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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
허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7월
평점 :
역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야기처럼 읽기를 즐겨한다. 지식을 전달하고 강의식으로 기술된 책보다 소설과 같이 스토리 중심으로 전개되는 책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최대한 사실을 바탕으로 각색된 역사 소설은 재미와 흥미 뿐만 아니라 그동안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자신도 모르게 알게 되는 효과가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호불호가 확연히 갈린다. 남자 학생들과 여자 학생들이 역사를 받아들이는 반응이 다르다. 대부분 남자 학생들이 역사를 좋아한다. 특히 전쟁 이야기가 있고, 왕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상상력을 만들어가는데 소재가 된다. 삼국시대 이야기는 고구려와 신라, 백제로 팀을 나누어 놀이로 확장되고 임진왜란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거의 신화 수준으로 발전된다. 무척 관심이 높다는 얘기다. 다만, 한 인물에게 집중되다보면 중요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곽재우>는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초등학교 역사 내용에서도 단지 의병장 정도로만 간단히 기술되어 있을 뿐이다. 중요도가 높은 인물은 다루는 분량도 압도적이다. <곽재우>를 통해 임진왜란을 극복하기까지 수 많은 무명의 사람들이 왜군에 항거했고 안타깝게 잃은 목숨이 있었음을 이야기를 읽으며 알게 된다.
<곽재우>는 임진왜란의 전 과정을 한 눈에 다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과 임진왜란 중에 정치적 변화상도 살펴 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선조는 조선 시대 최초로 적장자가 아닌 방계 출신의 왕으로 컴플렉스가 심했다. 전란 중에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치다시피한 모습은 절대 왕권을 자랑했던 기존의 분위기를 만회하기가 어려웠다. 임금과 달리 백성들의 신망을 받았던 사람들의 공통점은 목숨을 내놓고 싸웠던 인물들이었다. 당연히 시기의 대상이 되었고 제거가 되어야만 했다. 곽재우도 마찬가지였다. 이순신 장군은 전투 중에 사망했다고 전해오지만 곽재우는 유배지에서 죽음을 당한다.
다음은 소설 속 한 장면이다. 임진왜란 중 전투에 임하는 출정식의 장면이다.
"지금부터 나는 이 전쟁을 위해 전 재산을 내놓을 것이오. 전답과 가축은 물론 자식의 의복부터 처의 버선까지" (107쪽)
도망간 선조 임금대신 곽재우와 같은 사람들을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이시영, 이회영 가문은 자신의 전 재산을 팔아 간도지역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독립군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던 분들이다.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기보다 국가를 위해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 전형적인 모범 사례다. 이러한 지도자들이 있었기에 꿈과 희망이 없었던 백성들이 그들을 보고 따라 행할 수 있었다. 곽재우도 마찬가지였다.
곽재우는 남명 조식의 문하생으로 학문을 시작했다. 조선 중기 율곡 이이와 쌍벽을 이루었던 학문의 대가 남명 조식은 수 많은 문하생들을 키워냈고 그 문하생들은 하나같이 나라가 어려울 때 자신이 배운 대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자리 지키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던 이들과 달리 배운대로 희생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