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내가 고를래 내일을여는어린이 36
신미애 지음, 임나운 그림 / 내일을여는책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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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둔 부모라면 내 자녀가 좋은 친구를 만나길 원한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녀보다 가정 배경도 좋고 상대방 부모가 든든한 전문직 직업군이라면 마음이 놓인다. 좋은 환경 속에 자란 아이라면 인성도 좋을 것이라면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 자녀의 친구가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라면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더라도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다.

부모의 마음 그대로 자녀가 따라주면 참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모의 생각과 자녀의 생각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내 배에서 태어난 자녀라 할지라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할 텐데 부모는 순순히 자신의 생각대로 자라길 바란다. 심지어 친구를 선택하는 것도 부모가 간섭하고 싶어 한다. 다 내 자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인생을 많이 살아본 부모의 생각이 어린 자녀의 생각보다 옳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부모가 자녀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어릴 때에는 부모의 뜻대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정도 머리가 굵어지면 자신의 주관이 뚜렷해진다. 부모에게는 친구가 많은 선택지 중에 한 개에 불과하지만 자라나는 자녀에게는 친구가 부모보다 더 소중한 관계다. 자녀는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부모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친구라도 자녀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의지의 대상, 친밀한 대상이 될 수 있다.

『내 친구는 내가 고를래』 신미애 작가는 부모의 욕심이 지나치면 자녀의 삶의 송두리째 망가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자녀의 삶은 자녀가 판단하고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녀의 인간관계조차도 부모가 간섭하고 있는 현시대의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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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무대로 간 해수 - 2023 154회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2024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2025 제6회 현구문학상 수상작 청개구리 문고 44
김옥애 지음, 강화경 그림 / 청개구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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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건이다. 이승만 대통령 재임 시절 전남 강진군 앞바다에 엄청 큰 거북이가 잡혔다. 몸집도 컸기에 보는 사람마다 신기하고 놀라워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신문 기사에도 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실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거주하고 있었던 경무대에도 알려지게 되면서 사건은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대통령의 자리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나 보다. 정세는 어지럽고 국민들의 신뢰도를 먹고 자는 자리인지라 조금이나마 뒤숭숭한 소문이 있으면 촉각을 세우는 것이 지금이나 예전이나 비슷한가 보다. 당시 신령스러운 거북이라고 해서 서구라고 이름 불린 몸집 큰 거북이는 그야말로 국가의 운을 가져다주는 복스러운 존재로 귀히 대접받는다.

지금까지 보아 왔던 거북 중에 가장 큰 거북이며 수령도 최고라는 의미가 덧붙여져서 지나친 해석들이 거북을 통해 전해진다. 한국 전쟁을 거치고 3.15 부정 선거, 4.19 혁명을 거치면서 신령스러운 거북도 생을 다하고 박제가 되어 보관된다.

『경무대로 간 해수』를 통해 작가는 아마도 권력자들이 불안한 자신의 마음을 어떤 사물에 투사하여 안정감을 찾으려고 하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한국 전쟁 포화 속에서 대통령을 믿었던 사람들은 피난을 가지 못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누구보다도 국민을 지켜야 했던 대통령이 국민을 등지고 먼저 떠났으니 전쟁이 끝나고서도 신뢰도를 만회하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신뢰라는 것은 얻기는 힘들어도 잃기는 한순간이다. 대통령의 자리는 신뢰를 먹고 지켜낼 수 있다. 권력도 부여된 기간 동안 유지되는 것이지 영원할 수 없다.

격동의 시기였던 광복과 한국 전쟁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적어 내려간 책임에도 어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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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타고 조선 너머 샘터어린이문고 73
오진원 지음, 최희옥 그림, 이지수 기획 / 샘터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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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는 박지원이 사신단으로 청나라를 다녀온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책이다. 이 기록물은 조선 후기 최고의 기행문으로 꼽힌다. 중국에서 3대 기행문으로 꼽히는 기록문 중에 조선 사람이 쓴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제주도 사람 최부가 쓴 『표해록』이다.

"1488년 윤 1월 3일, 최부는 아버지 장례를 치르기 위해 제주도 조천관에서 고향 나주를 향해 배를 띄웠다. 배에는 최부를 포함해 모두 43명이 타고 있었다" _7쪽

제주도 사람 최부는 바다에서 표류되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중국 저장성에 도착한 뒤 항저우, 북경을 거쳐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표해록』이다. 중국에서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일본 승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와 함께 최부의 표해록을 3대 기행문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그 이유는 당시 중국의 생활 상을 자세하게 기록해 놓았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료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기록의 힘이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살아남은 것도 쉽지 않았을 터인데 일일이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으로 남겼으니 참 대단하다. 또한 그 기록을 잘 보관하여 후대에 전했으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파도 타고 조선 너머』에는 최부처럼 바다에 표류되었지만 새롭게 만난 세상을 기록으로 남긴 다섯 명의 조선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의 필리핀인 여송국, 일본 오키나와인 유구국, 중국 마카오, 일본 홋카이도 등 조선 시대에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무명에 불과한 조선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낯선 세계를 만난 것이다. 만약 이들이 표류되어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그냥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을 것이다. 기록으로 남겼기에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남길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후대에 역사적 사료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기록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반드시 용기가 필요하다. 표류되어 살아남아 새로운 세상을 만났던 이들도 그랬을 것이다. 기록은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자신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며 생을 이어가기 위한 결심이다. 평범한 삶의 기록 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에게는 삶의 나침반이 된다. 기록은 서서히 빛을 발한다. 역사는 기록하는 사람에 의해 진보된다. 기록하는 것이 곧 역사를 만들어 가는 일이며 기록하는 삶이 곧 자신의 삶이자 역사다.

나는 매일 책을 읽고 단상을 기록으로 남기거나 일상의 삶을 글로 적어낸다. 나만의 역사를 기록해 간다. 모래알처럼 흩어질 수 있는 삶의 흔적을 글로 수집하고 모으는 과정을 쉼 없이 하고 있다. 기록이 곧 내 삶이다. 기록은 생각의 칼날을 날카롭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무뎌질 수 있는 사고의 칼날을 날마다 갈고 있다.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해 평소에 날을 갈아야 한다. 글로 기록하는 일은 사고가 반드시 동반된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에 의존할 수 없기에 기록으로 남긴다. 어떤 내용이든 괜찮다. 누가 뭐라고 해도 괜찮다.

참고로 『파도 타고 조선 너머』에 소개된 홍어장수 문순득은 우리가 잘 아는 흑산도에 유배된 정약전과 강진에 유배된 정약용 사이를 오가며 편지를 전달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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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호에서 온 아이 큰 스푼
이규희 지음, 백대승 그림 / 스푼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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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남도에 있는 장진호는 일본 사람들이 수력 발전소를 세우려고 팠던 호수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듯이 이곳은 한국 전쟁 당시 미군 해병대를 비롯한 많은 피난민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던 곳이기도 하다.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했던 장진호 전투에서 후퇴하던 미군에게는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은 안전한 퇴각이었다.

사상과 이념이 대립하던 시기 그곳에 오랫동안 살아왔던 사람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 남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미군을 좇아 남쪽으로 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남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배에 탈 수 있는 인원은 제한되어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승선하기 위해 목숨을 건 행렬이 이어진다.

2천 명이 정원이었던 상륙정에도 5천 명의 피난민들을 태워야 했고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메러디스 빅토리호라는 화물선에는 1만 4천 명을 태웠다. 승선 인원이 고작 60명인데 말이다. 선적해 있던 모든 화물들을 바다에 버리고 피난민들을 태운 것이다. 추운 겨울 풍랑 없이 중공군의 공격 없이 무사히 부산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하여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회자된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크리스마스 시즌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소상공인분들도 울상이다. 나라의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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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소년 - 4·19, 아직 끝나지 않은 혁명 근현대사 100년 동화
박지숙 지음, 이다혜 그림 / 풀빛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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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새벽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다.

어두움이 힘을 잃고 점차 밝아진다는 징조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라고 하는 1960년 4.19혁명은 놀랍게도 중고등학생들로부터 시작되었다. 대구에서 마산에서 시작된 민주화 운동은 결국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권을 무너뜨렸다.

작가는 4월의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어린 소년들의 위대함을 글로 표현했다. 마냥 어리다고만 치부했던 학생들이 가장 위험한 시위대에서 민주화를 외쳤다. 어른들도 용기 내지 못한 일들을 했다.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동화책이다.

권력이라는 괴물은 눈과 귀를 어둡게 만드는 모양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은 낮은 곳을 볼 수 없다. 단 낮은 곳에 내려와야 한다.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지만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은 꼭 명심해야 할 것 같다.

나도 그렇다. 물론 교감이라고 해서 권력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얼마든지 작은 권력이라도 행사하려고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역사적인 한 장면을 동화책에서라도 다시 읽어볼 수 있어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리더십은 낮은 곳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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