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 있니?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자기계발서에 속하는 책들을 몇 권 읽었고, 월화수목금 내내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가에 골몰했더니, 나 대체 왜 이러고 사는가 라는 질문에 직면해야만 했던, 바야흐로 '봄'이라는 술렁임을 감지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주.

주말에나마 마음을 푹 놓고 머리를 비우고싶어 꺼내든 책이 이 책.

펑펑 눈물이 나거나,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엄청난 감동을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설다운 소설이기를 바랬다. 소설다운 소설이 뭐냐고? 글쎄에, 모르긴 몰라도 자기계발서랑은 다른 그런거다. 어떤 글줄 하나에는 귀에서 위잉 하는 소리가 날 것처럼 충격을 받기도 하고,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막 다급해야 한다. 그리고 다 읽고나면, 맛있는 밥을 듬뿍 먹은거처럼 뿌듯해야 하고. 그 책에 나오는 글귀들이나 그로 인한 감흥을 잊지 않기 위해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이 소설은 그런 기준에 맞지는 않는다. 비교적 술술 읽히는 이야기이긴 해도, 화장실도 중간에 못갈 정도로 재미나지도 않다. 베스트 셀러 작가의 두번째 소설이라는 타이틀이 조금 무색하기도 하다. 첫번째를 못 읽었으니 함부로 평가하는 식의 말을 하긴 뭐하지만, 아무튼 너무 평이하다.

남을 위한 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자괴감과 고독감, 그리고 내면의 도피하고 싶은 마음, 그런 사람이 할 수 있는 인간적 사랑의 제한. 그리고 운명이라는 이름의 아이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해피엔딩.

아아, 지루해. 하품이 난다. 어쩌지, 이제 이런 소설을 읽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감성을 갖지 못하는건가. 아니다 아니야, 진짜를 보면 안 그럴거다. 괜한 오기 같은 마음이 생긴다. 웃기게스리.

그나저나, 난 정말 어디에 있는거니. 살고싶은대로 살고 있는거니. 이렇게 살면 안되는거 아니겠니. 아 뒷골 땡겨. 왜 하필 쉬어야하는 일요일에 이런 질문이 계속 떠오르는거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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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08-03-1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허리가 욱씬..-.-
저도 요즘 소설이 안 읽히는데, 파묵의 <검은책>을 무슨 신문기사 읽듯 두세 쪽씩 읽고 있어요.
감정이입을 포기하고 읽으니까 그게 또 그것대로 읽히더군요. @.@

치니 2008-03-10 12:41   좋아요 0 | URL
허리도 욱씬, 종일 눴다가 일어나면 머리도 핑글. 일요일의 게으름은 항상 도를 넘죠.
파묵씨는 좀 그런 면이 있나봐요 , 여기저기서 읽은 리뷰들이 전하는 뉘앙스가... 좌르르 읽어내려갈 만한 그런 소설이 아닌가봐요. 보관함 어딘가에 있을텐데...
이제 그만 쉬시고 리뷰를 써주세욧!!! ㅋㅋ

이게다예요 2008-03-10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보관함에 넣어놨다가 밀리고 밀려서 이제 아마 섞고 있을 거예요. ㅋ
내 입맛엔 너무 밋밋한데 다들 호평을 해 놓은 책들이 꽤나 있어요. 저도 그런 것들을 읽으면 뒷골 꽤나 땡기죠. ㅋㅋ

치니 2008-03-10 16:10   좋아요 0 | URL
우선 표지가 싸아 하니 이쁘고, 아무리 혹 하지 않으려해도 데뷔작으로 단숨에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는 타이틀의 작가도 관심이 가고, 적십자 활동을 하는 주인공의 국경을 넘나드는 사랑이야기라고 하고...또 제가 읽은 어떤 페이퍼에는 이 책만큼은 너무 소중하다, 라는 멘트도 있었고.
그 멘트를 달아 주신 분은 평소에 다독하시고 센스 있으니 믿음이 갔고.
이러저러 구구절절, 책을 고르는 일은, 보기엔 쉬워보이지만 사실 수많은 회로가 얽혀있는 일인 듯 해요.
저는 선물로 받았는데, 어째 이 책을 선물해주신 분에게 미안한 맘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