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지금 멘붕 상태라는 거다. 열라 바쁜데, 도와주는 이는 없고 요구하는 이만 많고 아주 스트레스에 짜증이 몰아닥쳐서 밤마다 악몽을 꾸어대고 있다. 어제는, 막 좇기고 막 잃어버리고 막 늦고..  내가 싫어해서 이젠 안 만나는 친구들도 나오고 내가 가급적 안 만나려고 피하는 선배들도 나오고... 계속 깨어댔더니 지금 머리도 아프다.

 

이럴 때는 복잡한 책을 읽으면 절.대. 안되는 거다. 설사 필요하다고 해도 옆으로 밀어버려야 한다. 그렇게 머리를 쓰다가는 방전이 되어 버리는 거지. 지금 방전 되면 정말.. 큰일이다. 그래서 어제 밤에 집어든 게 리 차일드의 소설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리 차일드의 소설이다. 일단 읽어보고 재미있어야 다른 책을 사지.. 하면서 오래 전에 사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다 <잭 리처>라는 영화가 나왔고 영화가 그닥 재미가 있진 않아서 책도 다시 안 끌리길래 바로 젖혀두었는데... 어젠 갑자기 눈에 띄었다. 그래. 이거다. 이걸 읽으면 다 잊을 수 있을 거야.

 

왜 하필 61시간일까. 2일도 아니고 3일도 아니고 2일 하고 13시간? 이런 애매한 시간일까, 왜. 암튼 무슨 사건이 나기 61시간 전부터의 일들을 쭈욱 쓰고 있고 지금 20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나름 흥미진진은 하다. 뭔 일이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악당으로 나오는 플라토는 철학자 플라톤의 이름을 가져간 것 같은데.. 플라톤이 알면 아주 자지러질 얘기지. 자기 키 작다고 놀린다고 발목 아래 부분 잘라서 그걸 포름알데히드에 담아 배달시켜주는 사람이니까. 이 사람이 뭘 꾸미는 지 아직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정의로운 영웅 잭 리처가 다 해결해주리라 믿으니 마음이 편하다.

 

이런 류의 소설이 나에게 주는 안도감이란, 절대, 선이 이긴다는 거. 아무리 힘들어도 끝내는 주인공이 정의롭게 이기고 유머를 남기며 떠난다는 거. 그래서 읽으면서 긴장은 되지만, 매우 최악의 심정은 되지 않는다는 거. 그런 거다. 현실은 아니니까. 현실은, 애매모호하고 잘 모르겠고 예측 불가하고 선인지 악인지 구별도 잘 안되고 선이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서 답답하고 멘붕이고 짜증이고 스트레스이니까, 책에서라도 이런 안도감을 느끼면 좀 신경학상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늘도 이 상태 그대로 집에 가서 라면 먹으면서 다 읽어주리라.

 

뱀꼬리 1) 지금 내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내 앞으로 오락가락 하면서 이야기를 종알종알 하고 있다. 사람이 싫으면 발자국소리도 싫은 법인데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지경이다. 내가 저 사람 안 보기 위해서라도 여기 플젝은 다신 안 나오리라 결심하고 있다..ㅜ

 

뱀꼬리 2) 리 차일드 번역본이 꽤 많네. 근데 표지가 다 이 모양이냐...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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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9-0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속의 잭 리처와. 영화 속 잭 리처는..어찌 그리 괴리감이 오는지요....
톰 아저씨의 무리수가 아닐런지..

비연 2013-09-03 11:2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생각이... 톰 아저씨와 정말 안 맞는...;;;; 무리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