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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달 ㅣ 푸르른 숲
내털리 로이드 지음, 이은숙 옮김 / 씨드북(주)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먼지로 뒤덮힌 산동네 '콜탑'을 구하라!
사람의 목소리를 빼앗아가고, 사람의 감정을 순식간에 분노로 치밀하게 하는 '먼지'는 마법사이자 악당인 '모티머'의 속임수이다. '먼지'는 숲속의 '괴수'라고 불리우는 정체불명의 괴물의 실체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괴수'에 대항하기 보다 숨죽여 지낸다. '모티머'는 의기양양 더 많은 먼지를 만들어내며 하늘의 달과 별의 빛을 가리우고 어린 아이들을 꾀어 마법의 가루를 캐내어 가지고 오게끔 한다. 산동네 '콜탑'의 아이들은 아동학대에 버금가는 노동력을 갈취당하고 할 수 없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모티머'의 하수인이 되어 버린다.
저자 내털리 로이드는 선천성 장애인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다. 저자 본인의 모습을 빗댄 소설 속 주인공 '몰리'도 팔 한 쪽이 없다. 몰리는 항상 놀림을 받는다. 계곡 마을에 가서 말도 안되는 임금을 받으면서 남의 집 잡일을 하며 살아간다. 몰리가 죽도록 일하는 것은 동생을 탄광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돈을 모아야했고, 생계 수단을 잃은 부모를 대신하여 가정의 짐을 모두 안고 가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빚은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가난에서 헤어나올 수 없음을 안다. 우연찮게 '모티머' 일당에 들어가게 되고 하늘을 나는 말을 타며 마법의 가루와 금을 모으는 일에 고용 당한다.
오직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하게 된 몰리는 '모티머' 일당의 실체를 보게 된다. 더 이상 산동네 아이들을 볼모로 내버려 두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용기를 갖게 된다. 바위에 계란치듯 가망 없는 일이지만 악당과 맞서게 된다. 무섭지만 당당하게 두 눈 질끔감고 맞선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괴수의 실체가 단지 흩어 날려 버려지는 '먼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온 사람들에게 알린다. 최후의 발악에 맞서 끝까지 맞서는 주인공 '몰리'는 산동네 운명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고 어린 소녀이며 신체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대항한다. 악당의 실체를 밝혔을 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별빛, 달빛을 찾아낸다.
가난 앞에 용사가 없다고 한다. 나또한 가난과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다. 지금도 그렇지만 70~80년대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다는 것은 물질적인 궁핍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 조롱거리였다. 서른 살이 되어서야 셋방살이를 벗어났으니 말이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소설 속 '콜탑'이라는 동네는 산 위쪽에 자리잡고 있다. 산동네에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심정을 알 수 없다. 연탄 때던 시절, 구공탄 두 개를 달랑 사서 산 위에 있는 허술한 셋방 집까지 들고 가는 일은 어린 나이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촌에서 하루 하루 벌 수 있는 돈은 뻔하다. 오직 가내 수공업이다.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는 하루 하루 먹고 살 돈을 벌 수 없다. 하루 임금은 오로지 하루 먹고 사는 식량 그만큼이었다. 소설 속 '몰리'네 가족의 일상이 가슴 절절히 다가온다.
"먼지가 오기 전에는 겨울이 끝나면 두 번째 달이 하늘에 떴어. 몰리 달이라고 불렀는데, 밝고 연한 분홍색의 몰리 달이 뜨면 사람들은 그 달빛 아래서 춤을 췄어"
"별빛은 결코 꺼진 적이 없었다. 여전히 여기에 있었다. 반짝이면서"
미리 두려워하고 염려하면서 삶을 비관하거나 절망 가운데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던지는 저자 내털리 로이드는 자신도 희망 없는 신체 장애인이지만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지구촌 곳곳의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있다.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불편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단지 불편할 뿐이지 애당초 할 수 없는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