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솔샘의 쏠쏠한 영화 수업 - 교육과 영화의 완벽한 블렌딩
김아솔 지음 / 에듀니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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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장벽에 맞서 자신의 꿈을 쫓아 노력해 나가는 김아솔 교사의 경험담이 담긴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을 읽는 교사라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비교하며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지 않을까 싶다.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영화 연구회 모임에서 영화를 처음 접한 저자는 영화 수업의 진행만으로도 아이들에게 미래 사회를 대비한 다양한 역량을 길러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좀 더 전문적인 영화 공부를 위해 유학이라는 초강수를 둔다. 현직 교사가 재직 중에 유학을 빌미로 휴직을 한다는 것은 사실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법적으로 제시되어 있긴 하지만 교사의 개인적 공부를 위해서 국내가 아닌 외국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복무 관계에 결부되어 있어 단박에 결정을 내려 줄 교육청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유학을 위한 첫 단추인 휴직을 허가 받기 위해 용기를 내어 방법을 찾아낸 열정, 토론토필름스쿨에 입학 허가를 얻기 위한 조건인 토플 점수를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영어 공부를 포기하지 않은 점은 충분히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끈기와 집념의 노력이었던 것 같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며 결국 캐나다 토론토에 입성한 김아솔 교사는 그때부터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저자도 고백한 것처럼 쉬운 길보다는 고되지만 제대로 유학하는 편을 선택했다. 그러기 위해 한국인 룸메이트 대신 현지인이 살고 있는 방을 얻기 위해 문화적 충격을 받아들이는 것도 기꺼이 감수했으며 영 알아듣지 못하는 교수의 강의 속에서도 고립된 섬처럼 멍 하니 있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았음에도 포기하지 하고 모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유학 온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점을 책 속에 고스란히 기록해 놓고 있다. 

 

힘들지만 참고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영화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아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멋진 영화를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제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는 동료 교사들과도 자발적으로 영화 수업을 교육적으로 접목해 가려는 원대한 포부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업에 대한 비전을 나누고 공감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이 영화 제작의 교육적 목적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아이디어와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달되고 공유되는지를 탐구하고 배우는 것 자체가 영화 교육이며, 영화를 매개로 우리의 삶을 좀더 의미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도와주는 모든 활동이 영화교육이다" 

 

디지털 리터러시처럼 영상이 대중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현재 자라나고 있는 세대들은 타고 날 때부터 영상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앞으로 영화 리터러시가 중요한 교육적 요소로 자리를 매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영국에서는 일선 학교 교육과정 안에 영화 수업이 자리잡을 정도로 영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어린 아이들이 영상에 대한 올바른 안목을 가질 수 있게 국가가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아직 초보단계다. 김아솔 교사처럼 영화를 매개로 미래 사회의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함께 토의하고 비판적 사고력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영상은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직접 제작에 참여하여 촬영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것 같다. 학교 안 방송부 활동에도 응용할 수 있고, 학생 자치회를 통해서도 저자가 시도한 것처럼 작은 영화제를 상영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나아가 영화 제작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을 연마해 동아리 활동으로 단편 영화도 제작해 볼 수도 있겠다 싶다. 교사가 먼저 흥미가 있고 재미가 있으면 학생들을 그렇게 유도해 낼 수 있다. 교사가 먼저 재밌어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김아솔 교사는 옮기는 학교마다 영화 동아리로 학생들을 유인하기에 아주 적합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은근슬적 부러워진다. 누구도 시도해 보려고 하지 않을 때 과감히 도전한 노력이 지금의 결실을 이뤄가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저자는 책 뒷부분에 친절하게 초보자들도 따라할 수 있도록 영화 제작을 위한 길라잡이 형식으로 안내해 주고 있다. 영상 제작, 촬영 제작, 영화 제작에 관심 있는 교사라면 저자의 팁을 꼭 참고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숱한 고생을 하고 몸소 체험한 제작 팁인 만큼 알짜배기 정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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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늑대가 살아요 괜찮아, 괜찮아 12
발레리 퐁텐 지음, 나탈리 디옹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두레아이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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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으로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전 사회적 관심사가 되어지고 있다. 가해자가 양부모라는 점에서 <우리 집에 늑대가 살아요> 에 등장하는 '늑대' 가 오버랩된다.


한 부모 가정으로 엄마와 딸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집에 '늑대' 가 들어온다. 아기돼지 삼형제에 등장하는 폭력적인 늑대와 비슷하다. 엄마를 대하는 늑대와 딸을 대하는 늑대는 정반대였다. 엄마 앞에서는 고양이처럼, 딸 앞에서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야수처럼.


"엄마와 늑대의 신혼은 레몬처럼 시큼했어요"


신혼이 지나자 늑대의 폭력은 딸에서 엄마로 확대되어진다. 엄마의 얼굴에서는 점차 웃음이 사라지고, 딸의 팔뚝에 멍 자국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동학대!

무더운 여름에도 짧은 소매 옷을 입을 수가 없다!


가정폭력, 아동학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만 정든 집을 달랑 짐 가방 몇 개만 챙기고 떠난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에 피해를 입은 이들이 함께 모여 있는 곳으로. 그곳에서 딸은 모처럼 오래간에 단잠을 잔다.


폭력은 절제가 되지 않는다. 아동학대도 폭력이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다. 가정폭력 앞에 용기있게 대처하는 모녀의 반전을 통해 독자들은 폭력은 참는 것이 아니라 밝혀내야 하는 진실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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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지 말고 써라 - 왜, 책을 읽으라고는 하면서 쓰라고는 하지 않을까
백작가(이승용) 지음 / 치읓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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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돈을 벌기 위해, 유명해 지기 위해, 버킷 리스트 때문에, 자랑하고 싶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책을 쓰게 된 동기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매일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다름아니라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라고 말한다.

 

사람을 살리는 글? 어떻게 글이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

위에 열거된 내용처럼 자기 자신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책을 내기 위한 글쓰기, 책을 내서 돈과 인기와 명예를 얻기 위한 글쓰기는 결코 사람을 살리는 힘이 없거니와 글을 쓰는 사람 자신도 결국 글쓰기를 포기하게 된다고 단언한다. 글이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글을 쓰고 있는 사람 자신이 솔직하게,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담아낸 글이야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삶을 글로 표현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 부끄러운 생각, 숨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자랑하고 싶은 삶도 괜히 오해받을까봐 섣불리 글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타인의 시선'으로 압축된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보다 타인의 시선으로 보려고 하기 때문에,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게다.

 

누구든지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 단지 용기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하는 것 뿐이다. 작가란, 책을 낸 사람이 작가가 아니라 글을 쓰려고 마음 먹은 사람이 모두 작가란다. 왜? 자신의 삶을 글로 표현할 수 있기에 모두 작가인셈이다.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 나의 삶을 그대로 표현한 글이 다른 사람에게 읽혀졌을 때 글의 힘이 나타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자신의 삶을 글로 그대로 표현하면 된다. 매일 글쓰기를 통해 글쓰는 힘을 키워가면 된다. 어려울 것이 없다. 누가 읽든 상관없다.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도전이 되고 기쁨이 될 수 있다. 내 삶을 정직하게 표현한다면.

 

사실, 여러 권 책을 내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나와 다른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다. 특별한 글쓰는 재주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단지 부러워하기만 했지 글 쓰려는 시도는 주저한 게 사실이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생각을 쓰려고 했지 내 삶을 표현하는 것을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책 이야기보다 자신과 동일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이 또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글쓰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출판의 기법, 베스트셀러 작가가되는 방법, 효율적인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다. 그저 저자가 매일 글을 쓰게 된 이유, 글을 쓰면서 사람을 살리게 된 경험, 수렁에서 일어선 저자 자신의 삶, 글을 썼을 때 본인이 느꼈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물론 하루아침에 쓴 글이 아닐 것이다. 매일 1시간 씩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면서 글을 써내려갔기 때문에 가능했었을 것이다.

 

독자들에게 외치고 있다.

제발 자신의 삶을 글로 표현하라고.

그리고 매일 글을 써 보라고.

사람을 살리는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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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2 - 멋진 신세계, 2021.1.2.3
문지혁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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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의 계간지다. 작년 하반기 창간호에 이어 통권 두 번째 잡지인셈이다. 차경희 편집위원의 인사말에 이어 펼쳐지는 고풍스러운 책 공방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색색의 가죽과 실, 오래된 책들, 나무와 금속으로 된 도구들을 찍은 사진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현란한 기계들로 대체되는 시대에 한 땀 한 땀 수놓듯 전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공방의 모습에 마음이 편해진다. 

 

책을 제본하는 예술제본가를 '를리외르'라고 부르나보다.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제본소 '렉또베르쏘'의 고 백순덕 선생과 그 제자 조효은 현 대표의 일화, 그리고 프랑스 유학을 떠나 '를리외르' 자격증을 취득하고 돌아온 백순덕 선생의 조카 이효진. 이들을 통해 척박한 예술제본 공방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참고로 '렉또베르쏘'의 뜻은 '책의 앞장과 뒷장'이며 라틴어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책의 기원은 파피루스에서 시작되었고 성서의 bible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두루마리 형태의 파피루스는 낱장을 묶어 끝을 꿰매는 코덱스로 바뀌면서 휴대와 보존이 용이해졌다. 오래된 책이라도 겉표지는 낡았을지언정 속지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코덱스의 힘이다. 인터뷰어인 문지혁 작가는 책의 본질을 인터뷰하는 과정을 속해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내용이 아니라 물성이 책의 본질이다" (42쪽)

 

의외의 정의다. 책의 본질이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둘러싼 표지,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 그 자체에 있다니.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해 수업에 대한 본질도 약간 달리 해석되고 있다. 보통 수업하면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 그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물리적 시간을 떠올렸다면 비대면 원격 수업이 이루어진 코로나19 감염증 시기에는 수업의 본질이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과 수업 후 피드백에 있음을 경험한다. 컴퓨터 화면 상에 비춰지는 콘텐츠와 얼굴보다는 학생들을 생각하며 준비하는 그 시간이 더 의미 있으며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는 그 시간이 오히려 '수업' 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제본 공방에서의책은 책이라는 크기와 무게를 지닌 물리적 형식이 곧 책임을 말해준다.

 

"페이지마다 빼곡히 적혀 있는 글자가 아니라, 앞장에서 뒷장으로 넘어갈 때 우리가 필연적으로 한순간 경험하는 어둠과 공백과 멈춤만이 진짜 책이다" (42쪽)

 

새로운 책을 모조리 샅샅히 다 읽지 않아도 그 책이 내 책인 것처럼 책은 내용보다는 책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생각에 책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에픽#02-멋진 신세계>라는 책의 내용 구성도 남다르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감촉도 새롭게 느껴진다. 우리 사회가 놓칠 수 있는 사회적 소외자, 홈리스(노숙인)를 만나 구술한 이야기, 병원이 병원이 되게끔 변방에서 애쓰는 병원 노동자의 소박한 이야기, 몇 년전부터 우연찮게 읽게 된 추리 소설의 작가 정명섭의 진정한 덕후의 삶이 무엇인지 자신의 삶을 공개한 이야기는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기에 꼼꼼히 활자를 따라 읽어가게 되었다.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넘어가는 두 번째 파트에서는 에세이를 소개하되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챙겨볼만한 책들을먼저 읽은 이들의 설명을 곁들여 놓아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며 결국 관련 책들을 찾아 읽도록 강하게 유혹하고 있다. 나 사진 조차도 며칠 전부터 읽다가 만 김현경 작가의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지성사의 책이 소개된 지면을 보고 중도해 읽기를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득력이 강하게 느껴지는 글들이었다. 

 

마지막 부분 세 번째 파트에는 단편집들을 담아 놓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말하지 않은 책'의 이야기였다. 부패한 수도원장의 비뚤어진 욕망으로 경건한 독서를 금기시하고 성서를 번역하고 묵상하는 가련한 마르타 수녀를 재물삼아 자신의 자리를 오랫동안 보존하려는 음융한 계략을 고발하는 이야기는 결국 책이란 누군가 책에게 말을 걸때에만 비로소 책은 대답한다는 명제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위대한 책을 읽는 순간, 책과 독자와 화자와 등장인물과 저자의 운명이 모두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174쪽)

 

독서를 통해 독자뿐만 아니라 책의 운명도 바뀐다는 것을 수도원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말하지 않는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인터뷰와 논픽션,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물들, 픽션까지 한 권의 책에서 다양한 종류의 글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에픽>의 장점이자 특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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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의 시대 - 세대론과 색깔론에 가려진 한국 사회의 성장기
김시우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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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생이 온다!

 

2018~2019년 <90년생이 온다>가 100쇄를 넘길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아마 2021년에는 80년생이 바라본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담긴 책 <추월의 시대>가 대를 잇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철승 교수는 <불평등의 세대>에서 60년생의 386세대를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붙들려는 세대라고 이야기한다. 현재 우리 나이로 50대에서 60대 초반에 있는 분들이다. 민주화를 일궈낸 세대라 자신의 공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들의 사상 기저에 있는 대한민국은 선진국을 쫓아가야 하는 다시말하면 추격해야 하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기에 그들이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도록 돗자리를 깔아드려야 할 책임이 지금의 80년생에게 있다고 <추월의 시대> 저자들은 당돌하게 이야기한다.

 

사실, 저자들은 현재 우리 나이로 보면 30대다. 전후2세대, N세대, 88만원 세대, 밀레니얼 세대로 불린다. 6명의 공저자들은 프롤로그에서 '열등감 이후의 한국 사회, 어디로 갈 것인가?' 라는 화두를 던지며 책 제목처럼 이제는 대한민국이 추격의 시대를 지나 추월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으니 자긍심을 가져볼만 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80년생인 그들이 가진 자신감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단지 객기 또는 허세일까? 그들의 논리를 찬찬히 읽어 가다보면 산업화 세대 또는 민주화 세대라고 하는 현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최상위층에 군림하고 있는 이들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현상들을 분명하게 잡아내고 있다. 타성에 젖어 있는 기성 세대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첫째, 제2차세계대전 이후 편성된 국제 질서가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다시 재편되고 있으며 결국 역동성이 있고 선진국에 막 진입한 대한민국에게는 5천년 역사에 최고의 기회라고 공저자들 즉 30대들은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예로 든 여러 사례 중 몇 가지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이나 일본의 오프쇼어링과 달리 한국은 국내 협력업체를 모조리 끌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협력사를 관리하며 노사 관리 방식을 현지에서그대로 정착시키고 있기에 동남아시아든 동유럽이든 경쟁력을 가지고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재벌 대기업의 부정적인 면 대신 해외에서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성공할 수 있었던 사례로 제조에 필요한 부품사를 직접 거느리는 수직계열화가 중단없는 사업을 펼치기에 유리했다는 점으로 사례를 들고 있다. 

 

한국이 어느 순간부터 또 다른 특색을 지닌 하나의 선진국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대처에서 비대면 경제를 가능케 했던 물류 시스템과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일자리를 위협받게 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도래한 시점에서도 이미 예전부터 한국의 대규모 공장은 자동화 설비로 돌아가고 있었기에 다른 국가들이 우왕좌왕할 때 이미 준비가 남달랐던 점을 예로 든다. 

 

둘째, 동질성에 입각한 강력한 공동체 의식을 한국의 역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고 최근 코로나19 한복판에서 외신기자들이 놀랄 정도로 단결력이 강한 공동체임이 확인되었고 그것이 앞으로 미래 사회를 추월해 나갈 동력임을 자신있게 주장한다.

 

사실 80년생은 '내 노력으로 이 사회에서 상승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이라고 하는 우파 세대도 아니고, '정치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것이 의미 있다고 믿는 사람들' 이라고 하는 좌파 세대로 아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역동성에 몸을 맡기고 기민함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촉을 가진 세대라고 본다. 따라서, 때로는 페달을 멈춰서라도 자전거를 세울 줄 알며 교육수준과 판단 능력이 이전 세대보다 높아 언제 어디에서든지 유익을 선택할 수 있는 독특한 세대임을 저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80년생을 포함하여 90년생까지 한국의 청년 세대는 다수파가 친미, 친시장경제, 복지정책을 지향한다는 설문조사를 책에서 근거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보수 담론과 진보 담론의 갈등 구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다시말하면 '중도파' 이며 저자들이 말하는 '80을 위한 정치' 세대다. 책임있는 포퓰리즘을 말하며 정치권을 항해 피드백을 요구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예전의 선거에서는 지역간 대립이 뚜렷해다면 앞으로는 세대 간의 대립이 드러날 것이며 그 중에서 키를 쥐고 있는 세대가 바로 80년생임을 정치인들이 인식하지 않는다면 실패를 자인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엄중하게 선언하고 있다.

 

셋째, 우리가 이제는 약소국이 아니라 강대국이며 이미 추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예로 지정학적 위치에서 우리 스스로가 강대국에 끼여 있어 약소국으로 느끼는 것이지 이미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한국을 가리켜 선진국이며 그중에서도 앞서가는 나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규모 10위 안팎, 군사력 기준으로도 10위 안팎, 어느 누구에게도 위협을 주지 않는 나라라는 독특한 성격으로 무기든 기술이든 다른 경쟁국보다도 유리한 고지를 이미 점령하고 있음도 이야기하고 있다. 

 

선진국이라면 모두가 공통점으로 염려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법을 80년생의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는 것이 여타 다른 분석과 차별성을 가지는 이 책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80년생을 대표로 하는 저자들은 역사관에 대해서도 식민사관, 종속사관을 넘어 냉철하게 역사 의식을 탐구하고 있으며 공정에 대한 정의도 실력에 의한 선발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다고 여기는 실력 조차도 엄밀히 따져 보면 신분론에 근거한 공정함임을 주장하고 있다. 즉 자신이 이미 이뤄낸 자원이나 대학 학벌, 스펙만으로 모든 노력이 결정되어야한다면 그것은 좁은 의미의 공정함이라고 말이다. 

 

추월의 시대를 선도해야 할 시점에서 80년생이 뿜어낸 혁신적인 생각에 귀를 기울여 보시라. 코로나19 팬데믹이 쉽게 종식되기 어렵고 백신이 개발되었으나 또 다른 바이러스를 대비해야 하는 시대에 기존의 방법과 생각만으로는 험난한 장벽을 뛰어넘어가기가 벅찬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생각의 유연함과 참신성이 여전히 살아있고 이 시대를 향한 책임감이 누적되어 가고 있는 세대인 80년생의 생각들을 정책으로 과감히 받아들이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추월의 시대> 곁에 두고 짬짬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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