 만나면 우어어 하고 있는 힘껏 목청을 돋우는 식의 노래들이었는데, 그 가사들이 시처럼 다가와야 좋을 시점에 영 다른 메마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서, 첫 감흥은 물 건너 가버렸다. 음악에 있어서는 아직도 소녀인 양, 내가 좋아하지 않는 곡이 하나라도 나타나면 성마르게 도리도리를 해버리는 습관이 있는지라, 이 작가가 올린 리스트에 그런 음악이 끼어 있을까봐 괜히 조마조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태춘 박은옥이 들어가 있다. 그 꼭지를 읽고나니, 예의 답답한 듯 숨이 조여오는 노래의 느낌이 어디서 나왔는가 스스로는 알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나는 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이미지만으로 정태춘이 대국민(특히 대학생들) 상대로 거의 사기를 친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기억이 가물하지만 오래전 대학 시절에 그와 그의 부인인 박은옥씨를 축제에 불렀을 때 당연히 무료에 가까운 봉사를 해줄 것으로 착각하고 그들이 달라고 당당히 말했던 기백만원에 놀라 자빠졌던 경험 때문일 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가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일거다. 송창식의 비슷한 가사들에는 마음이 끌렸는데 이들의 노골적인 사랑 노래에는 왜 그리 인색해지기만 했던지. 아마 대놓고 상업주의는 하지 않으면서 뒤로는 충분히 상업적이었다고 느껴지는 - 대중가수가 상업적이면 뭐가 어때서! - 분위기와, 당시 사회 상황에서 그들이 실제 한 것에 비해 지나치게 추앙 받는다는 느낌 따위에 편견으로 똘똘 뭉친 내가 어느새 낙인을 찍어버린 것임에 틀림없다. 이야기가 한참 삼천포로 샜다. 산문집을 먼저 읽고 본 작품을 나중에 읽는 두번째 작가가 될 한강 - 첫번째는 황인숙이었다 -, 에세이로만 보자면 그녀에겐 너무 유머가 없고 너무 진지하다. 자못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비교적 담백하게 적은 것 뿐인데도, 다 읽고난 느낌은 오래 앓는 친구를 지켜본 것처럼 무겁고 산뜻하지가 못했다. 아마 내게, 유머 강박증이나 진지함 거부증 같은게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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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9-02-10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싸 일빠! 혹시 나는 누군가와 경쟁을? ㅋ, 제가 이시간에 이러고 있는 이유는 어제는 좀 락스피릿 풍으로 술을 마셨다고 할 수 있고 어찌되었든 가만가만 마시질 못했고 그래서 새벽이 되자 뱃속이 상업주의적 반란을 일으켰는데... 아흑!ㅋ,

한강은 채식주의자 봤는데 소설도 좀 오래 앓는 친구느낌이 나긴 해요. 읽을만 하지만 보호본능을 일으키려는 혹은 일어나는 일어나야하는 진지함에는 발이 멈칫거려진다?


치니 2009-02-10 09:42   좋아요 0 | URL
^-^ 귀여운 니나님, 아직 숙취의 여운이 느껴지는데요. 요즘 술 못 마시게 되었다고 하시더니, 어제는 괜찮았던 거에요? 아무튼 술은 가만가만으로 시작하려다가도 대개 락 스피릿으로 끝나드라구요. ㅋㅋ
<채식주의자>가 <몽고반점>보다는 더 끌리는 편이라 다음 책은 그걸 볼까 하고 있어요. 음 근데 보호본능을 일으킨다는 말씀에 좀...

프레이야 2009-02-10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의 만남도 타이밍이 맞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전 이 책을 딱 그렇게 만났던 셈이에요. 좀 가뿐하지 못한 듯하면서도
은근히 서서히 다독여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치니님 좋은아침 선물로 추천^^

치니 2009-02-10 09:44   좋아요 0 | URL
네, 정말요, 타이밍이 꽤 중요하게 작용해요.
마음이 너무 스산하고 짜증이 밀려오는데 억지로 읽은 것 같아요, 돌이켜보니.
그러니 괜히 책이 답답하고 가뿐하지 못하다고 더 투정을 한 셈이죠. 그런 상태가 아니었음 말씀대로 은근히 서서히 다독여지는, 그런 느낌 충분히 있었을 건데 아까워요.
아침부터 선물 받으니 기분 좋아요 ~ 헤.

이게다예요 2009-02-11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앓는 친구... 에서 웃을까 말까, 했어요. ^^
꽤 심통사나운 말이면서도 절묘한!!
아기가 자고 있는 아침, 너무 상쾌하네요. ㅋㅋ

치니 2009-02-11 11:05   좋아요 0 | URL
^-^;; 네 제가 적고도 심통사납다고 생각했으나, 그 느낌이 자꾸 들어서...
아기 치고는 늦잠 자는 아기군요, ㅎㅎ 보통 잠 습관은 엄마를 닮던데.
이렇게 다예요님 댓글 보니 저도 상쾌한 아침입니다 ~

이게다예요 2009-02-11 11:19   좋아요 0 | URL
늦잠이라니요,
새벽녁에 일어났다가 다시 자는거예요.
제가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
지금은 제 무릎 위에 앉아서 마우스를 만지작 만지작. ㅋㅋ

치니 2009-02-11 16:28   좋아요 0 | URL
하하 역시, 아직은 그럴 때군요.
아기가 잘 때 잠시 짬이 나면 하고싶은 것들이 많아도 우선 같이 쪽잠부터 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많이 컸겠어요. 시간 되실 때 사진도 보여주세요 ~

2009-02-20 1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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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0 1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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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1 1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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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1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0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0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1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1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밀양 - Secret Sunshin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전도연이 깐느에서 상을 받았을 때는,
내가 ‘초록물고기’ 이창동감독님이 간만에 내놓은 영화니까 챙겨봐야지 라고 ‘밀양’을 메모해두었던 시기보다 한참 뒤였다.
전도연이 상을 탄 것은 축하할만한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기껏 메모해 둔 ‘밀양’을 ‘깐느에서 상까지 탄 영화래’ 라는 말을 하면서 몰려드는 관객과 함께 본다는게 왠지 달갑지 않은 것이, 묘한 낭패감을 주기도 했다.
상이란 항상 그렇다. 받는 사람은 무지 좋을텐데, 옆에서 보면 결국 씁쓸해진다, 이런 저런 이유로다가.

이래저래 미루다가 디비디로 보게 된 ‘밀양’.
씨크릿 선샤인은 송강호였나봐, 라고 단순한 결론을 지었는데 진짜루 맞나 안 맞나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전도연보다 더 대단해보이는 연기자는 아무래도 송강호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이야기에서도 영화 밖 이야기에서도 송강호는 그야말로 씨크릿한 선샤인인 거 같다는 거다.

사람이 많이 힘들고 그래서 극한이라는 자각조차 없는 상태로 극한이 오면,
무슨 짓을 할 지는 정말 아무도 모른다.
그 중에서 종교에 매달리거나 손목을 그어버리는 행위 정도는 어쩌면 너무 예상 가능하여 시시할 정도다.
나의 극한이 어디까지인가, 를 지난하게 가늠하려고 하는 이들의 목적은 어쩌면 그런 상황이 왔을 때를 미리 대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육체적인 고통의 극한을 시험하는 정도겠지만. 정신적인 고통의 극한에 대비하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지 않나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렇다면 어쩌냐. 그냥 살아야지. 좋으면 좋은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물 흐르듯 산다는건, 그래서 말처럼 쉬운건 아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꽤 긴 2시간반의 영화를 본 소감은, 그래도 참 잘 만들었구나 라는 것. 그런데도 다음에 저런 영화를 또 볼래 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거 같다.
힘든 거는 겪기도 싫지만 보기도 싫어졌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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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i 2009-02-0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브리핑에 치니님으로 도배가 되어있기에, 오잉? 하고 와봤더니..ㅎㅎ
알라딘 영화오픈 기념으로 다른데서 올리신거 여기로 옮기시나봐요. :)

치니님, 밀양 리뷰 보구선 전번에도 맞어, 밀양봐야되는데, 하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또 그러네요. ㅎㅎ 봐야지, 했는데 왠지 이 영화는 뒤로 밀려요.이창동감독 영화가 내는 분위기를 겪는게 꺼려진달지... 음. 역시나 오락물이 저한테는 딱인지도 모르죠.

치니 2009-02-06 10:23   좋아요 0 | URL
ㅋㅋ 맞아요 마하연님. 도배의 이유에는 알라딘 영화 오픈 기념 이벤트 (열 개 이상 올리면 추첨해서 적립금 1만원)가 유효했어요. 어차피 싸*월드 게시판에 따로 올리는 것도 좀 거시기하다 생각하고 있던 차에, 옮기기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닌 지라 딱 10개 하고 말았어요. ^-^;;

밀양의 내용을 미리 알았다면, 저도 안봤을 지도 몰라요. 제가 못 견뎌하는 소재가 아이가 어떻게 되는 소재거든요. 마하연님은 어찌 보시려나 음 썩 좋아하진 않으실수도 있겠다 싶은데...

웽스북스 2009-02-0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껏 메모해 둔 ‘밀양’을 ‘깐느에서 상까지 탄 영화래’ 라는 말을 하면서 몰려드는 관객과 함께 본다는게 왠지 달갑지 않은 것이, 묘한 낭패감을 주기도 했다.

아, 이 심정.....(너무 이해가 되는...)

치니 2009-02-06 10:25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도 그래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해가 되신다니 위로가 되네요. ^-^

니나 2009-02-0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엄니 영화보고나서 한마디 하셨죠 "그러니까, 용서한다는거 다 자기위선이라고!"
다만 그날 안경을 안가져가셔서 난시때문에 일주일동안 머리아파하셨다는, 근데 안경 가져가셨어도 머리 아팠을 거예요 울 엄니는. 흐흐.

치니 2009-02-06 19:05   좋아요 0 | URL
용서라는게 정말...아예 용서할 일, 용서 받을 일 자체가 없어야 하는데, 인간사 그렇지가 못하죠? ㅠㅠ
니나님 엄니는 따님과 친구처럼 지내시는 듯. ^-^
 
색, 계 - Lust, Cau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색.계를 보면 결국 당신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말 것이다.

 

영화의 힘은,
상상하고 지어낸 이야기와 만들어 꾸민 배경을 가지고도
충분히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을 누구에게나 선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안 감독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철저히 내면화해서 그 힘을 십분 발휘하는데에 온 신경을 쓰는 사람인 것 같다.
머리로 알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알고 본능과 이성을 적절히 조화시켜 자신의 영화를 완성할 모든 것들을 총동원 하는데 성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란 무지하게 어려운 일이란 건 말 안해도 알 만한 사실.
색.계는 그런 노고의 결실로써 충분하고, 당당하고 은은하되, 아주 촘촘히 빛난다.

 

양조위, 아무래도 이 사람만한 홍콩 배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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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2-05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안 보여요. 싸이에서 가져온 사진은 싸이를 로그인 하거나 아니면 거길 한 번 다녀와야 사진이 보일 거예요. 저처럼 싸이 안 하는 사람은 사진이 안 보여요ㅠ.ㅠ

치니 2009-02-06 10:31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 그런 사실을 모르고 걍 올렸군요.
제가 맥킨토시 사용자라 사진 수정하려면 좀 복잡해져서 (알라딘은 맥 유저에게 너무 신경 안써준답니다 흑), 걍 사진 지웠어요.
올렸던 사진은 뭐 특별한 건 아니었고, 양조위가 좀 멋지구리 하게 나온 사진이었어요. 아마 다른데서도 많이 보신 것일 듯.

니나 2009-02-06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조위 너무 좋죠! 양조위 때문에 이 영화가 살았어요. 양조위니까,,, 이해가 가요.
제 후배가 이 영화보고나와서 한마디(당시 후배나이 27이던가)
"언니, 나도 이제 어른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09-02-06 16:37   좋아요 0 | URL
역시 ~ 니나님과 저는 남성 취향 은근 통하는데가 있는 듯.
후배님 27세나 되는 나이에 저런 멘트, 너무 늦된 거 아닌감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