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우
허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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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야기처럼 읽기를 즐겨한다. 지식을 전달하고 강의식으로 기술된 책보다 소설과 같이 스토리 중심으로 전개되는 책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최대한 사실을 바탕으로 각색된 역사 소설은 재미와 흥미 뿐만 아니라 그동안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자신도 모르게 알게 되는 효과가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호불호가 확연히 갈린다. 남자 학생들과 여자 학생들이 역사를 받아들이는 반응이 다르다. 대부분 남자 학생들이 역사를 좋아한다. 특히 전쟁 이야기가 있고, 왕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상상력을 만들어가는데 소재가 된다. 삼국시대 이야기는 고구려와 신라, 백제로 팀을 나누어 놀이로 확장되고 임진왜란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거의 신화 수준으로 발전된다. 무척 관심이 높다는 얘기다. 다만, 한 인물에게 집중되다보면 중요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곽재우>는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초등학교 역사 내용에서도 단지 의병장 정도로만 간단히 기술되어 있을 뿐이다. 중요도가 높은 인물은 다루는 분량도 압도적이다. <곽재우>를 통해 임진왜란을 극복하기까지 수 많은 무명의 사람들이 왜군에 항거했고 안타깝게 잃은 목숨이 있었음을 이야기를 읽으며 알게 된다. 

 

<곽재우>는 임진왜란의 전 과정을 한 눈에 다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과 임진왜란 중에 정치적 변화상도 살펴 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선조는 조선 시대 최초로 적장자가 아닌 방계 출신의 왕으로 컴플렉스가 심했다. 전란 중에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치다시피한 모습은 절대 왕권을 자랑했던 기존의 분위기를 만회하기가 어려웠다. 임금과 달리 백성들의 신망을 받았던 사람들의 공통점은 목숨을 내놓고 싸웠던 인물들이었다. 당연히 시기의 대상이 되었고 제거가 되어야만 했다. 곽재우도 마찬가지였다. 이순신 장군은 전투 중에 사망했다고 전해오지만 곽재우는 유배지에서 죽음을 당한다. 

 

다음은 소설 속 한 장면이다. 임진왜란 중 전투에 임하는 출정식의 장면이다.

 

"지금부터 나는 이 전쟁을 위해 전 재산을 내놓을 것이오. 전답과 가축은 물론 자식의 의복부터 처의 버선까지" (107쪽)

 

도망간 선조 임금대신 곽재우와 같은 사람들을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이시영, 이회영 가문은 자신의 전 재산을 팔아 간도지역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독립군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던 분들이다.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기보다 국가를 위해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 전형적인 모범 사례다. 이러한 지도자들이 있었기에 꿈과 희망이 없었던 백성들이 그들을 보고 따라 행할 수 있었다. 곽재우도 마찬가지였다. 

 

곽재우는 남명 조식의 문하생으로 학문을 시작했다. 조선 중기 율곡 이이와 쌍벽을 이루었던 학문의 대가 남명 조식은 수 많은 문하생들을 키워냈고 그 문하생들은 하나같이 나라가 어려울 때 자신이 배운 대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자리 지키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던 이들과 달리 배운대로 희생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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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 : 사상·유적편 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
플로랑스 브론스타인.장프랑수아 페팽 지음, 조은미.권지현 옮김 / 북스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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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서울편1>에서 문화유산의 의미를 다음과 말하고 있다.

 

"문화유산에 관한 지식을 주워 담을 때 재미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은 각 계의 전문가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는 것이다. 문화유산을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유산은 그 시대가 남긴 가치관과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는 문화의 결정체다. 나라마다 후대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하기를 원하고 그 가치들을 후대의 사람들이 대대로 이어받아 전승하기를 원한다. 빛나는 문화유산으로부터 사상을 읽기를 원한다. 문화유산을 통해 나무를 보기보다 숲 전체를 보기를 바란다. <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상과 유적 분야에서 인류가 계승할 가치가 있는 유형의 또는 무형의 문화유산을 가감 없이 소개하고 있다. 고대와 중세, 근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깊이있게 사상을 탐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죽기 전에 꼭 알아 둘러보아야할 소중한 유산들을 독자들에게 묵직하게 전하고 있다. 책의 내용이 비교적 방대하긴 하지만 허투루 넘길 장이 없는 것은 인문학적 깊이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교의 변천사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영향을 끼쳤던 사상가들을 집대성했다. 곁에 두고두고 참고서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유형의 문화유산에는 그 시대의 사상적 기반 뿐만 아니라 건축의 미, 당시의 정치적 관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도 알아야 깊게 볼 수 있는 것처럼 각 나라마다 자신있게 자랑하는 문화유산들도 크기의 웅장함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에 담긴 다양한 역사적 관계들을 사전에 밑바탕에 깔고 보아야 정확히 알아볼 수 있다. <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은 역사적 가이드로 손색이 없다고 본다.

 

"서로 마주하고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왕궁은 시대에 따라 교권과 왕권이 대립하거나 상보했던 역사를 증명한다. (중략) 노트르담 대성당은 빅토르 위고의 1831년 작품 '노트르담의 꼬부'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며.." (200쪽)

 

중세 프랑스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으로 노트르담 대성당, 몽생미셸 수도원, 생드니 대성당, 중세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산마르코 대성당, 산 조반니 세례당, 에티오티아의 성 기오르기스 교회,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과테말라의 티칼 유적지 등 동서양 오대륙 곳곳의 시대별 유산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책이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시대와 동떨어진 유산들도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으며 사진이 첨부되어 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인문학은 사람을 배우는 학문이다. 사람이 무엇인지,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지에 대해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을 추구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의 기초는 문, 사, 철 즉 문학, 역사, 철학이 주를 이루지만 이것들을 바탕으로 파생된 예술, 건축, 과학, 교육 등 인문학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양식인 문화를 통해 좀 더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얻는 즐거움 중 하나가 '인문학적 소양' 이 될 것 같다. 시대의 결이 담긴 인문학을 끌어안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자 독자들이 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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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 - 조선 7인방이 고백한 교과서 밖 ‘찐’ 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
문부일 지음 / 다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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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역사가 된다!

 

조선왕조실록은 세계기록문화유산이다. 기록으로 남겨졌기에 소중한 유산이 될 수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오랫동안 유지했던 왕조가 조선이다. 그 조선의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500년 가깝게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100년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어려운데 말이다. <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에 나온 일곱 명의 인물들도 기록으로 남겨져 있기에 후손들이 기억하고 재평가할 수 있다. 기록되어진 것이 없었다면 언급조차 할 수 없었을텐데 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겠지만, 적자생존! 기록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여러분도 늦지 않았으니 꼭 하루 하루의 일과를 기록으로 남겨 놓으시길)

 

나도 기록하면 나름대로 할 말이 많다. 국민학교 시절 나름 일기 숙제는 꼬박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워낙 이사를 많이 다녀서 현재 생존해 있는 일기장은 없다. 지금처럼 블로그, 카페, SNS라도 있었다면 그 흔적들을 추적해 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는 일기장은 <병영일기>다. 전라남도 장성군 육군보병학교에서 O.B.C.(초급 장교과정) 과정 중에 투박한 일기장을 구입해서 가끔 썼던 일기다. 703특공연대 소대장으로 복무하면서도 그곳에 가끔 썼던 병영의 일상을 기록했다. 25년이 넘은 최고령 일기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전투장면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점이다. 기록할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1996년 강릉무장공비침투사건에 투입된 3개월의 경험을 기록으로 생산해 내지 못한 점은 두고 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두번째 남아 있는 일기장은 <육아일기>다. 세 자녀를 키우면서 썼던 일기장이다. 첫째는 나름 태어나기 전부터 백일, 돌까지 꾀 썼던 것 같다. 둘째부터는 조금 시들해졌고 셋째는 가뭄에 콩나듯 정말 가끔 썼다. 아뭏든 <육아일기>도 아직 보관 중이다. 세번째 일기장은 <교사 일기>다. 초임교사 때부터 쓴 일기장인데 철 지난 업무수첩을 버리기 아까워 그곳에다가 쓰고 싶을 때만 써 내려갔던 일기다. 분량은 얼마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교감일기>가 있다. 2021년 1월부터 써 내려간 일기장이다. 일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솔직하게 적게 된다. 교감이 되기 전, 교감이 되고 나서 만나는 일상의 삶과 교직원들과의 교류에서 느껴지는 생각과 감정을 거칠게 써 내려갔다. 세월이 지나서 읽게 된다면 그때의 기억을 쉽게 소환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 같다. 하루 하루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의 불규칙함도 체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루는 기분이 좋다가도 어느 날은 다운되어 속상함을 써 내려갔던 일기가 <교감일기>다.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교감일기>에 아이디어를 얻어 정말 말 그대로 <교감일기>로 책쓰기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유월에 초고를 어찌어찌 겨우 넘겼다. 분량은 250쪽이다. 출판사 편집장님께서 원고를 보시고 간간히 수정해 달라고 조르신다. 꼭지별로 수정 방향을 알려오신다. 원래 썼던 분량의 절반 이상은 날아갈 것 같다. 처음에 의도했던 방향도 굉장히 비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책 제목도, 책 목차도 수정해야 한다고 한다. 출판을 처음 경험해 보는 나로써는 당황스럽다. 하지만 초짜가 무슨 재주가 있겠는가. 아뭏든 짧은 교감 생활을 담아낸 책이 곧 있으면 출간 된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족적을 남기는 역사적 일이 될 것이기에^^

 

우리 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를 뒤돌아보더라도 최고의 일기는 <조선왕조실록>이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위인들의 실제 모습이 조선왕조실록에 그대로 나타나 있는 기록에 근거해 보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한 두가지 아님을 읽어낼 수 있다. 권력욕이 강했던 세종대왕, 예민하고 체력이 약했던 이순신 장군, 개혁성향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싶었던 정조, 금수저 김정희는 기록에 근거해 보면 정말 평소에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쓰고 있는 <교감 일기>도 혹시 교직원 중에 누군가가 본다면 겉으로 보이는 교감 이창수와 전혀 다른 인간 이창수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으리라.^^

 

<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를 통해 역사적 인물들의 개인적 성향, 성격, 사고방식, 정치적 선택 뒤에 가려진 내밀한 생각들을 읽어낼 수 있다. 인물에 대한 위대함은 후대에 특정한 사람에 의해 평가된 것이지 개인의 삶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다면 과연 위대함이라는 칭호를 붙일 수 있을까 싶다. 인간은 결코 위대할 수 없다! 그들의 약한 모습, 평소 모습을 보며 오히려 위로를 얻고 용기를 가진다. 강한 것은 부서지거나 끊어지지만 약한 것은 휘어질 뿐이다. <교감 일기>에는 실패와 고민 거리가 많이 적혀 있다. 약한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훗날 자녀들이 고인이 된 나의 일기를 보면 아빠의 다른 모습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고 생각한 바를 차곡차곡 적어가는 블로그 <이창수의 서재>는 참 글쓰기가 편리하다.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바빠서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다. 종이에 쓰지 못한다면 얼마든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SNS에 써 내려갈 수 있으니 말이다. 여러분도, 한 번 도전해 보시라^^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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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황병주 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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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 한국전쟁 당시 38도선 이남에 있었지만 북한의 원산, 함흥처럼 일제강점기 시절 산업 시설들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곳이라 노동자 파업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적 운동이 다른 지역보다도 많이 일어났던 곳이다. 한국 전쟁 발발 시에는 인민군 점령하여 인민위원회를 설치할 만큼 북한이 오랫동안 점령했던 곳이기도 하다. 인구로 따져도 강릉 다음으로 삼척이 많을 정도였다고 한다. 인구 10만이 훌쩍 넘을 만큼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찾아온 곳이 삼척이었다.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은 1960년~1970년 삼척에 살다가 월북한 남파공작원 2명이 남쪽으로 왔다가 북한으로 가는 길이 막히자 삼척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그들을 돌봐주었던 이유만으로 간첩단으로 몰려 심한 고문과 폭행, 그 휴유증으로 자살과 사회적 낙인 속에 살아가야했던 피해 사실을 밝혀낸 책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게 시작된다. 1979년 6월 14일 강원도 삼척군 원덕면 갈남리에 살고 있는 진항식 씨와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고한리에 살고 있는 김상회 씨가 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수사와 고문을 받게 된다. 남파공작원 진현식의 동생이 진항식 씨이고, 북한으로 복귀하던 중 부상당한 진현식을 도와준 이가 김상회 씨다. 간첩 사건 중에는 실체가 분명한 것도 있지만 거의 조작에 가까운 사건도 많았다. 간첩사건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정치적 반대파를 제압하고 대중을 위협하는 대표적 수단이었다. 1979년 같은 해 일어났던 남민전 사건은 관련자들의 사회적 영향력이나 인지도가 높았던 반면에 삼척 사건은 강원도 시골의 평범한 주민들의 사건이었다. 공안당국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 전체를 이데올로기적 치안의 시각으로 전면 제구성해 간첩사건으로 만들어냈다. 

 

남파공작원이었던 진현식과 그 가족 및 친인척들은 진현식을 숨겨주고 도와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죽은 줄 알았던 피붙이가 살아 돌아왔는데 나 몰라라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경찰은 진현식과 그 가족 및 친인척을 묶어 간첩단을 만든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폭력이었다. 생산적이면서 순종적인 국민을 만들어내려는 리바이어던의 폭력이었던 것이다. 남민전과 삼척 사건은 간첩의 정치학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삼척 사건은 지배권력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사건이다. 정치적 고비마다 맞춤형 공안사건들이 자주 일어났던 것을 반추해 보면 삼척 사건은 1979년 당시 YH노조 신민당사 점거 농성과 부마항쟁과 기묘한 함수 관계를 가진다.

 

남파공작원의 장기 은신으로 두 가족들 모두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커다란 고통과 갈등의 삶을 살았다. 피붙이를 단지 숨겨둔 게 죄라면 죄였던 것이다. 2016년 37년 만에 전원 무죄 판결이 났지만 그동안 입었던 피해는 돈으로도 무엇으로도 보상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굵직한 조작 사건들에 가려 잊혀졌던 일반 주민들의 피해 사례가 담긴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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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마주한 3.1운동 - 민주주의의 눈으로 새롭게 읽다
김정인 지음 / 책과함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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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이 3.1운동 100주년이 있었던 해다. 저자는 3.1운동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오늘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동일하게 그 정신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 증거로 3.1운동이 주는 역사적 의미를 6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시사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저자의 촘촘한 역사적 사료 조사에 의한 논리 전개를 따라가다보면 새로운 시선으로 3.1운동의 정신과 역사적 의의를 새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며, 앞으로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붙잡고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저자의 주장 또한 연구에 의한 결과물이므로 이와 다르게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견이 보이는 부분은 독자들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저자는 3.1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공간, 사람, 문화, 세계, 사상, 기억이라는 테마로 분석한다. 6개의 시선을 통합하는 키워드라고 한다면 '민주주의' 라고 할 수 있겠다. <공간>에서는 3.1운동이 일어난 장소에 대한 정확한 팩트를 체크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존의 서술에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3.1운동이 확산 된 것으로 강조하고 있으나 저자의 사료 조사에 의하면 25만 인구가 집결되어 있는 서울에서 3.1운동이 일어난 것은 맞으나 서울에서만 유일하게 일어난 것은 아님을 밝혀내고 있다.

 

67쪽을 보면,

"3월 1일 서울과 동시에 만세시위를 전개한 평양, 진남포, 안주, 의주, 선천, 원산 등이 모두 북부지방에 자리하고 있었다" (67쪽)

 

보시다시피 서울과 동시에 북부지방 6개 곳에서 만세시위가 일어났고 일회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에서는 3.1운동을 주도한 사람의 면면을 분석했다. 첫째는 천도교와 기독교를 중심으로 연대가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불교까지 합세하면서 일제의 탄압 앞에 종교계가 힘을 모았다는 점이다. 둘째, 동학농민운동을 반대했던 유림들도 농민과 노동자, 학생들과 함께 3.1운동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126쪽을 보면,

"가장 중요한 연대세력은 역시 기독교계였다. 장로교 장로 이승훈은 송진우를 만나 천도교의 독립운동 계획을 듣고는 동참할 뜻을 밝혔다"

 

3.1운동은 모두가 함께 참여한 시위였고, 계층과 종교를 넘어 일제에 대항한 자발적인 성격을 띄었기에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었다.

 

<문화>에서는 '연대'를 강조했다. 전라남도 무안군 암태도 소작쟁의, 원산총파업, 광주학생운동은 민족 차별, 자유 억압 등에 분노한 약자인 식민지민들이 함께 연대했던 싸움이었다.

 

140쪽을 보면,

"3.1운동은 오늘날 저항문화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오늘날과 같이 집회와 행진을 결합한 시위가 대중화되었다"

 

저항의 이면에는 살상, 고문, 탄압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저항했던 3.1운동의 정신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도전이 되고 불의와 자유의 억압 앞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를 고스란히 이야기해 주고 있다.

 

<세계>에서는 3.1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달랐다는 점이다. 제국주의의 열강들은 3.1운동을 소요 또는 반란의 성격으로 대수롭지 않게 치부한 반면 대한민국처럼 식민 통치에 있었던 인도, 중국에서는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167쪽을 보면, (중국신문)에 실린 기사

"이번 조선독립운동에 참가한 사람은 학생과 기독교도가 가장 많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육 보급의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었으며, 이제는 감히 기독교를 경시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현재 중국의 학생과 기독교들은 어찌하여 모두 의기소침하여 있는가?"

 

<사상>에서는 민주주의와 평화, 비폭력을 외친 3.1운동의 정신적 기조를 다루고 있다. 3.1운동은 비폭력ㅇ이며 불가능한 일임을 알고도 실천한 혁명이었으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학생 혁명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서는 기존의 교과서에서는 어떻게 3.1운동을 다루고 있는지 분석해 놓았다. 보수적인 역사적 기술 뿐만 아니라 진보적 역사 기록들을 비교하며 과장된 부분이나 허위로 기록된 부분들을 지적하며 시대마다 3.1운동을 해석하는 부분들이 약간의 차이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을 살아가고 있고 미래를 살아갈 우리들은 3.1운동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해 가야 할 지 고민해야 할 차례다. 개인적 또는 집단적 이익을 떠나 국가의 회복을 위해 아무런 대가없이 남녀노소 구분없이 거리로 뛰쳐 나왔던 국민들의 정신을 가감없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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