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 Inglourious Basterd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를 보기 전 잠시 [2012]의 대단한 예고편을 넋놓고 감상하다가- 
Forgettable: 야, 저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살아서 뭐해; 
H: 으으, 난 살고 싶어. 아플 것 같아. =ㅁ=

 
 

H는 무척 귀엽다.

 

- 유쾌한 살인
너무 귀여워서 대폭소하게된 친구의 말은 굳이 아직 개봉도 안한 [2012]까지 가지 않더라도 [바스터즈]를 보며 바로 공감하게 된다. 정말이지 아플 것 같은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잔인한 영화일게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그 잔인함이 유쾌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개월 전 [적벽대전2]과 [트랜스포머2] 같은 영화들을 보며 '사람 목숨이 우습냐'며 엄청 불쾌해하던 내가 사람 죽이는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릴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런데 정말 웃기고 유쾌하다. 죽을 각오로 나찌의 머릿가죽을 벗겨내는 장면(어떻게 벗기나 궁금했는데, 헉!), 얼굴에 칼 난도질.. 사타구니에 총 난사..... 야구배트로 머리통을 날리기, 대학살, 헉 소리나게 무섭지만 보는게 괴롭지 않다.  

- 화려한 기교
그 이유는 틀에 박히지 않은 촬영기법과 음악선곡에 있었다고 본다. 칼싸움에 포비아가 있는 내가 [킬빌] 원투를 연달아 보며 신나했던 전적으로 보아 난 타란티노의 영화와 코드가 맞는 것 같다. 슬로우하게 총이 난사되는 장면이 조용한 클래식과 함께 흘러가고, 로맨틱한 음악을 배경으로 피를 흩뿌리며 죽는 빨간 드레스의 여주인공, 이런 장면과 음악이 뇌리에 선명이 박혀있다. 물론 마지막 장면을 빼놓을 수는 없지만 여기서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예전에 흥미롭게 봤던 [에릭 니체의 젊은 시절]에서도 등장했던 기법인데, 컷을 잠시 멈추고 코믹한 나레이션이 나오는 것도 재미있었고, 광각렌즈의 왜곡된 시각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2인자이자 문화장관인 괴벨스와 그의 통역사와의 섹스신을 찍는 카메라의 시선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는다. 눈이 즐겁고 귀가 즐거운데 도덕관이나 역사가 대수일까, 마냥 신나게 때려부시고 죽이자! 

- 탄탄한 연기
타란티노와 브래드피트! 라는 조합은 정말이지 매혹적이지 않을 수가 없지만, 조연들도 정말 대단하다.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은 다 아는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이번에 칸에서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퍼 왈츠의 연기력에는 기립박스라도 쳐주고 싶다. 이 배우가 맡은 한스 란다는 새로운 캐릭터의 지평을 열었다.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이유는 어디에도 없던 캐릭터를 창조했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말했는데, 이제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생각되는 시대에 타란티노와 크리스토퍼 왈츠는 정말이지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심장을 톡톡톡 건드리며 몸의 곳곳에 숨어있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만 같다.  

브래드피트는 아주 딱 들어맞는 멋쟁이 역할을 맡았다. 여전히 매력적이고, 특히나 게임에서나 들어봤음직한 솔져 액센트는 귀에 짝짝 달라붙는다. 아름다운 복수의 화신 쇼사나의 웃음소리를 잊을 수 없을 것이고, 찌질한 나찌들, 얼굴이 너덜너덜해질때까지 총을 쏘는 Bear Jew, 무지 멋진 달리기를 선보여준 누구,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액센트가 특이하지만 3을 잘못 표시하던 누구, 틸 슈바이거.....♡, 누구, 누구, 누구하나 빼면 안될정도로 촘촘하게 잘 짜여진 영화다.  

이 모든 것이 내새끼마냥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은 뭐니뭐니해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타란티노의 연출력이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쌩뚱맞은 2개의 이야기가 각기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다. 클라이막스에 가서 만나긴 만나는데, 계속해서 독자적으로 펼쳐진다. 그렇다고 물과 기름처럼 따로노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양초를 만들 때 2개의 색깔을 넣어서 염색했을 때처럼 조화롭고 화려하지만 각기의 개성이 살아있는 것만 같다. 지적인 욕구에서부터 미적 욕구, 짐승의 욕구까지도 다 충족시켜준다. 요즘 너무 착하게 사는 것에 사로잡혀 있었던건지. 

올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신나고 재미있었던 영화였고, 2009년도 이제 2달도 안남았으니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가 기대에 부응해주지 않는 이상 아마도 2009년 나의 영화로 남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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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9-11-09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죽는 건 무섭지 않아요. 고통이 두려울 뿐^^ 유아적이죠 ㅎㅎ
(본편 리뷰는 안읽고 박스 안 예고편 리뷰만 읽었습니다^^; 영화 보고 읽을려구요.)

Forgettable. 2009-11-09 16:57   좋아요 0 | URL
그렇게 생각하는게 유아적인거군요 ^^; 저도 마찬가지로 죽음보단 고통이 무서워요 ㅎㅎ
리뷰는 타란티노 예찬이라 안읽으셔도 무방합니다 ^^

뷰리풀말미잘 2009-11-0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피트.. ㅠ_ㅠ

Forgettable. 2009-11-09 16:58   좋아요 0 | URL
완전 하트 뿅뿅!!!
근데 다른 멋있는 배우들도 엄청 많이 나와서 두각을 나타내진 않아요!

드팀전 2009-11-0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이영화 보고 왔어요.^^ 전 총점 상 그렇게 좋진 않았는데... '폭력은 어디에나'라는 타란티노의 태도가 희극화된 역사적 스크린을 통해-과거 타란티노의 영화들은 역사성이 없잖아요-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과거와 좀 다르더군요. 전체적으로 블랙코미디처럼 웃겼어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관 씬이었는데...실재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남는 폭력이 두 번 변주되는 지점이 인상적이더군요. 하나는 이미 간 두명 즉, 독일의 전쟁 영웅의 살육장면과 텅빈 스크린의 연기 속에 흐릿하게 영사되는 쇼사나의 영상. 폭력이란 것이 그 실체와 분절적일 수도 있어보이고,또 의지 자체가 하나의 폭력적 현상일 수도 있어보이고. 악역을 맡은 독일 장교 아저씨의 위악적 캐릭터가 괜찮더군요

Forgettable. 2009-11-09 17:19   좋아요 0 | URL
아,,+_+ 드팀전님, 이렇게 허접한 리뷰에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ㅎㅎ (영광입니다. 팬이에요!)

이 영화 오늘 보셨군요. 전 타란티노의 영화를 볼 때 딱 두개 기대합니다. 몰라서 지나쳐버리는 과거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와 유쾌함이요. 그래서 영화에 무자비하게 난무하는 폭력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평소에는 폭력적인 영상을 즐겨하지 않는데, 이 영화는 폭력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게끔 하는 능력이 놀라워서 이 부분에 점수를 후하게 준 것 같습니다. ㅎㅎ
실체가 사라지고 나서도 남는 폭력, 의지 자체가 폭력적 현상일 수도 있다는 점, 몇마디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됩니다. 또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지만 ^^;

한스 란다는 악역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였어요. 왠지 신나더라구요 ^^
 

Blacaman the Good, Vendor of Miracles 

   
 

 That was long before the fire ants devoured Santa Maria del Darien, but the mausoleum is still intact on the hill in the shadow of the drangons that climb up to sleep in the Atlantic winds, and every time I pass through here I bring him an automobile load of roses and my heart pains with pity for his virtues, but then I put my ears to the plaque to hear him weeping in the ruins of the crumbling trunk, and if by chance he has died again, I bring him back to life once more, for the beauty of the punishment is that will keep on living in his tomb as long as I'm alive, that is, forever.

 그것은 벌써 불개미가 Santa Maria del Darien를 잠식하기도 전의 일이었지만, 그의 무덤은 대서양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잠을 청하러 올라온 용의 그림자가 깃든 언덕 위에 아직도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나는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매번 도로에서 꺾은 장미를 그에게 바치고, 그가 가졌던 미덕에 대한 안타까움에 잠시 괴로워한다. 그러고는 바로 그를 칭송하는 문구가 담긴 장식판에 귀를 대고 다 무너져가는 무덤의 폐허 속에서 그가 흐느끼는 걸 듣는다.

무덤 속에서 계속 살아있어야만 하는 합당한 형벌을 위하여 만약 우연히 그가 다시 죽기라도 하면, 난 다시 한번 그에게 새생명을 준다, 내가 살아있는 한 그렇게 할 것이다, 이 말인즉 영원히.

 
   
 
친구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

" 얼마 전 서점에 갔다가 마르케스의 단편집을 샀는데,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아. 하나 하나가 정말 너무 좋아서 얼른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영어공부 더 해서 네게도 얼른 이야기해줄게. 기대해."

영어 공부 열심히해서 다 번역해서 네게 들려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막상 beauty 조차도 어떻게 우리말로 바꿔야할 지도 모르겠어서 때려쳤다가, 얼마 전 마르케스의 다시 책을 집어들고 이 부분에 다시 한 번 전율하고 읽고 또 읽었다.  
 
혼자 출장와서 이런 구절이나 되풀이해 읽는 나는 자칫 비참해질 수도 있었지만, 왠지 들뜬다. 가학적인 면모가 있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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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ory
    from My own private affairs 2009-11-06 14:50 
    신비한 이야기 옛날에 어떤 약장수가 살고 있었다. 하루하루 빌어먹고 살던 시절 어떤 고아를 만나게 되었다. 둘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운명이라고 느꼈고, 약장수는 그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약장사를 했다. 둘은 온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약을 팔고 거짓말을 해서 돈을 벌었다. 그러나 카드게임과 체스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더이상 약장수의 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장사는 점차 쇠락해졌다. 가난해지기 시작하자 전보다 더 난폭해진 약장수는 고아
 
 
무해한모리군 2009-11-0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들려줘요 마르케스를.
안 가학적인데요 ㅎ

Forgettable. 2009-11-0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수로, 영원히 살게 하다니(그것도 버려진 무덤 속에서) 정말 대단히 충격적인 결말이에요. 무서운데 왠지 좋아요;;
이 이야기는 제가 5번도 넘게 읽은 이야기인데, 읽을 때마다 두근두근해요. 시간날 때마다 열심히 한글로 옮겨서 들려드려볼게요!(들려드릴게요 아님ㅋㅋ)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1-06 11:31   좋아요 0 | URL
아 저 대목은 낭송하면 아주 멋지겠네요. 특히 저 무덤에 살짝 귀를 대고 흐느끼는 소리를 듣는 대목 말이지요~

그러게요.. 저도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 싶은 인간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흠.. 저정도로 미운 인간은..

Forgettable. 2009-11-06 14:51   좋아요 0 | URL
왜냐하면 휘모리님께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막상 내 손끝에서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면면 울부짖는 모습을 볼 정도로 밉지 않아도 까딱까딱..;;; ㅋㅋ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 책을 잃어버리고 이 이야기를 기억해내고 싶어서 안달하던 제가 생각나는대로 적어두었던 걸로 살짝 맛만보세요~ ㅎㅎ 먼댓글 연결 해둘게요

비로그인 2009-11-06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가서 마르케스의 단편집이라니, 멋지기만 한데요 뭘.. ㅎㅎ 포우의 <아몬틸라도의 술통>이 생각나는군요.


Forgettable. 2009-11-06 14:54   좋아요 0 | URL
전 마르케스를 너무 좋아해요. 책 권태기도 이런 이야기에 굴복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ㅋ
포우의 이야기들도 한번 읽어봐야할텐데, 어렸을 때 읽어놓곤(기억도 하나도 안나면서) 읽은 책이라고 도무지 손이 안가요. 궁금해진 참에 한번 시도해봐야겠습니다!

머큐리 2009-11-0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아 내게도 들려줘요 마르께스를...ㅎㅎ
출장간지도 몰랐네용~ 요즘은 내가 정신을 놓고 다녀서리...ㅠㅠ

Forgettable. 2009-11-09 10:50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에 정신이 없어요. ㅠㅠ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터널처럼 기다란 회색빛 기차괴물이었다. 지능이 없는 괴물이라 연료가 없을 때는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 걱정할 것이 없었지만, 일단 연료가 공급되기만 하면 사람을 먹어치우고 다니는 아주 무서운 괴물이었다. 

바닷가에 있는 폐쇄된 철로에 모두 모여 기차괴물을 파괴하기로 했다. 이 일만큼은 기계들도 인간에게 협조해주었다. 나는 기차괴물의 수뇌부로 이어진 석탄 줄 끝에 횃불을 던지는 역할을 맡았다. 동료의 손을 꼭 붙잡고 횃불을 던지고 힘껏 멀리멀리 뛰었다. 충분히 멀리왔다고 생각하고, 눈밭에 얼굴을 묻고 기차괴물이 폭발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기차괴물이 칙칙폭폭 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석탄줄과 횃불이 그의 연료가 되었던 것이다. 기차괴물은 나를 지나쳐서 한참이나 철로를 따라 내달려갔다. 애초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적없는 장소를 골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윗사람들은 이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 위해서 점화장소로 폐쇄된 곳을 택했을 뿐, 기차가 어디에서 폭발할 지는 상관 없었던 것이다. 기차는 굽다란 산길을 지나쳐 어느 마을에 이르러서야 폭발했다. 아파트 스무개 정도가 무너지고, 마치 히로시마 폭발이 그러했던 것처럼 연기가 파도치듯이 내 쪽을 향해 굽이쳐왔다. 

엄청난 양의 먼지와 연기가 산골마을과 바닷가 마을을 뒤덮었다. 얼빠진 나와 동료가 있는 곳은 폭발지점에 비한다면야 소량의 먼지만이 날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터덜터덜 걷다가 작은 어촌에 들렀다. 그들은 새삼스럽지도 않다는 듯이 말린 생선 위의 시꺼먼 재를 털고 있었다. 있는 돈은 다 꺼내어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냥 주면 왠지 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것 같아서 빈민가의 슈퍼에 들러 물을 하나 사고, 지갑을 여니 오천원 뿐이었다. 오천원을 주며 잔돈은 가지라고 했다. 아주머니가 '고맙다'를 '가맙다'라고 했다. 너무 좋은 나머지 말이 샌걸까?

연기와 재를 마시고 싶지 않아 침을 삼키지 않고 있단 걸 깨달았다. 침을 듬뿍 흘리며 잠에서 깨서 티슈로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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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9-11-0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 최근에 들은 꿈 얘기 중 제일 재미있는 얘기였어요. ㅎㅎ

Forgettable. 2009-11-02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실제로 꾸면 무섭고 슬퍼요. 어찌나 생생했던지, 기억하는 것좀 봐요 ㅎㅎㅎ

다락방 2009-11-0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게러블님. 이거 말이죠, 소설 같아요. 이야기 보다는 문체쪽이 말예요. 국내작가 말고 외국작가. 꿈을 바탕으로 해서 호흡을 좀 더 길게 해서 소설 한편 써봐요, 뽀게러블님. 소설에 굉장히 맞는 문체라고 저는 생각해요.

Forgettable. 2009-11-02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문체따위는 이야기에 파묻혀 상관도 하지 않을만큼 멋진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쓰려구요. ^^ (그 이야기의 발목잡을 문체가 되어서도 안되겠죠 물론)
번역문체.. 같나요;; 단어의 느낌도 깊지 않죠 사실... 아 칭찬듣고 자괴감에 빠지는 절 좀 건져주세요 ㅋㅋㅋ

여튼 최고의 칭찬과 조언을 동시에 해주셨네요. 능력자 다락방님 '-')♡

2009-11-02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목이 무슨 뜻인지 잠시 생각했네요. 암튼 신기한 꿈이네요. 전 요새 매번 개인적인 컴플렉스들이 꿈을 통해 회복되곤 해서, 깨고 나면 괴롭기만 해요-_- 악몽이라도 좋으니, 모험을 떠나보고 싶다능;;;
암튼 통역사 다 봤어요. 말씀대로 중간 넘어가니 금방 금방 읽히더라구요. 무척 우울했음. 인종적 내지 민족적인 서글픔이 이유없이 들었고, 읽고 학관을 내려오면서, 내가 있는 곳이 한국이라는게 무척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아무튼 생산적인 사색으로 넘어가야 할 터인데, 그레이스는 아무리 수영을 잘 하게 되었다지만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고, 살아돌아온다 하더래도 실종자로서 사건과 관계된 심문들을 어떻게 극복할까 궁금하고-_- 이런 생각이나 하고 앉아 있네요.

Forgettable. 2009-11-02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개인적인 컴플렉스가 꿈에 나타나면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요. 전 아직도 알몸으로 돌아 다니며 부끄러워하는 꿈을 꿔요;;;; 물론 모험도 진탕 하고요. 모험한번 하고 나면 온몸이 뻐근;;;;

[통역사]다 보셨군요. 그래도 끝까지 읽어 다행이에요. ㅠㅠ 지루하다고 불평불만할까봐 약간 걱정했는데 ㅎㅎ 이 책을 보고는 저역시 진이 빠져서 생산적은 사색은 커녕 한없이 비난과 비참의 구렁텅이를 넘나들었네요. 그래도 때론 그런 책 좋잖아요. 뭐 고시생 코님께는;;; 약간 부적절했을까요? ^^;
그레이스는 그냥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수지도 마음을 잡은 것처럼 보이니 ㅎㅎ 결말이 약간 아쉽긴 했어요.. 여튼 다음 작품이 무지 기대되는 작가에요 ^^
 




잘난척 하기, 가짜, 비문 사용, 물고 늘어지기, 과다한 부사나 형용사 사용, 억지스러울 정도로 질질 끌기, 아무리 정독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를 정도로 난잡하기, 내가 싫어하는 글은 이런 글이다. 내가 이런 글을 싫어하고 욕한다고 해서 누가 상관하겠느냐만, 문제는 내가 상관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들이 내 글쓰기에 애매모호하게 숨어있는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반대지점에 있는 사실적이고, 위트있고, 정돈되어 있는 글이나 거부할 수 없는 에피소드가 담긴 글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것은 내 글이 이렇지 않아서 그러한 글쓰기를 지향하기 때문에 좋아한다.

보통 뭔가가 너무 싫다, 견딜 수 없다, 하는 것들은 자기 안에 잠재되어 있는 면인 경우가 많다. 간단한 예로 내가 누군가의 허례허식이 가득한 여행기를 보고 '해외 한 번 갔다왔다고 엄청 잘난척해대네.' 라고 느끼고 짜증내는 건 그것이 무의식중에 내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찍으러 온 것마냥 유명한 장소에서 사진만 찍어대는 된장유럽/인도여행자들을 보면 그냥 짜증내고 잊어버리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거랑은 약간다르다.   

   
 

 여하튼 그 아카네가 최근 가장 혐오하고 있는 것은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소설을 씁니다.'라고 말하는 작가였다. 이 천편일률적인 말을 지껄이는 것은 대개 읽다 보면 '작가 사진'이 눈 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은 재색을 겸비한 멀티형 인간이다. 아카네는 이 말을 들을 대마다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고 한다. '이야기란 고작 한 개인의 표현 수단으로 사용될 정도로 하찮지 않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마치 자기한테 예속되어 있는 물건처럼 다룬다는 건 이야기를 얕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먼저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이 아카네의 이상이었다. 우선 이야기되어야 할, 이야기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이야기가 있고, 작가의 존재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픽션.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이야기다. 이야기는 독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작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삼월의 붉은 구렁은] 온다 리쿠.

브라운 신부의 이야기에 나오는 요소들을 제 것인양 아무렇지도 않게 도용해서 나의 분노를 산 온다 리쿠의 [삼월의 붉은 구렁은]의 한 구절이다. 말도 안되는 제목과 허접한 표절(?)로 기대에 부응했던 온다 리쿠였기에 이 부분은 너무너무너무 의외였고, 신선했고, 감동적이었다. 내 말이, 내 말이!! (물론 또 다시 실망하고 말았지만) 

4가지 이야기 중 2,3번째 이야기가 의외로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애매한 단편아닌 단편모음집이었기에 리뷰를 쓰다가 너무 까는 말만 쓰게 되어 선물해준 분께 누를 끼칠까 염려되어 페이퍼로 전향.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왜 체스터튼의 문구와 분위기를 표절했으며 작가의 존재를 과시하느라 억지스러운 단편집을 만들어 놨는지 알 수 없다. 칭찬 일색인 리뷰들이라니 참ㅎㅎ 

그러고 보면 호불호의 여부는 한 끝차이일까? 왜냐하면 내가 만약 소설을 썼다면 이와 비슷한 소설이 탄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나나 너의 호불호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 호불호는 시비와 분명 다른 문제니까. 여기에서 몽테뉴는 이러저러한 말을 했다. 라고 멋있게 마무리 하고 싶지만, 기억이 안난다. 느낌만 있을 뿐.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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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9-10-29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난척 하기, 가짜, 비문 사용, 물고 늘어지기, 과다한 부사나 형용사 사용, 억지스러울 정도로 질질 끌기, 아무리 정독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를 정도로 난잡하기.. 나, 나잖아. 난 내 글에서 저 특징들을 각각 스무개씩은 찾아 낼 수 있다는..

Forgettable. 2009-10-29 22: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쩐지 첫문장 쓸 때 어렴풋이 누군가의 글을 염두해두고 썼나 했더니 미잘님 글이었군.
ㅋㅋ 장난이고요, 난 그런거 전혀 못느꼈는데? 내 글이나 이모냥이죠 ㅎㅎ

미잘님 글은 위트있고, 거부할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에 너무 좋아요. 지향하는 글쓰기랄까~

순오기 2009-10-30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이런 글이 좋아요.
꾸미면 읽는 사람이 다 알잖아요. 있는 그대로~~ ^^

Forgettable. 2009-10-30 10:01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칭찬쟁이 순오기님 ^^
온다리쿠는 이상한 작가에요. 호감가는 부분과 혐오스러운 부분을 동시에 갖고 있어요.

perky 2009-10-30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태그!!
온다리쿠 여자 아니었던 거에요???
그나저나, 저 사진 배경 참 아름다워요..^^

다락방 2009-10-30 08:23   좋아요 0 | URL
온다 리쿠 책 박람회 했을때 싸인하러 왔었어요. 멀리서나마 봤죠. 여자에요. ㅎㅎ

Forgettable. 2009-10-30 10:00   좋아요 0 | URL
저도 모르겠어서, 질문한거였어요. 친절한 다락방님께서 대답해주셨네요 ^^
필명인지도 궁금한데. 리쿠..라는 이름의 일본 여자는 본 적이 없는데, 차우차우님 일본어도 하시죠, 리쿠라는 이름이 있나요? 사키, 토모미, 마야, 후미에 정도는 저도 아는데 흐흐

사진은 제주도에요. 좋죠! 백장 중에 한장 건졌어요 ㅎㅎ

perky 2009-10-30 10:20   좋아요 0 | URL
여자가 맞았군요. ㅎㅎ
근데, 님 댓글 읽고나니 정말 '리쿠'란 이름을 여자 이름으로 보기엔 쫌 생소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네요. (예리하셔라~~)
저 사진을 직접 찍으신 거군요!! 색감 참 곱습니다!!
 



 예전엔 개념없단 말을 들어도 좋았다. 그 말에 애정이 담긴 어투가 감도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고쳤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었지만 굳이 고치지 않아도 나를 내치지 않을 것이라는 자만이 내겐 있었다. 그렇게 몇몇 사람은 남았고, 몇몇 사람은 떠났다. 떠나는 사람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막말하는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몰랐기도 하거니와 잡지 않아도 친구들은 많았으니 절박하지는 않았다. 

 솔직한 게 매력이라는 말을 자기 방어의 방패이자 무기로 삼았던 것 같다. 의견이 다르거나,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반격하곤, 반격이라고 생각도 않고, 뭐 잊어버렸다. 가끔은 그 반격의 말이 상당히 가시돋혀있는 동시에 맞는 말이라 상대방의 의표와 자존심을 찔렀던 것 같기도 하다. 듣기 싫은 현실을 집어주는 자극적인 대화에 지인들은 익숙해져서 즐기기도 했지만, 마음 약한 이들은 견디지 못했나보다. 정말로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나의 의도가 상처주려고 손톱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일 것이다.  

 싫으면 안보면 그만이다. 이런 면모를 좋아해주거나, 무시하고 장점만 봐주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런데 얼마전 나와의 대화가 지금까지 스트레스였다는 말을 들어버렸다. 그것도 온라인에서의 인연에게. 정말 다정하고 친절하길래 혼자 오바하며 온갖 친한척 다 하던 사람에게 대놓고 그런 말을 듣다니. 위에 보라색으로 쓴 것처럼 쿨한척 해왔던 가면이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쪽팔리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하고 공황상태에 빠졌다. 와, 헤어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댓글 하나 남기면서도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몇번을 고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의 비참함이란. 

 어제 A와의 대화에서 '포장'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하며 생각을 더 해봤다. 직장 상사가 엄청나게 자주 '일을 할 때 향기를 남기라'고 하는데, 난 그 말이 그렇게 불쾌할 수가 없다. 일 잘하는 척을 하란 말인데, 이건 내 능력 밖의 일이라 일 자체보다 더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렇지만 자본주의 경쟁구도에서는 이 포장이라는게 생존수단이기때문에, 상사의 조언을 아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굳이 경쟁구도가 아닌 온라인에서의 관계에서도 포장이 중요하지 않은가. 나의 personality에 포장을 하지 않은 건 내 잘못이니, 나는 그 사람이 내게 빈정거리며 화를 내도 미안하단 말뿐, 할 말이 없었다.

 포장의 중요성을 느낀 건 더이상 나의 성정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말과 같다.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서 화장을 짙게 하듯이, 앞으로 내 개성을 죽이고 더 괜찮은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포장을 열심히 하게 될까? 포장은 둘째치고라도, 하고 싶은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여러모로 사춘기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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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6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6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9-10-26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상황상황마다 다르니깐. 사람마다 다르니깐, 그때그때 알아서 반응하는 수밖에. 가면을 쓰고 모두 똑같아지는 것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함. 물론,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온라인에서의 만남은 실제 만남보다 쉽고, 다양하지만, 오해가 생기기 쉽고, 사실 그 사람은 나랑 안 맞는 경우도 많지. 그리고, '내가 상대방을 생각하는 것'과 '상대방이 나를 생각하는 것'의 간극도 쉽게 알아채기 힘들고.

결국 A와 B가 '그냥 아는 사람','댓글 주고 받는 지인' 에서 '친구'가 되려면, 이런저런 꼴도 다 봐가면서, 마음 터가는거겠지. 근데, '마음 여린 사람'과 '솔직함'이 강점이자 약점인 사람이 친구가 되기는 힘든듯. 미묘해. 그 사람한테 특히 신경써서 늘 말을 가리고 조심해야 한다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누군가 하는 말이 사사건건 거슬린다면, 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사람마다 용인되는 각자의 기준이 있겠지. 그걸 맞춰나가는 것이 인간관계가 쉽지 않은 이유고.

다만, 일에서는 틀리지. 자신이 하는만큼 충분히 생색내고, 포장해야지. 일하는 척하는 것과는 틀린듯. 기껏 잘해놓고 그것을 돋보이게 하지 못한다면, 그만큼 손해보는거고. 바보인거고.(내가 아끼는 후배중에 그런 후배가 하나 있어서, 늘 비슷한 이야기 해줌) 그와 같은 일에서의 혹은 일터에서의 '인간관계'에서의 포장은 성격이라기 보다는 '스킬'이라고 생각해. 일에서의 인간관계에서도 적당히 포장해야지. 적당히 가면도 써야하고.


Forgettable. 2009-10-26 13:06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 면모가 비난을 받은 것이다보니, 엄청 혼란스러웠는데 페이퍼를 쓰고 댓글을 보니 약간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아는 사람 모두를 다 끌고가는 건 불가능하죠. 그래서 나와 맞지 않는 사람에 대해선 꽤나 쿨한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이게 비난이 되어서 꽂히니 전혀 쿨하지 않네요. 구질구질하게 페이퍼 쓰며 징징대고 ㅎㅎㅎ

이꼴저꼴 다 봐가며 마음트는 과정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게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싶어요.
일하는 태도는 정말 스킬을 쌓고 노력하면 되는거니까 인간관계보단 나은 것 같아요- 라고 쓰고 있었는데, 비슷하게 어려운 것 같네요 -_-;;;

여튼 조목조목 시원한 코멘트 고맙습니다. ^^

다락방 2009-10-26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겠지만요 Forgettable님.

정말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면 그 분도 순간의 기분으로 말을 한건 아니지 않을까요? 사실 저는 Forgettabel님을 안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실 여태 Forgettable님과의 어떤 대화도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제가 아는 어떤 서재인은 Forgettalbe님을 꽤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죠. 그러니 사람마다의 차이도 있겠지만, 그것이 나의 단점에 관한 것이라면 사실 조금은 들을만 하지 않나 싶어요. 이건 Forgettable님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게 아니라요, 그런말을 들었을 때 비로소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해서 생각해볼 계기가 될테니 말이죠. 저 역시 Forgettalbe님이 위에 보라색으로 쓰신것처럼 그런 생각들을 하며 살아왔었거든요. 근데 그런 제가 무서워서인지 사람들이 제게 별달리 말을 해주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눈앞에서 직접 그런 말을 듣게 됐어요. "너처럼 지나치게 솔직한게 반드시 좋은건 아니야. 때때로 어떤 말들은 하지 않는게 더 나을수도 있어."라고 말이죠. 그때 제가 얼마나 멍했는지 몰라요. 그렇게 말해준 상대는 제가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그렇게 되니까 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더라구요. 그러면서 어쩌면 내가 여태 상처 입힌 사람들이 내 생각보다 꽤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람에게는 저마다 취약한 부분이 있고, 저마다 약한 부분이 있잖아요. 돈이 많은 사람에게 너는 거지같아, 라고 하면 농담이 되지만 돈 없는 사람에게 너는 거지같아, 라고 하면 그건 폭력이잖아요. 가슴을 후벼파는 거구요. 그러니 거지같아 라는 말을 얘가 농담으로 받아칠게 확실한 사람이 아니라면 거지같다는 말을 하지 않는 쪽이 조금 더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겠죠.

'댓글 하나 남기면서도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몇번을 고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의 비참함이란.'이렇게 생각하기 보다는 댓글 하나 남기면서 이 사람이 혹시 기분 나쁘진 않을까 생각해서 고치는 섬세함 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Forgettalbe님이 그 다정한 사람에게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Forgettable님과 조금 더 잘 지내보고 싶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건 아닐까요? 실제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의 관계에서도 절친한 친구들이 반드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고 같은 취미를 가진건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대의 단점들을 받아 들여가면서 계속 친구를 하죠. 가끔은 잔소리도 하고 가끔은 싸우면서 말예요. 잔소리 한번 하고 싸움 한번 했다고 친구사이가 공중으로 흩어지는건 아니잖아요. 가끔은 그렇게 했기 때문에 더 단단한 사이가 되기도 하잖아요. 그러니 이럴때 한번쯤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것 같아요. 자기 반성의 시간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말이에요.

저 역시 위에 쓰신 것처럼 '싫으면 안보면 그만이다. 이런 면모를 좋아해주거나, 무시하고 장점만 봐주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라는 생각을 하고 살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나의 몰랐던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조금 고치려고 하고 모난 부분을 조금 깍기도 한다면 그런 면을 알아보고 더 좋은 사람이 내 주변에 더 오래 있으려고 할지도 모르잖아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사람이요. 전 좋은 친구를 많이 둔 사람은 그 자신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거든요. 포장이라기 보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고 자신을 가지되, 너무 툭 튀어나온 부분은 조금 깍아주는 쪽이 나을 것 같아요. 발톱도 너무 길면 스타킹이 빵꾸나요. 그러니 적당하게 잘라주자구요.


제가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저는 아직 Forgettable님의 뾰족한 부분을 보지는 못했어요. 그러니 제가 드리는 댓글이 '너 자신을 반성하라'라는 류의 댓글은 아니라는 걸 이해해주세요.

Forgettable. 2009-10-26 23:56   좋아요 0 | URL
오 이런 편지라니, 감동입니다. ^^
사실은 제가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락방님이 저를 싫어하는건 아닐까;; 란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는데 아니라니 다행이고요. ㅎㅎ
그렇지만 앞으로 며칠동안은 제 지인들을 만나면 내가 까칠한지, 내게 불편한 점이 뭐 있었는지 엄청 물어보고 다니겠네요. 실제로 오늘도 물어보고 왔고요;;;

그 다정하셨던 분은 마음이 여린 분(이라고 생각) 이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기까지 많이 참으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잘 지내보고 싶었다기 보단, 한계점에 다다른 것처럼 보였어요. ^^
뭐, 다 맞는 말이고 제가 인정하고 있는 부분들을 조언해주시니, 공감도 가고 고맙기도 하고 마음도 놓이고 그래요. 좋은 말씀만 해주셔서 뭔가 보답으로 저도 길게 편지댓글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그저 끄덕끄덕일 뿐이네요;0;

다락방님 고맙습니다. 나중에 삼겹살에 소주로 보답을..+_+

바밤바 2009-10-2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모두에게 사랑 받고 싶어 하지요. 저도 예전엔 그런게 심했어요. 그러다보니 타인이 나에 대해서 불쾌하게 여기는 걸 못받아들이곤 했죠. 그러면서 고민하고 또 머릿속 생각 때문에 일에 집중 못하기도 하고. 내가 믿었던 사람한테서 안좋은 소리를 듣는다면 정말 충격이 클 것 같아요. 모두가 모두에게 소중할 순 없기에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힘내세요~ 화이팅!! ㅋ

Forgettable. 2009-10-26 23:40   좋아요 0 | URL
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사랑받으면 되는데, 제가 좀 쉽게 사람을 잘 좋아하고 믿고 그런가봐요. ^^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건 정말 고달프죠. 불가능하기도 하고.

여튼 바밤바님 고맙습니다.
푸념글인데 신경써서 댓글을 달아주셔서 힘이 나네요!!

2009-10-26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6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09-10-2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은 좋겠다^^
저는 따로 얘기하지 않겠어요. 하이드님과 다락방님, 바밤바님이 다 얘기해줬으니까요. 비밀글님들도^^

Forgettable. 2009-10-26 23:22   좋아요 0 | URL
맨 처음으로 조언해주셨으면서 무슨 ㅎㅎㅎㅎㅎㅎㅎ
지금 세수하다가 갑자기 아치님 생각이 나서, 우린 생각이나 취향이 다른게 많은데 난 이사람에게 왜이렇게 매력을 느끼는걸까 궁금해져서 아치님 서재가서 기웃거리다가 또 'unforgettable'을 듣고 있었는데 메일이 왔네요. ㅋㅋ 신기함 ^^

Arch 2009-10-27 11:44   좋아요 0 | URL
뽀님이 이렇게 하는데, 응? 세수 하면서도 날 떠올리는데, 응?
뽀님만큼이나 나도 뽀님이 좋아요. 좋아요가 오래오래 지속되고, 이꼴 저꼴 험한꼴 다본 후에도 좋은거면 더 좋겠구요.

Forgettable. 2009-10-27 22:39   좋아요 0 | URL
^^♡

무해한모리군 2009-10-27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고향을 다녀온 사이에 이리 큰 일이 있었군요.
그런 일이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지만 또 무심히 지내다보면 금새 괜찮아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힘내요 힘!!

2009-10-27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7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8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장문의 댓글이 많네요 ㄷㄷ
이렇게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힘든 일이 있어도 금방 회복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도 제 자신을 포장하려고 했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하지 않아요. 아니,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하다거나, 사는 곳이 원더랜드라서 삶에 상처가 없는 게 아니라, 포장하는게 굉장히 번거롭더라구요. 잘 할 자신도 없고, 무엇보다 포장한 자신과, 포장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괴리감이, 스스로도 부담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남이 알면 실망할까봐 두려웠어요;
그럼에도 저도 모르는 사이, 저는 조금씩 저를 포장하고 있겠죠. 화장은 해 보지 않아 모르겠는데, 그, 두꺼운, 가면을 그리는 수준의 화장과, 흔히 쌩얼 화장이라 부르는 화장과의 차이랄까... 아무튼 포장 여부에 대한 괴리감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범위 내의 포장은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정도의 포장은, 자기 자신을 채찍질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결국 그냥 편한 대로 생각하고 산다능-_-;;

Forgettable. 2009-10-29 09:17   좋아요 0 | URL
네, 힘든 일 있을 때 여기에 쓰면 다정한 님들께서 다양한 방식으로 어루만져주시기 때문에 금방금방 회복되요. 암튼 요즘 많이 업됐다능!! 코님에게도 유머러스한 친구분들 많아서 부러워요 ^^
으흠, 포장 여부에 대한 괴리감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정도라.. 그러게요. 생각은 복잡한데 뭐라 말하기 어려운 걸 잘 집어 주셨어요.
결국 그냥 편한대로 생각하고, 맛있는거 먹으면 기분좋아지고 하면서 사는게 좋긴 해요.
사실 업된 것도 어제 숙대앞에 닭도리탕 맛집가서 배터지게 먹고 신난 걸지도 ^^; 아, 놀라운 음식의 세계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