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키고 싶은 비밀 신나는 책읽기 5
황선미 지음, 김유대 그림 / 창비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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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부엌과 거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지만 예전에는 부엌은 별도로의 공간에 위치에 있었고 찬장이라는 수납장에 그릇과 식기류들을 정리해 놓았다. 우리네 어머님들은 찬장 속 밥공기 안에 동전들을 모아 놓곤 했다. 지금이야 동전의 값어치가 뚝 떨어져 거들떠보지 않지만 1980년대만 해도 동전 100원의 가치가 라면 1개, 고급 진 아이스크림 한 개 값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지금의 PC방이라고 할 수 있는 오락실에서 게임 한 판 하는데 10원이었다. 100원이면 무려 열 판을 할 수 있는 가치였으니 어린아이 눈에는 동전 100원이 어마어마한 유혹거리였다. 나 또한 어머니가 밥공기에 모아 놓은 동전을 몰래 슬쩍하는 일이 빈번했다. 용도는 뻔했다. 군것질, 오락실 게임 비용으로 찬장 안에 있는 동전들을 사용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도둑질도 담대해졌다. 결국 어머니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엄청 야단과 매를 맞았던 기억이 있다.

황선미 작가의 『들키고 싶은 비밀』에 등장하는 은결이도 그렇다. 어머니가 힘들게 일하고 모아 놓은 돈을 몰래 슬쩍한다. 도둑질도 계속하다 보면 간이 커진다. 적당히 조절이 안 된다. 결국 불안해지고 차라리 어머니에게 들키고 싶어 한다. 어머니가 도둑질하는 자신을 발견해 주었으면 한다. 비밀을 들키고 싶어 하다니. 순수한 어린아이라서 그런가 보다.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많은 아이들을 담임했다. 옆 반 아이들도 많이 만났다. 동료 선생님들의 고민 중에 하나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아이의 습관이다. 하나둘씩 가방을 뒤져 돈이 될 만한 것을 훔치는 아이의 행동이 많아지면서 어떻게 아이의 행동을 고쳐 줄 것인지 고민이라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흔히 도벽이라고 하는데 그런 아이들이 간혹 학교에서 보게 된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들키고 싶지 않겠지만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밝혀 내야 하는 일이다. 『들키고 싶은 비밀』을 통해 나의 어렸을 적 나쁜 습관을 돌아본다. 지금은 웃어넘기지만 당시에는 무척 심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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