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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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
황상윤 지음 / 지성사 / 2009년 2월
평점 :
내가 어렸을 때는, 초등학교에서 '도덕' 과목을 배우다가 중, 고등학교에서는 '윤리' 과목을 배웠다. 또 대학 입시에 '논술'이라는 과목이 추가된 시점에 대학 입시를 치루기도 했다.
도덕이고 윤리고 논술이고 배운답시고 배우고 (아니, 외운답시고 외운 거겠지만) 시험을 치뤄 대학에 갔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가니 도덕과 윤리 이외에도 '철학'이라던가 '미학'이라는 걸 교양으로 더 배워야 했다. 그런데 이런 걸 배우자니 대학 수업에서 이전의 수업에서처럼 그저 선생님이 정답이라고 알려준 걸 달달 외운다고 시험 결과가 잘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수업 시간에 배우는 것 이외에도 많은 책들을 읽어야 되겠다는 강박은 생기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고 습득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는 심정이 들자 더욱 답답하기만 했다(답답하다는 핑계로 철학을 논한답시고 모여서 술만 먹었지).
이 책을 읽고보니 순서가 잘못 되었던 게 문제인 듯 하다.
도덕이나 윤리는 '철학'이라는 학문의 한 부분이고 그 도덕이나 윤리라는 것이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운 것처럼 사회 규범을 익히는 것이라기보다는 많은 사고와 토론이 필요한 과제였던 것이니, 우선 철학의 역사를 배우고 도덕이나 윤리라는 가지를 들여다보아야 그나마 사색이라는 걸 할 수 있었겠는데, 거꾸로 배운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다른가. 내가 알기로는 일반 학교에서 가르치는 방식은 제목만 '바른 생활'로 바뀌었을 뿐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또 학생들에게 미리 정답을 가르쳐주고 무슨 무슨 철학자의 유명한 말은 이것이다 라는 식으로 외우게 하는 주입식 교육도 그대로인 것 같다.
이런 답답한 교육 현실 속에서 철학은 개념도 없이 떠돌아다니며 수염을 기르고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두꺼운 알의 안경을 쓴 사람의 이미지를 한 채 '어렵다'라는 수식어 속에 갇혀 있는 상태이고, 저자인 황상윤씨는 그 점이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과 함께 일상에서 소소한 철학의 의미를 찾아내어 철학에 많은 이들이 친근하게 다가서고 이로 인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궁극적으로 똘레랑스를 일상화 하고 연대를 일상화 하는 이상향을 꿈꾸는 분인 듯.
소박한 목적을 가지고 소박하게 씌였다 해도, 그리고 유쾌한 철학이라는 단서를 달은 만큼 우중충한 느낌 보다는 산뜻한 느낌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해도, 내용의 가벼움은 철학 좀 안다는 분들이 읽었을 때 아무래도 헛점으로 지적될 수 밖에 없고 범람하는 '가볍게 철학하기' 류의 책들 중에 단연 돋보이는 것 같지도 않아서 좀 아쉽기는 하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내고 대학에서 그 유명한 마르크스의 책 한 권 조차 독파하지 못한 탓에 짤막하게 정리해 준 각 철학자들의 이론과 그것이 현대에 미치는 영향이 나름 조리 있게 적혀져 있어 내게는 도움이 되었지만 지금 16세인 아들조차도 '에이, 이건 우리 학교에서 선생님이 말해준 거랑 다른 게 하나 없어서 뻔하고 재미 없어'라고 했으니 조금만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재미 없는 책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
철학, 질문만 있고 정답은 없는 학문. 소소한 일상에서 어떻게 대입하고 살아갈 지 역시 황상윤씨가 정답을 주는 건 아니니, 가볍거나 신선하지 않다고 너무 타박할 수만은 없는 것, 다만 이왕지사 이런 책이 자주 나오는 시대니 조금 더 신선하고 알차고 재미난 철학 책들이 다수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생각할 꺼리는 많은데 생각하기도 싫고 우선 배가 고파서요, 먹고살기 바쁜데 무슨 철학 씩이나, 라면서 철학을 무조건 피하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잘 하는 것이랑 배가 고픈 것이랑 별개는 아니라는 점을 자상하게 알려준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http://image.aladin.co.kr/coveretc/book/coversum/8934919299_1.jpg)
만화로 표현한 니체의 사상 축약집 정도 되는데 참 재미나고 유익하게 읽었다. 철학을 가까이 하고 싶어도 너무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죄송하지만) 황상윤씨 책 보다는 이 책이 더 효과 만빵일 듯.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건방진 내 아들은 저 따위로 말했지만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는 일독의 가치가 있을 거 같아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해당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