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시간 때우려고 고른 책이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특히나, 항우 이야기에서 나온 고사성어들은 나를 감동(!)시켰다고나 할까. 자주 쓰는 이 고사성어들에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는 줄이야. 나의 무지함에 얼굴이 화끈거리지만서도, 한번 읊어보련다.

 

*

 

지록위마 (指鹿爲馬) - p162

 

진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호해가 멍청이였기 때문이다. 이 멍청이의 가장 큰 공로는 중국 문화에 지록위마(指鹿爲馬)’ (권력을 독점한 환관 조고는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이것은 말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호해는 어리둥절하여 중신들에게 의견을 물었지만 누구는 조고가 두려워 말이라고 하고 누구는 사슴이라고 답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답한 신하들을 모조리 투옥시켰고 이때부터 누구도 그의 의견에 반대하지 못했다. 이후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휘두르는 것을 가리쳐 지록위마라고 일컫게 되었다) 라는 고사성어를 덧붙여준 것이다. 황제가 신하에게 그토록 조롱을 당하고도 아무 경각심도 없었으니 실로 멍청이 중의 멍청이였다.

*

이번에 신공항 발표나고 나서 청와대에서 신공항 공약을 어긴게 아니라 김해공항 확장이 신공항 공약이다.. 라고 말한 것에 대해 누군가가 이 얘기를 했다. 지록위마가 아닌가.

*

파부침주 (破釜沈舟) - p234

상장군이 된 항우는 즉시 영포 등에게 군사 2만 명을 데리고 서둘러 거록을 구원하라고 명한 뒤, 친히 전군을 지휘해 황하를 건넜다. 또 황하를 건넌 뒤에는 배를 다 가라앉히고 밥 짓는 솥을 깨뜨리는 한편, 머무를 집도 죄다 불살라버리라고 명했다. 그렇게 겨우 사흘 먹을 식량만 병사들에게 남겨 결사의 각오를 다졌다.

여기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바로 파부침주 (破釜沈舟) . 밥솥을 부수고 배를 침몰시킨다는 뜻인데 퇴로를 없애면서까지 필사적으로 임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

금의환향 (錦衣還鄕) - p410

"이곳 관중은 비옥한 들판이 1000리이며 지키기는 쉬우나 공격하기는 어려운, 주나라와 진나라의 발상지입니다. 여기에 도읍을 세우면 능히 천하를 제패할 수 있는데 왜 굳이 팽성으로 돌아가려 하십니까?"

그러나 항우의 생각은 달랐다.

"부귀해지고도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 것은 화려한 옷을 입고 컴컴한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 그러면 누구 눈에 띄겠느냐?

*

목후이관 (沐猴而冠) - p411

이것은 그냥 치기가 아니라 그야말로 철부지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초나라인은 원숭이가 그럴 듯한 갓을 쓰고 있는 격이라고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라고 탄식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항우는 지체없이 그를 기름 솥에 던져버렸다.

*

 

재미있지 않은가.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가 널리 회자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워낙 어지러운 시기였고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계략으로 넘쳐나던 때였다. 책은 한 글자도 안 읽는 항우와 유방이 세상을 평정해나가는 것도 꽤나 흥미진진하고... 진시황의 진나라가 왜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 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예전 장국영이 주연했던 "패왕별희" 라는 영화도 생각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