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 판을 무료로 드립니다. 중앙시장에 닭,오리 집 개업 기념으로 홍보차 드리는 것이니, 부담 없이 나와서 계란 한 판씩 받아가세요. 한 가족당 한 분씩만 나오셔서 계란 받아가네요. 홍보차 드리는 것이니 부담 없이 나오세요."
응? 계란 한 판. 주섬주섬 잠바를 걸치고 쓰레빠를 끌며 나가봤다.
아줌마, 할머니들이 속속 나온다. 발걸음도 가볍고 빠르시다, 난 좀 쑥스러워 어슬렁 ~~
결론부터, 말하자면 속았다.ㅡ.,ㅡ
계란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사람들이 준다는 계란은 안주고 잡다구레한 생필품들을 나눠주고 있었다. 나도 받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죽염소금과, 황토 비누. 때타올(?), 미역.
에이, 속았네. 대강 막 나눠주는 물건을 받아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사기꾼 아저씨 아직 썰 풀기 전이라 나 같은 먹튀들 신경도 안쓴다. 등 뒤에서 점점 더 달아오르는 아줌마들의 열기... '정말, 계란주나?'
아줌마들은 이구동성 "네!"
결쟁적으로 "저요.", "다섯이요." "여섯이요."(식구 수를 물었던 모양이다.) 하며 선물을 받기 위해 열정적으로 호응을 했고 아저씨는 가렇게 열기를 고조 시키고 있었다.
집에 들어와서 창문을 열고 내려다 보니 영업을 하는 길가 주변에 일행으로 보이는 수상한 남자 둘이 서성이는게 아무래도 망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큰 거 팔려나 보지? 홍삼, 흑염소?? 아 궁금해~)
맨날 우리 집에 쓰레기 버리는 할어버지도 혼이 나가서 손을 번쩍 드시고 대답도 우렁차시다.
"자라가 남자 한테 좋은거 다들 아시죠?"
"예~"(청일점 할아버지)
"하하, 자라는요 남자 여자 모두에게 정말 좋습니다. 자라에는 '무쏘'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건 자라에게만 있는 특수한 성분이라 먹으면 심장,당뇨........."
"여기서 자라 드셔보신 분~ 손들어 보세요, 아이구~ 자라가 귀한 음식인데 이 동네 분들은 많이들 드셔 보셨네요(내가 볼 때는 조건반사다. 이제느 ㄴ받은게 많아서 오도가조 못하는 아줌마도 있을것이고..)) 근데 여러분들이 드신 방법이 잘못되서 여태까지 헛 드신거에요. 자라 껍질 드셔 보신분?"
흥.... 자라고기 라는 게 바로 껍질이다. 자라가 껍질 말고 또 있건데? 흥 사기꾼 아저씨들 자라 안 먹어 봤구먼..., 자라 껍질이 게 껍데기도 아니고, 버릴 줄 알고? 말도 안되는 소리에 기가차서 3층에서 귀를 기울인다. 근데 무쏘?그게 뭐지, 바로 검색을 해봤는데 자라. 무쏘 검색어로 아무것도 검색도 안된다. 사기를 쳐도 좀 근거있게 쳐야지~ 사기꾼 같으니라고... (아, 사기꾼 맞지!!)
열성적으로 자라의효능을 이야기하시던 사끼꾼 변사 아저씨 갑자기 조용하게 속삭인다. 하나도 안들리네~ 궁금한데.. 드디어 가격이 공개 되는 모양이지.
"경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집 앞에 약장수들이 와서... 시끄러워서요, 참 빨리 출동해 주세요. 할머니들 약 사기 전에요. 좀 사기꾼 같아요."
시간을 쟀다. 십 분도 더 걸려서 순찰차 한데가 슬렁~~골목길에 들어선다. 망을 보던 아저씨가 한 명은 경찰에게 한 명은 영업을 하는 봉고차로 가서 사실을 알린다.
경찰은 망을 보던 사람에게 신분증을 받아서 주민번호를 노트에 적고 차량번호도 적는다.
사기꾼 변사 아저씨 다시 큰 소리로 닭, 오리집 홍보를 하기 시작한다.
"창동에 다음 달에 가게 열면 많이들 와 셔서 팔아주세요. (아까는 중앙 시장이라매~~바보탱이들, 창동에서 한바탕 하고왔나 보지?)"
"계란은요?" 어떤 아주머니 한 마디에 아저씨들 결국 계란 한 판씩 돌리고 서둘러 사라진다.
잠시 엄마가 계란 한 판을 들고 들어온다.
진짜 계란 주고 가네,싱글벙글.. 얘 집에 있었으면 너도 나와서 계란 받아가지~
내가 들어오고 나서 합류하신 모양이다.(나도 뭐.ㅠㅜ 모전자전이라 엄마한테 뭐하러 그런게 가냐고 말도 못한다.) 모르는 척....
뭐 파는 사람들이래, 궁금해서 물어보니, 엄마가 신이나서 말씀하신다.
"자라, 한 마리에 60만원인데 두 마리에 50만원이고, 산삼에 녹ㅇㅇ에 좋은거 다 같이 달여서...그게 토종자라라서 귀한건데...)
아이고~~ 큰일날뻔구나... 엄마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경찰에 전화 안했으면 자라 보약 먹을 뻔했다.
그 아저씨들 오늘 공쳤네... 선물 나눠주고 말품 팔고, 그런 날도 있는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