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 Inglourious Basterd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를 보기 전 잠시 [2012]의 대단한 예고편을 넋놓고 감상하다가- 
Forgettable: 야, 저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살아서 뭐해; 
H: 으으, 난 살고 싶어. 아플 것 같아. =ㅁ=

 
 

H는 무척 귀엽다.

 

- 유쾌한 살인
너무 귀여워서 대폭소하게된 친구의 말은 굳이 아직 개봉도 안한 [2012]까지 가지 않더라도 [바스터즈]를 보며 바로 공감하게 된다. 정말이지 아플 것 같은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잔인한 영화일게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그 잔인함이 유쾌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개월 전 [적벽대전2]과 [트랜스포머2] 같은 영화들을 보며 '사람 목숨이 우습냐'며 엄청 불쾌해하던 내가 사람 죽이는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릴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런데 정말 웃기고 유쾌하다. 죽을 각오로 나찌의 머릿가죽을 벗겨내는 장면(어떻게 벗기나 궁금했는데, 헉!), 얼굴에 칼 난도질.. 사타구니에 총 난사..... 야구배트로 머리통을 날리기, 대학살, 헉 소리나게 무섭지만 보는게 괴롭지 않다.  

- 화려한 기교
그 이유는 틀에 박히지 않은 촬영기법과 음악선곡에 있었다고 본다. 칼싸움에 포비아가 있는 내가 [킬빌] 원투를 연달아 보며 신나했던 전적으로 보아 난 타란티노의 영화와 코드가 맞는 것 같다. 슬로우하게 총이 난사되는 장면이 조용한 클래식과 함께 흘러가고, 로맨틱한 음악을 배경으로 피를 흩뿌리며 죽는 빨간 드레스의 여주인공, 이런 장면과 음악이 뇌리에 선명이 박혀있다. 물론 마지막 장면을 빼놓을 수는 없지만 여기서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예전에 흥미롭게 봤던 [에릭 니체의 젊은 시절]에서도 등장했던 기법인데, 컷을 잠시 멈추고 코믹한 나레이션이 나오는 것도 재미있었고, 광각렌즈의 왜곡된 시각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2인자이자 문화장관인 괴벨스와 그의 통역사와의 섹스신을 찍는 카메라의 시선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는다. 눈이 즐겁고 귀가 즐거운데 도덕관이나 역사가 대수일까, 마냥 신나게 때려부시고 죽이자! 

- 탄탄한 연기
타란티노와 브래드피트! 라는 조합은 정말이지 매혹적이지 않을 수가 없지만, 조연들도 정말 대단하다.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은 다 아는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이번에 칸에서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퍼 왈츠의 연기력에는 기립박스라도 쳐주고 싶다. 이 배우가 맡은 한스 란다는 새로운 캐릭터의 지평을 열었다.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이유는 어디에도 없던 캐릭터를 창조했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말했는데, 이제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생각되는 시대에 타란티노와 크리스토퍼 왈츠는 정말이지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심장을 톡톡톡 건드리며 몸의 곳곳에 숨어있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만 같다.  

브래드피트는 아주 딱 들어맞는 멋쟁이 역할을 맡았다. 여전히 매력적이고, 특히나 게임에서나 들어봤음직한 솔져 액센트는 귀에 짝짝 달라붙는다. 아름다운 복수의 화신 쇼사나의 웃음소리를 잊을 수 없을 것이고, 찌질한 나찌들, 얼굴이 너덜너덜해질때까지 총을 쏘는 Bear Jew, 무지 멋진 달리기를 선보여준 누구,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액센트가 특이하지만 3을 잘못 표시하던 누구, 틸 슈바이거.....♡, 누구, 누구, 누구하나 빼면 안될정도로 촘촘하게 잘 짜여진 영화다.  

이 모든 것이 내새끼마냥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은 뭐니뭐니해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타란티노의 연출력이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쌩뚱맞은 2개의 이야기가 각기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다. 클라이막스에 가서 만나긴 만나는데, 계속해서 독자적으로 펼쳐진다. 그렇다고 물과 기름처럼 따로노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양초를 만들 때 2개의 색깔을 넣어서 염색했을 때처럼 조화롭고 화려하지만 각기의 개성이 살아있는 것만 같다. 지적인 욕구에서부터 미적 욕구, 짐승의 욕구까지도 다 충족시켜준다. 요즘 너무 착하게 사는 것에 사로잡혀 있었던건지. 

올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신나고 재미있었던 영화였고, 2009년도 이제 2달도 안남았으니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가 기대에 부응해주지 않는 이상 아마도 2009년 나의 영화로 남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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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9-11-09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죽는 건 무섭지 않아요. 고통이 두려울 뿐^^ 유아적이죠 ㅎㅎ
(본편 리뷰는 안읽고 박스 안 예고편 리뷰만 읽었습니다^^; 영화 보고 읽을려구요.)

Forgettable. 2009-11-09 16:57   좋아요 0 | URL
그렇게 생각하는게 유아적인거군요 ^^; 저도 마찬가지로 죽음보단 고통이 무서워요 ㅎㅎ
리뷰는 타란티노 예찬이라 안읽으셔도 무방합니다 ^^

뷰리풀말미잘 2009-11-0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피트.. ㅠ_ㅠ

Forgettable. 2009-11-09 16:58   좋아요 0 | URL
완전 하트 뿅뿅!!!
근데 다른 멋있는 배우들도 엄청 많이 나와서 두각을 나타내진 않아요!

드팀전 2009-11-0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이영화 보고 왔어요.^^ 전 총점 상 그렇게 좋진 않았는데... '폭력은 어디에나'라는 타란티노의 태도가 희극화된 역사적 스크린을 통해-과거 타란티노의 영화들은 역사성이 없잖아요-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과거와 좀 다르더군요. 전체적으로 블랙코미디처럼 웃겼어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관 씬이었는데...실재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남는 폭력이 두 번 변주되는 지점이 인상적이더군요. 하나는 이미 간 두명 즉, 독일의 전쟁 영웅의 살육장면과 텅빈 스크린의 연기 속에 흐릿하게 영사되는 쇼사나의 영상. 폭력이란 것이 그 실체와 분절적일 수도 있어보이고,또 의지 자체가 하나의 폭력적 현상일 수도 있어보이고. 악역을 맡은 독일 장교 아저씨의 위악적 캐릭터가 괜찮더군요

Forgettable. 2009-11-09 17:19   좋아요 0 | URL
아,,+_+ 드팀전님, 이렇게 허접한 리뷰에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ㅎㅎ (영광입니다. 팬이에요!)

이 영화 오늘 보셨군요. 전 타란티노의 영화를 볼 때 딱 두개 기대합니다. 몰라서 지나쳐버리는 과거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와 유쾌함이요. 그래서 영화에 무자비하게 난무하는 폭력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평소에는 폭력적인 영상을 즐겨하지 않는데, 이 영화는 폭력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게끔 하는 능력이 놀라워서 이 부분에 점수를 후하게 준 것 같습니다. ㅎㅎ
실체가 사라지고 나서도 남는 폭력, 의지 자체가 폭력적 현상일 수도 있다는 점, 몇마디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됩니다. 또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지만 ^^;

한스 란다는 악역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였어요. 왠지 신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