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네가 믿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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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전설은 ㅣ 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 34
한윤섭 지음, 홍정선 그림 / 창비 / 2013년 2월
평점 :
선산에 밤을 주으러 갔다. 처음이었다. 땅바닥에 밤이 얼마나 많이 떨어져 있던지, 나는 정말 정신없이 거미줄이 머리카락에 묻는지도 모르고 밤을 담았다. 밤 밑으로는 시들어가는 낙엽과 여러가지 풀들과 그리고 수많은 벌레, 곤충들이 있었다. 벌레, 곤충이라면 소리지르며 도망가던 나인데, 어쩐일인지 그 풍경이 당연하고 당연했다. 매일 밤을 주으면 곤충들이랑 친해질까? ㅎㅎ 막 떨어진 밤, 흙 속에 파묻혀 들어간 밤, 벌레들이 신나게 갉아먹은 밤. 먹어보니 벌레먹은 밤이 더 달고 맛있었다. 똑똑한 벌레들! ^^ 밤 가시가 손을 찌르는 줄도 모르고, 곤충과 벌레들이 지천으로 움직이는 줄도 모르고 밤을 줍고 또 주웠다.
그때 뭔가가 자꾸 툭, 턱, 탁 하면서 떨어졌다. 둘러보니 나무에서 밤이 떨어져 내리는 거였다. 열그루도 안 되는 밤에서 밤들이 툭, 툭, 탁, 탁 떨어지고 있었다. 아들을 불러다가 들어보라고 했더니 가만히 서서 귀기울인다. 같이 이 책을 읽었기에 나도 아들도 그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뭐랄까...... 그림처럼 이쁜 풍경도 책처럼 아름다운 소리도 아니었지만,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이 그 소리를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름다웠다.
PS. 그런데...... 모자 없이 가을날 밤나무 밑에 있다가 밤이 머리에 떨어지면......!
엄청 아플 것 같긴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밤들은 수없이 쏟아져 내렸다. 최고로 아름다운 음악이 밤밭에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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