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책도둑> 출간 기념, 책 훔치기 이벤트 (응모방식이 일부 변경되었습니다.)
쟁쟁하신 분들이 응모를 하시니, 나는 좀 참자 싶었다가 오늘 짜투리 시간이 나자, 슬며시 책 욕심이 부글부글, 결국 리스트를 만들게 된다.
<문학동네>하면, 이문구 씨의 <우리동네>라는 책이 연상작용으로 떠오른다. (그 책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던가? 아니네, 민음사다)
고교 시절, 나름 문학소녀를 표방하던 나는 학교의 문예반 선생님이 권하는 책들을 읽어대는 것으로 자꾸만 불충분하게 느껴지는 내 독서력에 박차를 가하는 편이었다. 그 중에는 선생님의 이념적 취향에 따라 노동운동이나 시대상을 풍자한, 소위 문제서적들이 포함되곤 했었는데, 당시 국어교과를 맡았던 한 선생님이 조용히 나를 불러다 왜 자꾸 그런 책들을 읽느냐고, 너는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고 충고 하시던 생각도 난다.
어느날인가에는, 아버지가 문예반 활동을 하고 밤늦게 돌아온 내가 예의 <우리동네>를 옆구리에 끼고 오는 걸보고 노발대발하며 이 따위 책이나 읽으라는게 문예반이냐고, 당장 그만두라고도 하셨던, 당시에는 억울하여 펑펑 울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실소가 나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기사, 박노해의 노동시들은 너무 동떨어진 세계의 내용들이라 소화불량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는데도,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작품들을 읽으면 의식이 없고 격이 떨어지는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되지도 않는 척을 참 많이 했던 걸 보면, 국어선생님이나 아버지의 충고가 그리 꼭 틀린 것만도 아니었던 것을. 청춘은 반항이고, 나는 나름의 반항으로 문예반 활동을 계속했다.
다행이도, 그 덕분에 대학에 가서는 누가 데모를 하쟀는데 안했다고, 누가 마르크스를 안 읽는다고 무시한다고, 죄책감에 시달리지는 않았다. 내 성향에 맞지 않음을 이미 깨우친 때문이리라.
아무튼 '동네'하면 떠오르는 그런 기억들과 함께, 내가 읽은 작품들이 주었던 느낌까지 버무려 볼 때, <문학동네>의 출판물들 중에는 역시, 훔치고 싶은, 혹은 훔쳐서라도 볼만한 책들이 꽤 있다.
그리하여 골라본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