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맘에 들어 골랐다. 콜린 덱스터의 작품은 처음이지만 많은 분들이 이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모스 경감에 대해 언급한 글들을 보아서인지 그리 어색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동서미스터리북스의 100번째 시리즈물이라는 것도 괜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다.우드스톡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는 곳에 두 아가씨가 있다. 버스가 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다가 한 아가씨, 좀더 육감적이고 아주 뇌쇄적인 복장을 한 아가씨가 히치하이킹을 하자고 제안한다. 내키지 않아하다가 다른 한 아가씨도 좇아 가게 되는데...그날 밤, 히치하이킹을 제안했던 아가씨가 처참한 모습으로 살해된 채 발견되고 수사는 시작된다. 강간과 살인. 굉장히 진부한 살인수법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콜린 덱스터는 매우 독특하게 전개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스 경감은 중년의 약간 마른 듯한 탐정으로 다른 여느 추리소설에 나오는 탐정들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려두고 수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전개방법은 사뭇 달라서 가설이 깨지면 다른 가설을 덧대고 다시 그 가설에 부합되는 증거가 포착되면 조각을 맞추듯 다른 증거들을 찾아내는 수사방법이 매우 섬세해서 어느 한 가닥이라도 놓쳤다가는 어리둥절해지기 십상이다. 유머와 낭만이 깃든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용의자를 잡기 위해 숫자를 하나씩 좁혀나가는 그 방법은 재미있는 방식이었다. 모스 경감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도 괜챦은 경험이었고. 루이스라는 인물의 등장도 이 소설의 묘미이다. 하나도 모르는 듯 따라가는 모습이나 모스 경감에 대한 복잡한 심정들이 조금씩 비치는 것이 마치 우리네 독자들을 투영한 듯한 캐릭터였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복잡한 관계들, 그리고 오해, 분노, 질투. 언어로 하나하나 설명하기 곤란한 뒤얽힘을, 상황들에 대한 언급으로 풀어나감으로써 책 내용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는 추리소설이다. 무엇보다 추리는 그럴싸해도 상황이 엉성한 추리소설도 있는데 이 소설은 소설로서의 작품성도 어느 정도 갖춘 모양새를 보여주어서 읽는 내내 흥미로왔다.