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여우 씨 동화는 내 친구 48
로알드 달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논장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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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사람의 특징은 작은 것 하나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지고 싶어 한다.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눈 뜨고 못 본다. 악착같이 모으고 모은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적은 양임에도 불구하고 남이 갖는 것을 배 아파한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아간다. 오만한 자는 결국 패망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로알드 달의 『멋진 여우 씨』에서 세 명의 거부는 오만한 자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넘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먹을 것이 넘치도록 풍부한 데 그중에 몇 개만 나누어주어도 인심을 얻고 서로서로 잘 살아갈 수 있을 터인데 한두 개 없어진 것을 못 참아 가난한 자의 집까지 완전히 파괴해 버리고 멸족시키려고 하다니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작가가 익살스럽게 표현했지만 결코 웃고 넘어갈 내용이 아닌 것 같다. 멀쩡한 산을 파헤치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인하기까지 한 오만한 자의 모습이란 이런 모습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세상도 비슷하다. 빈익빈 부익부. 나눔과 기부의 선한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각자 동생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멋진 여우 씨' 가족은 다르다. 자신들도 먹을 것이 없어 오늘내일하는데 기어코 찾아낸 식량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조건 없이 나누어 주고 공생하려는 모습이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잔잔한 교훈을 얻지 않을까 싶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멋진 여우 씨처럼 '멋진 창수 씨'로 거듭나며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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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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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했다. 책장을 덮으면서.

책의 막바지로 가면서 가슴 뭉클해졌다.

'설마설마 그럴 리가 없을 거야'가 사실이 되었다.

작가의 이야기 구성력에 소름이 끼쳤다.

요즘 청소년 소설에 푹 빠졌다. 나름 검증된 책을 읽고 싶어서 문학상을 수상한 책부터 섭렵하고 있다. 소설 읽기에 취약한 내가 선택한 전략이다. 기존의 기성 작가들의 훌륭한 소설집도 읽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아직 문해력 수준 미달인지라 단계를 낮춰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감동과 여운은 상상 이상이다. 새해 들어 읽기 시작한 청소년 소설 모두 재미를 넘어 울림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고 공명은 여전히 가슴 구석구석을 울리고 있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꽃님 작가의 장편소설은 그야말로 청소년들이 흔히 쓰는 말로 '쩐다'. 대박이다. 어쩜 이렇게 이야기 구성을 할 수 있을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연의 일치로 작품 속 주요 인물은 나와 같은 동시대에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내며 IMF라는 단군 이래 전대미문의 국가부도 사태를 경험했으며 취업의 불황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청년기를 지냈던 마치 내가 살았던 과거를 다시 소환하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새로운 구성을 보면서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 하루 만에 뚝딱 쉴 틈 없이 읽어 내려간 소설이다. 아마도 이 책을 접하는 많은 독자들이 나와 같은 심정이 아닐까 싶다. 웬만해서는 아내에게 책을 추천하지 않는데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자신 있게 권했다.

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른 책과 달리 문학의 묘미는 결국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이 살아가는 시대로 돌아가 인물이 생각하는 동선을 따라 함께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며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속 깊숙이 고민하는 점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을 알고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지만 문학 읽기는 관계 맺기의 예행연습이며 시공간을 초월한 탁월한 만남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임을 다시 느끼게 된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통해 작가 이꽃님을 분명하게 기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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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 수첩 만화동화 2
김미애 지음, 김민준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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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괴물'을 품고 산다. 평상시에는 드러내지 않다가 상대방이 자신의 가장 약한 점을 건드릴 때 불쑥 괴물이 표면에 드러난다. 누군가 자존심을 건드릴 때 폭발하는 것처럼. 어떤 사람에게는 우울증이 괴물로 둔갑되고 꼰대 근성이 갑질이라는 괴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신규 교감 때에는 모르는 것이 투성인지라 들으려고 하고 낮은 자세로 교직원들을 대하다가도 어느덧 경력이 쌓이면서 콧대가 높아져 마치 모든 것을 내가 다 알아야 하는 것처럼 은근히 군림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사람은 그렇지 않다. 유명해질수록 높은 위치에 갈수록 눈이 높아진다.

『괴물의 탄생』에서 김현수 선생님은 학부모가 어떻게 괴물로 바뀌어가는지 설명한다. 자녀가 커 갈수록 부모의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하는데 마치 자녀가 소속되어 있는 학교에 개선장군처럼 등장해서 군림하고자 한다. 물론 소수의 학부모이긴 하지만. 이처럼 학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교감도 그렇다.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늘 돌아보아야 한다.

『무적 수첩』은 착한 아이가 친구들의 약점이 적힌 수첩을 손에 거머쥐고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장면을 재미나게 표현한 어린이 동화 책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다. '무적 수첩'이 없어서 그렇지 만약 무적 수첩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을 괴롭힐 자신 안의 괴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은 학교 안에 교감이라는 위치가 끼어 있는 샌드위치의 내용물과도 같다. 휘두를 힘조차 없는 존재이지만 만약 '무적 수첩'이 생기면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사람 일은 모를 일이다. 지금처럼 힘든 위치에 있는 것이 편한 위치에 있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힘들어야 힘든 교직원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힘들어야 힘을 휘두르지 않게 된다.

무척 수첩은 아예 거들떠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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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1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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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는 기준에는 무엇이 있을까? 책을 읽는 목적에 따라 기준이 정해질 수 있겠다. 교양을 얻기 위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독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흥미를 위해 등등. 독자의 연령층에 따라 정할 수도 있다. 노년층은 건강 관련 서적, 중년층은 재테크 서적, 청년층은 취업 관련 서적 등으로.

그렇다면 초등학생은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를까?

매년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이 수상작을 선정하는 문학상이 있다. 기존의 문학상 심사와는 다른 파격적이고 색다른 심사 방법을 도입한 비룡소 출판사의 '스토리킹'이다. 어린이들이 심사하여 선정한 책이니만큼 어린이들에게 무척 인기가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독서를 방해하는 천적 중에 하나가 인터넷 게임이다. 게임의 매력 중 하나는 재미다. 재미가 어린이들을 게임에 열광하게 만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푹 빠지게 한다. 오랜 시간 게임을 하는 자녀를 보고 있는 부모라면 속이 타 들어간다. 그놈의 게임이 모두 사라지기를 바란다. 물론 그런 일은 지구가 망하지 않는 이상 일어날 턱이 없다.

그렇다면 게임에 능가하는 재미가 있어야 책을 펼 수 있지 않을까?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를 통해 스토리킹 수상작을 접하게 되었는데 일단 무진장 재밌다. 게임에 비등할 정도로 재미 폭발이다. 방학 동안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자녀가 있다면 스토리킹 수상작부터 읽어보도록 설득해 보면 효과를 톡톡히 볼 것 같다.

일요일 저녁 아내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 있길래 무심코 책장을 폈다고 금세 읽어버렸다. 초등학교 현직 교사가 쓴 책이라 더욱 반가웠다. 만화 저리 가라다. 무협 소설에 버금가는 흥미진진한 내용 구성에 지루할 틈도 없었다. 이참에 역대 스토리킹 수상작을 몽땅 다 읽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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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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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은 사람의 많고 적음만 다르지 비슷한 원리가 작동된다. 리더가 구성원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려고 할 때 관계가 삐걱거린다.

"우리가 원하는 진짜 어른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볼 수 있다고 믿고, 자신들이 모르는 걸 우리가 알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느낄 수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_112쪽

진짜 리더는 구성원들을 믿고 신뢰하며 인정하는 사람이다. 직원들의 생각과 의견을 믿고 인정할 때 리더십이 작동된다. 자발적 참여는 조직에 생기를 불러일으킨다. 배우려고 하고 경청하려는 자세는 리더십을 강화시킨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목소리에 힘이 생기게 한다. 리더십의 역설이다.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페인트』는 아이가 부모를 선택한다는 가상의 소설이다. 『페인트』는 '부모를 인터뷰한다'라는 영어 발음인 parent's interview에서 가지고 왔다.

더 이상 아이를 낳지도 기르는 것도 기피하는 시대에 국가가 부모가 외면한 아이들을 관리하고 일정한 나이에 이르렀을 때 부모가 될 만한 사람들을 엄격한 면접 과정을 통해 매칭시킨다는 이야기다. 있을법한 이야기다.

초저출산 시대에는 아이 한 명 당 국가에서 지급되는 혜택이 늘어날 것이다. 국가가 아이를 책임지겠다는 슬로건도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앞으로 미래도 그렇지 않을까? 『페인트』에서는 아이 한 명을 입양하는 대가로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엄격한 부모 면접 과정인 페인트를 감수하고서도 입양하고자 하는 어른이 줄을 잇는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페인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사랑을 넘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맨날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 아니 아이를 양육하면서 웃는 날보다 힘든 날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이를 직접 낳고 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모가 되기 위해 부모다워지라고 말한다. 부모 공부를 한다고 해서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부모는 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되어 가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누구는 되어 가는 것이 더딜 수가 있다. 과정 속에 힘듦이 더 많이 새겨질 수 있다. 부모가 되어 아이를 가르치려 하기보다 차라리 아이와 함께 놀고 즐기는 것이 부모 되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아이는 도구가 아니다. 대리 만족의 대상이 아니다.

관리자가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관리는 시스템에 의해서 작동된다. 관리자는 시스템을 잘 관리해야 한다. 시스템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관리자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진작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관계다. 리더십은 관계에서 시작된다. 성장도 관계가 좌우한다.

부모 되어 가는 것, 리더 되어 가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관계의 어려움 때문이다.

『페인트』에서 아이가 부모를 선택하듯이 학교에서도 교직원들이 학교 관리자를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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