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좋아해 온 사람을 요즘 자주 본다.

행복하다, 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백현진, 이 사람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어떤 추운 겨울 언저리에서 자그맣게 열린 공연에서, 어어부 프로젝트를 하던 이 사람을 처음 봤었다. 나는 그당시 우리가 데리고 갔던 또 다른 그룹을 위한 시다바리를 하고 있었는데, 어어부 프로젝트에 더 관심이 가서 자꾸 그쪽을 기울였지만, 건네주는 도시락만 열심히들 파먹을 뿐, 정해진 200에 노래 세곡을 하고 별다른 군소리도 잔소리도 요구사항도 없이, 딱, 경계선을 그어, 멋적어 말 한마디 못 붙이게 했다.

또 하나 기억 나는 건, 백현진인지 프로젝트의 다른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 중 어떤 남자의 애인으로 따라온 여성의 스타일이다. 사실 그쪽에 관심이 갔던 이유의 반 이상은 그녀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입은 코트가 너무 이뻤고, 코트 밑으로 길게 뻗어 있던 청바지 입은 다리가 너무 이뻤고, 약간 짧은 듯 한 단발의 찰랑이는 검은 머리도 너무 이뻤는데, 그녀는 거기서 멤버가 아니면서도 가장 관심을 받고, 멤버들만큼 혹은 더 당당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어부를 생각하면 여자, 이쁜 여자를 떠올렸었다, 한동안.

그리고 백현진, 이사람은 반성의 시간을 사람들에게 건네주러 다시 혼자 나타났다.

늙고 배가 나왔구나.

하지만 그동안 음악을 계속 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노래.

새음반 소식을 듣고 언젠가 사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제 정말 사야겠구나 싶어진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콩스탕스 2008-07-1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부 밴드 3집을 테이프로 구매해서 늘어질때까지 들었었는데(그땐 차에 CD플레이어가 없었어요ㅠㅠ) 그후로 CD를 사려고 하니 품절이어서 무척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음울하고 기괴하기까지하던 그곡들이 왜그렇게나 좋은지..
치니님덕에 다시 그음반에 대한 그리움이 새록새록..

치니 2008-07-15 08:43   좋아요 0 | URL
아아, 콩스탕스님을 기쁘게 해드릴 순간이 지금이다 싶어서 언능 음반 온라인 매장에 가서 확인해보니 아직도 품절. -_ㅠ
혹시, 반성의시간 CD 없으시면 제 것 구매하는 김에 같이 할게요.
괜찮으실랑가요?

chaire 2008-07-15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수고대하던 날'인가요, 저 노래 제목이.. 가사가 진짜, 남 얘기 같지 않더라구요.
물론 남 얘기지만. ㅋㅋ =3=3=3
근데 저 사람 어느 조연 탤런트 좀 닮은 거 같아요. 음 누구더라? 아, 생각났다. 요즘 9번에서 하는 너는 내 운명에서 새벽이 다니는 회사 상사.. :)
(이 드라마는 간혹 저녁 먹을 때 엄마 따라 보는 드라마라서..)

치니 2008-07-15 08:45   좋아요 0 | URL
물론 '남'얘기죠, 암요. ㅋㅋ
<학수고대했던 날>일거에요. 저걸 띡 올려놓고 집에 갈 때 생각나더라구요, 아차 제목은 안 적었구나. ㅋㅋ 제가 하는게 늘 이모냥이죠.
음, 어디선가 배우도 살짝 하고 있다는 소리 들은 거 같아요, 영화음악 하면서 자연스레...그림도 그리고, 암튼 재주 많은 분인가봐요.

nada 2008-07-1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치니님 공연계에도 계셨던 거예요?
(남들 인생이 너무 궁금한 꽃양배추.^^)
노래 조타.. 역시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돼요.
제 인생의 한 자락에도 저런 순간이 있었던 것 같은 기시감이 휙---
그동안 음악을 계속 했구나, 란 말씀이 찡해요.
저도 지금 하는 일 계속 해야겠어요.
아주 나중에 누군가 치니님처럼 그렇게 말해주면 좋겠어요.

치니 2008-07-15 09:50   좋아요 0 | URL
으흐, 요새 꽃양배추님이 알라딘에 자주 오시니 므흣하기 짝이 없는 치니.
공연기획사에 있기는 했는데 오래는 못했어요. 경제적으로 열악해놔서...
역시 술은 적당히. 케케.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인데 이렇게 말씀하시는지, '남들 인생이 너무 궁금한' 치니. 혹시 안 가르쳐주셔도, 아무튼 응원할게요! ^-^ 왠지 그럴만한 일이라는 감이 오니까.

2008-07-15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15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콩스탕스 2008-07-16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치니님 댓글 밑으로 글을 쓰려는데 댓글달기가 없네요.
아직 올려주신 곡 못들었어요..사무실에선 좀 어려워서요.
나중에 집에 가서 들어볼께요. 마음써주셔서 감사해요.

치니 2008-07-16 19:32   좋아요 0 | URL
네, 들어보시고 꼭 알려주세요.
이 음반이 아니더라도 좋아하시는 음반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무언가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잔뜩, 입니다.
 

우선 올해 1월에 내 싸이월드 미니홈피 제목을 이렇게 바꿨다.

<올해 여름 휴가는 프랑스!>

속으로는 10% 정도의 기대만 가지고, 일단 저지르기 위한 첫 걸음을 그렇게 하자, 사람들은 '진짜요? 부럽다, 역시 놀 궁리만 한다'라는 반응을 보여주었고, 나는 그 반응에 힘 입어 언행일치라는 책무감을 일부러 덧 씌우고 기대를 20%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2월에는 싸이월드에서 생일 선물로 받은 도토리를 가지고 파리의 에펠탑 그림이 그려진 스킨을 사서 저장해두었다. 출발 시에는 이것을 깔아놓고 가는거야, 라면서 기대치는 40%로 올렸다.

그리고 회사에서 힘겹고 짜증 날 때마다 생각했다.

돈을 모아야 휴가를 가지.

5월에 미국에 가자, 난데없이 한국만큼이나 프랑스가 그리웠다. 그럼 그렇지 애국자라서 미국이 싫은게 아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프랑스에 갈 것이고, 갔다와서 회사를 그만두어야겠구나.

6월이 되자 내 마음은 한층 바빠졌다. 나름 예약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예전 항공사 일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저렴한 티켓이 2달전부터도 좌석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티켓을 끊으면 40%가 90%로 한꺼번에 뛰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티켓을 알아보면서, 책을 세 권 사서 읽었다.

 

 

 

<에펠탑 없는 파리>

작가 신이현씨가 예전에 알자스에 대한 책을 낸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에펠탑으로 상징되는 관광지들만 둘러보고 싶지 않았다. 골목 골목 사람이 살아 숨쉬는 곳에서의 파리를 느끼고 싶었다.

신이현씨가 의도한 것에 딱 맞는 만큼,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함부로 대할 수 없듯이, 가지런히 정좌하고 읽어야 할 것 같은 파리 이야기를 썼다면, 아래 이화열씨의 방식은 조금 달랐다.

 

 

 

 

<파리지앵>

간결한 제목이 미리 예고하듯, 이화열씨는 게으른 여행자이자 충동적 성향의 감각적인 디자이너 답게, 자신의 주변에서 친해진 지인들의 이야기로 담담하지만 구체적인 파리 이야기를 적고 있다. 어쩌면 파리를 여행하거나 살고 싶어지게 하는 충동을 더 불러 일으키는 쪽은 아무래도 이 책이지 싶은 것도, 이 책을 2시간 여만에 휘리릭 읽고 나면 파리와 자유가 동일시 되는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부유하거나 궁핍하거나, 본래 파리지엥이거나 외부에서 온 파리지엥이거나, 누구랄 것 없이 모든 것의 우위에서 우선 다양함을 인정하고 있는 이 도시의 모습은, 유명지 앞에서 사진 촬영하기와 명품 가방과 옷을 현지에서 쇼핑하기 정도의 목적으로만 가는 사람을 빼고는, 아무래도 '자유롭다'는 표현이 다른 어떤 표현보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파리를 일주일 보고 어떤 사람은 가 볼 곳은 다 가봤네 하면서 다음 관광지로 쉽게 목적지를 바꾸지만 어떤 사람은 한달을 지내고도 아직 제대로 파리를 못봤으니 다음에 또 와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내 짧은 휴가는 눈물 겨운 노력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그 일주일이다.

제주도에서 년세(매달 내는 돈이 아니라 매년 내는 돈으로 집을 빌려주는 시스템이 생겼다고 한다)450만원을 내고 1년동안 정원에서 바베큐를 해 먹을 수 있는 주택을 빌릴 수 있다는데, 내 일주일을 위한 경비는 그만큼 될 것 같다.

그래도 내게는 이것이, 진정 정신적인 자유가 아니라 입으로 외치는 구호 뿐이라 할 지라도, 동음이의어 수준이라 할 지라도, '나만의 자유'라고 이름 붙일만한 여행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몇 날을 굶고 기십만원 짜리 공연을 보러 가는 행태를 반복하거나 기백만원을 몇일 여행에 써버리면서 이런 유치하고 소심한 '자유'를 누릴거다. 

이제 7월. 비행기표와 숙박지는 구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떤 여정도 미리 짜지 않았고, 무엇무엇을 보겠다는 생각도 없는 지금은 다시 처음처럼 10%이다. 그리고 그때보다 훨씬 설레는 90% 채우기만이 남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륜의동화 2008-07-1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뻔히 프랑스 휴가에 대한 이야기임을 밝히고 있는데도 '티켓을 알아보면서'를 '티벳을 알아보면서'로 읽다니;;
휴가 부럽습니다. 쩝

치니 2008-07-14 08:44   좋아요 0 | URL
티벳에 가고 싶은 건가봐요, 불륜의동화님이!
사실 티벳도 프랑스만큼이나 오랜 로망이 있는데,
일단은 파리부터. ^-^;;
먼저 다녀오시고, 이야기 해주시면 따라할래요.

chaire 2008-07-14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언제 떠나십니까? 이 글을 봐선, 마치 내일 떠나는 분 같은, 모종의 흥분이 느껴집니다. 그 뜨거운 호흡이 모락모락 합니다그려. 부럽다는 말은 안 하겠습니다. 일주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겠지요? 책을 세 권이나 벌써 읽으셨습니까? 역시! 하지만 제 경우, 책 읽고 가면, 약간 숙제하는 기분의 여행이 되기도 하더군요. 그 저자들이 가본 곳 따라다니느라 좀 바쁘기도 하고, 제대로 성사도 안 되고... 모쪼록 치니 님만의 파리를 만들어 오시길. 만든 다음엔 꼭 보여주시길. 그걸 볼 독자 혹은 시청자로서 기대기대.. :) 그리고 치니 님의 자유에 추천!

치니 2008-07-14 08:48   좋아요 0 | URL
그쵸, 이 글을 쓸 때의 마음이 그렇게 호흡이 거칠어진 상태였어요.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사진을 보다가 그만...ㅋㅋ
역시 카이레님에겐 늘 들킨다니까요.
근데 , 내일은 커녕, 8월에 가요, 아직 멀었는데 이러구 난리인거죠.ㅋㅋ
책 세 권 중 하나는 <컴팩트 프랑스어 회화>에요. 그야말로 손바닥만하게 컴팩트 하긴 한데 그걸로 회화 씩이나 할런지 의심 가는 책.
저도 숙제하는 여행은 딱 싫여요. 그런데 여기 적은 책은 숙제하는 기분을 주는 '어디 어디 가보라'는 말은 단 하나도 없는 책이에요.
그저 거기에서의 삶을 조근조근 들려주는 정도, 전 그 중에서 어떤 건물들이 혹은 어떤 거리가 가진 역사를 손톱만큼 느껴보고 가는 정도?
꼭 파리를 가지 않더라도 한번쯤 읽어보시라고 할만한 책들입니다.

nada 2008-07-14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거친 호흡 소리 저도 듣고 있어요~
뇌쇄적이어요, 치니님.
몇 날을 굶고 기십만원 짜리 공연을 보러 가거나 기백만원을 몇일 여행에 써버리는, 치니님의 자유로운 영혼이요.
저도 여행기 많이 기대하고 있을게요.
하린 군도 같이 가나요? 요즘 하린 군 에피소드가 없어서 살짝 궁금.
(눈독 들이는 건가. 먼산-.-)

치니 2008-07-14 12:38   좋아요 0 | URL
자유로운 영혼은 억지고, ^-^;; 돈 버는 궁리나 모으는 궁리보다는 쓸 궁리가 많은 치니죠.
여행기, 음, 가기 전에 다 쓰고 앉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당.
하린군은 이번에 같이 못가고요.
갸는 저보다 먼저 남해랑 보길도, 선암사 등등 벌써 다녀왔어요.
(눈독 들여주세요, 으흐)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오래전에 읽었던, 은희경의 어떤 단편집에는 - 아마 그 단편집이 내가 처음 은희경을 접하게 된 책이었을게다 - 전율을 느낄만큼 딱 들어맞는 '셋'에 대한 찬사가 실려 있었다. 구구절절 기억 나지 않지만, 그렇게 해서 나는 '아 맞아 셋이 이렇게 좋은데! 그간 잊고 있었다니'라고 대동감하고 이후 죽 셋에 대한 호감을 버린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얼렁뚱땅 호감과 유사한 듯한, 나만의 수에 대한 느낌이 또 있는데, 짝수와 홀수를 대비하면 항상 짝수가 좀 답답한 느낌 - 좋게 말하면 꽉 찬 느낌이겠지 - 이 들고, 홀수가 할랑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홀수가 항상 마음에 든다. 그중에서도 1은 홀로 독야청청 같아서 좀 불안하고, 3에서 좋아지다가 5가 가장 좋다. 5가 3보다 좋은 이유는, 그냥 발음상의 느낌과 생긴 모양의 느낌 때문이다. 오! 하고 받힘 없이 간결히 떨어지는 발음이랑, 오른쪽 옆이랑 아래가 뚫린 이미지가 시원하다.그런데 사람의 수로 생각하면 5보다는 3이 좋다. 5는 하나 둘 셋 넷...세다가 벌써 복작한 기분이다.

셋이 지내는 편이 모든 면에서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굳어진 뒤로는, 둘로 계속 지내고 셋을 못할 바에야 혼자 지내는 편이 낫다는 생각도 했다. 어쩌면 둘로 지내는 부부들의 대다수가 자연스럽다는 듯이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그런 셋, 삼각형 구도에 대한 무의식에서 나온 지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아무튼 가족사로만 국한 시켜 따지자면, 나에게는 둘이다가 셋이 된 시절, 셋에서 둘로 떨어져 나왔던 시절, 혼자가 되었던 시절, 완전히는 아니지만 둘이 된 시절이 골고루 있다.

그런데 지금은, 혼자이다가 둘이다가 가끔 셋이 된다.

그것도 굳이 가족이라는 이름을 내세울 필요 없는 셋이 된다.

초기에 이 조합을 이루는 걸 상상할 때는 두려움만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에 이루는 삼각형은 자칫 역삼각형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이 꽤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조심스럽게 살포시 치마를 펼친 삼각형이 되어, 살짝 한 쪽 면이 많이 기울다가 올라갔다가 하면서, 관심도와 거리를 본능적으로 조정해가면서, 경박하지 않은 명랑함과 은밀한 배려 속에 자연스러움을 갖추어간다.

재미있는 건, 이런 삼각형이 인간 삼각형이 아니고 인간과 동물의 삼각형이어도 꽤 좋다는 걸 요즘 체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나와 아이와 개가 있을 때, 나와 아이가 둘만 있을 때보다 우리가 누리는 시공간은 제약적이지만 보다 생명력 있더라는 거다. 그리고 그 생명력은 생각보다 그 효력이 크다. 개 때문에 겪게 되는 부자유와 온갖 노동들을 감안하더라도, 나와 아이가 둘일 때 자유롭고 차분하게 느끼는 만족감을 잠시 보류하더라도,  온집안을 휘저어놓고 수시로 놀아주거나 챙겨주어야 하는 존재 때문에 나는 쓰러져가며 격렬하게 웃고 떠들고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마음에 덕지덕지 붙었던 고단함들을 많이 날려버린다.

이 인간 삼종 세트와 인간 둘+개 세트는 삼각자의 한 쪽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는 시간이 함께인 시간보다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언제까지 이럴 지 아무도 모르지만, 계획하지 않은 이 삼각의 세트들은 요즘의 내게 가장 소중하고 평화로운 선물 같기만 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udan 2008-07-0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 소중하고 평화로운 선물에서 저 왜 울컥한거죠..^^;;

치니 2008-07-01 10:49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쓸 때 잠깐 수학을 잘하는 수단님이 생각 났었는데...^-^;;
<박사가 사랑한 수식>도 수단님 덕분에 읽었던 기억도 났고.
울컥 하는 수단님, 좋아요. ^-^

2008-07-02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03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1.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95534.html

차라리 눈 닫고 귀 닫자 싶다가도 , 뭐 언제는 안 그랬냐 싶다가도, 어차피 행동도 못할거면 말을 말자 그러다가도... 포탈 싸이트에 가면 어느새 정치면을 보게 된다. 그러다 파도를 타면, 오마이뉴스나 한겨레에서 놀고 있는 자신을 발견. 휴. 휴. 휴. 이건 아닌데 하면서 기사를 대충 대충 보다가, 결국 위 기사에서는 눈물 핑글. 나름의 도발성이 있는 기사일지도 모르지만 - 뭐 도발성의 문제는 항상 보는 시각에 따라 마구잡이로 남발되니까 - , 나도 아이 엄마라는 것 때문에 이런 기사에 눈물이 도는 건 아니라는 것만 확실히 해두고 싶다. 누구나 부모의 아이로 태어나거나, 부모가 되거나, 둘 다를 하니까, 공감은 비단 엄마(부모)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니리라.

2. http://project.happybean.naver.com/ProjectView.nhn?projectno=1000000808

온 나라가 온통 서해안 이야기만 하고, 언론도 하루종일 서해안 이야기만 하고, 10년이 지나도 회복이 안되느니 하면서 일반인들도 바쁜 주말에 봉사하러 가고 연예인들도 너도 나도 갔었던 시절이 지난 지 얼마 안되었지만, MB의 핵폭탄 관심 몰이가 하도 드쎄서인지, 원래 이런 문제들은 이렇게 흐지부지 되는건지, 아무튼 요새 쑥 들어갔다. 그래도 어느 한 곳에서 하던 일 계속하고,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고 관심을 끌어모으는 김장훈씨. 사람이 멋있어 보이는 요소 중 으뜸 10위 안에 드는 건, 아무래도 좋은 일을 초지일관 하는 걸거다.

3. http://hantoma.hani.co.kr/board/view.html?board_id=ht_society:001016&uid=52145

황정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 FM 대행진은 아침 출근길에 한동안 들었던 적이 있다. 물론 맛 간 씨디 플레이어 대용 정도였고, 뉴스를 좀 듣자 싶은 마음에 선택한 차선이었지만, 영 못들어줄 정도는 아니었다. 나름 솔직함도 있었고, 실수가 잦았지만 밉상은 아니었으며, 은근히 편안함도 있었다. 다만, 아나운서 혹은 언론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평범(?)한 안목이구나 싶을 때가 있었는데, 정치,경제,시사에 대한 멘트를 해서라기보다는 - 대개는 게스트에게 대꾸 정도만 하고 경청하는 자세였으니까 사실 그녀의 진짜 생각을 알 길은 없었다 - 도서를 안내하는 코너에서 나누는 대화나 일상 생활에서 취하는 태도 등에서 그냥 막연히 압구정의 알뜰한 미씨족이 연상되곤 했달까.

그러나, 이번 일은, 그녀에게 좀 심하다 싶다. 아니 그녀에게, 라기보다는 한 사람에게 이렇게 집중 연타 되어도 좋을 만큼의 엄청난 말 실수로 몰아부쳐도 되는가 싶다. 마녀사냥이니 뭐니 갖다 대지 않아도, 가벼운 입방정 정도로 치부해주거나 나름의 비폭력에 대한 소신 때문에 나온 짧은 견해이겠거니 해주면 안되는 것일까. 별로 주목할 일도 아닌데, 주목해서 꺼리를 만드는 이런 식의 논쟁, 좀 별로다. 언론인이니까, 공인이니까, 말 가려서 해야 하고 더구나 방송에서 쉽게 말해서는 안된다는 상식, 좀 깨지면 어떤가. 가끔은 자기도 모르게 하고 싶은 말 할 수도 있는 사회, 얼굴 모른다고 넷으로 막 댓글 달기보다는 알려져 있는데도 한 마디 하는 사회, 이런 것도 괜찮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언론인이면 의식이 있어야 한다, 라는 전제, 거슬린다. 언론인의 의식, 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할 거다. 갑자기 들이대고 언론인의 제대로 된 의식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으면 촤르르 내놓을 사람 얼마나 되겠는가. 자기 마음에 드는 소리를 하면 의식 있고, 마음에 좀 안 드는 소리 하면 의식 없으니 입조심 해라, 이런 식 아닌가.

직접 방송을 듣지는 않았지만, 내용 상, 그녀는 의식이고 뭐고 그런 것보다는, 단지 자신은 어떤 종류의 폭력도 싫다, 라는 이야기를 한 것 뿐인 듯 한데('실망'이라는 단어 자체가 실망스럽고 의식 없어 보인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만), 그것이 촛불시위라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렇게 일파만파 될 수 있다는 것을 예지하는 현명함이 없었을 뿐인 것 같아서 안타깝고, 인터넷이 조장하는 이런 와글와글 씹기 대회 문화가 질리면서도...벌써 나도 일조했다. -_-;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게다예요 2008-06-2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정말이지 귀를 막고 싶을 정도예요.
이래도 나라가 돌아갈까, 싶을 지경이고.
이명박은 역시 복고풍이고, 불도저고. 아마 계획한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 싶어요.
그게 참... 무서워요.

치니 2008-06-27 16:12   좋아요 0 | URL
안 돌아가야 정상인데 억지로라도 돌아가는 것 같으니, 더 허탈하고 억울한 기분이에요.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겠죠, 그래도...무서워도 참고, 우리도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 숨막혀 죽지는 않을거 같아요...

치니 2008-06-27 16:17   좋아요 0 | URL
웃, 그런데, 지금 다예요님 서재 가보니 모두 비공개. 털썩.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