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축일장 캐드펠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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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을 읽을 때 가장 김빠지는 일 중에 하나가 왠지 이 사람이 범인일 것 같다고 맨 첫 장에서 눈치를 채버렸을 때이다. [성 베드로 축일장] 에서도 첫 챕터에서 캐릭터 묘사만 보고서 범인을 눈치챈 것 같아서 김샐 뻔 했는데 작품 끝까지 우물쭈물 결론을 못낼 정도로 교묘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며 책을 덮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읽은 캐드펠 시리즈 4권 중 가장 지리한 느낌이다. 계속해서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의 세력 싸움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성 베드로 축일장이라는 연중 최대의 3일장이 열려 중세시대의 경제 개념도 엿볼 수 있다. 이 시장에 신흥 부르주아들(상인)이 모여 정치적인 밀담과 서신도 나누을 나누기도 하고, 집에 갇혀 지내던 여인네들이 외출하기도 하고, 소상인들이 한몫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 기회의 시장에 출입하기 위해 소정의 수수료를 '시'가 아닌 '수도원'에 내는데, 놀라웠다. 재미있기도 했고.  

이 혼란스럽고 시끌벅적한 배경으로 살인이 일어난다. 시체가 되어버린 이 과거인간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소설 스토리를 봐서도 가장 중심에 있지만 죽은 자는 언제나 말이 없기에 중심 역할은 젊은 조카딸이 맡는다. 젊고 아름다운 상속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계급이 낮은 상인의 질녀이기에 자신을 좋아하는 젊고 잘생긴 영주에게 약간의 열등감을 갖고 있고, 이 영주를 유혹하는 큰 어떤 비밀도 갖고 있다.  
중세랑 지금 우리 시대를 비교하는 건 언제 해봐도 참 재미있다. 재벌이 갖고 있는 신분에 대한 열등감이라니 어디 상상이나 해봤던가.

캐드펠시리즈에는 항상 젊은 남녀의 사랑과 살인사건이 두개의 굵은 라인으로 자리잡고 있고 중세의 암투, 계급, 신앙, 약초학, 경제개념, 봉건제도, 장원제도 등 수많은 역사가 잔가지로 드리워져 있다. 사건이 어떻게 풀리게 될지 따라가는 것도 숨쉴 틈도 없이 재미있지만 요 배경 구경하는 것고 참 쏠쏠한 재미다. 

[성 베드로 축일장]은 약간 쉬어가는 텀인 듯하다. 3권까지 정신 없이 쏟아지던 캐드펠 시리즈의 매력이 대충 파악되면서 이 책을 읽으며 엘리스 피터슨이라는 작가의 스타일에 점점 적응한다. 그래서 약간 지루하게 느껴졌을지 모르나 이제는 편안한 매력이 또 새롭게 다가온다. 캐드펠의 사랑하는 친구이자 후원자인 휴 버링가 역시 이 책에사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끝까지 가볼지는 앞으로 조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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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7-10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이건 별이 4개군요.. 그렇지 않아도 주말에 '성녀의 유골'을 읽을 참인데...ㅎㅎ

Forgettable. 2009-07-1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제가 너무 편애해놔서.. 너무 기대하지 말고 읽으시길 ㅋㅋ 머큐리님도 캐드펠 시리즈의 세계로~~
근데 다른 리뷰 읽어보니깐 뭐 엄청난 미스터리나 반전 이런거 예상하신 분들은 실망도 많이 했대요^^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환상문학전집 23
크리스타 볼프 지음, 김재영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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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뭐 쿨한 척, 괜찮은 척 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알러지를 가지고 있다.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고, 걱정이 되면 걱정을 하고, 짜증이 나면 짜증을 내고, 힘들면 괴로워하는 모습 쯤 남들에게 보여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제멋대로인 신들이 우스우면서도 그리스신화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이런 제멋대로 이기주의 신들을 숭배했던 그리스 문화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기도 했다.   

'메데이아'라는 이름 역시 그렇다.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어떻게 해석해두었을까 궁금했다. 

하xx님의 서재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너무 궁금해져서 사놓고는 첫페이지를 읽고 너무 어려워서 밀쳐뒀다가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다. 전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1인칭 시점으로 제각각의 이야기를 하고, 메데이아, 이아손, 글라우케 공주 등등 메데이아 주변 인물들의 시점에서 메데이아의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들려준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이야기를 해줌에도 불구하고, 그 목소리가 사건의 진행에 따라 점차적으로 격앙되는 느낌이라서 중반 이후로는 읽기가 조금 힘이 든다.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군중심리와 그에 반응하지 않고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메데이아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마음이 불편해진다. 조금만 굽혔으면 그리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라며 안타까워하는 이리저리 부유하듯 살아가는 내 모습과 너무 달라서 불편했다. 

처음의 '-척'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누구나 여린 마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있는 나는 메데이아의 강인한 모습이 강한 척 하는 여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가의 손 끝에서 새로 태어난 메데이아의 캐릭터가 고전의 그것에 비해 덜 매력적인 것 같았다.
(이것은 순전히 책소개를 읽고 무의식중에 얻은 고정관념의 산물, 스포는 없을 수록 좋다.)   
그런데 책을 읽어갈 수록 그냥 원래부터 강한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메데이아가 동생과 연적과 아들들을 죽였든 그것이 사실이 아니든 나는 상관 없다고 본다.
작가는 그 신화를 미화(?)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서 그 스토리라인이 약간 억지스럽게 보일 정도였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더라도 재창조된 '메데이아'라는 캐릭터는
원전의 스토리도 그녀에게 무언가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다. 
오히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면 더 극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사람의 이야기에 이유를 붙이는 것은 후대 사람들의 몫이 아니기도 하고 맞기도 하다. 
그녀의 불가사의한 행동에 온갖 이유를 붙여서 신화로 만들어내 그의 목적에 합당하게 사용한 사람과, 
그녀를 오롯이 살려내어 왜 그랬었는지 후대사람에게 상상하게끔 기회를 불어 넣어준 사람 중 누구에게 고마워 할 지는 개인의 선택.

그녀는 시대의 희생양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을 희생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희생양이라는 별칭은 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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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7 1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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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7 1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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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7 17: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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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7-1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해놓고 제목만 쳐다보고 있는 책 중 하나에요....ㅠㅠ

Forgettable. 2009-07-12 16:57   좋아요 0 | URL
저도 한참만에야 읽었어요. ㅎㅎ 괜찮았어요.
성녀의 유골- 은 읽으셨는지? 이번 주말에는 왠지 지루해보이는 책만 눈에 보여서 이것저것 들었다놨다 하다가 아무것도 안읽었네요 ㅋㅋ
 
99번째 주검 캐드펠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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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시리즈를 읽다보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머릿 속에서 다들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기분이다. 그러나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다 씹어버리고 다음 장을 넘겨주는 것은 바로 다음 장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은근한 반전이 참 의외여서 재미있기도 하거니와 잊을만 하면 툭툭 튀어나오는 삶과 인간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참으로 성인의 경지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 장을 덮어버리고 나면 왁자지껄하던 내 자아들은 모두 할 말이 싹 사라져버려 침묵만이 남았달까.

주말에 99번째 주검을 읽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러나 무슨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어느덧 목요일이다.
스포일러는 가급적이 아니라 완전히 배제하겠다. 성실한 독자는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기 전이라면 조금이라도 맛보지 않고 만나보아야 한다.  

일단 캐드펠 시리즈는 내가 갖고 있는 중세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뜨려버린다. 뭐랄까, 신앙마저 없었다면 그 피비린내나는 고통의 삶 속에서 민중이 어찌 버텼을까 싶다. 종교가 권력에 빌붙었던 것이 아니라 종교가 불쌍한 민중의 필사적 몸부림이었던 것 같다. 작가는 추리 소설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담담하게 핍박당하는 민중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얼핏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당시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을 테다, 정말로) 약간만 집중하면 그 시대를 애증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모습이 엿보인다. 

bullshit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한숨을 내쉴 때마다, 잠깐 눈을 감을 때마다, 느꼈던, 그리고 알게 되었던 감정과 사실들을 생각하면 이런 리뷰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그냥 읽고, 알고, 느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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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5 2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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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5 2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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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6-26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 이 책이 별 다섯개짜리군요...ㅎㅎ

Forgettable. 2009-06-26 22:47   좋아요 0 | URL
아 왠지 의외라는 말투가 느껴지는 이유는.. 머큐리님은 별로셨나봐요 ㅠㅠ
전 딱 제스타일이더라구요 ㅋㅋ

한권 한권 읽을수록 다음권을 읽고싶어져요- 이 시리즈가 총 20권인데 1권 [성녀의 유골]을 읽자마자 소장원츄목록에 당당히 포함되었어요 ㅋㅋ

머큐리 2009-06-27 11:10   좋아요 0 | URL
읽어보지 않았으니 뭐라고 평하진 못하구요...ㅎㅎ 사실 한 번 읽어 보려고 했는데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라서요...별 다섯개를 보니 기회다 되면 읽어봐야 겠다는...ㅎㅎ

Forgettable. 2009-06-28 18:16   좋아요 0 | URL
뭐랄까, 중세시대의 권력다툼과 학살을 배경으로 하지만 따뜻한 인간애로 해피엔딩- 이랄까요 ㅎㅎ
한번 읽어보심이^^

그리고 저 별점을 일단 주게 된다면 별점에 굉장히 후합니다 ㅋㅋㅋ
이유인즉슨 별2개정도 되는 글이라면 읽다 그냥 놔버리거나 아예 시작도 안하기 때문에 별점 줄 일도 없지요 ㅋㅋ

2009-06-28 2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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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9 1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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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29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리얼하게 그 시대 상황을 다룬 모양이네요..
오호 급관심!!

Forgettable. 2009-06-29 23:46   좋아요 0 | URL
음, 리얼하긴 리얼한데 상상 외로 굉장히 리얼해요. 그러니까 우리가 중세라고 상상했던 부분은 아주 조금만 보여주고, 그 외의 부분을 너무 재미있게 잘 보여주니깐 매력적일수밖에요 ㅜㅜ 아 이 댓글을 쓰다보니 왠지 밤새 다음권을 읽고 싶지만;; 참아야.....
 
바람 구두를 신다 - 365일 아라비안 데이즈 Arabian Days
한가옥 지음, 한연주 그림 / 이른아침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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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비야씨의 세계여행기, 레포트 쓰려고 읽었던 캠핑카유럽여행기, 버스타고 여행하는 어느 가족이야기 이렇게 세개의 여행기를 읽었었다. 여행기를 읽으면 나도 너무 떠나고 싶게 만들거나, 특히 내가 가본 곳의 여행기는 내 추억을 망치거나, 앞으로 가볼 곳의 스포일러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언제부터인가 여행기 읽는 것을 약간 꺼리게 되었는데, 몇 년전에 읽었던 버스타고 여행하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불평만 가득해서 책을 읽는 나까지 피곤하게 만들길래 이 때부터 여행기는 잘 안 읽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여행기와 비교해봤을 때 이 책이 더 뛰어나다거나, 유별난 매력이 있다거나 하는 것은 얘기할 수가 없겠다. 여행기 자체를 잘 읽지 않으니까.

정말 순전히 우연하게 작가의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어서 약간의 온라인 친분을 쌓다가 마침, 책을 내셨다고 하여 사서 읽게 되었는데 (MBTI 결과에도 나왔듯이 선생님이 좋으면 싫어하는 과목도 좋아하게 되는 성격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블로그에서도 엿보였던 작가의 밝은 성정이 독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져서 읽는 내내 상쾌한 바람이 귓전을 맴도는 듯 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내 생각을 그대로 글로 적어둔 듯한 남의 글을 볼 때 나는 쾌감을 느끼며 작가에게 무한한 사랑을 준다. 작은 책이고, 사진이 많기도 하고, 블로그에서 본 글도 몇 있어서 내용적인 측면을 많이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경험과 생각을 짧고 자유롭게 적어둔 것이 많이 인상적이었다. 내 생각이 그대로 출판된 것만 같은 부분도 많았고, 내가 얕게 생각하고 말아버렸던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깊이 통찰한 결과를 적어둔 부분도 많았다. 

혼란스러운 중동지역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정치사회적인 소소하지만 깊은 생각들, 인간에 대한 환멸과 존중을 솔직하게 털어 놓은 부분들, 긴 여행을 하며 점차 쌓이는 경험에서 오는 통찰력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여행이 일탈이나 도피가 아닌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내 미래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지금의 내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이 외에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야기, 유럽에 대한 작가의 생각, 코믹한 굴욕 에피소드 등 때론 심각하게, 때론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요즘 중동으로 가는 여행객이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하고, 제일 친한 친구도 지금 중동으로 여행을 가있어서 나도 이제서야 이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우리나라는 어째 유행이 너무 중요해서 여행도 유행따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소한 지방의 자유로운 여행기를 보여주며 틀에 박힌 일상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넣어 준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알다시피 틀에 박힌 일상에 틀에 박힌 여행기는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만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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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9-06-2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기를 읽으면 어디론가 떠나라고 자꾸 등을 떠밀리곤 합니다.

2009-06-22 14: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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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 2009-06-2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썽님..ㅠㅠ 멋진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너무 좋게 써주신거 아녜요?^^;; 말 그대로 발랄하고 객관적인 리뷰입니다. 십점만점에 십점!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트랙백도 부탁드릴께요^^

그리고 장기 해외 프로젝트라니+_+ 제가 더 두근댑니다. 좋은 계획 세우고 계신지?+_+ 우왕~ㅎㅎㅎㅎ

Forgettable. 2009-06-22 15:29   좋아요 0 | URL
ㅋㅋ 너무 좋게 칭찬만 하면 서로 민망하니까 나름 자제한건데도 그렇게 보이는군요, ㅎㅎ

근데 동생분 그림 진짜 잘 그리시는듯-_-; 그냥 문득문득 그림 생각이 나서 혼자 킬킬대고 그래요 ㅋㅋ
장기해외푸로젝트가 엄청 말이 거창한데^^ 흐지부지 될지도 모르는 계획이라서요- 요즘 계속 머리아프게 고민중입니다. ㅎㅎ 계획은 다 세워져 있지만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현하는지가 문제겠죠^^

2009-06-22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3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래그 미 투 헬 - Drag Me to Hell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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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음산한 분위기의 도입부는, 분명 코믹요소 때문에 무섭지 않을 것이라는 친구의 말을 들었음에도 나를 긴장케 만들었다. 약간 몸을 움추리고는 가방을 꼭 껴안고 얼핏 칙칙해보이는 영화 속으로 빠져들어가며 잔뜩 무서울 준비를 하는데 순간 피식 웃음이 난다. 도대체 어떤 종류의 악령이 인간의 싸대기를 마구 날리는거야? 아, 이 영화 좀 괜찮다!  

영웅시리즈 영화에 알러지를 갖고 있는 나는 딱 하나 즐겁게 본 시리즈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스파이더맨] 시리즈 였다. [아이언맨]이나 [배트맨] 처럼 돈으로 쳐 발라서 화려하게 화면을 치장해주는 것도 아니고, [히어로즈]의 주인공들처럼 초능력을 팍팍 쏴주는 것도 아닌 스파이더맨은 셀카를 찍어서 신문사에다 팔아 돈을 벌고 무기도 고무옷 하나다. 고무옷이 힘을 조금 주기는 하지만 악당에 비해서는 너무 약해서 시종일관 안쓰럽기만 하고 심지어 악당을 이길 수 있을지도 초조한데, 이게 스파이더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 시리즈의 감독인 샘 레이미가 [드래그미투헬]의 감독을 맡았단다. 여전히 인간적인 냄새를 폴폴 풍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주인공이 '나 대신 지옥불에 불탈 사람은 누구인가' 를 다크써클이 가득한 눈을 치켜뜨고 밤새 고민하는 장면이었는데, 도대체 누가 영원히 지옥에서 썪을만한 영혼을 가졌는지의 물음을 나 자신에게로 돌려서 해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평소 인간의 악한 점을 더 자주 보고 가끔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혐오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의 답은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화살표를 던지면 금새 그 당사자가 안쓰러워지는 것이다. 아, 벌레만도 못한 인간은 있을지언정 벌레만도 못한 영혼은 없을지리니.


깜짝깜짝 놀래거나 엽기적이고 구역질나는 장면들이야 공포영화니깐 그렇다 치자. 라고 말하기에는 정말 무섭고 토할 것만 같은 장면들이 한 가득이었다. 

분위기를 잔뜩 조성해놓고 너 이제 놀랄 시간이야.. 라고 놀리듯 말해줘서 잔뜩 놀랠 준비를 해놔도 진짜로 흐읍! 하고 놀라버린다. 그만큼 기상천외하게 관객을 놀라고 무섭게 하지만(사실 이건 관객이 겁 없으면 안놀라겠지, 지극히 개인적이다.) 금방 또 황당한 상황을 만들어내서 픽 웃어버리게 만든다. 이건 정말 감독의 역량이 대단하다고밖엔 말 못한다. 게다가 벌레는 정말이지 구역질나서 물 한 모금을 삼켜야 했다. 영화 시작하기 전에 라님께 무서워서 목이 바짝바짝 마를지도 모르니 마시라고 장난치듯 말해놓고는 내가 다 마셔버렸다.

서양 공포 영화에서 이렇게 오싹해본 것은 [스켈리톤키]이후로 처음이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미신과 주술, 악령, 귀신 같은 것에 공포심을 느껴서인 듯 하다. 할리우드는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여대는 블러드 호러물에 스스로도 질렸는지 자꾸 일본이나 한국의 공포영화를 가져다가 만들어대더니 안되니까 돌파구를 마련한 듯 하다. 꽤나 괜찮은 돌파구라 생각한다. 동양적인 공포샘을 자극하기도 하고, 서양적인 주술을 끌어다 쓰니 생경한 공포도 아닌데다가, 엽기와 호러도 부분적으로 잘 배치해 두었으니 꽤나 흥행에 성공하지 않았을까 싶다.


제목부터 약간 오싹한데 표지 한 번 정말 잘 뽑았다.      

  

흑, 지옥에서 불타오르는 저 불길에 휩싸인 여인네를 보아라, 도대체 어떤 사정이 있길래 이렇게 예쁜 여자가 지옥불에 휩싸이게 되었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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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 드래그 미 투 헬, 나도 지옥으로 데려가줘
    from Level18 2009-06-16 07:01 
    추잡스럽고 찝찝하게 터지는 유머와 공포장치로 무장한 영화들이 있다. 예컨대 이블데드 같은 영화들 말이다. 출세작 이블데드 시리즈 이후 뜬금없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올인한 샘레이미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그런 샘레이미가 '드래그 미 투 헬'로 돌아왔다. 싸구려 티나는 연출과 조잡한 장치들을 이용해 호러의 본질에 충실하게 말이다. Drag Me to Hell 디 아더스나 장화홍련류로 대표되는, 비교적 최신 호러작품들은 지나치게 세련미를 과시한 경향이 있었..
 
 
Forgettable. 2009-06-1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고 나오면서 누군가 고작 그런 일 때문에 영혼을 지옥불에 던져놓냐고 그러시며 웃었는데.. 이제 난 할머니가 이해가 간다.

jh 2009-06-20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꺅 이영화보고싶어.............슈내에 미쳐있으므로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09-06-21 10:53   좋아요 0 | URL
슈내가 뭘까 검색해봤다는-_-;;
재밌냐?ㅋㅋㅋ 나도 함 봐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