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렵거나 잘난체로 들릴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쉽고, 담백하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르는속눈썹! 일본마스카라1위] 데자뷰 파이버윅 마스카라
일본(주)엘솔 프로덕트
평점 :
단종


길어져서 투명화장에하면 예쁘나, 볼륨감이 없어서 스모키에는비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1-14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5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발터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
발터 벤야민 지음, 김남시 옮김 / 그린비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후줄근하고 언제나 지쳐보이던 선생님이 있었다. 정교수도 아니고 부교수도 아니고, 시간강사의 이미지에 걸맞는 사람이라 항상 안쓰러워 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BMW를 끌고 다니고, 옷이 모두 명품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는 안도감이 든 건 왜였을까. 언제나 무기력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휴강도 밥먹듯이 했고, 나 역시 선생님의 목소리가 붕붕 허공에 뜬 것만 같은 수업시간에 졸기 일쑤였지만 선생님을 무척 좋아했고, 수업도 참 좋아했다. 

매 학기 선생님의 수업을 신청했고, 벤야민과 료따르, 아도르노, 라깡의 이름을 수도 없이 들어서 난 그들의 철학에 대해 하나도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해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세의 미학, 르네상스의 매너리즘, 해골과 썩은 사과, 시든 장미의 미학,대중문화의 복제에 대한 회의감 등 나의 미학적인 관점은 물론, 인생관도 선생님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다른 선생님들과는 달리 개인적으로 밥 한번 함께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이게 판타지의 완성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도서관에서 책등을 쓸며 부유하다가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를 발견했을 때, 스트레스에 절어 잔뜩 찌푸리고 있던 나는 갑자기 선생님이 떠올라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대충 보니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져왔는데, 문장 하나 하나가 웃기고, 슬프고, 설레이고, 너무 좋다.  

러시아 프롤레타리아에게서 긍정적 가능성을 발견하는 부분이 몇몇 엿보이고(이것은 대중문화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진다.) 아샤에 대한 애정, 러시아 말을 못해서 오는 고립감, 러시아의 대단한 추위, 미술관, 영화관, 연극에 대한 감상, 장난감 가게로의 매일같은 출근, 무기력감 등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고,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꼭꼭 씹고싶은 문장들이 많아서 페이퍼도 몇번 썼었는데, 그렇게 쓰다가는 책 한권을 서재에 다 옮겨놓을 것만 같아서 자제했다. 

벤야민의 일생은 왜인지 무력한 지식인의 표상으로 박혀 있는데, [모스크바 일기]는 내가 상상하던 벤야민의 모습과 일치하는 동시에 리뷰 서두에서 언급했던 선생님의 모습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우울하고 약간 히스테리적이어서 무척 귀여운데다가 지적인 자극을 콕콕 주는 이 사람들. 벤야민의 말대로 우리는 그림이나 책, 영화 등 영감을 주는 대상에 감정이입하는 것이 아니다. 벤야민의 담백하고 솔직한 문장들이 눈을 통해 들어와서 가장 알맞는 기억의 문을 찾아 '똑똑' 두들긴다. 대부분 다 읽고 반납했지만 소장할 예정이다.

+ 옮긴이의 말 중 로쟈님의 닉이 언급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 러시아에 대한 자문을 해주셨다고 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9-12-08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8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하 2009-12-09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당 번역자도 알라딘서재에 둥지(역자명으로 검색하면 나와요. 이미 알고 계시려나?^^;)를 틀고 계실 거에요. 이전에는 페이퍼를 가끔 올리셨는데 지금은 모르겠네요.

무력한 지식인의 매력이라 흠... 많이 삶에 대해 알수록 철저히 알수록 지식인이 되기도 하고 현실의 거대한 모습에 무력해지기도 하는 걸까요.

Forgettable. 2009-12-10 11:1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찾아봤더니 검은 바탕에 흰글씨라 읽기가 힘들;;
이시대는 행동하는 지식인이 필요한 시대이긴 하죠 ㅎㅎ

새벽 2009-12-1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우울한 사람이었을 것 같아요. 현실에 너무 짓눌려 버린 사람.
그래도 그 속에서도 참 값진 사유를 많이 해냈으니 대단한 사람이죠..

Forgettable. 2009-12-14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에게 벤야민 선집중 한권을 선물받아서 얼른 읽어보려구요. ^^

파고세운닥나무 2010-04-08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래 선집 1권 [일방통행로]를 읽고 기대보다 못해 실망 가운데 있었는데요...... 아포리즘은 잘 다가오지 않더라구요. 문학론과 비평이 좀 더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벤야민에 대한 전기를 먼저 접하니 기대감만 잔뜩 생기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의 인생이 드라마틱 하잖아요? 리뷰를 보니 [모스크바 일기]가 또 기대되는데요^^

Forgettable. 2010-04-08 18:0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님 서재에서 벤야민에 대한 실망을 엿보았어요. ㅎㅎㅎ
저는 선집중 2권,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아주아주아주 천천히 읽고 있는 중인데요 ㅎㅎ
어렵습니다..
전 어려운 책을 손에서 놓은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요. 학생 때 그나마 있던 인내심이 아예 바닥난듯..
어쩌면 읽지도 않아놓고 읽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고요;

[모스크바 일기]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파고세운닥나무님한테는 어떨지 잘 모르겠네요. [일방통행로]와 많이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요^^;
 
두 도시 이야기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6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정관념이란 것은 참으로 폭력적인 것이다. 나치는 무조건 나쁘고, 유태인은 불쌍하다. 조중동의 기사는 헛소리다. 과도한 신자는 나랑 안맞는다. 식민지 시절 때문이다. 유럽의 문화는 빈민층, 흑인노예의 비참한 희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등등의 수많은 고집스러운 편견으로 나는 견고하게 굳어져있고, 때론 이 단단함때문에 상처를 입는 희생자도 있었다. 

이 중에서 유럽의 문화는 빈민층, 흑인노예의 비참한 희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라는 고정관념이 [두 도시 이야기]의 독서에 영향을 끼쳤다. 나는 디킨스가 다분히 낭만적인 시선으로 프랑스 혁명을 봤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포도주통이 깨져서 온 거리에 새빨간 포도주가 흐르니, 온갖 사람들이 달겨들어 포도주가 흐르는 바닥을 핥아먹는 장면이나 눈 앞에서 높으신 귀족나으리의 마차에 치어 소중한 자식이 죽는 장면을 봐야했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그렇게 감상적으로 들렸다. 이것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레미제라블]의 배경과 흡사하였지만 조금 더 '보여주기'의 느낌이 강했다. 이를테면, '차알스- 당신도 어쩔 수 없는 부르주아야.' 라고 비아냥거리고 싶은 마음이 울컥울컥 거렸달까. 

물론 내가 읽은 것은 완역판이 아니므로 섣불리 판단을 할 수는 없다. 디킨스의 또 다른 작품 [어려운 시절]을 읽으면서는 빈정거릴 수 없었으니까. 게다가 이 책은 나의 고정관념의 축에 치명타를 날렸다. 바로 착한 귀족이 있었다는 것이다. 온갖 명성과 부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가문을 버리고 영국으로 망명한 찰스, 숭고한 사랑의 희생자 변호사 시드니, 은행가, 의사인 마르벵과 그의 딸 등,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모두가 빈민과는 거리가 멀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프랑스 혁명의 피해자들이었다.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나는 혁명의 피해자는 주동자들 자신이면 자신이었지, 멍청한 귀족들은 당해도 싸다고 생각했고, 츠바이크의 [베르사유의 장미]를 읽으면서도 국왕과 왕비의 어리석음에 통탄하며 안타까워했을 뿐 추호도 빈민층을 비난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디킨스는 반대로 생각해보자며 슬금슬금 고정관념에 톱질을 한다. 나는 흔들리지만 그래도 귀족이 피해자일 수는 없다며 버텨봤다. 그런데 책을 덮은지 2주가 지나도 자꾸 생각이 난다. 신파조의 러브스토리가 떠오르는게 아니라, 귀족층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디킨스의 낭만적인 면모를 떨칠 수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에서 본 [바스터즈]의 리뷰에 내가 남긴 댓글에 그 블로거가 글을 남겨두었다. 식민지기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다각도로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 그렇다. 미사리가 내게 책을 많이 읽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싫어할 수 없단 말을 했을 때부터 나는 반성을 했어야 했다. 모두에게 그들 각자의 입장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프랑스 혁명 당시의 귀족들의 죽음은 처벌의 개념뿐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개념도 있었을 것이었다. 나는 오만하고 멍청해서 나쁜 독자였다.


댓글(11)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특별한 봄을 즐기는 방법! 예술의 전당 '청소년음악회'에 초대합니다!
    from 한화데이즈 2010-05-27 17:33 
    안녕하세요 한화그룹 홍보팀 사회봉사단 김현 입니다. 이름만 듣고, 청소년들만 가는 음악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No! 그렇지 않습니다. 청소년음악회는 청소년 뿐 아니라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해설이 있는 음악회랍니다. '나는 클래식 음악을 잘 몰라', '클래식만 들으면 졸려..', '클래식 음악은 너무 어려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바로 그 분들, 그래요.. 바로 당신을 위한 음악회에요. 예술의전당에서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는 청..
 
 
불륜의메카 2009-11-1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름이란 무엇일까?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리뷰 좋네요.

Forgettable. 2009-11-16 14:48   좋아요 0 | URL
혹시 김미사리인가요? ㅎㅎ
멋진 댓글 감사합니다. ^^ 산만한 리뷰가 댓글 덕분에 빛나네요.

2009-11-16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6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09-11-17 09:1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누가 오프라인으로 신비주의 하래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1-1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이해할 수 있으나, 저는 용서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인 마음이 손톱만한 인간이라 ㅎ

Forgettable. 2009-11-16 14:51   좋아요 0 | URL
이해하려는 시도가 성공해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휘모리님은 저보다 배포가 크십니다. ㅎㅎ
자꾸 이런저런 자극을 받아야 하지 싶어요.

머큐리 2009-11-16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어려운 이야기에요... 문제는 귀족이나 부르조아에서 혁명가가 많이 등장한다는 역사적 사실이죠
사실 빈민들은 스스로 일어나기에도 너무 제한적이에요.... 그러니 착한(?)귀족이나 부르조아가 필요하죠
그래도 그 착한(?) 사람들은 너무나 소수이죠. 대다수는 그렇지 못한 것도 어쩔 수 없는것 같아요
그리고 그건 여전히 마찬가지 같아요... 이해하긴 해도 용납하기 어려운 그런거죠..

Forgettable. 2009-11-17 09:16   좋아요 0 | URL
똑같은 일이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비일비재한다는 게 참 답답해요.
어째 200년 전 글을 읽으며 내가 공감을 해야 하는지, 고전의 힘이라고만 보기에는 산재한 사회적 모순이 걸리적거리고 있죠. ㅎㅎ

[두 도시 이야기]는 귀족들은 해피엔딩, 빈민층은 비참엔딩(언제나 그랬듯)으로 끝맺는답니다.

2009-11-16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7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 Inglourious Basterd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를 보기 전 잠시 [2012]의 대단한 예고편을 넋놓고 감상하다가- 
Forgettable: 야, 저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살아서 뭐해; 
H: 으으, 난 살고 싶어. 아플 것 같아. =ㅁ=

 
 

H는 무척 귀엽다.

 

- 유쾌한 살인
너무 귀여워서 대폭소하게된 친구의 말은 굳이 아직 개봉도 안한 [2012]까지 가지 않더라도 [바스터즈]를 보며 바로 공감하게 된다. 정말이지 아플 것 같은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잔인한 영화일게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그 잔인함이 유쾌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개월 전 [적벽대전2]과 [트랜스포머2] 같은 영화들을 보며 '사람 목숨이 우습냐'며 엄청 불쾌해하던 내가 사람 죽이는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릴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런데 정말 웃기고 유쾌하다. 죽을 각오로 나찌의 머릿가죽을 벗겨내는 장면(어떻게 벗기나 궁금했는데, 헉!), 얼굴에 칼 난도질.. 사타구니에 총 난사..... 야구배트로 머리통을 날리기, 대학살, 헉 소리나게 무섭지만 보는게 괴롭지 않다.  

- 화려한 기교
그 이유는 틀에 박히지 않은 촬영기법과 음악선곡에 있었다고 본다. 칼싸움에 포비아가 있는 내가 [킬빌] 원투를 연달아 보며 신나했던 전적으로 보아 난 타란티노의 영화와 코드가 맞는 것 같다. 슬로우하게 총이 난사되는 장면이 조용한 클래식과 함께 흘러가고, 로맨틱한 음악을 배경으로 피를 흩뿌리며 죽는 빨간 드레스의 여주인공, 이런 장면과 음악이 뇌리에 선명이 박혀있다. 물론 마지막 장면을 빼놓을 수는 없지만 여기서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예전에 흥미롭게 봤던 [에릭 니체의 젊은 시절]에서도 등장했던 기법인데, 컷을 잠시 멈추고 코믹한 나레이션이 나오는 것도 재미있었고, 광각렌즈의 왜곡된 시각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2인자이자 문화장관인 괴벨스와 그의 통역사와의 섹스신을 찍는 카메라의 시선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는다. 눈이 즐겁고 귀가 즐거운데 도덕관이나 역사가 대수일까, 마냥 신나게 때려부시고 죽이자! 

- 탄탄한 연기
타란티노와 브래드피트! 라는 조합은 정말이지 매혹적이지 않을 수가 없지만, 조연들도 정말 대단하다.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은 다 아는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이번에 칸에서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퍼 왈츠의 연기력에는 기립박스라도 쳐주고 싶다. 이 배우가 맡은 한스 란다는 새로운 캐릭터의 지평을 열었다.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이유는 어디에도 없던 캐릭터를 창조했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말했는데, 이제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생각되는 시대에 타란티노와 크리스토퍼 왈츠는 정말이지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심장을 톡톡톡 건드리며 몸의 곳곳에 숨어있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만 같다.  

브래드피트는 아주 딱 들어맞는 멋쟁이 역할을 맡았다. 여전히 매력적이고, 특히나 게임에서나 들어봤음직한 솔져 액센트는 귀에 짝짝 달라붙는다. 아름다운 복수의 화신 쇼사나의 웃음소리를 잊을 수 없을 것이고, 찌질한 나찌들, 얼굴이 너덜너덜해질때까지 총을 쏘는 Bear Jew, 무지 멋진 달리기를 선보여준 누구,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액센트가 특이하지만 3을 잘못 표시하던 누구, 틸 슈바이거.....♡, 누구, 누구, 누구하나 빼면 안될정도로 촘촘하게 잘 짜여진 영화다.  

이 모든 것이 내새끼마냥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은 뭐니뭐니해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타란티노의 연출력이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쌩뚱맞은 2개의 이야기가 각기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다. 클라이막스에 가서 만나긴 만나는데, 계속해서 독자적으로 펼쳐진다. 그렇다고 물과 기름처럼 따로노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양초를 만들 때 2개의 색깔을 넣어서 염색했을 때처럼 조화롭고 화려하지만 각기의 개성이 살아있는 것만 같다. 지적인 욕구에서부터 미적 욕구, 짐승의 욕구까지도 다 충족시켜준다. 요즘 너무 착하게 사는 것에 사로잡혀 있었던건지. 

올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신나고 재미있었던 영화였고, 2009년도 이제 2달도 안남았으니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가 기대에 부응해주지 않는 이상 아마도 2009년 나의 영화로 남지 않을까 싶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azydevil 2009-11-09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죽는 건 무섭지 않아요. 고통이 두려울 뿐^^ 유아적이죠 ㅎㅎ
(본편 리뷰는 안읽고 박스 안 예고편 리뷰만 읽었습니다^^; 영화 보고 읽을려구요.)

Forgettable. 2009-11-09 16:57   좋아요 0 | URL
그렇게 생각하는게 유아적인거군요 ^^; 저도 마찬가지로 죽음보단 고통이 무서워요 ㅎㅎ
리뷰는 타란티노 예찬이라 안읽으셔도 무방합니다 ^^

뷰리풀말미잘 2009-11-0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피트.. ㅠ_ㅠ

Forgettable. 2009-11-09 16:58   좋아요 0 | URL
완전 하트 뿅뿅!!!
근데 다른 멋있는 배우들도 엄청 많이 나와서 두각을 나타내진 않아요!

드팀전 2009-11-0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이영화 보고 왔어요.^^ 전 총점 상 그렇게 좋진 않았는데... '폭력은 어디에나'라는 타란티노의 태도가 희극화된 역사적 스크린을 통해-과거 타란티노의 영화들은 역사성이 없잖아요-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과거와 좀 다르더군요. 전체적으로 블랙코미디처럼 웃겼어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관 씬이었는데...실재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남는 폭력이 두 번 변주되는 지점이 인상적이더군요. 하나는 이미 간 두명 즉, 독일의 전쟁 영웅의 살육장면과 텅빈 스크린의 연기 속에 흐릿하게 영사되는 쇼사나의 영상. 폭력이란 것이 그 실체와 분절적일 수도 있어보이고,또 의지 자체가 하나의 폭력적 현상일 수도 있어보이고. 악역을 맡은 독일 장교 아저씨의 위악적 캐릭터가 괜찮더군요

Forgettable. 2009-11-09 17:19   좋아요 0 | URL
아,,+_+ 드팀전님, 이렇게 허접한 리뷰에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ㅎㅎ (영광입니다. 팬이에요!)

이 영화 오늘 보셨군요. 전 타란티노의 영화를 볼 때 딱 두개 기대합니다. 몰라서 지나쳐버리는 과거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와 유쾌함이요. 그래서 영화에 무자비하게 난무하는 폭력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평소에는 폭력적인 영상을 즐겨하지 않는데, 이 영화는 폭력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게끔 하는 능력이 놀라워서 이 부분에 점수를 후하게 준 것 같습니다. ㅎㅎ
실체가 사라지고 나서도 남는 폭력, 의지 자체가 폭력적 현상일 수도 있다는 점, 몇마디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됩니다. 또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지만 ^^;

한스 란다는 악역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였어요. 왠지 신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