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진, 이 사람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어떤 추운 겨울 언저리에서 자그맣게 열린 공연에서, 어어부 프로젝트를 하던 이 사람을 처음 봤었다. 나는 그당시 우리가 데리고 갔던 또 다른 그룹을 위한 시다바리를 하고 있었는데, 어어부 프로젝트에 더 관심이 가서 자꾸 그쪽을 기울였지만, 건네주는 도시락만 열심히들 파먹을 뿐, 정해진 200에 노래 세곡을 하고 별다른 군소리도 잔소리도 요구사항도 없이, 딱, 경계선을 그어, 멋적어 말 한마디 못 붙이게 했다.

또 하나 기억 나는 건, 백현진인지 프로젝트의 다른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 중 어떤 남자의 애인으로 따라온 여성의 스타일이다. 사실 그쪽에 관심이 갔던 이유의 반 이상은 그녀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입은 코트가 너무 이뻤고, 코트 밑으로 길게 뻗어 있던 청바지 입은 다리가 너무 이뻤고, 약간 짧은 듯 한 단발의 찰랑이는 검은 머리도 너무 이뻤는데, 그녀는 거기서 멤버가 아니면서도 가장 관심을 받고, 멤버들만큼 혹은 더 당당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어부를 생각하면 여자, 이쁜 여자를 떠올렸었다, 한동안.

그리고 백현진, 이사람은 반성의 시간을 사람들에게 건네주러 다시 혼자 나타났다.

늙고 배가 나왔구나.

하지만 그동안 음악을 계속 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노래.

새음반 소식을 듣고 언젠가 사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제 정말 사야겠구나 싶어진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콩스탕스 2008-07-1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부 밴드 3집을 테이프로 구매해서 늘어질때까지 들었었는데(그땐 차에 CD플레이어가 없었어요ㅠㅠ) 그후로 CD를 사려고 하니 품절이어서 무척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음울하고 기괴하기까지하던 그곡들이 왜그렇게나 좋은지..
치니님덕에 다시 그음반에 대한 그리움이 새록새록..

치니 2008-07-15 08:43   좋아요 0 | URL
아아, 콩스탕스님을 기쁘게 해드릴 순간이 지금이다 싶어서 언능 음반 온라인 매장에 가서 확인해보니 아직도 품절. -_ㅠ
혹시, 반성의시간 CD 없으시면 제 것 구매하는 김에 같이 할게요.
괜찮으실랑가요?

chaire 2008-07-15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수고대하던 날'인가요, 저 노래 제목이.. 가사가 진짜, 남 얘기 같지 않더라구요.
물론 남 얘기지만. ㅋㅋ =3=3=3
근데 저 사람 어느 조연 탤런트 좀 닮은 거 같아요. 음 누구더라? 아, 생각났다. 요즘 9번에서 하는 너는 내 운명에서 새벽이 다니는 회사 상사.. :)
(이 드라마는 간혹 저녁 먹을 때 엄마 따라 보는 드라마라서..)

치니 2008-07-15 08:45   좋아요 0 | URL
물론 '남'얘기죠, 암요. ㅋㅋ
<학수고대했던 날>일거에요. 저걸 띡 올려놓고 집에 갈 때 생각나더라구요, 아차 제목은 안 적었구나. ㅋㅋ 제가 하는게 늘 이모냥이죠.
음, 어디선가 배우도 살짝 하고 있다는 소리 들은 거 같아요, 영화음악 하면서 자연스레...그림도 그리고, 암튼 재주 많은 분인가봐요.

nada 2008-07-1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치니님 공연계에도 계셨던 거예요?
(남들 인생이 너무 궁금한 꽃양배추.^^)
노래 조타.. 역시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돼요.
제 인생의 한 자락에도 저런 순간이 있었던 것 같은 기시감이 휙---
그동안 음악을 계속 했구나, 란 말씀이 찡해요.
저도 지금 하는 일 계속 해야겠어요.
아주 나중에 누군가 치니님처럼 그렇게 말해주면 좋겠어요.

치니 2008-07-15 09:50   좋아요 0 | URL
으흐, 요새 꽃양배추님이 알라딘에 자주 오시니 므흣하기 짝이 없는 치니.
공연기획사에 있기는 했는데 오래는 못했어요. 경제적으로 열악해놔서...
역시 술은 적당히. 케케.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인데 이렇게 말씀하시는지, '남들 인생이 너무 궁금한' 치니. 혹시 안 가르쳐주셔도, 아무튼 응원할게요! ^-^ 왠지 그럴만한 일이라는 감이 오니까.

2008-07-15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15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콩스탕스 2008-07-16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치니님 댓글 밑으로 글을 쓰려는데 댓글달기가 없네요.
아직 올려주신 곡 못들었어요..사무실에선 좀 어려워서요.
나중에 집에 가서 들어볼께요. 마음써주셔서 감사해요.

치니 2008-07-16 19:32   좋아요 0 | URL
네, 들어보시고 꼭 알려주세요.
이 음반이 아니더라도 좋아하시는 음반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무언가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잔뜩,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