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또 책을 샀고. 2017년 마지막 책 구매얏! 하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구매를 했습니다 그려. 지난 상반기에 책을 대량 방출하고 책장도 며칠에 걸쳐 깨끗하게 정리했는데, 지금 모습은... 몇 개월 만에, 다시 제자리로. 연말이 되기 전에 다시 대량 방출을 목표로 삼고 있고, 따라서 당분간은 정말 책을 사지 말아야겠어 라고 다짐 또 다짐중이다. 이눔의 작심삼일은, 책을 구매하는 때에도 어김없이 적용되니. 올해는 여기저기 지출도 많았던 터라, 책값을 아껴... 서는 안되지. 다른 걸 아끼자. 헤매이는 이 마음. 인간의 마음은 갈대. 아니 비연의 마음은 아주 바람에 이리저리 휘몰아치는 갈대. 이리.. 저리...
이번에 산 책들은, 사실 몇 권 되지도 않는다. 고작 8권. 지금 보관함에 200권이 넘게 있는데 그 중 8권이다. 소소하지 않은가?
우선은, 스릴러 시리즈. 헨닝 만켈 시리즈는, 사실 딱히 마음에 와 붙는 건 아닌데 계속 읽게 된다. 뭐 아주 아니다 싶지 않으면 시리즈물은 꾸준히 보는 편이라 이번에도 한 권 구입. 베를린 누아르 시리즈는, 지난번에 북스피어X로 나왔던 책인데, 이 책만 안 샀던 것 같다. 누아르 어쩌고 하는 거에 흥미가 별로 없어서 안 사고 있다가 마포김사장(북스피어 김홍민사장)의 메일을 꾸준히 받아보면서 이 책 자랑을 해서 구입하기로 결정. 믿어보지 뭐.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대충 첫 몇 장 넘겨보니 언제인가 일드로 본 기억이 난다.......... 아 그것도 모르고 산 거다. 일드는 분위기도 음침한 게 그다지 재미가 없었던 거 같은데 (기타가와 게이코가 의사라니, 어울리지도 않고요. 표정 자체가 넘 음산합니다...) 책은 어떨려나.
이런 걸 과학서적이라고 해야 하나. <스몰 데이터>. 제목이 맘에 든다. 반역적인 제목이다. 요즘은 무조건 빅데이터 운운해야 팔리고 먹히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 라는 이야기. 아주 좋다, 이런 책. 아주 빅데이터 얘기 나올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나로서는, 있는 데이터를 잘 분석하는 게 무지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런 선례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좋다.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 많아> 이 책은 계속 보고 싶었던 책이다. 그러다가 페북에서 팔로업하고 있는 진회숙 선생이 아주 재밌다고 글을 올린 걸 보고, 아 내가 이거 아직 안 샀었지 라는 느낌 아닌 느낌을 받고 뒤져본 바 진짜 아직 안 샀기에 주저없이 구매. 책읽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책을 사라고 부추기는 게...허허허.
<보이지 않는 고통>. 이 책은 이벤트라도 해서 널리 읽히게 하고 싶은 종류의 책이다. 부제가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어느 과학자의 분투기" 이다. 생물학 교수인 저자의 회고록으로 알라딘 책소개에서는 이렇게 얘기한다. "저자는 노동자들과 공감하지 못하는 과학의 폐해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조목조목 지적한다. 동시에 노동자들과 공감하는 과학자들의 활동을 통해, 고용주나 일반 시민들이 노동자에게 느끼는 거리감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 책은 보건학 전공자나 의료인뿐 아니라 모든 과학자들이 어떻게 노동자들과 교감할 수 있을지, 어떻게 노동자들과 교감하는 연구를 통해 이런 거리감을 좁힐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을 던진다" 라고. 현실을 외면한 과학자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런 점에서 캐런 메싱의 이 책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폴 비티의 <배반>. 우리에겐 노벨문학상 보다 더 친근한 맨부커상 수상자다. "오바마 대통령 시대의 미국, 한 흑인 청년이 대법원 법정에 서 있다. 물건을 훔친 적도, 세금을 안 낸 적도 없는 그의 죄목은 21세기에 인종분리 정책을 공식 시행하고 노예제를 부활시키려 했다는 것. 로스앤젤레스의 가난한 흑인 동네에서 자라온 미(Me)는 은근히 차별받느니 대놓고 제도를 만들어 인종분리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도리어 묻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겪어온 일들과 불쑥불쑥 떠오르는 단상들에 대해 쉴새없이 수다를 떠는데 그 말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불편한 일화와 함께 난무하는 블랙 유머에 눈살이 찌푸려지면서도 불가항력적으로 웃음이 터진다. <알라딘 책소개 중>" 여전히 남아 있는 차별들. 성차별, 인종차별... 흑인이 대통령을 하는 나라에서도 여전히 마음 기저에 남아 있는 인종차별적인 요소들. 심지어 종교갈등으로까지도 번지는 아랍인들에 대한 차별들. 그런 책이다. 표지가 우선 매우 마음에 들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 블랙 유머라는 말에 선듯 샀다.
우리에게 <촛불>이라는 단어는, 이제 그냥 그 단어 그대로의 뜻은 아닐 거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마지막 저서라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였지만, 제목 자체가 주는 매력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바슐라르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사유하면서 꿈꾸고 꿈꾸면서 사유하던 시절, 촛불은 영혼의 고요를 재는 압력계일 수 있었고, 결이 고운 평온,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내려가는 평온의 척도일 수 있었다.
평온해지고 싶은가? 조용히 빛의 작업을 수행하는 가벼운 불꽃 앞에서 가만히 숨 쉬어보라”
<알라딘 책소개 중>
가벼운 불꽃 앞에서 가만히 숨 쉬어보라. 아. 멋진 말이다. 지난 겨울이 떠올라지고. 우리에게 주는 상징들이 되새겨진다. 일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앞으로의 일 년도 다이나믹 극치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잊지말아야 할 것은 '촛불'이 아닐까.
...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몇 권 안되네. 이 해의 마지막 구매라고 하기에는 넘 초라해. 한번은 더 거하게 사줘야 겠어.. 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건,.... 일단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