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식스맨, 응원했던 광희가 새 멤버로 결정되었다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다.

장동민 촬영분을 편집없이 방영했다는 걸 보니,

그간 탐탁지 않았던 문제들- 노홍철 소개팅 사건 같은 것이 이해가 간다.

오래도록 좋아했는데 이렇게 헤어지게 돼서 맥이 빠진다.

 

손석희 뉴스와 경향신문 간 녹취록 문제로 말들이 많다.

어리둥절했지만, 손석희의 해명을 들으니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절차상 문제는 애매한 걸 인정하고, 언론의 속성과 관련된 욕도 먹겠다고 하니까. 

그래서 아직은 응원하지만, 이 일이 어딘가 매정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4월 중순인데 왜 이렇게 추워, 작년에도 그랬겠지, 운다.

하필 제삿날에 왜 비까지 와. 운다.

비 왔다고 나무에 저렇게 물이 올랐어. 운다.

내가 뭐라고 우나, 부끄럽고 죄스럽다.

 

며칠째 광화문에서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들려온다. 

나라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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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가 없는 그림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림만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것을 그려 놓거나, 반대로 너무 많은 것을 숨겨 놓아 예술성을 강조하는 책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단서가 너무 많으면 시시하고, 적으면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또 많은 경우에 글자 없는 그림책은 어린이에게 읽어주기가 어렵다. 대사를 지어내거나 어린이의 상상을 엿보는 것이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기 떄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글자 없는 그림책의 좋은 점을 상기하라고 나온 것 같다. 놀 친구도 없고 가족도 바빠 홀로 심심해하던 소녀가 마법의 펜을 발견한다. 이 빨간색 펜으로 벽에 문을 그려 열고 들어가면서 여행이 시작된다. 신비로운 숲을 지나자 화려한 왕궁이 나오는데, 거기서 소녀는 새장에 갇힌 아름다운 보라색 새를 구해준다. 그러느라 펜을 잃어버리고 감옥에 갇혔지만 이번에는 새가 소녀를 구한다. 새는 소녀를 보라색 작은 문 앞으로 인도한다. 그 문은 새가 이 세계로 들어온 문, 곧 새의 세계로 연결되는 문인데, 문 밖에서는 보라색 마법 펜을 든 소년이 새를 기다리고 있다. 소년과 소녀는 각자의 펜으로 바퀴를 하나씩 그려 자전거를 만들어서는 나란히 타고 놀러 간다. 물론 소년의 세계는 소녀가 있던 바로 그 현실 세계다. 책을 다시 본다. 첫 장면, 외로운 소녀가 웅크리고 있는 그 골목 한 쪽에 다른 소년들과 조금 떨어진 채 보라색 펜을 든 소년이 있다. 두번째로 책을 읽자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세번째는 어떨까? 놀랍게도, 더 많은 것이 보인다.

 

 

 

 

 

 

 

 

 

 

 

 

 

 

 

다른 나라 사람이 쓴 "현대의 고전"을 읽을 때면 왠지 입이 나온다. 이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1900년대 중반의 미국 시골의 풍경도 낯설고, 강박적으로 검소한 셰이커교도의 생활도 낯설다. '내가 이거 알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 알아두면 좋은 교양이지만 우리나라 것도 잘 모르는 처지니 하는 말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왜 우리나라엔 그런 청소년소설이 없나 아쉬운 마음이 들고, 이런 나는 국수주의자인가 회의가 들고, 그보단 내가 좋은 작품을 몰라서 그렇겠지 싶어서 한심하다.

 

오리 입을 하고 '그래 뭐, 로버트가 돼지 잡는 일을 하는 아빠를 사랑한다는 얘기겠지. 로버트가 정성껏 키우는 돼지도 결국 죽겠지. 아빠가 아프다고?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로버트가 어른스러워지는 얘기겠지. 끝에 조금 울리겠지.' 하면서 읽었는데 이야기는 정말 그렇게 진행되었지만 나는 아이고 엉엉 울었다. 정말 많이 울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아빠 손을 잡아 입을 맞췄다. 돼지 피가 잔뜩 묻어 있는 그 손에 말이다. 죽은 돼지의 기름과 피가 묻어 있었지만 나는 계속 아빠 손에 입을 맞추었다. 설사 나를 죽이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아빠를 용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170쪽)

 

'사람의 것도 짐승의 것도 아닌' 숨을 쉬며 돼지를 잡는 아빠. 인생이 준 직분을 묵묵히 해나가는 도살꾼 아빠.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들의 돼지를 죽이고 그 손으로 아들을 쓰다듬으며 '어른스럽게 받아들여주어 고맙다'고 하는 아빠. 로버트가 아빠가 자신을 죽인다 해도 아빠를 용서하겠다고 할 때, 나는 감히 그들의 종교 속 신과 신의 아들을 떠올렸다. 그래, 재미없는 배경 묘사를 견딜 가치가 있었다. 충분히 있었다.

 

*

 

무한도전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유재석이, 노홍철 사건 때문에 멤버들도 힘들고 토토가 촬영도 다시 해야 돼서 위기였는데 오히려 재촬영을 하면서 감동적인 장면이 많이 나왔다면서 "인생은 참 알 수 없구나" 했단다. 난 그 말이 이상하게도 마음에 남아서 자꾸 떠오른다. 참 알 수가 없다. 책 읽는 작은 일 하나도 이렇게 생각과 다르다. 마음을 열고 살자. 좀 엉뚱한 결론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마음을 열어 두자. 햇볕을 받자. 곧 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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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3-12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 들어왔다가 네꼬님의 새 글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얼른 `좋아요` 부터 눌렀어요. 곧 봄이라는데 날이 참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네꼬 2015-03-12 00:12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안녕하세요? 저는 바람에 맞서 먼지를 한 움큼씩 먹으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 (ㅠㅠ) 그래도 봄이 오는 바람이다 생각하고 씩씩하게 지내기로 해요.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5-03-1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돼지가 한마리도 죽지 않던 날, 은 또 뭐지? 하고 갸웃 거리다가 으음, 저 그림책도 타미를 위해 찜, 해보다가 역시 오랜만에 네꼬님 글은 좋구나, 하다가 가요.

안녕?
:)

네꼬 2015-03-12 13:34   좋아요 0 | URL
다락님,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은 왠지 재미 없을 것 같아서 안 읽다가 읽었는데 흑. 그림책은 타미 추천해요. 아주 추천해요!

치니 2015-03-1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 님의 오리 입을 연상하면서 읽으니까 안 그래도 재미있는 페이퍼가 더욱 재미있다는 사실! ㅎㅎ

네꼬 2015-03-12 13:35   좋아요 0 | URL
제가 봐도 꽥꽥 소리가 안 나는 게 이상할 정도로 오리 입이었어요. 뭐 부정을 할 수가 없어....
 

친구 여러분은 아시겠지만, 내가 소식이 뜸하면 뜸했지 우울하다고 징징대는 사람은 아닌데 (에헴) 그런 내가 우울하다면 정말 우울한 건데, 그렇다, 내가 요즘 좀 우울하다.

 

날씨는 추워졌는데 요 며칠 구름까지 많아서인가. 그것도 그렇겠다.

혼자서 일을 진행하고 결산하니 외로운가. 그럴 수도 있다.

연말이 다가오니 나이 먹는 게... 그것도 맞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올해는 들려오는 소식들도 한결같이 우울하다.

슬프고 화나는 게 반복되니 무력함이 일상에 자리잡았다.

 

이럴 때 기운을 잃지 않는 것이 승부의 포인트.

어쩔 수 없이 우울하더라도 주머니 속엔 각자의 조약돌 하나를 넣어 둡시다.

산책 중 마음에 들어 주워 온 예쁜 조약돌.

하도 만져서 손때가 묻은 조약돌.

손에 쥐고 있으면 따뜻하고 힘이 나는 조약돌.

여차하면 나쁜놈의 이마에 명중시킬 수 있는 조약돌.

 

 

 

 

 

 

 

 

 

 

 

 

 

 

 

 

 

 

* 몸에 지닌 채 소원을 빌면 다 들어주는 요술 조약돌.

나쁜놈의 이마를 때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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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1-2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놈의 이마를 때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니 저도 장바구니에 넣겠습니다!!

이런 우울한 네꼬님을 위해 내가 명란젓 오차즈케를 만들어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네꼬 2014-11-26 10:37   좋아요 0 | URL
오오 나는 그럼 갈릭스테이크버거를 사줄게요! (이건 훨씬 쉽네?)

다락방 2014-11-26 10:39   좋아요 0 | URL
아 이상적인 우리 관계 ♡

다락방 2014-11-26 10:39   좋아요 0 | URL
이런걸 보고 소울메이트라고 하는건가요?

네꼬 2014-11-26 10:51   좋아요 0 | URL
푸드메이트라는 더 좋은 말... (하트하트)

무해한모리군 2014-11-2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jaju79/7159020

네꼬님 힘내요...
저는 이마 조심하고 다녀야겠어요 ㅎㅎㅎㅎ

네꼬 2014-11-26 13:20   좋아요 0 | URL
각자 이마는 알아서 관리하고 (응?) 나쁜놈 이마는 함께 노려봅시다. (먹고 싶다 싱싱한 고등어.......)

moonnight 2014-11-2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놈의 이마정도는 때려도 괜찮은 거 같은데요(˝ )( ˝);;;;;
보관함에 넣었어요. 네꼬님 주머니에도 예쁜 조약돌하나 들어있음 좋겠어요. 우울함은 저멀리 날려보낼 수 있는. 토닥토닥..

네꼬 2014-11-26 13:21   좋아요 0 | URL
크허허. 실베스터는 그러지 않았지만 저는 좀 그러고 싶네요. 근데 그러면 조약돌 한 개로 안 되고 무더기를... 아, 아닙니다. (감사해요 문나잇님.)

하늘바람 2014-11-2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조약돌 저도 좀 지녀야겠네요

네꼬 2014-11-26 13:22   좋아요 0 | URL
1인 1조약돌이군요!

Mephistopheles 2014-11-26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약돌을 지니기 전에 로케이션(제구)-여기서 제구란 공을 원하는 위치에 던질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해야 할 것 같아요. 전 분명 나쁜놈의 미간에 제대로 던져버리고 싶으니까요.(그것도 조약돌을 뾰족하게 깍아서....)

네꼬 2014-12-01 11:00   좋아요 0 | URL
저의 경우는 여러 개가 필요해서 일단 주머니가... (연습도 해놓고요.)

뽈따구 2014-11-2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술 조약돌 탐단나 하다가
갑자기 고등어로 들어가서
˝니가 고등어를 먹었지!˝ 하던 ˝나는 고양이라고(사노 요코)˝ 동화책이 생각나서
혼자 흘흘흘~ 합니다. ㅋㅋㅋㅋㅋ

네꼬 2014-12-01 11:01   좋아요 0 | URL
하하하 뽈따구님, 그 책 재미있죠. 어리둥절한 책.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먹어보...

서니데이 2014-11-26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이마를 가리고(그렇지 않으면 다음권에 이마 맞은 사람으로 출연할 수 있으니까요^^;)... 소원은 뭘 하지 고민하다보면 그 전에 `심각하게` 고민했던 일은 잊어버리고 다시 소원 뭐하지 하면서 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을 거에요, 저라면요. ^^; 그 조약돌은 하나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네꼬 2014-12-01 11:02   좋아요 0 | URL
정색하고 말씀드리는데, 아닙니다, 서니데이님은 이마 맞으실 일 없습니다. 우리가 이마를 때리고 싶은 사람은 사실 모두 같을 것 같아요. (그쵸..) 저도 조약돌 소원을 여러모로 생각해봤습니다. 그런 고민만으로도 좋지요.

섬사이 2014-11-27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퍼뜩 떠오르는 이마가 있는데.....
조약돌도 이미 많이 준비되어 있는데...
쩝.

네꼬 2014-12-01 11:02   좋아요 0 | URL
나도 나도 나도 많은데 조약돌! 부르르르.
일단은 우울하고요, 네.

무스탕 2014-11-27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돌로 넣고 다녀도 되나요?
나쁜놈 마빡 치려면 조약돌보다 짱돌이 더 딴딴할것 같은 느낌인데요? ㅎㅎㅎ

우울하지 마세요. 며칠동안 햇님도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아 그자나도 어제오늘 저도 날이 우중충하구나..-_- 요러고 있었는데 네꼬님마저 우울하다 하심 너무 우울해질듯 싶어요 ;ㅁ;

네꼬 2014-12-01 11:03   좋아요 0 | URL
눈까지 왔어요, 오늘은.
마음을 바꾸려고 해도 간단치가 않네요. 겨울이 왔어요. 우리 함께 건강하게 지내도록 노력해요. (그러면서 운다... ㅠㅠ)
 

사세요!

뭔가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요?

아니 이게 왜 70% 할인이야.

중고책보다 싸요. ㅠㅠ

여러분 이거 빨리 사세요. 네?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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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1-12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00 원 이네요! @.@

네꼬 2014-11-12 14:34   좋아요 0 | URL
나도 자꾸 다시 열어보고 있음 @.@

뽈따구 2014-11-1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네꼬님 리뷰 매일 눈팅만 하다가....
˝사세요!˝ 라는 한 마디에 들어가서는....
`배송료가 붙네?` 하면서 그만........
15권이나 사 버렸어요... 휴.......
그래도 이왕 샀으니까. 재밌게 잘 읽겠습니다~~~~ /^^

네꼬 2014-11-13 12:20   좋아요 0 | URL
(이름도 귀여우신) 뽈따구님, 저 혼자 망하지 않고(?) 지름신에 불을 붙여서 기쁘네요(??). 게으른 주인이라 이런 말씀 드리기 부끄럽지만 자주 놀러 오시고(.. ) 참견도 해주세요!

moonnight 2014-11-1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네네!!! 얼른 살께욧!!!!! 부랴부랴 @_@;;;;;;;

네꼬 2014-11-13 12:21   좋아요 0 | URL
올치올치올치 (시스템 고치기 전에 얼른요!)

무해한모리군 2014-11-2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야 이글을 보고 말았어요... 슬퍼 ㅠ.ㅠ

네꼬 2014-11-25 13:59   좋아요 0 | URL
어허허어어허어허어 ㅜㅜ (진심으로 목놓아 움)

비로그인 2014-11-3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왜 이제서야 본 ㅠㅠ(어허허어우어어허어어.....)

네꼬 2014-12-01 11:04   좋아요 0 | URL
아아아 서재마다 돌아다니며 참견할걸. ㅠㅠ
 

어쩌다 보니 집에 쌀이 많아졌다. 어떻게 된 거냐면, 지방에 계시는 시어머님이 계속 보내주시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농사 짓는 아는 분에게 사서 보내시는 좋은 쌀인데, 인정사정 없이 보내시기 때문에 부지런히 먹어도 늘 밀려서 묵은 쌀이 되고 만다. 토요일엔 고심 끝에 떡집에 들고 갔다. 덕분에 주말에 한 말 반이나 되는 백설기가 생겼다. 따끈따끈한 백설기가 이상할 만큼 뭉클했다. 옆집 벨을 눌러 몇 덩이, 경비실을 찾아 또 몇 덩이, 이웃 친구에게 또 몇 덩이 주었다. 오늘은 출근하는 남편에게 몇 덩이 들려 보냈다. 회사 동료들과도 나누어 먹으라고. 좋은 일 있느냐고 묻는 분들께 좋은 일 생기라고 떡 했다고 말하고 보니, 정말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어제는 오래간만에 김치를 담갔다. 겨우 배추 한 포기 사다가 자르고 절이고 풀 쑤고 양념 다지고 절인 배추 건지고 물 빼고 버무리는 것만으로 반나절이 금방 간다. 그래도 할수록 요령이 생기고, 해놓고 나면 보람도 있다. 불고기도 잔뜩 해놓고 두부조림도 했다. 잘못 산 배를 숭숭 썰어 생강 한 조각이랑 같이 푹 끓여서는 체에 걸러 남편과 나누어 먹었다. 도서관에 잠깐 다녀온 것 말고 한 일은 그게 전부인데, 자려고 누우니 온몸이 노곤노곤. 몸을 써서 생활을 꾸리는 게 어떤 건가 새삼스럽게 생각하면서 잠들었다.

 

11월 한 달 동안 술을 안 마시기로 했다. (한동안 너무 많이 마셔서 재충전이 필요하다....) 이 결심을 들은 친구가 성공하면 12월 초에 이태리 요리와 맛난 술을 사준다고 한다. 지면 그 친구 소원대로 내가 술도 사고 노래방도 가 줘야 한다. 지지 않겠다.

 

 

*

 

 

 

 

 

 

 

 

 

 

 

이 책을 선물 받고 너무 좋아서 한 권을 더 샀다. 두 권을 갖고 싶은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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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4-11-0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래요? 그럼 나도 사야지. (배추 말고 책. ㅎㅎ)

네꼬 2014-11-03 17:11   좋아요 0 | URL
그보다 쌀을... 히히. 치니님 가까이 계셨으면 백설기 나눌 텐데!

* 책은요, 저 개 모모 인스타그램으로 보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책도 물론 넘 좋고요!

웽스북스 2014-11-0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그런 결심은 나에게나 어울리는 건데! ㅋㅋ 암튼 결심쟁이의 한명으로 네꼬님의 결심에 응원을! 그리고 우리는 12월에 만나요 : )

네꼬 2014-11-03 17:11   좋아요 0 | URL
자자 내가 벌컥벌컥 마셔줄 테니 한 달만 기다려요. 나의 몸 만들기 프로젝트. 마시기 위해 참는다. -_-;

2014-11-03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03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4-11-03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절대 할 수 없는 결심을 하신 존경스런 네꼬님 +_+;;

그나저나(황급히 말을 돌린다;) 두 권 갖고 싶은 책이라니! 저도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너무 좋아서 세 권 소장한 적 있었어요. 지금은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두 권은 선물했지만요. ^^ 저도 살래요. 모모 ^^

네꼬 2014-11-05 14:16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 결심은 공짜니까? -_- 근데 11월 왤케 길어요? ㅠㅠ
문나잇님에게는 스밀라..가 복수소장(?)책이구나. 저는 이따금 시집을 두세 권 살 때가 있어요. 왠지 고민에 비해 책값이 싼 것 같아서. 하여간 저도 참 쓸데없는 남 걱정 잘해요... ㅠㅠ

hnine 2014-11-03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은 자주는 안오셔도 가끔 오실때마다 결코 시시한 내용으로 오시는 법이 없어요. 저로 하여금 저 책을 보관함에 담게 하셨고, 저희 집에도 오래된 배가 있는게 생각나서 지금 저도 생강이랑 같이 끓이려고 생강 사러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게 하셨어요.
김치 한번 만들면 시간이 후딱 가지요. 생강 사러 가서 절대 배추는 사오지 말자 말자 말자...주문 외우며 나갑니다.

네꼬 2014-11-05 14:18   좋아요 0 | URL
hnine님, 배 어떻게 하셨나 모르겠네요. 그거 꽤 약 느낌이던데. 그래서 `마셨다`고 안 하고 `먹었다`고 써 봤어요;;
김치는 한 포기를 하든 두 포기를 하든 마찬가지더라고요. 그릇 씻다 끝나는 게임 같기도 하고... 하여튼 조그만 통 하나 찰 만큼 하면서 온 집 안에 물을 뿌려댔답니다. (배추 안 사오기 성공하셨으려나? ㅎㅎ)

Mephistopheles 2014-11-0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에 고등어만 구우면 딱이군요.

네꼬 2014-11-05 14:18   좋아요 0 | URL
어휴 그 기억력!!!!!!!!!!!!!!!!!

Mephistopheles 2014-11-06 13:50   좋아요 0 | URL
심야식당 13권 39페이지....!!!!

서니데이 2014-11-0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일 생기라고 돌리는 떡도 좋을 것 같은데요.
여러 분이니까 그 중에서 누군가는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
모모 찾기는 쉽지 않군요. 잘 보이지 않아요. ^^;

네꼬 2014-11-05 14:19   좋아요 0 | URL
아아 서니데이님은 착하시다. 저는 저한테 좋은 일 생기라고 한 건데... 역시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군요. 앗 쓰고 보니,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어서 개를 좋아하는 제겐 개잘보인 걸까요?? (천천히 찾으면 더 재밌어요 ^^)

비로그인 2014-11-0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네꼬님은 떡집도 다니고 김치도 담그는 고양이였!!!

네꼬 2014-11-05 14:21   좋아요 0 | URL
술도 (잠깐) 끊고 개도 좋아하는 고양이였!!! _____ 가만 근데 왜 놀라시는 거죠? 저를 너무 방탕하게만 보셨던 건가요!!!! 조금만 방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