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 있니?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자기계발서에 속하는 책들을 몇 권 읽었고, 월화수목금 내내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가에 골몰했더니, 나 대체 왜 이러고 사는가 라는 질문에 직면해야만 했던, 바야흐로 '봄'이라는 술렁임을 감지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주.

주말에나마 마음을 푹 놓고 머리를 비우고싶어 꺼내든 책이 이 책.

펑펑 눈물이 나거나,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엄청난 감동을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설다운 소설이기를 바랬다. 소설다운 소설이 뭐냐고? 글쎄에, 모르긴 몰라도 자기계발서랑은 다른 그런거다. 어떤 글줄 하나에는 귀에서 위잉 하는 소리가 날 것처럼 충격을 받기도 하고,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막 다급해야 한다. 그리고 다 읽고나면, 맛있는 밥을 듬뿍 먹은거처럼 뿌듯해야 하고. 그 책에 나오는 글귀들이나 그로 인한 감흥을 잊지 않기 위해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이 소설은 그런 기준에 맞지는 않는다. 비교적 술술 읽히는 이야기이긴 해도, 화장실도 중간에 못갈 정도로 재미나지도 않다. 베스트 셀러 작가의 두번째 소설이라는 타이틀이 조금 무색하기도 하다. 첫번째를 못 읽었으니 함부로 평가하는 식의 말을 하긴 뭐하지만, 아무튼 너무 평이하다.

남을 위한 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자괴감과 고독감, 그리고 내면의 도피하고 싶은 마음, 그런 사람이 할 수 있는 인간적 사랑의 제한. 그리고 운명이라는 이름의 아이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해피엔딩.

아아, 지루해. 하품이 난다. 어쩌지, 이제 이런 소설을 읽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감성을 갖지 못하는건가. 아니다 아니야, 진짜를 보면 안 그럴거다. 괜한 오기 같은 마음이 생긴다. 웃기게스리.

그나저나, 난 정말 어디에 있는거니. 살고싶은대로 살고 있는거니. 이렇게 살면 안되는거 아니겠니. 아 뒷골 땡겨. 왜 하필 쉬어야하는 일요일에 이런 질문이 계속 떠오르는거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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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08-03-1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허리가 욱씬..-.-
저도 요즘 소설이 안 읽히는데, 파묵의 <검은책>을 무슨 신문기사 읽듯 두세 쪽씩 읽고 있어요.
감정이입을 포기하고 읽으니까 그게 또 그것대로 읽히더군요. @.@

치니 2008-03-10 12:41   좋아요 0 | URL
허리도 욱씬, 종일 눴다가 일어나면 머리도 핑글. 일요일의 게으름은 항상 도를 넘죠.
파묵씨는 좀 그런 면이 있나봐요 , 여기저기서 읽은 리뷰들이 전하는 뉘앙스가... 좌르르 읽어내려갈 만한 그런 소설이 아닌가봐요. 보관함 어딘가에 있을텐데...
이제 그만 쉬시고 리뷰를 써주세욧!!! ㅋㅋ

이게다예요 2008-03-10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보관함에 넣어놨다가 밀리고 밀려서 이제 아마 섞고 있을 거예요. ㅋ
내 입맛엔 너무 밋밋한데 다들 호평을 해 놓은 책들이 꽤나 있어요. 저도 그런 것들을 읽으면 뒷골 꽤나 땡기죠. ㅋㅋ

치니 2008-03-10 16:10   좋아요 0 | URL
우선 표지가 싸아 하니 이쁘고, 아무리 혹 하지 않으려해도 데뷔작으로 단숨에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는 타이틀의 작가도 관심이 가고, 적십자 활동을 하는 주인공의 국경을 넘나드는 사랑이야기라고 하고...또 제가 읽은 어떤 페이퍼에는 이 책만큼은 너무 소중하다, 라는 멘트도 있었고.
그 멘트를 달아 주신 분은 평소에 다독하시고 센스 있으니 믿음이 갔고.
이러저러 구구절절, 책을 고르는 일은, 보기엔 쉬워보이지만 사실 수많은 회로가 얽혀있는 일인 듯 해요.
저는 선물로 받았는데, 어째 이 책을 선물해주신 분에게 미안한 맘이 드네요.
 

일기를 자주 쓰는 편은 아니다만,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어려서부터 일기 쓰기 숙제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었고, 지금도 다이어리에 끄적여놓고 지나간 일기를 되돌아보는 일에서 나름의 재미를 느끼니까.

홍상수의 이번 영화는 이전 영화와 다르지 않다. 굳이 다르다면, 색깔이 점점 연해진다는 거랄까. 어제 <밤과낮>의 엔딩 크레딧에서 홍상수감독의 여덟번째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보자니, 문득 최초로 나에게 한국영화에 대한 눈을 새롭게 뜨게 만들었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떠오르면서, 아 이사람 정말 많이 연해졌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이야기가 잠시 샜었다.

일기 이야기로 돌아가서,

어차피 홍상수의 영화가 항상 일기처럼 지난한 일상을 무덤덤하게 그려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삼스럽게 모월모일 하면서 매일의 일상에 날짜를 집어넣었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그러한 삽화적인 재미는, 남의 일기장을 몰래 들춰볼 때의 두근거림이나 기대감을 조금 더 가미해주는 거 같기도 하다.

프랑스에 잠시 살았던 기억도 많이 떠올랐다(극장 가기 전부터 예상했던 거지만).

담배 사러 가는 씬

: 나도 그랬다. 이놈의 나라는 담배는 온국민이 죽어라고 펴대면서, 왜 이리 담배 파는 것에 인색한가. 일요일에 담배가 떨어져 버리면 기차역 정도에나 가야 문 연 가게를 만날 수 있었던 기억. 30분은 걸리는 거리를 아침부터 꾸역꾸역 걸어가면서, 대체 뭐하는 짓이냐 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노숙자 씬

: 나도 그랬다. 멋 모르고 아무하고나 오픈 마인드였던 시기라, 그리고 거기가 우리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라, 노숙자들하고 잘 텄다. 그 중 한사람은 나중에 보니 휠체어를 탄 덕분에 마약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어서 주변의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나에겐 그저 보통사람처럼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궁상 떨며 구걸한 적도 없었다.
그 때 아 이 사람들은 일 안하는게 자랑이구나, 그런 생각도 했던 거 같다.

북한 청년 만나는 씬

: 나도 그랬다. 당시로서는 북한사람을 봤다는 말만 해도 어디 끌려갈 거 같은 불안감이 당연히 있었는데, 프랑스에선 북한이나 남한이나 똑같이 취급했다. 남한이 더 잘산다는 사실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당연히 너는 북이냐 남이냐 매번 물어봐서 나중엔 귀찮아서 처음부터 남쪽 이라고 말해야 했다. 그리고 북한사람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영화 속 정남이처럼 “김일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을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릴 적 삐라에 나오는 괴수 같지 않은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 외에도 이미 잊혀졌다고 생각했던 자질구레한 기억들이 영화를 보면서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리고 점점 나오는 배우들의 얼굴이 아니라 홍상수의 얼굴이 보였다. 이제 홍상수 영화를 매번 보지는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지점은 거기였다. 나오는 사람에게 몰입할 수 없는 영화는, 영화로서의 그러니까 거짓 리얼리티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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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다예요 2008-03-0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 영화와 다르지 않다니, 아마 안 볼 거 같아요.
언제부턴가 홍상수 영화가 시시풍덩해지기 시작했어요. 그의 영화에서 한 번도 제대로 일상의 리얼리티를 구경해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꾸며진 리얼만 있을 뿐.
하긴 어떻게 보면 리얼이란 말도 각자의 입장이 있는거겠죠? ^^ 홍상수에겐 리얼이 강박이 되는 것 같고, 고로 보는 저는 늘 그게 부자연스러워 보일테고요.

치니 2008-03-04 13:16   좋아요 0 | URL
자연스럽냐 아니냐로 리얼리티에 대한 잣대를 재보자면, 분명 거짓 리얼리티 같은데, 그 부자연스러움이 또 어떤 때는 우리의 실체 같기도 하단 말이죠.
^-^
리얼에 대한 강박 까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만의 영화 색을 계속 갖춰나가는데 대한 강박은 그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영화도 원래 자금난으로 찍지 못할 상황이었는데 박은혜양의 노개런티를 비롯한 스탭들의 이해, 필름 제작이 아닌 디카(?)촬영 식 경비 절감으로 극복한 거라고 하더만요. 자의로 된 건 아닐지 몰라도 유명감독이 된 이상, 그런 부분들 모르쇠는 어렵겠다 싶고...ㅎㅎ 쓰다보니 이건 다예요님의 댓글에 대한 답이 아니네요.

chaire 2008-03-04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 영화와 다르지 않다니, 저도 안 보고 싶기는 한데(다예요 님과 같은 입장에서),
그러면서도 저는 결국 보게 되드라구요. 외면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홍 감독은 제 습관이 되어버렸나 봐요. 아마.
영화관에서 볼지, 다른 방법으로 볼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는 다행히 좀 신선하게도 김영호가 나와주시는데,
아마 김영호마저도 이 영화에선 홍상수화해버렸겠지요?
김영호를 보는 건 좋은데 황수정까지 봐야 하니 재미없겠지만.

여전히, 미스터홍은, 제목은 참 잘 지어요.

치니 2008-03-04 13:19   좋아요 0 | URL
저도요, chaire님.
예고를 볼 때부터 다르지 않다 싶었는데도 자석처럼 가게 되더라니까요. ㅎㅎ
지루하다는 평도 많은거 같은데, 막상 그렇지도 않았고.

김영호, 홍상수화 ... 흠, 이전의 배우들에 비하면 그렇지는 않다 싶어요.
자꾸 '홍의 목소리가 들려'같은 느낌이 되는건, 그의 대사들 때문이죠.
점점 자기가 하고싶은 말들을 배우를 통해 하는걸 즐기는거 같아서요.
황수정은, 아 스포일러라 말씀 못드리지만, 봐야 한다는 강박을 주진 않아요.
박은혜는 꽤 잘 어울립니다. ^-^

nada 2008-03-0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신 영화도 보시고 일본 여행도 댕겨 오시고, 그 머시냐, 취향 테스트도 하시공.
요즘은 부지런한 분들 보면 그저 경배드리고 있어요.
심각한 슬럼프예요. -.-
홍상수 영화를 보고 나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더러워지는 징크스가 있어요.
그래서 극장에서는 잘 안 보는 편이랍죠.
아, 하긴 김기덕 영화만큼 더러워지지는 않는군요. >.<

치니 2008-03-04 16:1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꽃양배추님 서재에 가서 업데이트 촉구 데모라도 할까 하고 있었다가, 어디선가 댓글에 아프시다고 적어놓으셔서 가심이 아파 말았다죠.
몸이 아프시니 마음까지 아프셔서 슬럼프가 되신 건 아닐까 ... 미뤄 짐작만 하는 실정입니다. 흑, 뭐 어떻게 도와드리지도 못함서.
홍 & 김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기분 더러워진다는 분들 정말 많은데, 전 왜 안 그럴까요. 아무래도 제가 그들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보다 더 가증스러워서인가하는 반성이...긁적.

누에 2008-03-04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홍&김 등의 착취형 감독을 혐오해요. ^^;
그들이 하는 꼬라지가 꼴사나워서요. ^^;;
'꼬라지'는 최근 본 드라마 환상커플에 자주 나오는 말이에요. ^^;;;
최근 홍자매에 관심이 가더랍니다. ^^

치니 2008-03-05 09:06   좋아요 0 | URL
환상의 커플, 저는 몇번 못 봤드랬지만 여기서도 꽤 인기가 있었어요.
홍자매는 누군지 잘...^-^;;
어차피 안 보시겠지만 이 영화 파리 장면이 대부분이니 누에님이 보시면 감흥이 많이 다를 수도.

nada 2008-03-10 12:13   좋아요 0 | URL
홍&김 하니까 무슨 피부과 간판 같은..^^
그나저나 치니님, 여기저기 많이 다니셨나 봐요.
파리엔 뭣 땜에 가셨을까.. 궁금해집니당.

치니 2008-03-10 12:39   좋아요 0 | URL
전에 재미로 본 인터넷 점에서 제 전생은 유목민이라고 나왔는데, 정말 역마살이 꽤 있는 편이라, 맞다 그랬어요.
여기저기 다니는데 실속이 없는 형이죠, 제가. ^-^;;
정확히는 파리가 아니라 뚜르라는데 살았었는데, 학과 중 연수였어요.
전공이 불문과였거든요. (아흐, 지금은 어디가서 불어 하라고 하면 입이 안열려 당황스럽지만요.-_-;)

rainy 2008-03-05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재밌어.. 마지막 단락, 특히 마지막 문장은 너무 멋지다 ^^
니가 프랑스에 있었던 그 때도 아스라히 생각나고 말야..
난 홍과 김중에서는 그래도 김이 나은데.
왜냐고 생각해보니 홍은 못된x 같은데, 김은 딱히 못된x놈은 아닌 것 같아서.. 아닐까?
홍에겐 슬픔이 없는데 , 김에겐 슬픔이 있어서 일까? ..
쩝.. 영화 보구 싶다.. 홍상수의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본다'에
당신이 감동한 '감싸롱 햄버거'를 걸게 ..
(쓰고보니 결국 내가 먹겠다는 겐가 -_-;;)

치니 2008-03-05 09:09   좋아요 0 | URL
ㅋㅋㅋ 감싸롱에서 아침부터 웃는당.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아마 보겠지. 안 봐도 햄버거는 사주겠네. ㅋㅋ

홍과 김, 많이 다르지만 거론 될 때는 같이 되곤 하는게, 아마 둘 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정 받으니 그런가봐.
슬픔의 강도에 대해선, 음... 유구무언.

프레이야 2008-03-1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홍상수 영화는 우째 집에서 비디오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뤄둘래요^^

치니 2008-03-15 21:33   좋아요 0 | URL
저도 홍씨 영화는 비디오로 봐도 무방하다 생각하는데, 우연찮게도 개봉할 때마다 잘 챙겨보게 되요.
어쩌면 집에서 맥주 하나 들고 낄낄 대며 편안히 딩굴며 보는게 더 제격인 편인데말예요. ㅎㅎ

chaire 2008-03-1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 토요일에 봤어요, 결국, 이 영화.
진짜로 무덤덤하게 찍어놓으셔서, 웬만해서는 홍 영화가 지루하다, 그런 느낌 못 받는데,
이번 건 좀 지루하드라구요. 그래서 정직하다 싶기도 하고. 파리에 대한 판타지를
완전 허무는, 어디 가나 일상은 졸렬하고 지리멸렬한 풍경으로 우리 옆에 펼쳐져 있구나
하는 걸 제대로 보여주더만요. 전 홍 감독이 보이는 지점을, 이전의 해변의 여인, 인가에서
너무 지독하게 느껴버려서, 그때 참 싫었더랬는데요, 외려 이 영화에서는,
홍 감독이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화했달까, 아니면 자기 스스로를 배제하고 보편성을 추구했달까, 그런 느낌을 조금 받았고, 여전히 고민하는구나, 이 사람,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강렬한 영화는 결코 아니잖아요, 이 영화. 근데, 영화 보구 나서 간혹 떠오르더라구요.
김영호가 걷는 모습, 박은혜의 발과 종아리, 에또 그 구름 그림이랑.

그리고, 언제나 같은 얘길 하면서도 조금씩은 다르고,
홍의 영화를 보다 보면, 언제나 같은 그 얘기 때문에 우린 무너지며 살잖아,
하는 확인을 하게 돼요.

치니 2008-03-19 17:46   좋아요 0 | URL
결국, 보셨군요. 으헤헤.
전 홍상수 감독이 느물거리는 앞면 뒤에 결벽증 적인 소심함이 있지 않나 하는생각을 가끔 하는데, 그게 아마 바꿔 말하면 chaire님이 느낀 그 정직하다 싶은 느낌 때문인가봐요.
그리고 이제 그 소심함이 차차 덜해지면서 객관화 하고 보편화 하고 그래가는 거 같아서, 그리고 그 과정도 꽤 치열한 거 같아서, 괜찮다 싶고요.
박은혜는, 생각보다 꽤 뚱뚱한데, 그게 또 생각보다 꽤 섹시하던걸요. 훗.
김영호는 이제 와선 별루 생각이 안나요. 역시 여배우의 포스가 더 센걸까요.
 

 
지적이고 문학적인 장인의 취향
 

당신은 가장 지적이고 수준 높은 취향을 가졌습니다.

당신의 취향은 이중적입니다. 당신은 논리적이고 정교한, 치밀하고 계획적인 것들 좋아하면서도, 창작의 자유와 표현의 다양성을 지지합니다. 이성적인 격식(decorum)을 중시하면서도 자유와 열정을 선호하는, 이중적인 완벽주의자라고 하겠습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20세기 인류가 배출한 가장 독창적인 작가 중 한명.
가난, 냉대, 정치적 핍박, 치명적 뇌손상 등에 불구하고
인간 창의력의 극점에 달했던 인물.
당신의 취향에겐 '영웅'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당신의 취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그리스의 소피스트 시대를 연상케 합니다. 오늘날 '궤변론자'로 폄하되지만, 소피스트들은 국내외 다양한 생각과 사상을 받아들여 민주주의 제도를 구축했고, 표현의 자유와 가치의 다양성을 존중해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수없이 많은 위대한 희곡과 미술 작품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좋아하는 것
당신의 취향의 폭은 상당히 넓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도 많죠.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것을 묘사하자면, "과감한 독창성과 분출하는 창의력을 철저한 절제력과 단련된 수양으로 다듬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글을 예로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후회는 한 평생 너무나 많은 편지를 썼다는 것이다
세월이 더러운 여관방을 전전하는 동안
시장 입구에서는 우체통이 선 채로 낡아갔고
사랑한다는 말들은 시장을 기웃거렸다

새벽이 되어도 비릿한 냄새는 커튼에서 묻어났는데
바람 속에 손을 넣어 보면 단단한 것들은 모두 안으로 잠겨 있었다

편지들은 용케 여관으로 되돌아와 오랫동안 벽을 보며 울고는 하였다

편지를 부치러 가는 오전에는 삐걱거리는 계단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기도 하였는데 누군가는 짙은 향기를 남기기도 하였다
슬픈 일이었지만

오후에는 돌아온 편지들을 태우는 일이 많아졌다
내 몸에서 흘러나간 맹세들도 불 속에서는 휘어진다
연기는 바람에 흩어진다
불꽃이 '너에 대한 내 한때의 사랑'을 태우고
'너를 생각하며 창밖을 바라보는 나'에 언제나 머물러 있다

내가 건너온 시장의 저녁이나
편지들의 재가 뒹구는 여관의 뒷마당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나를 향해 있는 것들 중에 만질 수 있는 것은 불꽃밖에 없다
는 것을 안다 한 평생은 그런 것이다

"편지, 여관, 그리고 한 평생" 심재휘


저주하는 것
당신이 저주하는 사람들은 3부류로 나뉩니다. 첫번째, 가짜를 가짜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 두번째, 가짜를 진짜라고 우기는 사람들. 세번째, 가짜인줄 알면서도 좋아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판치는 사회일수록 당신은 불만과 혐오로 가득할 겁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세상을 온통 증오하는 까다롭고 시건방진 염세주의자로 착각하기도 하겠죠.

그러나 문제는 가짜가 판치는 세상입니다. 연기가 안되는 사람이 배우랍시고 돈을 버는 세상, 노래가 안되는 사람들이 가수랍시고 대접을 받는 세상, 이런 세상에 불만과 혐오를 느끼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겠죠. 
 
당신 중 일부는 극단적인 엘리트 취향이라 단순히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차원을 넘어 다른 취향을 가진 인간을 멸시-차등화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심한 경우 우생학에 기반한 파시즘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위험한 관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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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밌지만 맞는진 모르겠어
    from 나비의 오래된 감각 2008-03-03 02:28 
    창의적, 예술적인 아방가르드 취향   --> 당신은 여기 분류된 8개 취향 가운데 가장 예술적 감각이 뛰어납니다. '전위적'이라는 단어가
 
 
치니 2008-03-0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idsolution.co.kr에서 나온 결과다. 보르헤스도 안 읽어본 내게 과분한 취향이지만 맨 마지막 줄을 보니, 버트란드 러셀을 좋아했던 내가 이해된다. ㅋㅋ
주드님 페이퍼 보고 따라함.

mooni 2008-03-0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보니까, 요거더라구요. ㅎㅎ 전 심리테스트같은건 해보면 항상 안 맞는거 나오는데요, 이것도. 쫌. 보르헤스는 읽기는 했지만서도 영웅이라기엔 취향이 안드로메다만큼 먼데....-_-a 그치만 까다롭고 시건방진 염세주의자 이건 맞는 말 같기도 해요. 하하.
근데, 치니님하고 똑같은거 나왔다니까 은근 좋은걸요? ^^ 그러고 보니, 치니님하고는 전에도 크리스테바형 인간이라고 같이 나왔었고. @.@

치니 2008-03-03 09:03   좋아요 0 | URL
저는 저거 읽으면 읽을수록 안 맞는거 같아요. ㅋㅋ 조금만 어려워도 읽다가 내팽개치는데 무슨...완벽주의자라니.
마하연님에겐 그러고보니 맞는데가 있어요! ^-^

비로그인 2008-03-03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훗 제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드릴게요. 단, 저도 제가 그런다는 걸 어제 알았으니 너무 믿지는 말아 주세요.

치니 2008-03-03 09:04   좋아요 0 | URL
Jude님 덕분에 심심한 일요일에 잠깐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왠지 외모도 매우 엘레강스하고 섬세한 코스모스 형이실거 같은...ㅋㅋ

이게다예요 2008-03-0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테스트를 다 믿을 건 못 되지만, 상당히 일리는 있는 거 같아요.
우습게도, 저도 이거예요. ㅋ

치니 2008-03-03 14:21   좋아요 0 | URL
앗, 다예요님이 이거 나왔다고 하니까 막 저까지 우쭐해지는 느낌, 다시 믿어볼까. ㅋㅋㅋ

rainer 2008-03-0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SI 길반장이 제 취향이래요. 어찌나 재밌던지.. 잘있어요.
아이 사진 잘 봤는걸요. 가끔씩 노래도 들으러와요. 담백해지는 것 같거든요.^_^

치니 2008-03-03 14:22   좋아요 0 | URL
ㅎㅎ 이런 종류의 테스트 중에서 꽤 재미있죠? 여기 올리려고 시들이랑 그림들을 열심히 찾아 헤매었을 그 누군가가 기특하네요.
잘 계시다면서, 포스팅 한 것들은 모두 가둬놓고...흑. 다시 열어주셔요.

chaire 2008-03-0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해봤는데요. 저도 치니 님처럼 지적이고 문학적인 장인 취향이 나왔으면 했는데,
글쎄 무지무지 평범한 취향이라고 나오드라구요. 일반적인 평균 고객 취향이래요. ㅋㅋ
그래서 전 이거 안 믿을라구요. 키키.

치니 2008-03-03 14:24   좋아요 0 | URL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죠, 뭐. 그야말로 평범한 취향의 소유자가 누구냐 하면, 바로 저일텐데요. ㅋㅋ
테스트에 대한 답을 조금 더 다정하게 해주면 - 예를 들어 시가 실은 별론데 그래도 괜찮다 라고 답을 주면 - 평범한 취향으로 나오겠구요, 저처럼 조금만 싫어도 싫어! 하고 답을 주면 저렇게 나오는거겠죠.

이게다예요 2008-03-03 16:11   좋아요 0 | URL
전 제가 별로 원하지 않는 답으로 된 사지선다가 너무 싫어요. 게다가 yes,no로 대답하는 것도 싫고요.
그래서 제일 삐딱하게 나가면 지성적이라니, 분석적이라니 이런 말들이 꼭 튀어나오거든요. 다음번엔 그렇게 하시길, 권해드려요. 카이레님. ^^

2008-03-03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04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에 2008-03-0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까다롭고 시건방진 염세주의자라 치니님이랑 같을 줄 알았는데 고흐씨가 나오더군요. ^^;
'도대체 여기서 뭘 고르라는거냐?'
라든 답변을 추가해서 9번째 취향을 만들어야할 것 같아요.
9개의 취향중 가장 건방지고 못되먹고 베베꼬여서 따로 취급해야할 취향.
당신은 '그림과 시 찾느라 애썼는데 골라논 꼬라지 하고는...'이란 생각을 하며 이 테스트를 만든 사람을 무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궁금해서 그냥 못넘어가는 당신도 우습다. ㅎㅎ

치니 2008-03-05 09:10   좋아요 0 | URL
그나마 고르기가 영 뭐하면 '패스'가 있어서 전 몇 개는 패스였어요.
그렇게 패스가 많으면 이런 취향으로 나오는 모양이에요. ㅋㅋ
누에님, 고흐, 그래도 맞는 듯 한데요?
 
문학동네 <책도둑> 출간 기념, 책 훔치기 이벤트 (응모방식이 일부 변경되었습니다.)

쟁쟁하신 분들이 응모를 하시니, 나는 좀 참자 싶었다가 오늘 짜투리 시간이 나자, 슬며시 책 욕심이 부글부글, 결국 리스트를 만들게 된다.

<문학동네>하면, 이문구 씨의 <우리동네>라는 책이 연상작용으로 떠오른다. (그 책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던가? 아니네, 민음사다)

고교 시절, 나름 문학소녀를 표방하던 나는 학교의 문예반 선생님이 권하는 책들을 읽어대는 것으로 자꾸만 불충분하게 느껴지는 내 독서력에 박차를 가하는 편이었다. 그 중에는 선생님의 이념적 취향에 따라 노동운동이나 시대상을 풍자한, 소위 문제서적들이 포함되곤 했었는데, 당시 국어교과를 맡았던 한 선생님이 조용히 나를 불러다 왜 자꾸 그런 책들을 읽느냐고, 너는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고 충고 하시던 생각도 난다.

어느날인가에는, 아버지가 문예반 활동을 하고 밤늦게 돌아온 내가 예의 <우리동네>를 옆구리에 끼고 오는 걸보고 노발대발하며 이 따위 책이나 읽으라는게 문예반이냐고, 당장 그만두라고도 하셨던, 당시에는 억울하여 펑펑 울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실소가 나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기사, 박노해의 노동시들은 너무 동떨어진 세계의 내용들이라 소화불량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는데도,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작품들을 읽으면 의식이 없고 격이 떨어지는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되지도 않는 척을 참 많이 했던 걸 보면, 국어선생님이나 아버지의 충고가 그리 꼭 틀린 것만도 아니었던 것을. 청춘은 반항이고, 나는 나름의 반항으로 문예반 활동을 계속했다.

다행이도, 그 덕분에 대학에 가서는 누가 데모를 하쟀는데 안했다고, 누가 마르크스를 안 읽는다고 무시한다고, 죄책감에 시달리지는 않았다. 내 성향에 맞지 않음을 이미 깨우친 때문이리라.

아무튼 '동네'하면 떠오르는 그런 기억들과 함께, 내가 읽은 작품들이 주었던 느낌까지 버무려 볼 때, <문학동네>의 출판물들 중에는 역시, 훔치고 싶은, 혹은 훔쳐서라도 볼만한 책들이 꽤 있다.

그리하여 골라본 리스트.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내가 훔친 여름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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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소설전집을 사고 싶다만....일단은 이거.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8년 02월 29일에 저장

박민규, 한번만 더 믿어보자.
이현의 연애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1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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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은 믿었다 실망해도 괜찮다.
프레젠트
가쿠다 미츠요 지음, 양수현 옮김, 마쓰오 다이코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1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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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읽었던 리뷰 때문에 오래 보관함에서 잠들어 있는 책.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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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다예요 2008-02-29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이벤트도 있었군요.
김승옥 소설전집은 저도 갖고 싶어서 일찍부터 보관함에 넣어뒀었는데 히히 ^^
로맹가리에서 까르르, 웃었어요. 역시나 소신있으세요! ^^

치니 2008-02-29 16:03   좋아요 0 | URL
김승옥, 다들 그렇군요, 흐흐.
좋게 말씀하셔서 소신이지, 사실은 편견이 대부분이에요.

chaire 2008-02-29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문학동네, 우리동네.. 재밌는 댓구예요 :)
카스테란, 읽을 만하던데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예전에 세계사 판으로 읽었는데 꽤 좋았던 기억이..
문학동네판 새 표지도 근사하군요.

치니 2008-02-29 16:07   좋아요 0 | URL
카스테라, 망설이다 보관함에서 썩고 있죠. 아무래도 사서 보기엔 <삼미 수퍼스타즈...>의 실망이 조금 남아 있어요. 너무 기대를 했어서인지, 그다지 확 좋지가 않았거든요.
모디아노, 역시... 제목만 보고 선택한건데 chaire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기대됩니다.
(이벤트 당첨된 것도 아니면서 김칫국 엄청 마시네요 ㅋㅋ)

2008-03-03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03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쓰시마 유코 소설집
쓰시마 유코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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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나같은 평범한 독자는,  쓰시마 유코가 다자이 오사무의 딸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 책을 사고 그 이유 때문에 이 책을 온전히 그녀만의 글로 읽지를 못한다.

미안합니다, 쓰시마 유코씨.

다자이 오사무가 일찌기 죽어 버렸고, 가정 생활에 충실하지도 않았기에, 어쩌면 쓰시마 유코는 그런 유명한 사람이 아버지라는 것 때문에 휘황보다는 그늘만 가득한 나날을 보내왔을 지도 모르는데, 나같은 속물스럽고 뻔뻔한 독자는 그래도 그 둘의 연결을 보란듯이 끊고 둘의 작품성이나 필력을 비교하지 않기 힘들다.

이러나저러나, 정말 신물이 날 거다, 나라면. 이렇게 해도 비교 당하고 저렇게 해도 비교 당할 수 밖에 없음을. 그럼에도 작가가 된 것을 보면, 그리고 당당하게 자리매김한 것을 보면 대단하기도 하고 괜한 응원도 하게 된다.

그런데 다자이 오사무라는 꼬리표를 떼고 나면, 짧거나 조금 긴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는 이 작품집 하나만 가지고, 이 작가에 대해 섣불리 재단하기 참 애매한 기분이 된다.

그녀가 서문에서 밝히는 '나'에 대한 의미, 그리고 서사와 민담을 아우르는 이야기 엮기 등은 좀 지루하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반면, 중반 이후에 나온 '죽음'과 '죽음'에 대한 리얼리티와 작가적 감수성은 유독 돋보이니 말이다.

어쩌면 작가 스스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보다, 독자가 보았을 때 더 잘하는 이야기가 있는 듯한 그런 기분.

열심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아냐 넌 그거 말고 이거 이야기 해야 재미있어, 라고 찬물 끼얹는 소리를 해야만 할 거 같은 기분.

'죽음'을 소재로 다룬 모든 이야기가 그랬다. 죽음을 지켜보는 주변인, 즉 살아 있는 자로써 느끼는 감정 뿐 아니라 죽음을 직접 겪어내는 그 당사자의 마음까지, 그리고 윤회성까지. 그저 담담히 풀어내는 묘사인데도 마음을 솔깃하게 하고 눈을 똑바로 뜨고 읽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계속 '죽음'만 가지고 이야기를 써대라, 이건 정말 너무한 주문일게다. 하지만 이 단편집 내에서만 보자면, 아직 소재의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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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8-02-2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이 책은 표지가 참 예뻐요. 그래서 저도 읽을까 말까 몇 번이나 손에 잡았다 놓았다 했지요. 그런데.... "나"에 대한 이야기는, 네꼬 씨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벅차다, 하는 뻔하고 편리한 이유로 깨끗이 포기하였는데 ^^ 히히. 치니님 리뷰 읽으니까 응, 꼭 읽진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역시나 뻔하고 편리한 위로를 스스로에게 하게 되어요. (^^)

치니 2008-02-27 10:04   좋아요 0 | URL
에헤 네꼬님, 사실 강추하는 리뷰는 아니죠?
나중에 네꼬님이 다른 곳에서 이 분의 글을 읽고 이 책이 땡기면 언제라도 연락하세요. 제가 당장 이 책을 보내드릴게요.
(아시다시피 책을 오래 오래 보관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파고세운닥나무 2009-08-0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번역된 <불의 산>(문학과지성사)에서도 작가는 죽음에 대해 얘기하던데요. 하지만 '소재의 한계'를 말하는 건 좀 그런데요. <불의 산>이 한 가족을 얘기하지만 일본 근현대사를 일별하고, 근대성의 의미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거든요. '치니'님이 읽어보셨는데, 사족을 다는지도 모르겠네요. 최근에 이 작가에 관심을 가져보는데, 윤상인 교수가 <나>에 대해 꽤 좋은 평가를 하더라구요. 좋은 감상 잘 보고 갑니다~

치니 2009-08-04 17:40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불의 산>이 나왔다는 소식은 몰랐습니다.
리뷰를 쓴 지가 오래 되어서 이 작가를 잊고 있었는데 댓글 달아주셔서 환기가 되었습니다. ^-^ 저도 기회가 될 때 읽어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