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글자를 몰랐지만 내 책을 가지고 싶다고 조를 정도로 겉멋이 들어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 못된 출판사에 가서 시인 모리스 부쇼르가 지은 `꽁트집`을 얻어 왔다. 그것은 민화에서 따온 이야기들인데 할아버지 말로는 어린애의 눈을 간직하고 있는 어른이 어린이의 취미에 알맞게 고쳐 쓴 책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당장에 그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절차를 밟고 싶었다. 나는 두 권으로 된 작은 책을 손에 들고 냄새를 맡고 쓰다듬어 보고, 종잇장을 바스락거리면서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되는 대로 열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아무래도 이 책이 내 것이라고 느낄 수가 없었다. 나는 책을 인형처럼 다루어서, 가볍게 흔들기도 하고 입 맞추기도 하고 때려 주기도 하였지만 쓸데없었다. 나는 울상이 돼서 그것을 어머니 무릎 위에 갖다 놓고 말았다. 어머니는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얘야, 어떤 이야기를 읽어줄까? 요정 이야기?" 나는 미심쩍어하면서 물었다. "요정들이 이 속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