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진, 이 사람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어떤 추운 겨울 언저리에서 자그맣게 열린 공연에서, 어어부 프로젝트를 하던 이 사람을 처음 봤었다. 나는 그당시 우리가 데리고 갔던 또 다른 그룹을 위한 시다바리를 하고 있었는데, 어어부 프로젝트에 더 관심이 가서 자꾸 그쪽을 기울였지만, 건네주는 도시락만 열심히들 파먹을 뿐, 정해진 200에 노래 세곡을 하고 별다른 군소리도 잔소리도 요구사항도 없이, 딱, 경계선을 그어, 멋적어 말 한마디 못 붙이게 했다.
또 하나 기억 나는 건, 백현진인지 프로젝트의 다른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 중 어떤 남자의 애인으로 따라온 여성의 스타일이다. 사실 그쪽에 관심이 갔던 이유의 반 이상은 그녀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입은 코트가 너무 이뻤고, 코트 밑으로 길게 뻗어 있던 청바지 입은 다리가 너무 이뻤고, 약간 짧은 듯 한 단발의 찰랑이는 검은 머리도 너무 이뻤는데, 그녀는 거기서 멤버가 아니면서도 가장 관심을 받고, 멤버들만큼 혹은 더 당당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어부를 생각하면 여자, 이쁜 여자를 떠올렸었다, 한동안.
그리고 백현진, 이사람은 반성의 시간을 사람들에게 건네주러 다시 혼자 나타났다.
늙고 배가 나왔구나.
하지만 그동안 음악을 계속 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노래.
새음반 소식을 듣고 언젠가 사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제 정말 사야겠구나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